호수처럼 깊고 큰 눈동자, 잔뜩 움츠러들면서도 저항하는 시선. 영화의 첫인상은 배우의 눈으로 결정되었다. 말없이도 많은 이야기를 전해 오는 눈이었다. 영화를 보며 한 사람과는 같이 후회했고, 한 사람과는 같이 절망했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카메라 안에서 동요하던 눈빛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은서>(박준호, 2019)의 김진이 배우는 10대 때 북한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 은서를 연기했다. 직장을 갖고 가족을 꾸리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20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어머니가 은서 앞에 나타난다. 강렬한 반가움도 잠시, 은서는 점점 불안과 피로를 느낀다. 긴 시간 깎아내고 일면 잊기도 한 ‘탈북자’라는 정체성이 시시각각 소환되고, 은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도 어쩐지 이전과는 달라진다.
한지원 배우는 <령희>(연제광, 2019)에서 주인공 홍매로 분했다. 조선족 출신인 홍매는 공장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다. 영화 초반, 홍매와 함께 살던 동료 령희가 단속을 피하다가 사고로 죽는다. 홍매는 장례를 치러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공장 관리자들은 대화를 피하며 령희의 거취를 알려주지 않는다. 홍매는 유일하게 령희의 죽음을 질문하는 인물이자,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참여한 두 배우, 김진이와 한지원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배역을 연기한 두 사람은 각자 경험한 영화와 서로의 연기에 관한 감상까지 차분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여전히 단단하면서도 한결 여유로운 눈빛이었다.
<은서>는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했고, <령희>는 얼마 전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작품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각자 영화제에 참여한 소감을 듣고 싶다.
김진이_ <은서>는 작년 10월에 촬영했다. 6개월이 지나서 상영 소식을 전해 들으니 무척 반갑더라. 박준호 감독님의 졸업영화이기도 한데, 그저 우리끼리 만든 영화에서 끝나지 않고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감사하게도 개막작으로 선정되어서, 개막식 때 무대에 올라가서 영화를 소개하고 인사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자리가 극장 맨 앞줄인 거다. 내 작품이지만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바로 옆에 위원장이신 임순례 감독님도 앉아 계셨는데, 떨리기도 하고 신기했다. 무대 앞이라서 핸드폰 한 번 보는 일 없이 엄청나게 집중했다. 박수도 열심히 치고. (웃음)
한지원_ 칸영화제 경쟁 진출이 확정된 후에 디아스포라영화제 상영 소식을 들었다. 이미 일정 자체가 칸에 집중된 상황이라서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감독님도 아쉬워하셨다. 칸영화제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곳인데, 실제로 가니 정말 정신이 없더라. 제작진과 배우들뿐만 아니라, 마켓 참여자나 관객들도 워낙 많아서 어딜 가도 인파로 북적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매일 신났다. (웃음) 파리로 먼저 가서 3박 4일 여행한 다음, 칸으로 넘어가서 8박 9일 동안 지내다 왔다.
사실 두 배우는 같은 작품에 출연하지도 않았고, 배우로서 경력이나 활동 분야도 사뭇 다르다. 인터뷰를 요청받았을 때, 솔직히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진이_ 어쨌든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온다는 얘기도 듣고, 영화 소재 면에서도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지원 씨는 어떤 분이지?’ 하면서 엄청나게 찾아봤지. (웃음) 사실 오늘 자리에서 처음 만나기는 하지만, 학교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인 것으로 안다. 함께 수업을 들은 적은 없나.
김진이_ 지원 씨는 예술사 과정이고 나는 전문사 과정이라 수업이 겹친 적은 없다. 게다가 내가 2017년에 입학했는데, 중간에 아이가 생기면서 휴학하는 바람에 아직 1학년이다. (웃음) 언제나 복학하려는 의지는 굳게 갖고 있는데, 아직은 쉽지 않다. 얼른 가능한 상황이 오면 좋겠다.
