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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든 말든, 귀하디 귀한
<장손> 오정민 오정민 감독에 따르면 <장손>은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은 추석 맞이 오락영화”다. 문중을 이루고 사는 가족 삼대가 얽혀 세 계절을 보내는 사이, 영화에는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몇 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그것은 개인의 치부이자 집단의 약점을 드러내는 한편, 한국 현대사에 자리한 질곡을 노출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따져 봐도 “오락영화”라는 선전엔 갸우뚱할 수밖에 없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다는 감독의 장담에는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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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차오르니
<조선인 여공의 노래> 강하나·조청향·조사량 <조선인 여공의 노래>(이원식, 2024)에 출연한 강하나, 조청향, 조사량은 접점이 많다. 글자마다 고심한 티가 역력한 이름을 지닌 세 배우 모두 오사카 출신의 교포 4세이고, 재일조선인의 삶을 주제로 다양한 창작극을 선보이는 극단 달오름에서 동고동락했다. 나이로는 막내인 강하나가 <귀향>(조정래, 2016)을 통해 가장 먼저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조청향과 조사량은 <조선인 여공의 노래>를 계기로 이원식 감독과 또 다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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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끈이 풀리면
<샤인> 장해금 장해금은 박석영 감독의 <재꽃>(2016)으로 데뷔했다. 배우만큼이나 그가 처음 맡은 인물 해별의 등장도 갑작스러웠다. 아빠를 찾겠다며 고요한 마을에 불쑥 도착했던 어린 소녀. 장해금은 <샤인>에서 할머니를 잃고 홀로 남은 예선이 됐다. 8년 전 자신과 꼭 닮은 아이 새별(송지온)을 집에 들여 보살필 정도로 컸고, 속내를 들키지 않는 법을 터득하는 사이 십 대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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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추락
<양치기> 손수현 <양치기>의 손수현은 낯설다. 보육 봉사 현장에서 어린 여자애의 머리를 묶어주는 수현(손수현)은 한없이 다정하고 어른스러운데, 담임 교사를 맡은 반에서 요한(오한결)과 대면했을 때는 어쩐지 자꾸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위태로운 소년은 수현을 하나 남은 끈처럼 붙잡으려 하고, 수현은 소년의 불행을 잠시 외면한 대가로 일상이 뒤흔들리는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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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의 마력
<생츄어리> 왕민철 현실과 이상의 거리는 늘 멀다. 터전을 잃고 다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이 살아갈 시설, ‘생츄어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매일 몰아치는 구조, 진료 활동과 간신히 공존한다. <생츄어리>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열악한 지반 위에서 오늘, 이곳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장소로 만들기 위해 고투한다. 왕민철 감독은 현실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고발하거나 이상이 얼마큼 아름다운지 웅변하는 대신, 이들의 구체적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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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늦더위> 기진우 “근데 진짜 재밌는 게 뭔지 아세요?” 기진우는 대화의 기술을 갖췄다. 이만해도 충분히 재밌는데 더 재밌게 해주겠다고 나서니 자연히 귀가 쫑긋해졌다. 이야깃거리도 풍부했다. 어제 친구랑 술 마신 얘기부터 얼마 전에 다녀온 전주국제영화제 에피소드까지 기진우는 막힘없이 털어놓았다. <늦더위>에서 8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동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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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외로운, 그토록 쓰라린
<정순> 정지혜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차지한 <정순>은 외로움에 관한 영화인지도 모른다. 함께 걷겠노라 약속한 이들과 손을 잡으려면 혼자 일어서야 하기에 정순은 한동안 외로운 시간을 통과한다. 그가 가능하면 덜 아프도록 영화는 정순 곁을 맴돌며 “멈춰서 들여다볼 시간”을 마련한다. 그토록 곧고 정성스러운 마음 씀씀이는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 궁금해 정지혜 감독에게 대화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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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람의 세월> 문종택·김환태 “들리세요? 들리시나요?” 카메라 뒤의 남자가 말한다. 무엇을 묻는 것일까. 화면에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10년 전 처음 카메라를 든 문종택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진실을 듣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 가족들의 모습을 꾸준히 담아왔다. 가장 가까이에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며 투쟁의 한가운데 머물렀다. <바람의 세월>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문지성 학생의 아버지이자 현장의 기록자인 문종택 감독이 간직한 5,000여 편의 영상으로 완성된 아카이브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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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걸고 약속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장민경(with 오지수) 오지수와 장민경은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 합류했다. 이들은 기록 활동가로 일하며 세월호 참사 4주기에 공개된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2018)를 함께 만들었다.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내기인 오지수는 생존 학생 장애진 씨와 만나 <어른이 되어>를 연출했고, 장민경은 <이름에게>(연출 주현숙) 조연출을 맡았다. 6년이 지나서 참사 10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두 감독은 각기 다른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장민경은 국내 사회적 참사를 다룬 데뷔작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을 개봉했고, 오지수는 연분홍치마의 옴니버스 3부작 <세 가지 안부>에서 자신의 세 번째 단편 <드라이브97>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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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보다 햇살
<벗어날 탈 脫> 위지원 위지원은 최근 월악산에 다녀왔다. “산세가 험준하고 기암 단애가 맹호처럼 치솟아” 있는 산. 누군가는 뒷걸음질 칠만한 산의 기세에서 위지원은 새해를 힘차게 시작할 만한 든든한 기운을 엿봤다. 그는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 데 익숙하다. 호기심이 동할 때, 승부욕을 자극하는 도전을 만날 때, 이 배우의 신비로운 눈은 환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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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울어주니
<울산의 별> 김금순 x <딸에 대하여> 오민애 올해 김금순과 오민애의 신작 개봉 시기에 맞춰 인터뷰를 두 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새해 초입에 관객을 찾는 <울산의 별>과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딸에 대하여>는 중년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 외에도 나이 듦, 노동, 돌봄, 가족 등 주제 면에서 다양한 연결고리를 지닌다. 동시대 활약하는 배우들이지만 작품에서는 연이 좀처럼 닿지 않던 두 사람. 알고 보니 평소 집을 왕래할 만큼 친한 사이다. 서로 만나자마자 오민애는 “바쁘지? 뭐 좀 먹고 왔어?”라며 곧장 김금순의 끼니를 챙겼고, 김금순은 슬쩍 발밑을 보더니 “선배랑 나랑 오늘 커플 신발”이라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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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주고 싶은
<세기말의 사랑> 임선우 ‘세기말의 사랑’을 치러낸 두 여자의 여정은 임선우에겐 “진흙탕에서 구르는 심정으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진기한 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수시로 닥쳤지만, 유진이 되는 일은 꽤 근사했다. 몸 안에 뜨거운 피가 넘실대는 유진을 만나며 임선우는 무엇보다 사랑을 곱씹었다. 덕분에 아픈 부위를 헤집어 상처를 덧내는 대신, 뾰족한 마음을 어루만지며 고백할 수 있게 됐다. 난생 처음 사랑을 털어놓는 유진의 얼굴은 무뚝뚝하면서도 애틋하다. 그 속에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은 없는지 궁금해 임선우에게 대화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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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끝에서
<이어지는 땅> 정회린·공민정(with 조희영) “진짜 가족 같다.” 말수 적고 신중한 정회린 배우가 한 이야기니 빈말은 아니다. 런던과 밀라노의 땅을 부지런히 밟으며 함께 영화를 만든 동료들 칭찬을 부탁하자, 그는 조희영 감독과 공민정 배우가 정말 엄마와 친언니 같아 신기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는 아마도 관계의 신비한 힘에 관한 언급일 테다. 리듬과 속도가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으면서도, 각자가 펼칠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수용하는 놀라운 울타리. 세 사람은 그 유연한 틀 안에서 발맞춰 걷고 서로 의지하며 <이어지는 땅>이라는 세계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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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믿기 시작했다
<신세계로부터> 정하담 정하담이 20대를 통과하는 사이, 우리는 총 4번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성인이 되자마자 촬영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들꽃>(박석영, 2015)으로 데뷔한 직후 <검은 사제들>(장재현, 2015)과 <스틸 플라워>(박석영, 2016)를 연달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때로는 배우와 기자로 만났지만 그보다는 동네를 산책하고 노래방과 술집에서 어울리는 친구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하담은 말을 자주 바꿨다. 연기하기 싫다고 했다가 연기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했고, 자신이 밉다며 글썽이더니 자신만큼 자랑스러운 존재도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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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우는 이유
인디스페이스 기획전 '벽을 해킹하기' 최이다 최이다는 “머릿속에 별자리가 빨리 그려지는” 사람이다. 겉보기엔 동떨어진 소재가 그에겐 하나의 주제로 이어진다. 영화에 인공지능을 불러 와 소외와 차별에 관해 말하는가 하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한 자신을 부팅에 실패하는 컴퓨터로 재현한다. 최이다는 낯선 모양의 별자리를 더듬으며 긴 시간을 보낸다. 내 눈에만 보이는 반짝임인지, 아니면 남들도 비출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다. 쉼 없이 가지치기하는 상상력이 반가워 기원을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 답한다. “제가 너무 산만해서 그래요. 일단 관심이 생기면 다 파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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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빅슬립> 김영성 김영성 배우를 만나러 가는 길에 문자를 받았다. 지난해 <역할들>로 인터뷰했던 김범석 배우였다. “영성이 제가 정말 아끼는 동생이에요. 응원합니다. 화이팅!” 알고 보니 둘은 김영성이 대학 졸업 후 몸담은 극단 골목길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 어쨌든 반가운 문자에 답장할 때만 해도 ‘응원’이라는 단어를 곱씹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김영성은 <빅슬립> 속 기영과 딴판이었다. 시종일관 눅눅하고 심드렁했던 사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화사했다. 몰라보겠다고 했더니 “좀 많이 다르죠?”라며 환히 웃었다. 이어진 대화 내내 그는 아끼는 누군가를 응원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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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은 거꾸로 흐른다
<어른 김장하> 김현지·김주완 혼자였으면 어려웠을 거다. <어른 김장하>를 시작하고 끝맺는 데는 꼭 두 사람이 필요했다. 오래도록 기자 생활을 하며 비판적 태도를 지켜 온 김주완 기자와 타고난 호기심으로 주변을 구석구석 사려 깊게 관찰하는 김현지 감독. 베일에 싸인 미지의 남자를 제대로 보기 위해 두 사람은 서로의 등 뒤를 살피며 부지런히 걸었다. 그들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사람은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김장하 선생. 그의 행보는 종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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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書)
<나의 피투성이 연인> 한해인 유지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예기치 않은 임신을 마주한 소설가의 차가운 지옥을 그린다. 한해인이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만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해인은 캐리커처를 경계하며 소설가의 의지와 좌절에 예리하고 섬세하게 접근했다. 그렇게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한없이 보편적인 동시대 여성의 얼굴을 그려낸 뒤, 벌써 몇 걸음 더 뗀 배우를 다급히 불러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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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가려면
<너를 줍다> 김재경 김재경은 시원시원했다. “여름에 번아웃이 세게 왔거든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하더니 이내 가을을 얼마나 분주히 보내는지 들려줬고, 재작년에 촬영했던 영화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풀어냈다. 그는 한고비를 넘은 사람처럼 보였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쯤이야 와하하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눈을 찡긋하며 “제가 생각이 많이 없어요” 농담할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그건 우리가 익히 아는 모습이다. 밝고, 당당하고, 건강한 김재경. 본연의 빛을 그대로 간직한 채 <너를 줍다>의 지수가 된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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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두 스푼, 세 컵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김주령(with 장건재) “네버 엔딩 스토리” 감독과 배우는 끝나지 않을 영화를 생각한다. 그 영화에는 감독의 삶이 한 움큼, 배우의 고민이 두 스푼,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이 세 컵 정도 들어갈 것이다. 잘 자고 개운하게 일어난 날 가뿐한 걸음으로 모여 시나리오를 읽고, 같이 있으면 마음 편한 사람들과 서로 어울리는 역할을 나눠 맡으리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마치고 나면 다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아름다운 상상이다. 하지만 그런 작업이 가능하리라고 섣불리 답하긴 어렵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그처럼 영원히 지속될 영화의 한 귀퉁이에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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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구나
<버텨내고 존재하기> 최고은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속수무책으로 사라지는 시대, 최고은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간다. 혼자는 아니다. 김일두, 김사월, 아마도이자람밴드 등 매력 넘치는 인디 뮤지션 여덟 팀을 초대한 참이다. 음악가들은 극장 복도와 계단에 서서 조곤조곤 속사정을 털어 놓는가 하면, 상영관 객석과 직원 사무실을 점거하고서 쩌렁쩌렁 고함치며 속엣말을 내뱉기도 한다. 손때 묻은 공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정답 없는 질문으로 엮인다. 영화는 버텨내고 존재하는 모두를 애정과 호기심, 그리고 사명감까지 두루 섞인 눈으로 바라보더니 마지막에 최고은의 입을 빌려 이렇게 노래한다. “오늘의 축제가 끝나가도 인생의 무대는 계속되고 남겨진 날은 숨바꼭질처럼 남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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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죄로
<붉은 장미의 추억> 김영민·유다온·이인석 스물한 살에 <안창남 비행사>(1949)로 데뷔한 감독 노필은 1966년 목을 매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이는 서른여덟, 때이른 죽음을 정녕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의 곁엔 아내와 세 아이가 있었고 석 달 전 개봉한 <밤하늘의 부르스>(1966)는 약 십만 관객을 동원한 참이었다. 60년이 지난 후, 한 무리가 노필의 빛바랜 대본을 꺼내어 든다. 필름은 진작 유실됐고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1962)을 기억하는 이도 대부분 사라진 상황. 남아 있는 것이라곤 시나리오뿐인데 이들은 겁도 없이 두 번째 <붉은 장미의 추억>을 찍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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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배꼽의 은총
<믿을 수 있는 사람> 오경화 오경화는 말버릇처럼 “여담인데요”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경화는 여담을 핑계 삼아 샛길을 내고 도랑으로 빠지는가 싶더니, 결국엔 어떻게든 중심을 찾아냈다. 소나무와 친구가 된 사연을 한참 떠들다가 자신을 솔방울에 비유했고, 숲을 이루는 나무의 시선을 빌려 작품과 사회를 바라봤다. 대화 속에서 오경화는 여러 차례 위치를 바꿨다. 그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배우였다가 맛집과 아지트를 소개하는 동네 친구가 됐고, 뒤이어 더 나은 삶을 상상해 보자고 제안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자신은 평면이 아닌 알록달록한 다면체라고 알리듯 오경화는 그 모든 모습을 제 것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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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뚜벅뚜벅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박채영 “그건 나의 몫이다.” 강단 있는 두 여자가 말한다. 당신이 내 삶에 돌이킬 수 없이 큰 영향을 주었지만, 변화한 삶을 붙들고 사는 건 온전히 나의 몫. 대신 너무 멀어지지 말자고, 식탁에 둘러앉아 밥 먹고 대화하자고 그들은 말한다. 박채영은 10대 시절부터 거식과 폭식을 오가는 섭식장애를 겪어왔다. 30대가 된 지금까지도 병은 가장 가까운 동반자. 그는 질병과 함께 사는 법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그런 채영과 엄마 상옥의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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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억겁
