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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서다
<강호아녀>
김준 / 2021-06-12
멀리 화산이 보이는 너른 들판, 두 남녀가 총 한 자루를 놓고 다툰다. 불법 무기를 빨리 없애라고 채근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이 바닥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죽어”라고 답한다. 남자가 말하는 바닥은 강호다. 여자가 “난 그 바닥 사람이 아니”라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강호는 무슨. 지금이 무슨 옛날인 줄 알아?”라고 쏘아붙이자, 남자는 “사람이 있는 곳은 다 강호”라며 여자에게 방아쇠 당기는 법을 직접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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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이해가 안 돼!
<까치발>
김준 / 2021-06-01
<까치발>은 뇌성마비 징후가 보이는 딸을 거울삼아 감독이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다큐멘터리다. 권우정 감독은 전작 <땅의 여자>에서와 달리 카메라가 인물과 상황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개입하도록 놓아둔다. 이는 장애 자녀를 둔 여성/엄마(들)와 가족을 다루는 극명하게 상반된 태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가족과 자신을 바라보는 감독의 복잡한 내면의 요동이 (감독 자신의 시점을 표상하는) 카메라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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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껴안기
<인트로덕션>
손시내 / 2021-05-25
<인트로덕션>은 투박하다. 홍상수의 앞선 영화들이 줄곧 시간적, 공간적, 존재적 모호함으로 관객을 곤경에 빠뜨렸다면, 촬영과 편집까지 직접 도맡은 그의 스물다섯 번째 장편은 너무 투명해서 곤란을 안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버라이어티」는 영화의 “복잡하지 않은 연대기”적 시간 구조를 짚었고, 「인디 와이어」는 “기본적으로 세 번의 포옹에 관한 이야기”로 <인트로덕션>을 요약했다. 여기엔 시공간을 나누고 비트는 형식적 실험도, 인물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의 변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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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과 만곡
<혼자 사는 사람들>
차한비 / 2021-05-18
진아는 변화를 거부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직장에 출근한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하루에도 수백 통씩 전화를 받지만, 어떤 통화에서도 진짜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감정쯤이야 일찌감치 지웠다는 투로 그저 정해진 매뉴얼을 따를 뿐이다. 웃지도 울지도 않고 친절을 가장하며 “고객님”을 응대하는 진아의 태도는 기계적이다. 집주인은 정 없다는 타박을 쏟아냈지만, 회사에서 진아는 능숙하고 실적 높은 ‘에이스’로 박수 받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아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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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전이
<어른들은 몰라요>
손시내 / 2021-04-15
<박화영>(이환, 2018)의 ‘엄마’ 집은 가출한 10대들의 거처로서, 폭력적이고 잔혹한 집단의 질서를 한없이 흡수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모여들어 담배 피우고 서로를 때리며 욕설을 주고받는 이곳은 외부와 단절된 그들만의 사회이자, 언젠가는 그들의 기억에서 잊힐 신기루 같은 공간이다. 이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 집에 불쑥 찾아들었다가 일순간 퇴장해버린 세진(이유미)의 다른 이야기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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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말하지 못한
<비밀의 정원>
손시내 / 2021-04-09
<비밀의 정원>에서 ‘비밀’은 서사의 굴곡을 만드는 설정이나 감정의 요동을 만드는 장치와 거리가 멀다. 비밀의 내용은 진지하게 다뤄지나, 비밀 그 자체가 극에 드리우는 명암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이야기의 밀도가 종종 느슨하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여기엔 인물이 깊게 호흡하고 충분히 생각에 잠길 여유로운 틈이 있다. 그 열린 틈이야말로 <비밀의 정원>이 비밀을 경유해 주시하려는 특별하고 고유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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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서다
<강호아녀>
김준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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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이해가 안 돼!
<까치발>
김준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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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껴안기
<인트로덕션>
손시내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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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과 만곡
<혼자 사는 사람들>
차한비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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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전이
<어른들은 몰라요>
손시내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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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말하지 못한
<비밀의 정원>
손시내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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