한지원_ 나는 칸에서 감독님한테 온 메일을 보고 인터뷰 소식을 알았다. 학교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김진이 배우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웃음) 이번 기회에 인연이 돼서 같이 얘기해보면 좋겠더라. 일단 <령희>의 연제광 감독과 <은서>의 박준호 감독이 학교 동기다. 두 작품의 촬영감독도 같은 분이고. 서로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작품의 감독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 정도만 알았는데, 신기한 인연이다.
한지원_ 박준호 감독이 <령희> 연출부로 참여했다. 서로 품앗이처럼 작업을 돕더라.
김진이_ 나도 연제광 감독을 촬영장에서 만났다. 우리 영화에는 심지어 출연도 한다. (웃음) 은서가 엄마랑 백화점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매장 보안요원으로 나온다.
작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제목이 둘 다 인물의 이름이다. 그만큼 캐릭터에 집중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한지원_ 원래 제목은 극 중 내가 맡은 역할인 ‘홍매’였다가 ‘령희’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령희(이경화)로 인해 사건이 시작되지 않나. 감독이 고민하더니 제목을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 이전에 감독의 다른 연출작인 <표류>(2018)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좋게 보았는지, 이번 작품은 “널 생각하고 썼다”고 했다. (웃음) 촬영은 <은서>와 비슷한 시기에 했는데, 시나리오는 여름에 받았다. 프리과정이 길었고, 리딩도 거의 서너 시간씩 했을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했다. 리허설 때는 감독이 하나부터 열까지 실전처럼 짚어주었다.
김진이_ 이번 작품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감독과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입학하고 나서 동기들과 프로필을 모아서 영상원에 전달한 적이 있는데, <은서> 캐스팅 과정에서 내 프로필을 발견했다고 하더라. 첫 미팅 때, 리딩도 같이 해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당시 출연 소식을 들은 주변 친구들이 되게 놀라워했다. “안 어울리는데? 너처럼 잘 먹고 튼튼해 보이는 애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니?”라는 반응이었다. 절반은 농담이었지만, 그 말에는 사실 ‘탈북민은 이러이러한 이미지일 것이다’라는 편견이 깔려 있지 않나. 결국 <은서>가 중요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와 맞닿는 지점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다음에 혼자 여러 가지를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은서라는 인물과 내가 공통점이 있더라. 나이, 성격, 주변관계, 상황에 관한 이해도 등 내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은서는 ‘북한사람’이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스테레오 타입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커리어 우먼’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에 가깝다. 정장 차림을 고수하고 늦게까지 회사 일을 한다. 심지어 남편보다 돈도 잘 번다. 남편은 어떤 자격지심이나 그늘도 없는 동시에, 가사와 육아의 공동담당자로 등장하고.
김진이_ 은서라는 캐릭터에 모델로 삼은 분이 있다. 감독이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분이라고 하더라. 말하자면 남한 사람보다 더 남한 사람 같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분이었다. 감독 본인도 모르게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주었다고 한다.
한지원_ 공통점을 지닌 배역을 연기했음에도, <은서>를 볼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어? 사투리를 안 쓰네?’였다. 내 안에도 여전히 편견이 자리하고 있구나 싶었다.
김진이_ 편집 때 들어내긴 했는데, 사실 불어 대사도 있었다. (웃음) 은서가 거래처와 통화하며 불어를 쓰는 거다. 영화 준비하며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너무 걱정되더라. 오죽하면 “감독님, 제가 연기는 열심히 할 테니까 나중에 후시녹음을 하면 안 될까요?”라고 했을 정도였다. (웃음) 남편 캐릭터에 관해서는 영화제에서도 질문을 받았다. 이상적으로 그려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쩌면 그 또한 은서가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강조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통 탈북민이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는 과정에 분명히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 않나. 그런데 감독님이 만난 한 부부는 “출신 때문에 불편한 것도 없고, 문화 차이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더라. 극 중 은서는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여성이고, 남편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서 은서를 든든하게 지탱한다.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령희>는 내러티브 면에서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홍매의 맨 얼굴, 조선족 사투리, 겁먹은 표정 등이 영화의 단서가 된다. 어떤 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한지원_ 실제 촬영에 버금가는 강도로 리허설을 했고, 감독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실제 중국동포 분들이 한국에 와서 일할 때는 오히려 사투리를 숨기려고 한다더라. 감독은 과한 사투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대사가 많은 역할이 아니기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래도 배우로서 어떻게 걱정이 안 되나. (웃음) 한예리 배우가 출연한 영화와 예능을 보면서 참고했고, 혼자서도 리딩하듯 계속 연습했다.