<절해고도> 이연(with 김미영) 인연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길은 가로막힌 듯 뻗어 나간다. 일찌감치 불이 꺼진 줄 알았던 마음에 따스한 빛이 깃드는가 하면, 예고 없이 바람이 불어닥쳐 낯선 곳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절해고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의 외딴 섬을 뜻한다. 제목만큼 고독한 인물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그들을 고립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 오히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소멸을 향해 가는 생의 면면을 비춘다. ‘절해고도’의 시간을 버텨낸 이들이 애틋하고 대견해서 감독과 배우에게 나란히 대화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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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보스
<킴스 비디오> 김용만 김용만, 영어로는 Youngman Kim이라고 표기한다. 1979년, 스물셋에 미국으로 이주했고 이내 험악하기로 제일가는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정착한다. 그는 야채 가게, 슈퍼마켓, 세탁소 등 손대는 장사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사업 규모를 키워 가더니, 불과 6년 만에 제 이름을 딴 비디오 왕국을 건설한다. ‘킴스 비디오’는 금세 뉴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허드슨강을 건너 뉴저지까지 진출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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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보러 가자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김아현 얼굴도 이름도 낯선 ‘듣보인간’들이 카메라 앞에 모여 외친다. “우리 대박 날 것 같아! 우리 다 떠야지!” 대체 이들이 꿈꾸는 대박이란 무엇이며 또 어디로 뜨겠다는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말들이 추임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망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가라앉는 기미가 보일 때마다 이들은 반대로 말하며 기합을 불어넣는다. 애초 머나먼 미래를 상상하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권하정과 김아현은 소규모 공연에서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을 만난 후, 무작정 그를 찾아가서 뮤직비디오를 찍자고 제안했다. 그가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1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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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와 뱀파이어
<그녀의 취미생활> 정이서·김혜나 제목만 들으면 온화한 풍경이 떠오른다. 음악을 들으며 티타임을 즐기는 그녀, 햇빛에 말린 로브를 걸쳐 입은 채 정원을 돌보는 그녀. 물론 영화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모든 풍경을 담는다. 다만, 꽃을 주고받던 두 여자가 어느새 총을 장전하고 등을 맞댄다는 점에서 ‘그녀의 취미생활’은 반전을 선사한다. 겁에 질려 눈을 동그랗게 뜨는 정인(정이서)은 생각보다 대범하고, 거침없이 마을을 누비는 이방인 혜정(김혜나)의 동공은 이따금 흔들린다. 둘은 삶을 되찾으려 힘을 합친다. 취향을 탐구하고 여가를 확보하는 가장 보통의 삶을 소원하며, 제거해야 할 대상을 뿌리 뽑고 안전을 위협하는 자에게 벌을 내린다. 기이한 결속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두 배우는 많이 울었다. 정이서가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도 단정함을 잃지 않았다면, 김혜나는 평정을 되새기다가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덕분에 영화는 뜨거움과 차가움을 골고루 오가며 우아한 복수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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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이젠 우리
<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송강원·강사라 드레스 코드는 핑크, <퀴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를 채운 키 컬러다.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강사라 피디가 넉살 좋게 속셈을 밝힌다. “저희도 <바비> 인기를 한번 따라가 보려고요” 주인공 송강원은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거든다. “어떻게든 비비려고!” 여름을 맞이한 극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연이어 개봉 소식을 알리는 대작들을 지켜보면서 서아현 감독은 슬며시 불안해진다. 세상에 내놓고 보니 우리 영화는 망망대해 속 조각배 같은 모습이어서다. 하지만 셋은 지금껏 그래 왔듯 서로 붙잡으며 무게 중심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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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블루스
<다섯 번째 흉추> 박세영 “덕질하세요?” 박세영은 의외로 얌전한 취미 생활을 털어놓는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지만 필름은 비싸서 안 쓴다. 바이크를 타긴 했지만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 면허를 ‘자진’ 취소했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곁에 둔 것은 책. 모범생 같은 답변이 이어지는 바람에 살짝 김이 샌다. 제목부터 기이한 <다섯 번째 흉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영화다. 연인의 매트리스에서 곰팡이가 피어나고, 곰팡이에서 태어난 생명체가 무럭무럭 자라나더니 끝내 인간의 형상을 갖추기에 이른다. 말로 하면 우스꽝스러운데 박세영은 대뜸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놓는가 하면,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마저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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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아니라 존재
<작은정원> 이마리오 개인을 통제하는 제도를 문제 삼고 국가권력의 실체를 파헤치던 이마리오의 카메라에선 늘 서늘한 기운이 배어 나왔다. 물론 이토록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돌이라도 던지겠다는 포부와 패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대상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나’에게 되돌아오는 질문을 곱씹는 태도 또한 그의 영화가 지닌 주요한 특징. 그런 이마리오 감독이 ‘평균 나이 75세, 영화 좀 찍는 언니들’의 다큐멘터리 제작기를 만들었다니, 궁금한 게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작은정원>은 따뜻하다. 오후의 햇볕처럼 포근하다. 강릉 명주동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노년 여성들은 2019년 지역의 영화인들과 함께 난생처음 영화 만들기라는 공동 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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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진짜로
<비밀의 언덕> 장선 경희에겐 집이 두 채다. 하나는 현실 속 집이고 다른 하나는 꿈속 집이다. 전자엔 크고 작은 세간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단한 물건은 없지만 꼭 필요한 것부터 없어도 그만인 것까지 살뜰히 정돈한 손길이 눈에 띈다. 반면, 후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기약한다. 경희는 잡지에서 손수 오려낸 인테리어 이미지를 공책에 스크랩하며 일일이 이유를 달아둔다. 거실 벽에 서예 작품을 걸고 창밖으로 정원을 내다보는 집. <비밀의 언덕>은 경희의 집과 같은 영화다. 어른과 아이를 두루 살피는 솜씨가 야무지고, 현실의 고단함을 여과 없이 기록하면서도 끝내 희망에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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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연서
<수라> 황윤 <수라>는 사랑의 영화다. 먼저 사랑에 빠진 이가 그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세상에 띄운 연서다.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황윤 감독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자니, 사랑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선다. 물론 영화는 30년 넘게 계속된 새만금 간척 사업의 폐해를 말한다.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건 고발과 투쟁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수라>는 그저 사랑에 빠졌을 뿐인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20년간 갯벌을 떠나지 않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활동과 단장 오동필 씨의 이야기는 평범한 시민의 위대한 면모와 아름다움을 목도해 버린 자의 운명을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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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혹은 피아노
<드림팰리스> 김선영·이윤지 <드림팰리스> 시사회에서 김선영은 “이렇게 40대 아줌마들 둘이 나와서 자식이나 건강 말고 본인들 얘기하는 영화가 거의 없잖아요”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윤지는 두 가지 기쁨을 말했다. “선영 언니”와 연기한 시간이 즐거웠고, 스크린을 선명히 채운 자기 맨얼굴을 보며 통쾌했다고. 그러다 작품 속 인물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여전히 혜정과 수인으로 살아가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드림팰리스>는 그간 알게 모르게 묵혀 온 갈증을 해소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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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아지랑이
<물안에서> 김승윤 “녹음 시작한 거예요?” 김승윤은 액션 신호를 받은 배우처럼 움직였다. 상체를 30도쯤 기울여 테이블에 몸을 바짝 붙이더니,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인터뷰 내내 의자에 등 한 번 붙이지 않았다. “부끄러워도 할 건 다 하는” 성격답게 대화를 이끌던 그는 이따금 비밀이라고 귀띔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부지런히 찾아냈다. 입가에 넘치는 생기가 두 뺨으로 퍼져나갈 무렵, 김승윤은 대뜸 불안을 고백했다. 시간 옆에 아깝다는 형용사를 서너 번 붙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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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 아래 광맥
<라이스보이 슬립스> 앤서니 심·최승윤 가계도 그리는 숙제를 받아 든 소년은 난감하기만 하다. 빈칸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서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는 어쩐 일인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소년은 궁금하다. 나는 과연 어디서 왔을까?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캐나다에 이주해 1990년대를 보낸 소영(최승윤)과 동현(이든 황) 모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정체성에 관한 심오한 고뇌에 빠져들기보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체적 얼굴에 더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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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경과 몸서리
<사랑의 고고학> 옥자연(with 이완민) 초록이 무성한 여름, 고고학자 영실(옥자연) 앞에 홀연히 나타난 음악가 인식(기윤)은 발굴 현장에 쳐놓은 안전띠를 걷어내며 말 그대로 선을 훌쩍 넘어버린다. 소나기처럼 예고 없이 시작된 사랑은 운명의 동의어나 다름없지만 하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노래는 성희롱과 가짜 뉴스의 고전이라고 부를 만한 ‘서동요’다. 영실은 선화 공주가 불쌍하다고 하는데 인식은 그 뜻을 좀처럼 헤아리지 못한다. 그렇게 둘은 기형과 보편을 넘나들며 10년의 세월을 칭칭 휘감은 인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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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구족(福德具足)
<오늘 출가합니다> 양흥주 양흥주는 독특한 아저씨다. 세상 짐을 다 짊어진 표정으로 꿍해 있다가 소주 몇 잔에 금세 풀어져 킥킥댄다. 아내 마음이 진작 떠났다는 걸 알면서도 그 이유를 몰라 아내 주위를 뱅뱅 맴돈다. 가출했다가 돌아온 딸에게 사정을 묻거나 다그치기는커녕 난데없이 노란 장미 꽃다발을 들이민다. “사랑한다, 강이야” 분명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얼굴이다. 애인 뺨에 크림을 살뜰히 펴 발라주는 다정함은 있지만 애인이 죽어도 하기 싫은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재주는 없어서 허둥대다가 차인다.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데 이상하게 꼴사납지 않다. 밉기보다는 차라리 조금 안쓰럽고 애틋해서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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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연한 모험
<흐르다> 이설 다른 이야기라는 이름 뜻대로 이설은 남다르다. 미숙과 성숙을 고루 끌어안은 얼굴은 작품마다 신비한 궤적을 그린다. 그는 비밀을 간직한 천재 사이코패스였고 낯선 이와 선뜻 길을 떠나는 여행자였다. 악마와 영혼을 거래하는가 하면 카지노를 찾는 뜨내기를 상대로 ‘콤프깡’을 하며 먹고살기도 했다. <흐르다>(김현정, 2022)에서 이설은 서른 살 취업준비생 진영을 연기한다. 진영은 결승 지점도 모르는 채 제자리를 맴돌며 진자 운동을 반복하는가 싶더니, 불쑥 자신을 붙잡는 중력을 모조리 거부하겠다고 나선다. 이렇다 할 표정 변화 없이 침묵을 지키던 진영의 입가에 기쁨과 절망이 번지는 드문 순간, 이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감없이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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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과 투영
<컨버세이션> 조은지·박종환 이토록 수다스러운 영화는 오랜만이다. <컨버세이션>(김덕중, 2023)은 두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떠들며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는 인물들을 지켜본다. 말은 관계를 둘러싼 해묵은 감정을 들추다가 이따금 변화를 암시하며 독특한 리듬을 구사한다. 종잡을 수 없는 대화의 중심에 은영과 승진이 있다. 은영이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여기는 여자라면, 승진은 말해봤자 똑같다고 믿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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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맴돌고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형슬우 어쩌다 감독이 됐는지 묻자, 형슬우는 엉뚱한 얘기를 뻔뻔하게 풀어낸다. 요약하면 이렇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일본어를 배우려고 했는데, 일본어과에 떨어지는 바람에 별수 없이 영화과에 진학했다. “담백한” 2000년대 일본 영화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낸 직후였다. 자신감 넘치는 동기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며 외딴 기분을 느끼다가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첫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 당연히 물먹을 거라 예상했는데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금의환향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엔 반전이 연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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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의 기도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박재범·이윤지·김예빈·손형주·김보성 “살아있는 유기체.” 박재범 감독은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제작 과정을 팔딱이는 생명에 비유한다. 4년 전, 툰드라의 삶과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는 소녀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감독의 눈앞엔 시베리아의 험준한 산맥에 버금가는 난관이 펼쳐져 있었다. 함께 해줄 동료를 모으는 일도,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주변의 냉소를 버티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마치 기적처럼 꼭 맞는 퍼즐 조각들이 나타났다. “갑자기 드라마처럼 풀리게 되는” 일이 거듭되자 이 영화는 완성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믿음마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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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맞추기
<희망의 요소> 이승훈·박서은 <희망의 요소>(연출 이원영)는 손과 발을 비추며 시작한다. 주인공은 8년을 함께 산 부부. 그러나 이들의 손과 발, 몸이 만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은 대사나 상황 묘사가 아니라 클로즈업된 신체 이미지로 먼저 제시된다. 영화는 그다음에야 몇 가지 사정을 알려준다. 아내(박서은)는 다른 남자를 만나는 중이고, 남편(이승훈)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말없이 소설을 쓰고 있다. 아내는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맘에 들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의 눈도 제대로 못 본다. 이들은 곧 이혼하게 될 거다. 절망뿐이다. 그런데 희한하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저들의 손과 발이 언젠가 포개질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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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동, 따뜻한 눈빛
<희수> <이어지는 땅> 공민정 희고 깨끗한 얼굴, 길고 가느다란 몸. 공민정은 꾸밈없는 그릇 같다. 형형색색의 꽃보다는 그 꽃의 빛깔과 향기를 머금은 화병에 가깝다. 3년 전 겨울에 찍은 <희수>(감정원, 2022)에서 공민정은 감정이 찰랑이는 투명한 얼굴로 대구와 동해를 오간다. 도시와 도시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 사이를 가림막 없이 들고 난다. 공민정은 지난 여름엔 동료들과 유럽으로 떠나 여행하듯 <이어지는 땅>(조희영, 2022)을 촬영하고 돌아왔다. 영화 속 이원은 런던에서 밀라노로 자리를 옮겨 가며 제 안에 기억과 꿈을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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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편지, 교환 일기
<만인의 연인> 한인미·황보운 “널 이렇게나 사랑하는구나. 새 생명을 목격한 것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너의 걸음까지. 신비한 기적을 보는 듯 아꼈어.” 말미에 흐르는 곡처럼 <만인의 연인>은 사랑의 바다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유진(황보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다만 그 마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영화를 만든 한인미 감독과 주인공을 연기한 황보운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다 종종 멈췄다.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여기서부터 다시 생각해볼까?” 한인미와 황보운은 과거로 가는 문을 가만히 두드렸다. 명쾌한 단어들의 집을 벗어나 혼란한 소용돌이 속에서 비로소 얼굴을 보여줬던 바로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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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게 없다고?
