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블랙홀의 그림자로
<도망친 여자>
남다은 / 2020-09-15
홍상수의 스물세 번째 영화 <강변호텔>의 과격한 결말 앞에서 그의 오랜 팬들은 충격에 빠져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강력한 죽음의 엔딩은 그의 세계가 맞이하게 될 변화를 예고하는가. 홍상수의 다음 영화는 이제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가. 얼마간 호들갑스럽던 우리의 호기심이 무색하게도 홍상수의 스물네 번째 영화인 <도망친 여자>에서는 <강변호텔>의 결말을 채우던, 어느 생의 갑작스러운 소멸을 향한 흐느낌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Choice
기도(企圖)와 기도(祈禱)
<나를 구하지 마세요>
차한비 / 2020-09-09
가족끼리 자주 놀러 가던 강촌 선착장에서 아빠가 세상을 등진 그날, 열두 살 선유(조서연)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장소를 동시에 잃었다. 나희(양소민)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남편이 남기고 간 큰 빚더미를 떠안았다. 모녀는 도망치듯 낯선 도시로 이사한다. 과거로부터 달아나고자 일부러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을 택한다. 살얼음판을 딛는 것처럼 매일 불안하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보려고 애쓴다.
Choice
실없는 유희, 끝없는 배회
<후쿠오카>
손시내 / 2020-08-27
한국의 경주, 서울, 군산 등에서 차례로 영화를 찍은 장률 감독은 그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로 갔다. <후쿠오카>는 인물들이 도착해 거니는 여행지의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며 도시의 특정한 풍경을 담는다는 점에서 <경주>(2013),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과 닮았고, 한 명의 여자와 남자들이 하릴없이 이야기 나누며 이곳저곳을 배회한다는 점에서는 <춘몽>(2016)을 떠올리게 한다.
Choice
언제든 돌아갈
<남매의 여름밤>
손시내 / 2020-08-23
영화는 아빠와 옥주, 동주로 이뤄진 세 가족이 작은 봉고차에 타 할아버지(김상동)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오래도록 비추며 시작한다. 아빠가 하는 일이 잘 안 돼 가족은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더위 때문에 기운이 쇠해 힘들어하는 할아버지는 곁에서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한 참이다.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달려왔던 고모도 아예 짐을 싸서 집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한집에 모인 할아버지와 두 쌍의 남매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생활을 공유하며 여름 한때를 같이 보낸다.
Choice
제국의 심장을 폭파하라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김선명 / 2020-08-21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자국 기업에 전쟁과 식민지배의 책임을 물으며 폭탄을 던졌던 이들의 궤적을 좇는 다큐멘터리다. 김미례 감독은 일용직 건설노동자였던 아버지에 관한 다큐를 만들던 2004년, 일제의 식민지배 시절부터 공사판에서 인부들을 부르던 속칭 ‘노가다’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일본 오사카의 가마가사키에 가게 됐다. 가마가사키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환경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열악했고, 그 안에서 자본과 싸우는 사람들을 담아 <노가다>(2005)를 완성했다.
Choice
말과 삶
<69세>
차한비 / 2020-08-21
<69세>는 성폭행을 자극적인 소재로 취하는 대신, 한 인물의 삶에 등장한 문제로 껴안는다. 사건 이후 효정은 불면과 구토에 시달리고,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신은 채 돌아다닌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가 하면, 타인과의 접촉에 소스라치듯 놀라서 주저앉기도 한다. 그렇게 일상이 무너지는 동안 효정의 자리는 점차 줄어든다. 비좁은 곳에서 효정을 에워싸는 것은 온갖 말이다.
더보기
Choice
블랙홀의 그림자로
<도망친 여자>
남다은
2020-09-15
Choice
기도(企圖)와 기도(祈禱)
<나를 구하지 마세요>
차한비
2020-09-09
Choice
실없는 유희, 끝없는 배회
<후쿠오카>
손시내
2020-08-27
Choice
언제든 돌아갈
<남매의 여름밤>
손시내
2020-08-23
Choice
제국의 심장을 폭파하라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김선명
2020-08-21
Choice
말과 삶
<69세>
차한비
2020-08-2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