령희의 사고 직후에도 홍매는 전반적으로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의도였나.
한지원_ 감정선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감독이 상상해보자고 하더라. “만약에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함께 살던 룸메이트가 죽는다면?” 친구가 죽자마자 감정이 차오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차라리 ‘진짜인가? 지금 이 상황이 대체 뭐지?’ 하며 멍해질 것 아닌가. 연기 또한 느끼는 듯, 느끼지 않는 듯 과하지 않게 가기로 결정했다.
김진이 배우도 엄마와 만나는 장면에서 짧게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김진이_ 촬영 전에 감독에게 “새터민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볼까요?” 물었더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은서는 북한보다 남한에서 산 시간이 훨씬 오래되었고, 그만큼 이곳에 익숙한 인물이니까. 오히려 엄마가 한국으로 오면서 발생하는 충돌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생각해보면, 지방에서 사투리를 쓰던 친구들이 서울에 와서 말투가 달라지지 않나. 완전히 사투리를 지운 친구들도 있는가 하면, 군데군데 흔적이 남은 친구들도 있다. 어떤 친구는 가족과 통화할 때 자동적으로 사투리가 튀어나오는데, 다른 친구는 사투리를 하려면 ‘연습’해야 한다고 하더라. 은서는 그런 친구와 비슷할 것 같았다. 엄마를 만나자마자 술술 사투리가 나온다기보다는 ‘오랜만이라 살짝 어색한데’라는 느낌으로. (웃음) 감독님이 주변에 아는 분을 통해 대사를 녹음해주셨고, 그걸 들으면서 따라 했다.
<령희>는 신도 컷도 많지 않고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반면, <은서>는 인물과 밀착된 상태에서 핸드헬드로 촬영했다. 클로즈업 신이 많기도 하고, 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의 진폭 자체가 크다. 감정 표현에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
김진이_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와 아이를 키우는 엄마, 그리고 모녀 관계라는 부분에서 접점이 확실했다. 은서가 북한에서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최대한 시나리오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었다. 나로서는 출산 후에 작업하는 첫 영화였거든. 너무 신이 나는 상황인 거지. (웃음) 감독에게 사전에 단단히 부탁해두었다. 오랜만에 연기하다 보니 수위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고. 너무 ‘열정적으로’ 하다가 영화 바깥으로 나가버리게 되면, 나한테 꼭 말하고 끊어달라고. (웃음)
같이 울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라고 느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기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제일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인가.
김진이_ 엄마와 처음 만나는 신을 가장 고민했다.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이라 테이크를 여러 번 가기도 어려웠고, 감독님 성향 자체가 연습을 많이 거치기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들을 믿고 가는 편이다. 실제로 엄마 역을 맡은 김미경 배우와 처음으로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재밌는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인데, 감독님은 상황을 의도했다더라. 오랜만에 만나는 모녀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일부러 첫 만남 때 그 장면을 촬영했다는 거다. 근데 사실 김미경 배우는 리딩 때 다른 일정 때문에 못 오신 거였거든. 촬영 당일에는 대기하고 분장하는 동안, 우리끼리 담소도 꽤 나누었고. (웃음) 어쨌든 촬영을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김미경 배우가 “은서니?” 하고 묻는 순간, 마음이 곧장 무너지더라. 얼마나 찍는지도 모를 만큼 나오는 대로 연기했다. 영화에는 첫 번째 테이크가 삽입되었다.