<그 겨울, 나는> 권소현 서른도 안 됐는데 카메라 앞에서 보낸 시간이 인생 절반을 넘는다. <대장금> <파리의 연인> 등에서 활약한 아역 배우 권소현은 초등학생 걸그룹 ‘오렌지’와 2010년대를 주름잡은 아이돌 ‘포미닛’을 거쳐서 끝내 배우로 돌아왔다. 손쉽게 되찾은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은 악전고투하며 일궈낸 성과다. 화려한 간판이나 다름없던 울타리가 사라지자 기회는 줄어들었다.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아닌 의심의 눈초리를 감당해야 했으나 권소현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생하자” 다짐하며 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겨울, 나는>(오성호, 2022)에서는 취업과 연애로 고민하는 스물아홉 혜진을 연기한다. 혜진은 밝고 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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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수리 마하수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양말복 전부 그만둘 작정이었다. 머리 깎고 중이 되겠다고 하자 스님은 차분히 설득했다. “다시 생각해봐라.” 절에서 석 달쯤 보냈을 무렵, 양말복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시나리오를 읽었다. 마음에 달라붙은 찌꺼기에 몸서리치며 괴로워하는 두 여자, 절단된 관계를 봉합하는 대신 맹렬히 상처를 씹어대는 모녀. 양말복은 대본 속 수경과 이정을 보며 자연스레 '엄마와 나'를 떠올렸다. 갈팡질팡하는 기색을 들킨 것도 그때였다. 스님은 전보다 단호한 말투로 타일렀다. “내려가서 연기해라. 그것이 네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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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한 땀 한 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원향라·박송열 카메라와 두 사람.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를 시작할 때 오직 그것만 있었다. 박송열과 원향라는 각본, 연기, 연출, 촬영, 제작, 편집, 조명, 녹음, 미술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전 과정을 오롯이 담당한 공동 제작자다. 둘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찍었고, 외부 촬영은 민원 신고의 위험을 감수한 채 이뤄졌다. 그들은 그렇게 힘들게 찍은 장면을 발톱 자르듯 잘라내며 영화를 만들었다. 마냥 어렵게 들리지만, 이들에겐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매력적이고 즐거운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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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엔 불안, 입가엔 능청
<옆집사람><첫번째 아이> 오동민 어제 봤을 땐 덜 자란 소년, 한데 오늘 보니 다 큰 어른이다. 보헤미안처럼 유유자적하며 떠도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넥타이를 반듯이 고쳐 매고 출근길에 오른다. 오동민에게는 적어도 두 개의 얼굴이 있다. 달콤한 꿈만 먹고 사는 얼굴과 인생의 쓴맛 짠맛 다 본 얼굴. 오동민은 희망에 부풀었을 때도 미간을 찌푸리며 슬며시 불안을 내비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심지어 나쁜 일을 저지를 때조차 어수룩하다. 11월에 나란히 개봉하는 <옆집사람>(염지호, 2022)과 <첫번째 아이>(허정재, 2022)에 그는 또 다른 얼굴을 새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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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본능
<달이 지는 밤><유산><Birth> 한해인 몇 해 전 서핑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품에서 보여주려고 연습하다가 취미가 되어버렸다는 말에 참 한해인답다고 생각했지만, 내심 서핑보다는 스킨스쿠버가 어울리지 않나 했다. 파도를 헤치며 햇빛이 잘게 부서지는 수면 위를 유영하기보다는, 숨을 참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한해인과 더 가까워 보였다. 해변에서 발견한 소라고둥에 귀를 갖다 대듯, 곁에 앉아 그에게 긴 대화를 청했다. 바다처럼 깊고, 뜻밖에도 바다만큼 넓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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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모양
<둠둠> 김용지 “재미있다는 얘기를 벌써 네 번이나 했네요.” 배우로 사는 마음에 관해 묻자 김용지는 금세 들뜬 표정이 됐다. 실은 재미있다고 일곱 번쯤 말한 뒤였다. 그가 말하는 ‘재미’는 할 이야기가 없어 나오는 범용한 표현이 아니다. 다양한 것들에 쉽게 흥미를 느끼지만, 거기서 재미를 발견하려면 여러 가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온전히 제 것이 됐을 때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김용지의 재미는 분투의 산물이다. 다른 인물의 삶을 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일은 그를 끊임없이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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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말라
<파로호> 이중옥·김대건 <파로호>는 삐걱대는 모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리 스릴러다. 이토록 이상하고 매혹적인 세계를 완성한 두 주역은 이중옥과 김대건. <극한직업>(이병헌, 2019) 이후 다양한 악인을 연기해온 이중옥은 돌연 선하고 외로운 눈을 빛내며 모텔의 열쇠를 쥐었고, <호흡>(권만기, 2019)에서 제 몸과 마음을 그토록 불태웠던 김대건은 섬뜩한 미소로 모텔에 기이한 냉기를 불어넣었다. 곧 쓰러질 것 같다가도 이내 견고하게 닫혀버리는 모텔은 흡사 옛날이야기 속의 성을 닮았다. 두 배우는 각자의 성을 어떻게 짓고 또 부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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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 피어난 꽃
<녹턴> 정관조 외국의 어느 연주회장, 은성호라고 소개받은 한 클라리넷 연주자가 무대에 선다. 악보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는지 연주가 잠시 지연되는 사이, 누군가 급히 뛰어 들어와 연주자 앞에 악보를 놓아준다. 곧 시작할 거라며 객석에 양해를 구하던 사회자의 한마디, “아, 이미 시작됐군요.” <녹턴>은 자각하지도 못한 사이 출발해버린 운명의 협주곡에 관한 영화다. 여기엔 엄마와 두 아들의 이야기가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인 은성호는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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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언제든지
<모퉁이> 신선·박봉준·하성국·이택근 <모퉁이>는 처음부터 “오랫동안 영화를 같이 해온 친구들과 작업하는 걸 목표로” 삼은 작품이다. 대부분은 한데 어울려 즐겁게 놀았고, 술과 함께 무르익는 이야기 속에서 각자 질문을 길어냈던 동료들은 지난해 여름, 영화를 한 편 만들었다. 영화과 졸업생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현실이 세세히 묘사되는 게 아니라 곳곳에서 비밀이 솟아나는 영화다. 영화 안팎의 시간을 두루 듣고 싶어 세 배우와 감독을 만나고 나니, 네 사람이 힘껏 껴안고 또 떠나보낸 모든 날 또한 영화의 일부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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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가 뜰 때까지
<초록밤> 추경엽·신우정 가장 좋은 시절이 언제였는지 모르게, 문득 누추해지는 삶이 있다. 어제와 같은 얼굴로 오늘도 밥을 먹고 잠이 들지만, 굳이 말하지 않을 뿐 깨달은 지 이미 오래다. 기회는 영영 지나가 버렸고, 영광은 문 앞에도 찾아온 적이 없다. 언젠가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기를, 더 커다란 세계에서 살기를 꿈꿨던 아버지(이태훈)는 결국 같은 자리에서 수십 년을 보냈다. 제집조차 지킬 여력이 없는 그는 새벽마다 경비복을 입고 남들이 사는 집을 지키러 나간다. 어머니(김민경)는 조금씩 주저앉는 삶을 애써 붙잡는다. 단숨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집안을 쓸고 닦고, 누구 하나라도 허기에 휩쓸릴까 싶어 쉼 없이 식구들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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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물고 버틴 시간
<모어> 모지민·이일하 “엄마도 이해 못하고 친구들도 가까운 애완동물도 이해 못하는 아마 그게 너의 리듬” <모어>는 삽입곡인 이랑의 ‘너의 리듬’이 말하는 것처럼 남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리듬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인물이 가진 운율과 박자가 독특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큰 감정의 낙차를 오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너무 좋은데 한없이 아쉽고, 정말 행복했는데 진짜로 슬펐던 시간. 어쩌면 리듬보다는 끊임없는 진동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 크고 작은 떨림을 모두 품어낸 뒤에야, <모어>는 완성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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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야 그림, 달라야 세상
<니얼굴> 서동일·장차현실(with 정은혜) 부부가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가족식’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해준다. 2008년 만화가 장차현실과 영화감독 서동일은 부부가 됐다. 딸 은혜와 아들 은백까지 네 사람이 가족으로 살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이기에, 결혼식 대신 가족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집에서 지지고볶으며 살다 보니, 어느새 십수 년이 흘렀다. 가슴 무너지는 순간이 들이닥치길 반복했지만, 넷이 잡은 손을 놓치지는 않았다. 가족의 중심에는 딸 은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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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어서 좋은
<경아의 딸> 김정영 김정영의 연기에는 특유의 말랑함이 있다. 마냥 보드랍거나 뻣뻣하지 않으면서, 그 둘 사이를 능청스럽게 오간다.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쩜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지?”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표현은 이제 너무나 흔해서, 배우에게 붙일 수사로 적절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러 영화에 크고 작은 역할로 등장해 여유로운 호흡과 리듬으로 화면을 물들이는 김정영을 보고 있으면, 다시금 그 말을 곱씹게 된다. 우리가 특정한 배우의 연기를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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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동굴, 요술 램프
<윤시내가 사라졌다> 김진화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에 온 듯하다. 가수 윤시내는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직전 자취를 감추고,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하는 순이(오민애)는 “시내 쌤” 드릴 인삼주를 챙겨 길을 나선다. 자동차 핸들은 순이의 딸 장하다(이주영)가 잡는다. 엄마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유튜버로서 놓칠 수 없는 기회여서다. 사라진 전설과 그를 찾아 헤매는 짝퉁, 이건 조회수를 보장하는 콘텐츠니까! 여기에 또 다른 이미테이션 가수 준옥(노재원)까지 합류하면서 영화는 내처 우당탕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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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의 비명
<봉명주공> 김기성 <봉명주공>은 한때 하나의 마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끈끈한 공동체를 이뤄 살았던 어느 주공아파트의 마지막 1년을 담는다. 5층, 2층, 단층 짜리 주택들이 모여 있는 단지 곳곳에서 여전히 싱그러운 나무가 쑥쑥 자라고, 집 앞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하나에도 수십 년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 1980년대에 지어져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일만 남은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이 주공아파트에 운명처럼 발을 들여놓은 이는 청주에서 나고 자란 김기성 감독이다. 그는 “주공아파트에 대해 흔히 아는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을 조심스레 탐사하며 카메라를 들었고, 아파트 철거와 함께 쓰러져버린 나무를 다시 세우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의 구조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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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진 날에 빛나던 별
<아치의 노래, 정태춘> 정태춘·고영재 정태춘이 <시인의 앨범>(1978)으로 데뷔했을 때, 고영재는 아홉 살이었다. “형은 나한테 문화였죠. 특별히 의식했다기보다는 공기처럼 받아들였어요. 지금처럼 즐길 거리가 다양한 시대가 아니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대중가요를 듣고 자란 세대거든요.”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후, 가수와 팬은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다. 공연장이 아니라, 뒤풀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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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척, 없는 척
<평평남녀> 이태경 ·이한주 어쩌다 보니 연애 한 번 못하고 30대를 맞이한 여자. 죽어라 일했지만, 회사에서는 “만년대리”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울퉁불퉁한 세상살이를 통과하던 어느 날, 하늘에서 남자가 뚝 내려온다. 영진(이태경)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로 온 과장 준설(이한주)은 “네, 저는 낙하산 맞고요”라며 꽤나 뻔뻔한 자기소개를 늘어놓는다. 평등도 평화도 불가능한 둘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고, 애정과 미움은 연신 엎치락뒤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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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복지식당> 정재익·서태수 <복지식당>의 공동연출자인 정재익과 서태수는 그들의 작품을 ‘공동체 영화’라고 부른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함께 만든 영화라는 뜻이다. 이들은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현장에서 배우가 됐고 스태프가 됐다. 경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영화의 취지에 공감하며 모였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모두 각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펼칠 기회를 얻었다. 누구도 자격을 따져 묻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우리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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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가 부릅니다
<태어나길 잘했어> 강진아·박혜진 식탁에 앉아 물안경을 쓰는 춘희(강진아)의 얼굴이 자못 비장하다. 양손에 니트릴 장갑까지 야무지게 끼고 나면, 작업 준비 완료. 두 눈을 부릅뜨고 쉼 없이 손을 움직이며, 춘희는 마늘을 깐다. 군더더기 없는 몸짓으로 커다란 자루 하나를 비운 다음에는, 사촌 오빠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어깨에 짊어졌던 마늘을 내려놓자, 삼만 원이 돌아온다. 춘희는 그제야 살며시 웃어 보인다. 마늘을 까서 번 돈은 통장에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춘희는 조만간 다한증을 수술할 계획이다. 손과 발에서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땀은 춘희를 오래도록 괴롭혀온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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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그래봐라
<재춘언니> 임재춘 좀처럼 속을 알기 어려운 무표정의 남자가 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의 수줍음이 보인다. 일부러 눈을 내리깔고 입에 힘을 주고 있다. 부끄러운 걸 들키기 싫어서다. 그는 평생 기타 만드는 노동자로 살았으며, 해고된 뒤 무려 4464일 간 거리에서 복직 투쟁을 한 임재춘이다. 긴 싸움의 시작은 2007년, 기타 회사 콜트·콜텍의 위장폐업과 정리해고였다. 노동자들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수출되는 기타를 따라 원정 투쟁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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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드라마티쿠스
<역할들> 윤종구·연송하·김원정·김범석 <역할들>에는 잘 모르는 배우가 나온다. 그들은 가끔 무대에 오르고, 매일 일상을 꾸려나간다. 새벽에 김밥을 팔러 나가는 고단한 얼굴,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을 향한 죄책감, 곧 태어날 아이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는 않겠다는 절박한 결심, 무리한 요구와 비아냥을 감내해야 하는 불편한 순간. 잘 모르기에 짐작하지 못했던 그들의 하루가 영화 속에 켜켜이 쌓이고, 네 사람은 빛나는 조명과 환호성이 없는 곳에서도 배우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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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세상
<뜨거운 피> 천명관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보내주는 대로 가야죠.” 데뷔작 <뜨거운 피>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천명관은 비장한 표현을 골랐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그저 편안해 보였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난 시간에 굳이 아쉬움을 투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점차 꿈이 아니라 추억에 가까운 이름이 되었을 무렵, 그러니까 더는 펄펄 끓지 않게 되었을 무렵, 천명관은 영화감독이 됐다. 그는 그저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그리고 재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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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오뚝이
