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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술래잡기
<우리, 둘>
차한비 / 2021-07-29
노년의 사랑은 흔히 정열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그려진다. 머리가 허옇게 센 연인은 강렬한 끌림 대신 오랜 세월 이어 온 유순한 애정을 귀중히 여기며, 생의 끄트머리에 찾아온 이별을 원숙한 태도로 받아들인다. 그들의 사랑에는 모험이 끼어들 기미가 더는 없고, 이러한 미지근한 온도야말로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70대 레즈비언 커플 니나(바바라 수코바)와 마고(마틴 슈발리에)의 가을을 뒤쫓는 영화 <우리, 둘>은 이와 같은 전형에 반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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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불가능한
<피닉스>
손시내 / 2021-07-23
전쟁이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여자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생환한 가수 넬리(니나 호스). 친구 레네(니나 쿤젠도르프)의 도움으로 베를린에 거처를 마련한 그녀는 총상으로 참혹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수술하고, 자취를 감춘 남편 조니(로날트 제어펠트)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레네의 말처럼 조니는 배신자일까. 넬리는 조니와의 사랑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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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서다
<강호아녀>
김준 / 2021-06-12
멀리 화산이 보이는 너른 들판, 두 남녀가 총 한 자루를 놓고 다툰다. 불법 무기를 빨리 없애라고 채근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이 바닥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죽어”라고 답한다. 남자가 말하는 바닥은 강호다. 여자가 “난 그 바닥 사람이 아니”라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강호는 무슨. 지금이 무슨 옛날인 줄 알아?”라고 쏘아붙이자, 남자는 “사람이 있는 곳은 다 강호”라며 여자에게 방아쇠 당기는 법을 직접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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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이해가 안 돼!
<까치발>
김준 / 2021-06-01
<까치발>은 뇌성마비 징후가 보이는 딸을 거울삼아 감독이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다큐멘터리다. 권우정 감독은 전작 <땅의 여자>에서와 달리 카메라가 인물과 상황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개입하도록 놓아둔다. 이는 장애 자녀를 둔 여성/엄마(들)와 가족을 다루는 극명하게 상반된 태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가족과 자신을 바라보는 감독의 복잡한 내면의 요동이 (감독 자신의 시점을 표상하는) 카메라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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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껴안기
<인트로덕션>
손시내 / 2021-05-25
<인트로덕션>은 투박하다. 홍상수의 앞선 영화들이 줄곧 시간적, 공간적, 존재적 모호함으로 관객을 곤경에 빠뜨렸다면, 촬영과 편집까지 직접 도맡은 그의 스물다섯 번째 장편은 너무 투명해서 곤란을 안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버라이어티」는 영화의 “복잡하지 않은 연대기”적 시간 구조를 짚었고, 「인디 와이어」는 “기본적으로 세 번의 포옹에 관한 이야기”로 <인트로덕션>을 요약했다. 여기엔 시공간을 나누고 비트는 형식적 실험도, 인물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의 변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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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과 만곡
<혼자 사는 사람들>
차한비 / 2021-05-18
진아는 변화를 거부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직장에 출근한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하루에도 수백 통씩 전화를 받지만, 어떤 통화에서도 진짜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감정쯤이야 일찌감치 지웠다는 투로 그저 정해진 매뉴얼을 따를 뿐이다. 웃지도 울지도 않고 친절을 가장하며 “고객님”을 응대하는 진아의 태도는 기계적이다. 집주인은 정 없다는 타박을 쏟아냈지만, 회사에서 진아는 능숙하고 실적 높은 ‘에이스’로 박수 받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아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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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술래잡기
<우리, 둘>
차한비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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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불가능한
<피닉스>
손시내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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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서다
<강호아녀>
김준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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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이해가 안 돼!
<까치발>
김준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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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껴안기
<인트로덕션>
손시내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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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과 만곡
<혼자 사는 사람들>
차한비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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