한지원 배우는 영화 내내 감정을 눌러서 보여준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카메라가 정면으로 다가오는데, 이때 얼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한지원_ 마지막 신은 오히려 디렉팅이 별로 없었다. 연기보다는 환경적인 조건 때문에 고생한 장면이다. 일단 불을 피우기가 쉽지 않았고, 해뜨기 직전에 찍어야 해서 촬영이 가능한 시간이 30분 정도였다. 결국 마지막 장면을 이틀에 걸쳐 촬영했다. 연기 면에서 어려웠던 장면은 공장 실장과 대화하는 신이었다. 실장은 “왜 밥을 먹지 않느냐”고 묻고, 홍매는 “령희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반문한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먹고 일하는 상황이 홍매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거다. 그때 감독님은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상황과 감정을 보여주어야 해서 어려웠다.
중요한 대사들이 그 장면에서 모두 나오지 않나. 배경으로 쓰인 회색 벽도 영화와 무척 잘 어울렸다. 실제 촬영은 가을에 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한겨울 같더라.
한지원_ 원래는 다른 장소에서 찍으려고 했다. 촬영감독님이 “여기 질감이 좋은데”라고 추천해서, 감독님도 고민 끝에 변경했다. 촬영은 충청북도 증평군에 위치한 공장과 집에서 했는데, 실제로 감독님 친척이 사시는 곳이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예전에 감독님의 할아버지가 구경시켜준 곳이라더라. 그때 인상이 깊게 남아서 촬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영화와 연기를 어떻게 보았나. 기억나는 장면을 말해본다면.
한지원_ <령희>와 촬영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매력적이었다. <령희>는 연출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풀샷과 롱테이크를 사용하는데, <은서>는 인물을 바로 옆에서 따라간다. 감정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연기라서 너무 고생했을 것 같더라. 배우 입장에서 보았을 때,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김진이_ 반대로 나는 <령희>를 보면서 저렇게 감정을 제어하기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화에 관해 더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령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로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돌려주는 작품이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어떤 기분일까?’ 하며 인물을 상상하게 되는 영화였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홍매가 마주하는 사람들 역시 외국인 이주노동자 아닌가. 사실 엇비슷한 조건에 처한 사람들인데, 그들이 너무나 무감한 얼굴로 ‘할 일을 하는’ 모습이어서 먹먹해졌다.
결국 어떤 순간에 다다르면, 은서와 홍매는 고립된 듯한 인상을 준다. 홍매는 홀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은서는 엄마의 등장 이후 주변으로부터 갑작스런 거리감과 무례를 경험한다. 각자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나.
김진이_ 조금 더 범주를 넓혀서 보면, <은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수를 이루는 집단에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타인이 “넌 어떤 사람이야”하고 나 자신을 단정 짓는 것에 우리 모두 불편하고 불쾌하지 않나. 누군가가 나를 자기 관점에서 판단하고, 심지어 그 판단이 어떤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때,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왜 내 말을 안 듣지?’ 하고 부당함을 느낀다. 임신했을 당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내 몸과 마음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고 걱정하지 않나. 그런데 ‘배려’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타인에 의해 차단당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다. 내가 하겠다고 하면, 뭔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것만 같고. 은서도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동시에 은서에게 가족이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했다. 은서 본인이 꾸린 가정이야말로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울타리이니까. 가족들이 차별적인 시선에 놓이는, 특히 아이에게 화살이 가는 상황은 참기 힘들겠더라. 은서는 대개 이성적이지만, 그때는 굉장히 날카롭게 돌변할 것 같았다.