<2차 송환> 김동원 22년 전, 63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북으로 돌아갔다. 김동원은 그들을 배웅하는 인파 속에 카메라를 들고 울먹이며 서 있었다. 그는 그로부터 8년 전, 한 신부의 부탁으로 남파공작원 출신의 두 비전향 장기수를 만나러 갔고, 우연히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송환>(2003)의 시작이다. <2차 송환>은 오랫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송환>의 속편이다. <송환>이 ‘송환’으로 매듭지어진 것과 달리, ‘2차 송환’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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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고 싶어서
<고양이들의 아파트> 정재은 정재은이 고양이와 함께 돌아왔다.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2001)로부터 꼬박 20년 만이다. 인천 서쪽 끝에서 스무 살을 맞이한 다섯 여성을 뒤따르던 카메라는 서울 동쪽 끄트머리로 옮겨 갔다. 화면에는 변두리를 배회하는 청춘의 열기와 낙담이 뒤엉키는 대신, 철거를 앞둔 거대한 아파트가 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이 결정되고 나서, 아파트에는 근심 어린 질문이 퍼져 나간다. 건물은 무너져 내리고 사람은 떠나는데, 그럼 고양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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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소피의 세계> 김새벽·곽민규 그 모든 풍경을 한껏 껴안아 보는 <소피의 세계>는 주인공들만큼이나 쓰다듬어주고 싶은 영화다. 두 해 전 가을 촬영을 마치고 각자의 오르막을 부지런히 오르고 있는 곽민규와 김새벽을 잠시 불러 세운 뒤 대화를 청했다. 소년 시절을 훌쩍 넘겼지만 예전보다 더 순수하게 빛나는 곽민규의 눈, 자기 체구보다 커다랗고 과녁에 꽂힌 화살처럼 분명한 김새벽의 목소리가 궁금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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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버리면
<축복의 집> 안소요 '축복의 집’에는 좀처럼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햇빛이 사납게 내리꽂히는 한여름, 해수는 어두컴컴한 집을 나와서 분주하게 걷는다. 엄마는 떠났고, 이제 해수는 그 죽음을 처리해야 한다. 엄마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은 고단하고 조용한 노동처럼 그려진다. 어마어마한 빈곤과 책임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채, 해수는 주어진 과제를 묵묵히 수행한다. 감정을 내보이는 순간은 거의 없지만, 눈앞에 닥친 비극에 휩쓸리거나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안소요는 해수를 자기만의 기준과 원칙을 갖춘 인물로 만들었다. 설령 불행에 다다른다고 해도, 해수는 제 몫의 선택을 내리기를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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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습
<온 세상이 하얗다> 강길우·박가영 속삭이듯 두런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길우와 박가영은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다. 부랴부랴 인사를 건넸더니 반갑게 응하고선 다시 둘만의 대화를 이어 갔다. 오랜만에 만나서 할 말이 많은가 보다, 했는데 이미 근황은 서로 파악할 만큼 파악한 상태였다. 어쩌면 평소에도 두 배우에게 근황 같은 건 그리 중요한 주제가 아닌 듯했다. 강길우와 박가영은 어제 만난 사이처럼 오늘을 이야기했고, 각자 기억하는 지난 시간을 함께 엮어 들려줬다. <온 세상이 하얗다>에서도 둘은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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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엔 무슨 꿈을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김동령·박경태 누구보다 죽음을 많이 본 여자가 있었다.”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낯선 이에게 짜장면 세 그릇을 얻어먹고 수락산 아래 ‘뺏벌’로 들어왔다. 월경을 막 시작했을 무렵이다. 기지촌에서 ‘손님’을 받으려면 보건증이 필요하고, 보건증은 주민등록증을 가진 사람에게만 발급됐다. 수양엄마라고 칭하는 포주가 얼마 전 동네에서 죽은 여자 이름을 사 왔다. 박인순, 그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죽음과 함께했던 셈이다. 남들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했지만, 박인순은 “내가 강해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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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불빛, 새하얀 얼굴
<미싱타는 여자들> 김정영·이혁래 1977년 9월 9일, “제2의 전태일은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며 농성에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다. 미싱공이자 청계피복노동조합원이었고, 여성 청소년이었던 이들의 의지는 강력했다. 그들은 법정 모독으로 억울하게 투옥된 이소선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무엇보다 배움의 터전이 돼준 노동 교실을 되찾고자 했다. 다만, ‘구구 투쟁’의 결말은 그리 환하지 않다. 경찰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농성 참가자는 차례로 구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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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우울할 때면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박소현·송영윤 서울역에서 베를린 행 기차표를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의 출발지엔 이처럼 간단하고도 과감한 질문이 있었다. 100년 전엔 기찻길이 전부 연결돼있었고, 열차는 더 큰 세계로 나가려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는데…, 그럼 우리도? 2018년, 퍼포먼스 그룹 레츠피스(LET’S PEACE!)의 청년들은 ‘서울역을 국제역으로’ 라는 슬로건과 함께 하나로 연결된 기찻길을 상상하며 직접 길을 떠나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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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똑바로
<드라이브 마이 카> 박유림 발레를 배운지 두 달쯤 됐다. 처음에는 조금이나마 유연해지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거울에 제 몸을 비춰보는 시간에 의미를 둔다. 고요하고 우아한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평소 자주 긴장하는 탓에 말려 들어간 어깨와 굽은 등이 눈에 들어온다. 중심 없이 늘어지는 게 싫어서 박유림은 몸을 곧게 세워본다. “바른 자세로 서면, 내면도 정리가 좀 되는 것 같아요. 아직은 부들부들 떨면서 버티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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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드림
<라임크라임> 이민우·장유상 가정형편, 성적, 주변 친구들, 부모와의 관계, 모든 것이 다른 두 소년이 있다. 둘의 공통점이라곤 힙합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인데, 그게 제법 강력하다. 결코 어울릴 일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팀을 결성해 음악을 만들고, 같이 무대에 오르며,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만큼. <라임크라임>은 유재욱, 이승환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로, 소년 시절의 거친 에너지와 힙합의 역동적 리듬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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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뛸까요?
<너에게 가는 길> 비비안·나비·변규리 <너에게 가는 길> 개봉을 앞두고 변규리 감독과 영화 속 주인공 비비안과 나비를 한 자리에 초대했다. 비비안이 먼저 명함을 건넸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 강선화(비비안)”, 무지개 삼각지붕을 올린 귀여운 집 로고와 함께 점자가 프린트된 명함이었다. 나비는 마침 운영위원 명함이 똑 떨어졌다며, 다른 명함을 내밀었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 위원장 정은애”라는 글자 옆에, 주황색 제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보였다. 몇 해 전, 두 사람은 아이로부터 귀한 고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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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최희서 어느덧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인데, 최희서는 왼손에 아이스 커피를 쥐고 들어왔다. 걱정스럽게 바라보자 “차가운 걸 마셔야 잠이 잘 깨거든요” 하며 웃는다. 기운을 끌어 올리고 눈을 빛내며, 늘 깨어 있는 사람. <당신을 믿지 않겠지만>을 연출한 이시이 유야는 최희서를 도전자라고 정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낯선 과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최희서는 언제나 전진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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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르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신동민·신정웅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어머니와 미용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배우는 곁에서 그 말을 듣고 슬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이야기로 시작된 조용한 둘의 대화에 어느새 감독의 동생 이야기도 자연스레 섞인다. 영화 찍기 전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두 사람. 영화를 통해 점차 가족이 되어 온 이들을 만나 영화와 가족,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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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의 드라마
<그대 너머에> 오민애 <그대 너머에>(박홍민, 2021) 개봉을 앞둔 오민애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신데렐라가 떠올랐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소녀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비쳤을까? 마침내 자신을 드러낼 기회가 왔을 때, 소녀는 어쩜 그리 위풍당당하게 궁전으로 들어가 춤을 췄을까? 마치 처음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어깨를 펴고 망설임 없이 미소 짓는 소녀와 오민애는 닮았다. 젊은 시절에 오민애는 자주 자문했다. “난 사회 부적응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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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걷히면
<최선의 삶> 방민아 방민아는 종종 말을 아꼈다. 선택의 이유를 묻거나 에두른 칭찬을 건네면, 실타래를 줄줄 푸는 대신 한 박자 쉬며 단어를 골랐다. 그룹 ‘걸스데이’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무대에 오르고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던 때의 습관인가 싶어 가만 바라봤더니, 외려 산전수전 다 겪으며 달관한 자의 평온한 얼굴을 보여줬다. 특별한 경험을 보통의 삶으로 끌어안고, 하루하루 묵묵히 걸어가는 태도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내보일 수 있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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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과 에너지
<캐논볼> 김해나·김현목 악연이다. 군대에 간 형이 죽었는데, 알고 보니 가해자의 누나가 담임 선생님이다. 현우는 연정에게 다가가서 묻는다. “선생님 동생 감옥에 있죠?” 연정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현우는 웃지도 울지도 않은 채 기묘한 요구를 한다. “선생님이랑 바다에 가고 싶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1박 2일을 함께한다. 가시 돋친 말로 상처를 주며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는 위태로운 여정. 3년 전에 촬영한 <캐논볼>은 배우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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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보다 더 지하
<언더그라운드> 김정근 <언더그라운드>는 지하철을 운행하고 역사(驛舍)를 관리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투시도다. 영화는 정비공, 기관사, 청소노동자 등 부산도시철도 노동자들의 24시간을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바라본다. 그렇게 공공 교통 기관이 작동하는 원리를 수많은 이들의 노동을 통해 이해하면서, 비정규직과 자동화 등 현재 노동 현장의 각종 의제를 함께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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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의 맛
<생각의 여름> 김예은 여름 좋아하냐고 묻자, 김예은은 망설임 없이 답한다. “너무 좋아해요. 맛있는 과일이 많고,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계절이라서요.” 잘 익은 열매와 드넓은 해수욕장이 눈앞에 놓이기라도 한 것처럼, 시원한 웃음까지 덤으로 돌아온다. <생각의 여름>에는 과일과 바다 대신, 시와 농담이 가득하다. 김예은은 방바닥과 한 몸인 듯 종일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스물아홉 살 시인 지망생 현실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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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와 랍스터
<갈매기> 김미조·정애화 여자는 제 몸집만 한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걷는다. 생선 장사로 한평생 가족을 건사해온 이답게, 오복(정애화)은 오늘도 살림살이를 짊어지고 홀로 거리를 누빈다. 고독하다. 그러나 당차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정애화도 비슷했다. 납작한 가방에서 화장품과 장신구를 주렁주렁 꺼내는 노련한 모습에, 왜 김미조 감독이 “선배님은 정말 프로페셔널하셨어요.”라며 눈을 빛냈는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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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끈질긴 모험
<액션히어로> 이주영 참 겁이 없는 사람. 이주영이 꺼내 놓은 퍼즐을 맞춰보니 그런 결론이 나왔다. 운전면허증을 손에 쥔 날, 이주영은 대담하게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을 가로질렀다.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하게 뱄지만, 목적지를 향해 쉴 새 없이 핸들을 틀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십여 년 동안 모델로 쌓은 커리어는 장점보다 단점이 되기 일쑤였고, 신인 배우에게 스물여덟이라는 나이는 장벽이었지만, 이주영은 겁 없이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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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
<평평남녀> <순자와 이슬이> 이태경 평면의 시나리오가 깊이를 갖춘 영화가 되는 과정에는 무수한 마법이 관여한다. 배우의 연기는 그중에서도 섣불리 가늠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다. 배우의 기질과 상태, 본능과 의도,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다종의 힘이 영화에 고유한 매력을 불어넣는다. 이태경과 여러 차례 작업한 감독들은 입 모아 그가 표현하는 인물의 무한한 가능성을 말한다. <오늘의 자리>(2017), <신기록>(2018), <해미를 찾아서>(2019), <고마운 사람>(2020)까지 연달아 네 작품을 함께 한 허지은, 이경호 감독은 이태경이 그려낸 인물을 보면 그들의 영화 밖 인생까지 느껴진다고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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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부른 시간
<우리는 매일매일> 강유가람·손경화·남순아 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페미니즘 이슈의 한가운데서, 강유가람은 “과연 이 거대한 물결 속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자문했다. 이윽고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던 영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떠올리고 그들을 만나러 간다. 여성학 대학원, 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 온라인 포털 사이트 등 다양한 공간에서 만났던 그들은 이제 새로운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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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허기, 영화
<식물카페, 온정> 최창환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 오후, 서울에서 다른 일정이 잡혔다는 틈을 타 최창환 감독을 만났다. 비행기와 전철로 약속 장소에 도착한 그는 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이 모두 너무나 급해 보였다고 했다. 집과 작업실이 있는 제주에서 매 순간 치유를 마주하고 살면서, 점차 대상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최창환 감독. 그가 여행지로 즐겨 찾던 제주에 이주한 건 6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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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씨앗, 서로가 우주
<식물카페, 온정> 강길우·박수연·김우겸·서석규·이가경 현재(강길우)가 살뜰히 가꾼 초록빛 공간이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속속 도착한다. 서진(박수연)이 들고 온 건 비좁은 화분에서 버티는 산세베리아. 현재가 다른 화분에 산세베리아를 옮겨 심는 동안, 서진은 문득 자신 또한 새 자리를 찾아야 함을 깨닫는다. 인혁(서석규)과 진우(김우겸)의 반려식물은 하트 모양의 호야케리. ‘백허그’하듯 포개어 심은 호야케리가 시든 것처럼 인혁과 진우의 연애도 언제부턴가 삐걱거린다. 임신 후 퇴사를 결정한 시내(이가경)는 전 직장 동료였던 현재와 마주 앉아 과거를 추억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일 중독자였던 둘은 이제 휴식과 여유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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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는 더블링
