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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전이
<어른들은 몰라요>
손시내 / 2021-04-15
<박화영>(이환, 2018)의 ‘엄마’ 집은 가출한 10대들의 거처로서, 폭력적이고 잔혹한 집단의 질서를 한없이 흡수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모여들어 담배 피우고 서로를 때리며 욕설을 주고받는 이곳은 외부와 단절된 그들만의 사회이자, 언젠가는 그들의 기억에서 잊힐 신기루 같은 공간이다. 이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 집에 불쑥 찾아들었다가 일순간 퇴장해버린 세진(이유미)의 다른 이야기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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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말하지 못한
<비밀의 정원>
손시내 / 2021-04-09
<비밀의 정원>에서 ‘비밀’은 서사의 굴곡을 만드는 설정이나 감정의 요동을 만드는 장치와 거리가 멀다. 비밀의 내용은 진지하게 다뤄지나, 비밀 그 자체가 극에 드리우는 명암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이야기의 밀도가 종종 느슨하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여기엔 인물이 깊게 호흡하고 충분히 생각에 잠길 여유로운 틈이 있다. 그 열린 틈이야말로 <비밀의 정원>이 비밀을 경유해 주시하려는 특별하고 고유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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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반짝이는
<더스트맨>
차한비 / 2021-04-09
<더스트맨>은 타인과의 소통이 자신을 지키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하는 동시에, 예술이 품은 위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한다. 그리고 나누는 행위와 더불어 태산(우지현)은 세상으로 한 발짝 걸어 들어가고, 모아(심달기)는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단편 <내 차례>(2017) <대리시험>(2019) 등을 연출한 김나경 감독의 첫 장편으로,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세밀하게 표현하는 우지현과 싱그러운 에너지를 내뿜으며 빛나는 심달기의 연기가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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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열린다
<자산어보>
정지혜 / 2021-04-06
시대의 질서에 맞서는 결기의 단독자, 다른 세상을 열망하는 집념의 공상가. 그들을 향한 이준익의 애정은 열네 번째 장편 <자산어보>에서도 여전하다. 때는 1801년, 정조가 승하하고 순조가 즉위하자 신유박해가 시작된다. 사학(邪學)을 믿는 자들은 “인륜을 위협하는 금수와도 같다”는 조정의 하교에 따라 천주교 신자들은 내쫓기고 참수된다. 정약전(설경구)이 머나먼 흑산도로 유배를 떠난 사정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끝’에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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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싸움입니다
<당신의 사월>
손시내 / 2021-04-05
세월호 참사에 관해 발언하는 다큐멘터리는 대체로 사고 정황을 되짚으면서 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데 집중해왔다.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은 전 국민의 애도로 확산했고, 이 과정에서 의무를 방기한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러한 추세나 경향은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였다. <다이빙벨>(이상호, 안해룡, 2014), <그날, 바다>(김지영, 2018)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참사의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원인 규명에는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유가족 대 국가, 피해자 대 가해자라는 대립 구도가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동안, 모두가 겪은 아픔에는 ‘다른 말’이 끼어들 기회나 여지가 없었다. <당신의 사월>은 바로 그 '다른 말'을 뒤늦게 새겨듣는 다큐멘터리다. 여기엔 전문적인 항로 분석이나 답답한 청문회의 광경이 아니라, ‘세월호’와 함께 지나온 우리 삶의 여러 기억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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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빛이 필요한 까닭
<아무도 없는 곳>
차한비 / 2021-04-02
허무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적정한 장소가 필요하다. 삶이 무의미한 돌림노래처럼 느껴질 때 달아날 곳, 집과 일터 외에 옷자락을 걸어두고 잠시 머물 곳.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곳을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이라고 칭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등장하는 소설가 창석(연우진) 역시 이러한 장소를 찾아다닌다. 슬픔과 불안, 무엇보다 허무에 가로막힌 그는 편안하게 잠들지 못한 채 빛을 찾아 어둠 속을 배회한다. 그가 커피나 술을 마시는 몇몇 공간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주고받는 대화 또한 “약간의 깨끗함과 질서”를 유지하며 창석이 삶을 견딜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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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전이
<어른들은 몰라요>
손시내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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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말하지 못한
<비밀의 정원>
손시내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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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반짝이는
<더스트맨>
차한비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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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열린다
<자산어보>
정지혜
202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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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싸움입니다
<당신의 사월>
손시내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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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빛이 필요한 까닭
<아무도 없는 곳>
차한비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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