한지원_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사람이 죽은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홍매에게 령희는 단순히 같이 살던 사람이 아니라, 홍매 자신으로 비춰 보이기도 하는 인물 아닌가. 홍매도 외롭지만, 령희가 너무 불쌍했다. 머릿속으로는 줄곧 ‘어떻게 사람이 이러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공장 관리자들이 계속 말을 바꾸지 않나. 처음엔 령희를 가족들에게 보내준다고 했다가, 묻어준다고 했다가, 결국 장례도 치르지 않고 불에 태운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수 있구나 싶었고, 홍매라도 령희를 잘 보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두 인물 모두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이며, 차별에 맞닥뜨린다. 이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출연할 때는 또 다른 무게감이 느껴질 것 같다.
한지원_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우고 또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어떤 캐릭터인지,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만 생각했다. 촬영하며 감독님이 실제 사건을 들려주었는데, 어떤 회사에서 근로 중 사망한 노동자를 자살로 처리했다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충격받았다. 영화를 통해서 조금 더 관심이 생겼고, 이런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김진이_ 동감한다. 내 삶과 내 일에만 너무 집중하면서 살아왔구나 싶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어떤 사회문제에 찬반 의견까지는 내기 어렵더라도, 각자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시간과 그 정도의 자극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정답이나 해결방법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나는 어떤 입장인지 사고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디아스포라영화제가 반가웠다. 영화를 통해 너무 경직되지 않은 방식으로 동시대의 여러 가지 문제를 새로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모든 촬영장에는 그만의 추억이 있더라. <령희>와 <은서>는 어떤 현장으로 기억하나.
한지원_ 4박 5일 동안 촬영했는데, 전부 낮 아니면 새벽에 찍었다. ‘원신 원컷’으로 진행되는 영화라서 확실히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고, 밤에는 잠도 푹 잤다. 밥도 정말 잘 먹고. (웃음) 엠티를 다녀오듯 재밌게 움직였던 현장이었다.
김진이_ 얼마 전에 감독님, 피디님과도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은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영화가 된 것 같다”고. 백화점 장면을 새벽에 찍었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말 텅 비어 있었다. 여길 어떻게 채우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시간이 다가오니까 어디선가 사람들이 등장하는 거다. 감독님 가족들부터 이전에 같이 작업한 배우들, 친구들, 동료들이 마음 내서 와주었다. 지켜보는데 너무 따뜻하더라. 감독님한테 “다음 작품 만드실 때, 엑스트라 필요하면 연락주세요”라고 했다. (웃음) 서로 힙을 합치는 현장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지원_ 그게 또 독립영화 현장의 매력이지. (웃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특별히 끌리는 배역이나 작품이 있는지.
한지원_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마음이 간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끌어가는 부분이 있으면 흥미를 느낀다. 연극원에서 공부한 영향인지 모르겠는데, 촬영할 때는 롱테이크로 가서 NG 없이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기분 좋다. “해냈다!”는 느낌이랄까. (웃음)
김진이_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미지가 그려지는 작품에 끌린다. ‘영화가 이런 식으로 가겠구나’ 하는 상이 잡히면, 내가 작품에 스며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일단 나 자신이 이야기에 설득되었다는 뜻이니까. 근데 사실 작품을 선택한다기보다는,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지. 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느껴지면 도전하는 거고. (웃음)
한지원_ 맞다. 내가 고르는 건 아니다. (웃음) 아, 그래도 설명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보다는 생각할 지점을 던져주는 영화가 더 흥미로운 것 같다.
한지원 배우는 <령희>를 본인의 ‘시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연기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한지원_ 어렸을 때는 발레를 했고, 원래 미술을 전공하려고 했다. 활동적인 성격이어서 예체능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연기를 전공한 오빠의 권유로 연기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진로를 정해야 할 때 연기를 해보고 싶더라. 1년 동안 입시를 준비했고, 그때 했던 연기는 전부 독백이었다. 아무래도 혼자 하다 보니, 당시에는 연기가 재밌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서 파트너와 장면을 만드는 수업을 경험하고 나서야, 드디어 ‘이것이 연기구나’ 하고 깨달았다. 상대와 주고받는다는 의미를 알게 되자, 연기도 훨씬 재밌어졌다. <령희>는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작품이다. 그전까지는 촬영하면서도 수업과제로서 ‘우리끼리 잘 만들자’는 느낌이었는데, <령희>는 여러모로 새로웠다.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구나, 칸에도 갈 수 있구나’ 그런 뿌듯함을 안겨준 작품이다.