<메이드 인 루프탑> 정휘·이홍내 영화 내내 돋보이는 것은 희로애락을 펼쳐내는 이홍내와 정휘의 에너지다. 솔직하고 명랑한 인물들은 옥탑방을 ‘루프탑’으로 바꿔 놓았고, 사랑하고 싸우고 노래하며 신나게 뛰어논다. 작년 여름에 <메이드 인 루프탑>을 촬영한 이후, 두 배우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홍내는 <경이로운 소문>(OCN, 2020)의 최강 ‘빌런’ 지청신 역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고, 2013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한 정휘는 현재 <와일드 그레이>에서 ‘휘보시’로 활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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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흩어진 밤> 이지형·김솔 <흩어진 밤>은 부모의 이혼 소식을 접한 남매의 여름을 따라간다. 이미 다른 거처를 마련한 아빠와 방 두 개짜리 새집을 알아보는 엄마, 수민(문승아)과 진호(최준우)는 이별을 직감하고 불안에 휩싸이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섣불리 토로하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들면 이해하게 될 거라며 설명을 미루는 어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흩어진 밤>은 김솔, 이지형 감독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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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와 탯줄
<클라이밍> 김혜미 <클라이밍>은 불확실함의 연속이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써나간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걱정했고, 처음 도전하는 기술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해 초조했다. 그야말로 ‘가내수공업’처럼 방법을 하나씩 찾고 재료를 직접 만들어가면서, 제작 기간은 애초 예상했던 2년을 훌쩍 넘겼다. 첫 번째 ‘3D 장편 창작 애니메이션’을 마침내 완성한 김혜미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의 불안을 거듭 고백했지만, 목소리와 눈빛은 고된 작업을 기어이 끝맺은 단단한 성실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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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다고?
<낫아웃> 이정곤 오랜 시간 품어온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이정곤 감독의 그래프도 비슷하다. 그는 영화 근처를 맴도는 지난 10년 동안, 기쁜 일보다는 힘든 일이 훨씬 많았다고 회고한다. ‘내가 할 수 있나?’라는 괴로운 자문자답을 반복했고, 뾰족한 방도 없이 그 시간을 버텼다. 조바심과 불안을 떨쳐내기 어려웠지만, 이제 이정곤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불투명한 앞날을 근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보는 마음이 곧 청춘이고, 광호가 그랬듯 누구나 옳고 그른 선택을 모두 거치며 조금씩 나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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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속이지 않는다
<까치발> 권우정 <까치발>의 출발엔 “나의 일탈도 잠재우는 무시무시한 존재”와의 만남이 있다. 엉뚱한 고집으로 부모의 마음을 졸이던 권우정은 어느새 평범한 엄마가 됐지만, 귀한 생명과 함께하는 일상은 행복한 만큼 불안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 지후는 어찌된 일인지 발을 땅에 온전히 딛지 않고 걸었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까치발이 뇌성마비의 징후일 수 있다는 말에 권우정은 자책과 한탄을 오가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고, 결국 카메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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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그렇게
<인트로덕션> 신석호·박미소 신석호와 박미소, 두 배우는 건국대학교 영화과 재학 시절, 홍상수 감독과 선생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다. 신석호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를 시작으로 <풀잎들>(2017) <강변호텔>(2018) <도망친 여자>(2019) 등에 배우 겸 스태프로 꾸준히 참여해왔고, 박미소는 <인트로덕션>을 통해 영화에 입문했다. 작품 속 인물처럼 매일 새로운 과제를 직면했지만, <인트로덕션>은 “자유롭고 행복한” 현장이었다. 두 배우는 그곳에서 가장 귀하고 강한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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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공승연은 예쁘다. 바라보는 이마저 기분 좋아지는 미소와 밝은 갈색 눈동자는 ‘뷰티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실감하게 하고, 동생이자 트와이스 멤버인 정연과 나란히 거론되며 ‘우월한 유전자’라고 찬사받는다. 데뷔 이래 줄곧 ‘드라마 스타’로 활약했고, <육룡이 나르샤> <풍문으로 들었소> <너도 인간이니?> 등 다수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공승연에게 따라붙는 화려한 장식을 모두 걷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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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파트너, 뉴 프렌즈
<아이들은 즐겁다> 이지원·손진용 나란히 앉아서 어색하게 딴 곳만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며 아차 싶었다. 대화가 쉽게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며시 눈치를 봤더니, 이지원 감독이 “이래 보여도 우리 되게 친해요”라며 웃었다. 이지원과 손진용은 스무 살에 처음 만났다. 영화학과 신입생이던 두 사람은 각자 연출과 촬영으로 길을 찾아 나갔고, 2016년에 단편 <여름밤>을 함께 만들었다. 이지원 감독이 장편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손진용 촬영감독은 <폭력의 씨앗>(임태규, 2017) <초행>(김대환, 2017) <파도치는 땅>(임태규, 2018) <두번할까요>(박용집, 2019) 등에 참여하며 현장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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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짜 가족!
<으랏파파> 백현주·문혜인·강다현·이반지하·김일란·빼갈 “여보 저 사실 레즈에요 / 한번도 사랑한 적 없어요 / 여보 저 사실 게이에요 / 한번도 사랑한 적 없어요 / 엄마 저 사실 남자에요 / 한번도 여자인 적 없어요 / 아 우리가족 LGBT” 비장한 멜로디와 음성은 순식간에 희극과 비극을 교차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기막혀하는 부부와 무대에 올라가서 드랙하는 딸. 불세출의 아티스트 이반지하(김소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퀴어한 가족을 노래했고,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우당탕탕 정통가족시트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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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길
<불어라 검풍아> 이민지 어느 인물이든 제 옷처럼 입는 것이 배우의 능력이라면, 이민지는 확실히 유능한 배우다. 정작 본인은 “운 좋게 타율 좋은 감독을 만났다”고 손을 내저었지만, 특유의 말간 얼굴은 매번 이물감 없이 영화에 스며들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계일수록, 자극적인 이야기일수록 이민지의 싱거움은 빛을 발했다. <좀비크러쉬: 헤이리> <1승> <공조2: 인터내셔날>까지 숨 가쁘게 달린 후, 모처럼 여유를 만끽하는 중이라는 이민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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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가진 전부를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이유미 화장하고 차려입은 모습이 어색하다며, 이유미와 안희연은 서로를 보자마자 한바탕 웃었다. 길거리를 누비며 온갖 고생을 함께 한 18살 세진(이유미)과 주영(안희연)으로 처음 만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 특별한 만남이 그룹 EXID의 하니를 배우 안희연으로 만들었고, <박화영>(이환, 2018)의 이유미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끌었다. 세진과 주영으로, 또 이유미와 안희연으로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세계를 해쳐온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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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끝낼 수 없는
<비밀의 정원> 전석호·한우연 발산형 배우와 수렴형 배우의 만남이다. 전석호는 내뿜고 한우연은 그러모은다.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 말 보따리를 술술 풀어내면, 귀 밝은 고수가 장단을 맞추다가 묵직한 추임새를 던지는 식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오래 붙잡아서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자 돌아오는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한우연은 나직한 목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답했고, 전석호는 “세 시간도 더할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래서 꽤 잘 어울리는 한 쌍, <비밀의 정원>(박선주, 2021)에서는 2년 차 신혼부부인 정원과 상우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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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리고 자맥질
<자산어보> 이준익 대체 언제쯤 열매를 거둘 수 있을까. 이준익 감독에게 이제나저제나 하는 물음은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 튼실한 종자만 쥐고 있다면, 수확의 그때는 기어이 온다. 경험 많은 농부, 노련한 전략가처럼 이준익 감독은 아주 오래전 가슴에 품었던 씨앗을 틔워 열네 번째 장편 <자산어보>(2021)를 완성했다. 작품의 배경과 장르, 규모는 다르지만, 그의 여전한 관심은 끝 간데없다. 이번 영화에서도 주체적 개인의 결기가 꿈틀댄다. 시대와 불화를 겪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단독자, 아나키스트, 오타쿠들이 득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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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당신의 사월> 주현숙 빽빽한 일정에 피로회복제까지 먹었다고 했지만, 생기의 근원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원래 호기심이 많다”는 주현숙 감독은 둘이서 주고받는 대화도 순식간에 풍성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촬영과 구성에 대한 질문은 어느새 사람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다. 개봉을 앞두고 바쁘다더니, 예상했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이 활기와 집중력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다섯 인물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담아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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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행, 이런 우정
<더스트맨> 우지현·강길우 “호랑이띠, 깊게 파내려가던 우물에 물이 차오른다.” 86년생 동갑내기 배우들을 기다리며 신년 운세를 검색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오고 가뭄에 단비가 든다는 말처럼 해갈을 알리는 기분 좋은 문장이었다. 강길우와 우지현은 3년 전 무주에서 처음 만났다. 낯가림이 심하지만 나설 때는 나선다는 강길우가 먼저 다가서 인사를 건넸다. 스스로 의심 참 많은 성격이라고 자평하는 우지현은 “신기하게 몇 마디 나누자마자 나랑 같은 과구나” 하며 그를 알아봤고, 강길우는 곧장 “우리 동갑인데 말 놓자”라며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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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위로
<아무도 없는 곳> 연우진 지나간 시간, 사라진 사람, 이미 어긋난 관계는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김종관 감독의 <아무도 없는 곳>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기묘한 여정이다. 상실과 창작, 그 사이의 무수한 연결 고리를 짚어보고자 하는 이 여행의 안내자는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 우리는 그를 따라 묘령의 여인 미영(이지은), 출판 편집자 유진(윤혜리), 아픈 아내를 둔 성하(김상호), 시 쓰는 바텐더 주은(이주영) 등을 차례로 만나고, 그들이 들려주는 사연에 잠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창석 또한 이들을 통해 비로소 제 안에 쌓아둔 말 못 할 슬픔의 실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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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정말 먼 곳> 기주봉·기도영 기주봉과 기도영이 “속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은 <정말 먼 곳>(박근영, 2021)에도 종종 등장한다. 중만과 문경은 속내를 일일이 털어놓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서로의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관계다. 겉보기엔 말수 적은 부녀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살뜰히 상대를 살피며 속으로 대화하는 사이. 두 배우의 소통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돌아온 대답부터 똑같았다. 나야 좋은데 내 딸이, 우리 아빠가 나랑 한다고 할까? 조심스러운 애정이 그득히 묻어나는 말투마저 비슷해서 가족은 가족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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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미러볼을 찾아서
<파이터> 임성미·윤재호 선수와 선수의 만남이다. 장편과 단편, 극과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경계에 선 인물을 부지런히 탐구해온 감독 윤재호. 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 장르에 상관없이 능란하게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 임성미. 영화 잘 찍고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두 재주꾼의 만남으로 <파이터>는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고, 기대에 부응하듯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넷팩상)과 배우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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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비로소
<소울메이트> 민용근 <혜화,동>(2011)을 기억한다면, <소울메이트>를 고대할 것이다. <혜화,동>으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부문 감독상, 제36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민용근 감독이지만, 두 번째 장편 <소울메이트>를 만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단편 작업을 병행하며 8년 동안 준비한 시나리오를 접고 새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만난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증국상, 2017)가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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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희망
제3회 독립영화비평상 수상자 박동수·오진우 제3회 ‘독립영화비평상’ 수상자로 박동수, 오진우 씨가 선정됐다.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비평 전문지 『독립영화』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도 문서 비평 부문과 오디오비주얼필름크리틱 부문으로 나눠 공모와 심사가 진행됐다. 영화로 삶을 돌아보고, 영화로 삶을 꾸려가는 욕심 많은 두 청년은 인터뷰 내내 비평의 한계를 수긍하기보다 비평의 희망을 긍정했다. 참고로 심사평과 수상작은 한국독립영화협회 홈페이지(bit.ly/3sFSLPB)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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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시선도
<고백> 하윤경 예쁠 땐 되게 예쁜데 못생길 땐 되게 못생겼다.” 허물없는 친구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 말을 하윤경은 더없는 칭찬이라 여긴다. 그때그때 달리 보이는 얼굴이 싫었던 적도 있었지만, 배우로서의 자존을 믿어 의심치 않는 지금은 독특한 생김새가 그만의 개성이고 장점이며, 무기다. 실제로 마주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하윤경은 생각지 못한 얼굴을 지녔고, 생각보다 많은 얼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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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찰나
<밤빛> 김무영·지대한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한 뒤 배급사까지 구했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아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던 <밤빛>의 환생을 가장 기뻐한 건 민상을 연기한 배우 지대한. 촬영 당시 깡마른 중학생이었던 소년은 어느새 스물한 살 대학생이 되어 나타났다. 김무영 감독과는 오랜만의 대면이라는데, 그다지 서먹해 보이지도 않았다. 외려 사전에 입 맞추고 들어온 것처럼 감독과 배우는 농담과 진담을 두루 섞어가며 대화를 이끌었다. 나란히 앉아 서로의 말에 맞장구칠 때는 우애 깊은 형제라고 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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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내게 거짓말을 하니?
<빛과 철> 박지후 박지후의 말을 손으로 받아 적다가 금세 관두었다. 쉼 없이 부딪혀오는 시선을 피할 도리도 없을뿐더러, 조목조목 털어 놓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부지런히 눈을 맞추는 박지후에게 감탄하자, 그는 워낙 대화하기를 좋아한다며 미소지었다. 말하기와 듣기를 능숙하게 오가고 지난 시간을 생동감 어린 장면으로 펼쳐놓는 박지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후는 대화를 좋아하고, 또 잘했다. “은영은 순수한 눈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잖아요. 그래서 더 미스터리한 인물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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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불문율
<빛과 철> 김시은 김시은과는 재작년 봄에 처음 만났다. <내가 사는 세상>(최창환, 2019)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시은은 활기차고 거침없었다.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자신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일 거라 여겼다. 2년 만에 <빛과 철>(배종대, 2021)로 돌아온 김시은은 사뭇 달라 보였다. 목소리는 한결 차분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히 골랐다.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당황해서 밑도 끝도 없이 괜찮은지 묻자, 김시은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마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긴 것처럼, 혹은 말로는 전부 표현하지 못할 시간을 보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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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지옥
<1승> 신연식 <1승>(2020) 촬영으로 지방에 머무는 신연식 감독이 잠시 서울에 들르는 틈을 타 만남을 청했다. 영화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성공을 경험한 적 없는 배구 감독 김우진이 해체 직전의 여자 배구팀 수장으로 합류하며 1승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다. 배우 송강호가 감독 김우진으로 합류해 촬영 전부터 화제였고 박정민이 젊은 구단주로, 장윤주가 배구팀 선수로 함께하며 기대를 끌어올렸다. 상업영화에 좀 더 익숙한 관객이라면 개성 넘치는 배우들을 한데 모은 감독 신연식이 궁금할 것이고, 독립영화를 두루 챙겨보는 관객이라면 제작의 몸집을 한껏 불린 감독 신연식에 눈길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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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일러준 대로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이인의 이인의 감독은 ‘이야기보따리’다. 짤막한 질문에도 갖가지 답변을 내놓는다. 많은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만 있을 수 없어 줄기차게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도 이인의 감독의 성향을 똑 닮았다. 길고 지루한 싸움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콜트콜텍 노동자, 분단으로 가족을 잃고 그리움에 파묻힌 실향민, 소실된 정체성을 끝없이 질문하는 입양인. 손쉽게 묶이지 않는 인물들이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에서 서로 뒤섞이고, 한데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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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은해성·오하늬·이서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엔 악인이 없다. 월세에 허덕이면서도 여러 현장을 오가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민규(은해성), 피겨 선수 생활을 접고 캐나다에서 돌아온 한나(오하늬), 그리고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생모를 찾아 한국에 온 프랑스인 주희(이서윤) 모두 선하고 정직하게 제 길을 걷는다. 세 인물에게 못된 의도로 접근해서 상처를 주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이도 없다. 다만 악인이 없다고 해서 이들이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세상은 정의롭지 못하고 제도는 현실적이지 않으며, 꿈에 닿기 위한 여정은 언젠가부터 줄곧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다. 제각각 걱정거리를 품은 채 다른 세계에 머물던 세 사람은 촬영과 인터뷰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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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과 풍경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 “저는 유다인 말고 딱 떠오르는 배우가 없었어요.” 유다인을 응원하기 위해 인터뷰 현장에 들른 이태겸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7년 동안 근무했던 회사에서 하청업체 파견 명령을 받으며 사실상 해고 위기에 내몰린 인물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정은은 회사로부터 노골적인 압박과 차별에 시달리는데, 시시각각 숨통을 죄여 오는 상황에서도 끝내 의지를 상실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낸다. 단 한 순간도, 그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렬한 눈빛을 스크린에 새겨 넣은 비결을 묻자, 이태겸 감독은 유다인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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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에 맞서는 법
<요요현상> 고두현(with 양주연) 혼자라면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텐데, 다행히 고두현은 좋은 동료를 만났다. 친구이자 연인인 양주연은 누구보다 든든한 파트너다.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감독과 프로듀서, 역할을 서로 바꿔 가며 함께 영화를 만든다. <요요현상> 개봉을 앞두고 고두현 감독과 양주연 프로듀서를 나란히 초대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하고 인물에 다가가는 방식을 고민하며 성장해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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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 기행, 환상 모험
<겨울밤에> 장우진·이상희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살아온 사람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려는 여정이야말로 장우진 감독이 줄곧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이들의 매력적인 여정이 감독과 배우의 조화에서 비롯됨을 알아차리기란 어렵지 않다. 계획하고 예상한 것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대신 우연한 만남의 신통한 힘으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영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서로 깊이 신뢰하는 든든한 동료 장우진, 이상희 두 사람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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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 그 너머
<조제> <달이 지는 밤> 김종관 김종관 감독이 이누도 잇신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리메이크해 자신만의 영화 <조제>(2020)를 완성했다. 이별의 과정까지 촘촘히 그렸던 원작과 달리 <조제>는 만남의 순간과 사랑의 진행에 집중한다. 오랫동안 혼자 고독했을 조제(한지민)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길 바라고, 조제의 세계가 외롭지만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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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할 수 있겠어?
<겨울밤에> <더스트맨> 우지현 <겨울밤에>(장우진, 2018) 개봉을 앞둔 우지현 배우를 만났다.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더스트맨>(김나경, 2020)을 상영한 직후이기도 했다. 겨울에 촬영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겨울밤에>와 <더스트맨>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 작품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눈앞에 나란히 놓고서 우지현 배우가 거쳐 온 작업의 뒷이야기를 하나씩 들어보기로 했다.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 그래서 촬영 때도 더위보다는 추위를 참을 만하다는 배우와 초겨울에 나눈 대화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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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우리에게
<에듀케이션> 문혜인·김준형 관계 맺기에 서툰 두 인물의 심리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해낸 <에듀케이션>(김덕중, 2019)은 일찌감치 배우들의 호연으로 입소문에 올랐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지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올해의 배우상을 휩쓸었고, 특히 두 배우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에듀케이션> 개봉을 앞두고 문혜인, 김준형 두 배우를 나란히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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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이라도 꼭 같이
<담쟁이> 우미화·이연(with 한제이) 담쟁이는 넝쿨 식물이다. 끝이 세 쪽으로 벌어진 잎은 심장과 비슷한 모양이고 줄기는 지치지 않고 덩굴손을 뻗는다. 조그맣게 틔운 이파리가 한여름 담장을 빼곡하게 채우는 모습은 활기차기도 하고 일면 애틋하기도 하다. 한제이 감독은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도종환, 「담쟁이」)라는 시구에서 사랑과 용기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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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우리 엄마는
<웰컴 투 X-월드> 한태의(with 이나연)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시선상과 올해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고양상을 받은 <웰컴 투 X-월드>가 10월 29일 개봉한다. 한태의 감독을 미리 만나는 자리에 이나연 감독을 인터뷰어로 초대했다. 두 감독은 친밀하면서도 먼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까지의 과정과 고민에 관해 묻고 답했다. ‘가족의 발견’이 그녀들에게 남긴 것들에 관한 대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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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 마음 알겠어요
<담쟁이> 김사월 김사월. 자칭 ‘지옥에서 온 포크 전사’이자 타칭 ‘치정 포크의 장인’이다. 세 장의 정규 앨범 《수잔》《로맨스》《헤븐》을 발표했고 ‘김사월X김해원’으로 발매한 EP 앨범 [《비밀》을 시작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5관왕을 달성하며 실력을 입증해온 뮤지션이다.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김사월은 최근 음악감독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얻었다. 데뷔작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화제작 <담쟁이>(한제이, 202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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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절로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최정운 <남매의 여름밤>에는 두 남매가 등장한다. 옥주와 동주(박승준)는 속 깊은 아이들이고 아빠(양흥주)와 고모(박현영)는 덜 여문 어른들이다. 오랜만에 한 집에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옥주는 종종 외롭고, 때로는 떠난 이를 원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이라서, 영화에는 말 못할 괴로움보다 천진난만한 웃음과 곁을 내어주는 온기가 훨씬 자주 담긴다. 아마도 그건 지나고 나면 꿈에서나 다시 마주할 법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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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욕창> 강애심·김도영·강말금·심혜정 심혜정은 미술과 영화를 넘나들며 극, 실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작가다. 장편 데뷔작인 <욕창>은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인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이 이뤄내는 호흡이다. 감독의 절친한 친구이자 <82년생 김지영>(2019)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도영 감독, 연극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입지를 다져온 강애심 배우,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2020)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거머쥔 강말금 배우까지 합세하며 극에 긴장과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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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 미스터리
<프랑스여자> 류아벨 “나만 나오면 스릴러가 된다더라.” 영화를 보고 나온 지인들이 류아벨에게 농담처럼 던졌다는 말을 흘려듣기 어렵다. 류아벨이 입을 다문 채 고요히 정면을 응시할 때면 스크린 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입술 사이로 어떤 비밀이 새어 나올지 기다려지고, 그의 시선이 가닿는 끝까지 동행하고 싶어진다. 영화를 개봉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에 만남을 청했다. 오후에 시작한 대화는 저녁이 되어서야 일단락을 지었다. 많은 걸 물었고 때마다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류아벨이 말해주지 않고 혼자 간직하기로 한 무엇이 남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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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돌아보라
<살기 위하여>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이강길 지난 1월 25일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강길 감독.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 안타까워했던 독립영화인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잇달아 마련했다. 5월 22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생명과 평화의 카메라-故 이강길 감독 추모상영회’는 그의 대표작인 다큐멘터리 <살기 위하여>(2006),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2019)을 다시 볼 수 있는 귀한 자리다.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개최되는 인디다큐페스티발도 고인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어부로 살고 싶다-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특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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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그리는 시간
<이름 없는 다방에서> <2박 3일> 정수지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누구였더라, 싶은 배우가 있다. 개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스크린에 펼쳐놓는 모습이 변화무쌍해서다. 정수지 또한 엔딩 크레디트에서 뒤늦게 이름을 확인하며 손뼉 치게 만드는 배우다. 다양하다거나 새롭다는 표현만으로는 아쉽다. 정수지에게는 반전이 있다. 앳되고 사랑스러운 얼굴 뒤에 단단한 결기를 품는가 하면, 해사하게 휘어지는 눈꼬리에는 얼마간 능청과 배짱도 섞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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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진공, 운명의 여정
<바람의 언덕> 박석영(with 정하담) 정하담과 박석영이 동반한 여정에는 영화제 수상이나 극장 개봉, 관객 수라는 결과만으로 갈무리하기 어려운 독특한 성과가 있다. 두 사람은 의지와 기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한 가지 믿음을 공유했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란, 끝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할 타인을 집중하여 들여다보고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믿음이다. <바람의 언덕> 개봉을 앞두고 두 사람을 동시에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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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4막 5장
<이장> 장리우·이선희·공민정·윤금선아·곽민규 <이장>의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곽민규, 모두 합해 다섯. 이들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호칭이 수시로 바뀌었다. 본명을 쓰다가 극 중 이름을 불렀고, ‘첫째’ ‘둘째’ 하다가 ‘3번’ ‘4번’ 그랬다. 촬영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보다 역할이 먼저였다. 개성보다 팀워크가 중요했다. 다들 현장에 몰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은 그런 배우들이 더없이 미더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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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답해야 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백재호 <시민 노무현>을 연출한 백재호 감독이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선뜻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을 계속해서 이어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말하기에 앞서 듣고, 주장하기보다는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이 서로 공명한 지점은 어디일까. 모두가 침묵하고 외면하는 죽음에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준비 중인 백재호 감독과 은유 작가에게 만남을 청했다. 글과 영화로 알지 못하는 세상을 더듬거리고 어루만져온 그들은 이미 같은 자리에 함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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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지 마라
<비행> 홍근택·차지현(feat.조성빈) “마지막으로 저희 다 같이 한번 찍어주실 수 있나요?” 인터뷰와 촬영을 마치고 나서 텅 빈 스튜디오에 홍근택 배우, 황영훈 피디, 조성빈 감독, 그리고 차지현 배우가 나란히 섰다. 그들은 기념사진이라고 말했지만, 마치 졸업사진을 찍는 풍경처럼 보였다. 긴 시간 동안 동고동락하며 서로를 품어 왔던 친구들은 이제 헤어질 준비를 마쳤다. 그늘 없이 웃어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비행>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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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해야겠어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2019)의 개봉을 계기로 찬실을 연기한 배우 강말금을 만났다. 아마 많은 이들이 단편 <자유연기>(김도영, 2018)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얼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얼굴과는 또 다른 모습의 찬실을 만나고 나면,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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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마음을 부를 때
<작은 빛> <기억의 전쟁> 음악 이민휘 “음악 이민휘” 언제부터인가 극장에서 엔딩 크레디트를 마주할 때,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있었다. 한 번 들으면 쉽게 잊기 어려울 정도로 특이한 이름이기도 하거니와, 음악과 연결할 수 있는 이민휘는 딱 한 사람뿐이었다. 기타를 치는 만수와 구장구장(장구를 개조한 타악기)을 연주하는 무키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 무키무키만만수에서 이민휘는 만수였다. 2011년에 등장한 이 ‘탈개념’ 밴드를 두고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는데, 어느 쪽이든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음악’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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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랑에 흠뻑 취해서
<하트> 정가영·이석형·최태환 정가영의 남자 보는 눈은 남다르다. 영화 속 가영은 늘 어떤 남자를 원하는데, 구애는 은밀하지도 정중하지도 않다. 헤어진 애인을 찾아가서 다짜고짜 한 번만 자자고 조른다거나, 인터뷰를 핑계로 술자리에 불러내서는 하루에 몇 번까지 자위해봤냐고 질문하는 식이다. 남자들은 어이없어하며 화를 내지만, 각자 다른 이유로 가영이 건넨 말과 술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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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이한의 베트콩, 베트콩의 따이한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근래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가운데 감독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당사자성 너머의 역사를 영화적으로 재현하려는 일련의 고민이 있었다. <김군>(강상우, 2018), <나의 노래: 메아리>(정일건, 2018), <리틀보이: 12725>(김지곤, 2018)가 먼저 떠오르는데, 2월 27일 개봉하는 <기억의 전쟁>(2018) 역시 이러한 흐름에 해당한다. 사건 이후의 ‘기억’ 주체인 감독이 ‘사건’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면서 망각되거나 박제됐던 역사의 현재적 의미를 일깨우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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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지 마!