김진이 배우는 아역으로 데뷔했다. 오랜 시간 영화, 드라마, 공연 등을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했는데, 좀 더 욕심나는 분야가 있다면.
김진이_ 초등학교 4학년 때, 어쩌다 아빠 손을 잡고 연기학원에 갔다. 연기에 전혀 관심도 없고, 학원도 많지 않았을 때다. 심지어 학원도 오디션을 보고 등록했다. (웃음) 얼떨결에 시작해서 거의 쉼 없이 연기를 해왔다.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모든 장르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 경우엔 워낙 어릴 적에 시작해선지, 뚜렷한 구별 없이 영화는 영화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무대는 무대대로 받아들였다. 가끔 장르나 분야별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느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는데,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웃음) 더 마음이 가는 분야가 있다기보다는, 모두 소중한 경험이자 장으로 여기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분야를 소홀하게 대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을 만나면 속상해진다. 각자의 작업을 존중하고 인정하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김진이_ 20대부터 왜인지 모르게 김해숙, 조민수 등 중년 여성 배우들이 멋있어 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또래의 배우를 보면서는 ‘와, 잘한다’는 생각 정도였다면, 나이 차이가 좀 더 나는 선배를 바라볼 때는 선망에 가까웠던 것 같다. ‘너무 좋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한지원_ 학교에서 연극을 준비할 때, 영화 <클로저>(마이크 니콜스, 2004)를 처음 봤다. 나탈리 포트먼이 지금 내 나이보다 어릴 때 찍은 영화더라. 어린데도 저 배역을 소화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에 반했다.
본인은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나. 언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한지원_ 연기를 오래 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행복한 배우 같다.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연기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물론 스트레스도 있지만, 사람들과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다. 영화를 통해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만나보고, 카메라에 찍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일도 즐겁다. 즐기면서 재밌게, 행복하게 연기하는 배우이다.
김진이_ 음, 요즘은 조금 내려놓을 줄 알게 된 것 같다. 어릴 때는 ‘내가 제일 특별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물론 어느 정도 자신감과 자존감을 챙겨야 하는 직업인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대단히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보다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이전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기다리려고 한다. 쓰일 곳이 생겼을 때,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현장에 있으면, 촬영만큼이나 기다리는 시간도 좋더라. 가만히 앉아 있는 거 잘하거든. (웃음) 촬영을 기다리는 시간도,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도 좋아한다.
배우라는 직업, 연기라는 일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는 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텐데, 계속해서 해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김진이_ 일단 내가 좋아하고 즐긴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힘들어하면, 부모님이 되게 속상해하셨다. 본인들 때문에 내가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셨던 거다. 스무 살 넘어서 대학에 간 후에는 확실히 말씀드렸다. 난 성인이고,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라고.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힘든 건 힘든 거지. (웃음) 연기를 관두어야겠다는 생각은 연말 행사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나 자신이 ‘잉여 인간’처럼 느껴질 때, 너무 힘들더라. 극복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계속 다른 일을 시도했다. 제과제빵 자격증도 따고, 운동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러고 나면 오히려 연기를 하겠다는 자신감이 회복되더라. “진이야, 정 힘들면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아. 뭘 하더라도 너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 같은 다독임이랄까. 연기에는 절대평가가 없지 않나. 어느 정도 기준선은 있겠지만, 결국 주관적 평가로 이루어진다. 근데 자격증 같은 경우는 간단명료한 수치로 합격이 증명된다. 점수만큼 해냈다는 만족감이 생기더라. 그 힘으로 다시 연기하러 가고 그랬다. 지금도 연기할 때 확실히 즐겁고, 주변 사람들도 그래 보인다고 말해준다. 사실 연기를 관두고 취직한 친구를 만났는데, “난 3개월마다 때려 치고 싶어져”라고 하더라.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웃음) 나만 힘든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닌 거다. 그 일을 계기로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지. 나처럼 1년에 한 번이면 아직 괜찮네, 싶기도 하고. (웃음)
한지원_ 취직 준비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나름 일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여행도 다니면서 여러 경험을 해보는 중인 것 같다. 일이 먼저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랄까. 언젠가 어떤 이유로 배우를 그만둬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 근데 시간이 지나서라도 하고 싶다면, 또 다시 시작해볼 수 있는 직업 같다.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일을 계속해볼 수 있다는 점이 나와 잘 맞는다. 뭔가를 하고 싶으면 해야 하는 성격이다. (웃음) 예를 들어 여행이 가고 싶어지면, 어떻게든 가는 거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이 그렇다. 갈까? 해서 바로 다음 주에 가족여행을 간 적도 있다.