<입문반> 한혜지 작년 12월에 열린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한혜지는 <입문반>(연출 김현정, 2019)으로 독립스타상을 수상했다. 상이 주는 응원과 지지와는 별개로, 무리 속에서 종종 침묵을 지키고 스스로 생활을 가꾸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그라면 ‘독립스타’라는 호명에 마냥 부풀어 있지만은 않을 듯했다. 해를 넘겨 대화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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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 않고, 변치 않기
<작은 빛> 변중희·곽진무·김현·신문성 “개봉까지 올 줄은 몰랐어요”라는 말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캐스팅 제안을 받을 때도, 촬영 중에도 이 영화가 정말 관객과 만나는 영화로 완성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감독은 언제나 진중하고 의지가 강했으며 그가 건넨 시나리오는 아름다웠다. 가족에 관해 말하지만 일상적이지 않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뜨거운 울림이 전해졌다. 귀 기울여 듣고 싶은 이야기이자 배우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곽진무, 변중희, 김현, 신문성 네 배우가 만났고, 한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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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자론자다
『투명기계』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김곡 ‘비타협영화집단 곡사’의 김곡 감독이 2018년과 2019년에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투명기계 : 화이트헤드와 영화의 소멸』(이하, 『투명기계』)와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이하, 『영화란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투명기계』는 8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단단한 체계를 갖춘 이론서이고, 『영화란 무엇인가』는 영화에 대한 15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에세이 형식의 글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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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이 말하길
<호흡> 김대건 서울예술대학 졸업 후 스스로 만든 프로필 영상을 돌리며 오디션을 보던 배우 김대건에게 <호흡>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머리도 바짝 밀고 지금까지 익힌 연기 스타일까지 버리면서 민구를 품으려고 그야말로 독기를 품었다. 첫 주연을 맡은 장편영화 <호흡>의 개봉을 맞아 김대건 배우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다른 사람이었다. 영화에서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뿜어내던 민구는 간데없고, 성실하고 단단한 모범생 김대건이 앞에 있었다. 민구와 김대건의 거리를 가늠하며 질문을 이어갔고, 그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이 기울인 노력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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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영화관
<라스트 씬> 박배일·정진아 12월 20일 서울역. <라스트 씬>(2018)을 연출한 박배일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부산 국도예술관의 정진아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12월 12일 <라스트 씬>이 개봉한 이후, 두 사람은 ‘라스트 씬 무브 무브’를 기획해 서울, 전주, 대전, 대구, 강릉, 목포, 광주 등에 있는 독립예술극장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극장 상영 활동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듣고 관객의 능동성을 끌어낼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선지는 강원도 강릉의 독립예술극장 신영. 강릉 행 기차에 오르기 전, 두 사람에게 <라스트 씬> 이야기를 잠시 청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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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길어서 역사를 채우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임흥순·지윤정·이학민·이성준·신정은 임흥순 감독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시리즈 네 번째 작가로 선정돼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9)을 전시한 데 이어 동명의 영화를 11월 28일 공개했다. 영화는 1919년부터 지금까지의 한반도 100년사를 아우르며, 제목 그대로 우리를 갈라놓은 역사의 상흔을 재구성한다.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 제주 4‧3 항쟁, 지리산 빨치산 활동 등을 대표하는 세 명의 여성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의 삶을 중심으로 아카이빙 자료와 인터뷰, 퍼포먼스와 설치 미술, 풍경 이미지 등을 경계 없이 이어간다. 임흥순 감독은 첫 번째 장편 <비념>(2012) 이후, <위로공단>(2014), <려행>(2016),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에서 여성, 노동, 디아스포라라는 키워드로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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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까지 팔아야지
<속물들> 신아가 “본인이 가장 속물처럼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인터뷰를 마칠 무렵 신아가 감독에게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에게서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요. 나와 내 작품을 포장하는 동시에 그런 내 속을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불편한 진실과 민망한 웃음으로 가득한 영화 <속물들>의 신아가 감독을 만났다. 그가 이상철 감독과 공동 연출한 두 번째 장편이며, 전작 <밍크코트>(2012)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사회의 계급 문제를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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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책임
<애국자게임2 - 지록위마> 경순 <애국자게임2 - 지록위마>는 통합진보당 해산 5주년이 되는 12월 19일에 ‘배티 개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독립영화의 배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관객이 배급지원과 함께 영화티켓을 미리 구매하는 사전 대관 형태의 새로운 영화배급 방식이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려 노력하는 경순 감독을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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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린 만큼, 참아낸 만큼
<영하의 바람> 권한솔·옥수분 가족 공동체의 부조리와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하의 바람>에서 무엇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주인공 19세 영하(권한솔)와 미진(옥수분)이 보여주는 ‘단 한 사람’의 가능성이다. 영화 속 둘은 서로에게 변함없이 곁을 내어주는 소나무 같은 존재이자, 무엇이든 함께 지키고 나누는 유일무이한 관계이다.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한복판에 서 있지만, 영하와 미진은 끝내 서로를 놓치지 않기에 봄을 희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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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滿月)을 기다리며
<윤희에게> 임대형 삶의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푸석푸석한 얼굴로, 별달리 기대할 게 없어 보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중년의 윤희(김희애).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무려 20년간 소식을 알 길 없던 오래전 연인 준(나카무라 유코)이 용기 내 써 내려간 마음의 편지다. 이 편지가 윤희를 전에 없던 다른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윤희에게>(2019)는 서신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에 기대 사랑의 한때가 남기고 간 긴 여운과 그 흔적을 전하며 낯선 여행길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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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비밀일기
제8회 스웨덴영화제 한네스 홀름·라스 린드스트룀 잉마르 베르만, 로이 앤더슨 등 몇몇 거장의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웨덴영화의 최근작들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지난 5일 서울 아트하우스모모에서 개막한 제8회 스웨덴영화제다. 행사 기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문 오브 마이 오운>(2018)의 한네스 홀름 감독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2018)의 프로듀서 라스 린드스트룀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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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뚝딱!
<오늘, 우리> 윤혜리·이민영 두 사람은 같은 해 같은 과에 나란히 입학했다. 연기를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시 들어온 윤혜리는 이민영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두 사람은 금세 친구가 되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둘은 연기할 기회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다. 졸업 사진을 찍고 학교를 떠나야 할 시점에 단편영화 오디션이 열렸다. 같은 작품 같은 배역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는데,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 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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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이 아니라 본연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박상영 작가에게 만남을 청했다. 마침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화 예술 분야의 멘토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마투게더’ 프로그램에 그가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은 차였다. 박상영 소설의 애독자라면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자이툰 파스타>의 ‘박 감독’, 영화제 출품 경험은 있다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랄 게 없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소라’를 비롯해 박상영 소설 속 인물들은 때때로 영화관으로 찾아들고 영화 일을 하는 지인들에 둘러싸여 있다. 짐작하건대 박상영 작가 역시도 꽤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를 만나 소설과 영화 이야기, 퀴어와 문학에 관한 지금의 고민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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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아워 바디> 최희서·한가람 <아워 바디>는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초청되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국내 관객을 만났다. 영화의 출발로부터 2년, 떨리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린다는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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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날 위로해주지?
<메기> 이옥섭 두렵고 막막했다. 우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고모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눈앞에 닥친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어린 이옥섭을 쉴 새 없이 웃겼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여유였다. 덕분에 가장 심각한 순간을 웃으며 넘겼고, 과거는 끔찍하지만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첫 장편 <메기>(2019)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은 이따금 어릴 적 그날을 떠올린다고 했다. 여럿이 둘러앉아 웃음을 주고받은 선물 같은 시간은, 세상이 차갑고 험상궂은 얼굴을 내비칠 때마다 힘이 되었다. 고모들은 유머를 알려주었고,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일에 얼마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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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유열의 음악앨범> 정지우 사람의 기질과 성정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 해도, 태생적인 내면의 세계에 약간의 변화를 불러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어디서 왔을까. 이러한 질문에 정지우 감독이라면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멜로드라마를 통해 사랑의 힘, 그 다양한 파장에 관해 숙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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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살아가기
<벌새> 김새벽 누군가의 마음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이는 그 사람을 닮아갈 수도 있는 것일까. 배우의 연기란 누군가의 마음의 동세를 살피고 느끼며, 간파되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마음의 행로를 더듬더듬 따라가 끝내 그 심연에 다다르려 애쓰는 일과 비슷한 게 아닐까. 적어도 배우 김새벽에게는 마음을 둘러싼 이 물음이 유효하고 또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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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편견을 넘어
<동물, 원> 왕민철 <동물, 원>에 담긴 청주동물원의 뒷모습은 대중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사육사와 동물들의 밝은 일상도,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몰래 카메라에 잡힌 비참한 동물들도 아니다. 탄생과 죽음이 모두 동물원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동물들을 보살피면서, 동물원이 자연과 단절되지 않고 계속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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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믿으면 된다
<우리집> 윤가은 장편 데뷔작 <우리들>(2015)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은 윤가은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우리집>(2019)을 만들었다. 윤가은 감독은 전작에 이어 또다시 ‘우리’라 서로를 부르는 아이들의 세계를 탐구한다. <우리들>이 아이들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사랑의 역학을 파고들었다면, <우리집>은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그들의 의기투합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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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보내야 했던 편지
<벌새> 김보라 김보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벌새>(2019)는 정교하게 쌓아 올린 건축물 같다. 땅을 다지고 기둥을 세운다. 벽에는 햇살이 깃드는 창을 낸다. 그 안에 사람이 산다. 오래전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듯 익숙한 얼굴이다. 김보라 감독은 집을 짓듯, 글을 짓고 영화를 지었다. <벌새>의 영어 제목은 ‘House of Hummingbird’다. 벌새의 집. 그곳은 영화 속 은희(박지후)의 집이자, 한때 우리가 살던 집이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오늘과 내일을 이어 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곳이며, 그때 그 시간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고 멈춰서 들여다본 눈길이 남아있는 장소다. 작고 부지런한 몸짓들이 모여 완성한 벌새의 집에서, 이제 막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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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건네는 위로
<밤의 문이 열린다> 유은정·한해인 <밤의 문이 열린다>는 유은정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다. 현실의 고민을 담아낸 장르적 상상력은 이전의 단편 작업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유령을 연기한 한해인 배우 또한 이번 영화가 첫 장편 주연작이다. 극 중에서 사건과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혜정의 미묘한 성장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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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임무
<려행> 임흥순 미술관과 극장을 자유롭게 오가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지우며 항상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작가이자 감독 임흥순. 퍼포먼스, 재연, 파운드 푸티지, 픽션이 마구 뒤섞인 그의 세계에서 인터뷰는 모든 작업의 시작이자 계속 되돌아가야 하는 기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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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맹신을 경계하라
<주전장> 미키 데자키 <주전장>은 위안부 문제를 다룬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전혀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2세로서의 그의 위치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의지하는 불교의 가르침 때문일까.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재연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주전장>은 위안부 운동에 참여하는 지지자들과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 간의 긴박한 논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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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물어요?