즉흥적인 편인가. 여행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한지원_ 여행은 중독 수준이다. (웃음) 언젠가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모으면, 나도 모르게 여행 갈 궁리를 하고 있더라. 즉흥적이라기보다는, 한 곳에만 머무르거나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못한다. 그러고 보면 배우는 질릴 수가 없는 직업 같다. 질리기에는 고민할 것들이 너무 많다. (웃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서 더 배우고 싶기도 하다. 재학 중에는 아무래도 연극 쪽을 공부했고, 카메라 작업도 최근 몇 년 사이 경험해본 것이 전부이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학문적으로 접근해보고 싶다. 이번에 칸에 다녀와서 느꼈는데, 연출이나 촬영 분야를 배워보면 어떨까 싶더라. 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김진이 배우는 연기 외에 무얼 즐겨 하나.
김진이_ 지금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날 위한 시간을 적극적으로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전에는 운동을 많이 했다. 땀 흘리는 거 좋아하거든. (웃음) 어릴 적부터 몸 쓰는 일은 지속적으로 해왔다. 태권도도 하고, 춤도 추고, 사회인 배드민턴 모임에도 나갔다. 흠뻑 땀 흘리고 나면 개운해지는데, 근래 몇 년 동안 그걸 못해서 아쉽다. 몸도 좀 뻐근한 것 같고.
배우로서 힘이 되는 순간이나 기억들을 묻고 싶다.
김진이_ 주변 사람들의 힘이 크다. 돌이켜보면 오랜 시간 곁에 있는 사람들과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더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어떤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닮았다. 관심사나 가치관이 다르면, 대화 자체가 어렵지 않나.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난감할 텐데, 쭉 인연을 이어온 친구들을 볼 때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하다가 좀 벅차다 싶으면, 그 친구들을 만난다. 그럼 다시 안심하고, ‘나도 좋은 사람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지원_ 나는 사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한 일이 졸업밖에 없다. (웃음) 학교 경험이 제일 크게 남아 있다. 어쨌든 0순위였던 학교에 합격했으니까. 정말 붙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거든. 엄청나게 지지받은 느낌이었다. 너는 연기를 해도 된다고, 배우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김진이_ 경쟁률이 정말 치열하다.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우리 지금 지원하면 못 붙었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웃음)
한지원_ 2학년까지는 외부활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데, 덕분에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경쟁에 대한 불안감 없이, 동기들과 하나씩 쌓아가는 경험이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만나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이 있다면.
한지원_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연기가 사실 더 어렵지 않나. 어려워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작품 하는 동안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김진이_ 내가 멋지다고 느끼는 배우들처럼 연기하고 싶다. 본래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런 점이 굉장히 고민스럽던 시기도 있었다. 20대 후반에도 20대 초중반인 배역에 오디션을 보곤 했거든. 별수 없이 어색해지더라.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 나이대의 인물을 만나 연기하고 싶다. 나이를 한두 살 먹는 것이 마냥 기쁜 일은 아니지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