<굿바이 썸머> 김보라 김보라는 <SKY 캐슬> 종영 이후, 웹드라마 <귀신데렐라>(라이프타임채널, 2019)와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tvN, 2019)까지 활발히 활동을 이어 왔다. 그런 가운데, <굿바이 썸머>는 <삼례>(이현정, 2016) 이후 꽤 오랜만에 참여한 스크린 주연작이다. 공개된 시기는 <SKY 캐슬>이 앞섰지만, 사실 캐스팅이 먼저 결정된 작품은 <굿바이 썸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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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환상, 존재의 근원
<산나리> <나르시스의 죽음> 김응수 김응수 감독의 작업실은 충주에 있다. 충주호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가구 수가 많지 않은 동네다. 그의 전작 <물속의 도시>(2014)의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김응수 감독의 작업실을 방문한 때는 <과거는 낯선 나라다>(2008)부터 <물의 기원>(2010), <아버지 없는 삶>(2012), <물속의 도시>(2014)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을 본 뒤였다. 과거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 깊이 흥미를 느껴 당시 준비 중이던 학위 논문의 주제로 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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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세계를 보는 우연의 눈
<아사코> 하마구치 류스케 동시대 일본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감독이 있다면, 그 첫 단에 하마구치 류스케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3월 14일 개봉한 <아사코>(2018)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고, <해피 아워>(2018)는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의 최근 이력과 성취보다 빛나는 건 끊임없는 영화적 시도들이다. 배우의 연기와 정념에 관한 근본적인 호기심과 영화 안으로 우연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그의 영화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 사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시각 이미지와 개념적 감각을 과시하는 대신 영화의 기본이라고 여겨졌던, 그러나 오랫동안 간과돼 왔던 배우와 이야기의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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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때, 멋진 안녕!
<보희와 녹양> 안주영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에피소드들이 층층이 쌓이다 보희와 녹양이 다시 영화의 출발 장소로 돌아왔을 때, 영화가 세심하게 표현한 지난 시간들은 아이들의 한 뼘의 성장을, 그리고 영화의 결말을 믿고 싶게 만들 것이다. 꽤 먼 길을 돌아 첫 장편영화 개봉의 기쁨을 맛보게 된 안주영 감독의 지난 여정에도 좋은 어른과의 만남과 옆에서 믿고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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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 초록초록
<보희와 녹양> 안지호·김주아 올해 나이는 열여섯. 2년 전 <보희와 녹양>(안주영, 2019)을 촬영할 무렵과 비교하면, 그새 키가 껑충 자랐고 볼은 좀 갸름해졌다.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채 절뚝거리는 김주아를 지켜보던 안지호가 불쑥 말을 건넨다. “야, 근데 다리 부러지면 키 큰다. 나도 그랬어.” 김주아 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얘가 이렇다니까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다치면서 크고,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말이 진짜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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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김군> 주옥·강상우 <김군>은 <백서>(2010), <클린 미>(2014) 등을 연출한 강상우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 속 인물을 찾아 나서며 시작된다. 장갑차 위에서 카메라를 매섭게 응시하는 ‘그 사람’을 두고 누구는 ‘항쟁 시민군’이라고 하고, 누구는 ‘북한 특수군’이라고 한다. 사진을 들고 탐문과 탐색을 이어가던 <김군>은 그렇게 1980년 광주와 그곳의 사람들, 그들의 현재를 우리 앞으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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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방랑자를 찾아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김소영 김소영 감독의 <눈의 마음: 슬픔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2014),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2017),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2019)은 이른바 ‘망명 삼부작’으로 명명된다. 혹은 감독 스스로의 다른 표현처럼 ‘고려 시네마’라고 불려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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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기요?
<강변호텔> 권해효 홍상수 감독의 신작 <강변호텔>(2018)의 개봉에 맞춰 배우 권해효에게 만남을 청했다. <강변호텔>에서 권해효는 시인 고영환(기주봉)의 아들 경수로 등장한다. 어느 겨울날 경수는 동생 병수(유준상)와 함께 격조했던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강변의 한 호텔로 간다. 영환은 두 아들을 앞에 두고 자신이 꼭 죽을 것만 같다며 유언과도 같은 말을 전하는데 아버지의 말이 언젠가 천상의 시가 될지도 모를 지상의 아름다운 말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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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지켜본 마음
<한강에게> 강진아 “꿈은 아니죠?” 현실이 맞는지 반문하는 단정한 말씨에는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설렘과 함께,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게 겪으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원래 눈물이 많긴 하지만, 요즘에는 자주 북받쳐 오른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친구들과 객석을 채운 관객들로부터 전해지는 응원이 고마워서다. 꿈인지 생시인지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될 만큼, 행복한 시간이 강진아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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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정애 혹은 복자
<히치하이크> 노정의(feat. 정희재·임성미) 2019년 3월 어느 날, 세 사람은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재작년 그날처럼 봄은 문턱에 있고, 감독과 배우는 나란히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다. 카메라 앞보다 뒤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기에, 정희재 감독은 못내 어색해한다. 그 모습을 발견한 배우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임성미 배우는 말없이 한쪽 어깨를 기대고, 노정의 배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팔짱을 건다. 문득 세 사람을 바라보며 궁금해진다. ‘복자’와 ‘정애’ 사이에서 감독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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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영화찍기
<내가 사는 세상> 곽민규·김시은 곽민규는 바이크를 좋아한다. 빠르고 멋있으니까. 김시은은 걷기를 즐긴다. 생각 정리하는 데 그만한 방법이 없단다. 곽민규는 이따금 고개를 숙인 채 느릿느릿 말을 고르고, 김시은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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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이 들려준 계시
<국경의 왕> 임정환 감독 임정환에게는 세 번째 방문이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문득 친구들이 떠올랐고, 우연히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묘지를 발견했다. 두 번의 여행을 거치며 그는 영화 만들기를 결심했고, 영화에 필요한 시간과 장소, 인물들을 탐색해나갔다. 마침내 카메라를 들고 국경을 넘었을 때, 친구와 동료가 동행한 세 번째 여행은 영화 <국경의 왕>이 되었다. 이제 그는 관객과 영화의 만남을 기다리며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여행이 끝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다음에야 비로소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것처럼, 영화는 그렇게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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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월> 조민경 상황이 악화할수록 나쁜 쪽을 선택하는 인물, 그리하여 최악의 상황으로 본인을 밀어 넣는 인물. 냉기 서린 민경의 얼굴은 영화의 정서와 온도를 결정한다. 다시 찾아온 2월, 배우 조민경에게 영화 속 민경을 세상에 내보이고 또 떠나보내는 마음에 관해 물었다. 다행히도 마냥 춥지만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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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거처
<이월> 김중현 감독 최근 독립영화 속 여성 서사의 경향을 짚는 글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화가 있다. 김중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이월>(2017)이다. 주인공 민경(조민경)은 부모 세대가 책임지지 못한 빚으로 파산의 연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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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멋쩍은
<얼굴들> 박종환 박종환이 연기한 기선은 유독 힘겨워 보인다.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답답해하고 가능한 행동들을 가늠해보지만 쉽지 않다. 그는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의 삶에 개입하려는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인가 하면, 학교를 그만두고는 최종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사보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판사 직원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헤어진 연인 혜진(김새벽)이나 택배기사 현수(백수장)와 만나기도 하지만 이내 혼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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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무의미, 끝없는 진자 운동
<얼굴들> 이강현 감독 전작 <파산의 기술記述>(2006)과 <보라>(2010)를 통해서 사람들의 삶이 파국에 이르지 않고 계속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유지해 온 이강현 감독이 신작 <얼굴들>로 우리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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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길어 올린 혼
<인어전설> 오멸 감독 "인생에는 여러 번의 수렁이 있잖나. 그 시간이 나를 비롯해 독립영화 전체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화도 많이 났지만, 블랙리스트가 창작자들의 모든 걸 흔들어대는 걸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있었는가를 명확히 알게 됐다. 또 그 과정에서 <인어전설>과 관련된 계약 파기가 있었는데 그걸 지켜보면서 역시 화도 나고 반성도 많이 했다. 왜 사람들이 상업영화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지, 그 유혹에 흔들리게 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됐다. <인어전설>은 그런 내 상황을 또렷하게 인식하게 해준 작품이다. 두 번 다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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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화, 우리의 독백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 "그러니까 자기 리듬에 사는 사람이에요. 똥이라는 말이 자기 일에 책임지지 않는 말 같지만 실제로는 제일 책임지는 말입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그런 사람이 더 책임 있다고 보니까요. 윤영도 엉뚱하지만 실제로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비슷한 것 같고요, 그런 유의 사람에게 제가 더 눈길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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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
<1991, 봄> 권경원 감독 말 그대로 상실감을 표현하는 게 목표였다. 나는 87년 항쟁은 운동권이 불러일으킨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87년을 주도했던 건 일반 국민들이고 국민들이 승리한 것인데 그것을 자꾸 자신들의 승리의 역사로 기록하려는 몇몇 운동권 엘리트들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들은 91년을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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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춘천, 춘천> 장우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데뷔작 <새출발>(2014)보다 먼저 개봉해 관객과 만나게 된 <춘천, 춘천>으로 장우진 감독을 만났다. <춘천, 춘천>을 중심으로 감독에게 영화의 구조, 공간, 연기 연출법에 관해 물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세 번째 장편 <겨울밤에>(2018)까지 함께 본다면 작품을 거듭할수록 과감해지는 그의 구조적 시도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기이한 영화적 체험을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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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춘천, 춘천> 우지현 배우 우지현은 장우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새출발>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고 감독과 세 편의 장편을 찍었다. <새출발>에서는 후배 혜린(이혜린)과의 사이에서 난감해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복학생 지현이었다. <춘천, 춘천>에서는 춘천을 벗어나고 싶지만, 번번이 좌절하는 지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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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이 아니다
<더 블랙> 이마리오 2013년 마지막 날, 고 이남종 씨의 분신 소식을 속보로 접하며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왜 죽음을 선택했지?’ 궁금해졌다. 댓글을 보니 기획 분신설부터 배후 세력 얘기까지 나오더라.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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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은 적 없으니 드러날 수밖에
<봄이가도> 전신환·장준엽·진청하 딸을 잃은 엄마, 홀로 살아남은 남자, 아내를 잃은 남편. 각자 상실과 아픔을 껴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봄이가도>에 담겨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시도하는 영화의 표정은 봄처럼 따뜻하고 때로 담담하다. 영화를 연출한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세 감독을 만나 영화를 함께 만들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개봉을 앞둔 심정까지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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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위에서 자유를 걷다
<강변 호텔> 기주봉 "폐막 하루 전날 자그마한 파티가 있었습니다. 내겐 그런 자리가 처음이고 또 초면인 사람들도 많다 보니 혼자 정원 한쪽으로 가서 하늘을 쳐다보며 담배를 한 대 피웠지요. 그때 영화제 관계자가 오더니 영어로 뭔가를 슬쩍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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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액티비스트가 아니다
<카운터스> 이일하 2013년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에 맞선 반혐오, 반차별 시민운동이 일어난다. 일명 ‘카운터스.’ 이들은 다양한 직군과 연령대에, 정치적 성향 역시 제각각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카운터스는 SNS를 통해서 필요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는 무정형의 운동이며, 조직 없는 느슨한 형태의 자발적 시위대다. 이러한 카운터스 운동의 특징이 이일하 감독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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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메라가 쓸모 있기를
<소성리> 박배일 ‘현장’을 기반으로 한 영화와 ‘영화’적으로 현장을 담아낸 영화 사이에서 박배일 감독이 찾아낸 잠정적인 결론이 <소성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2007년부터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면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가 그곳의 목소리를 부지런히 들어온 사람이 얻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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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든 말든, 귀하디 귀한
<장손> 오정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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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차오르니
<조선인 여공의 노래> 강하나·조청향·조사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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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끈이 풀리면
<샤인> 장해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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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추락
<양치기> 손수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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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의 마력
<생츄어리> 왕민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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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늦더위> 기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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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외로운, 그토록 쓰라린
<정순> 정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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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람의 세월> 문종택·김환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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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걸고 약속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장민경(with 오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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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보다 햇살
<벗어날 탈 脫> 위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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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울어주니
<울산의 별> 김금순 x <딸에 대하여> 오민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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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주고 싶은
<세기말의 사랑> 임선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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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끝에서
<이어지는 땅> 정회린·공민정(with 조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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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믿기 시작했다
<신세계로부터> 정하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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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우는 이유
인디스페이스 기획전 '벽을 해킹하기' 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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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빅슬립> 김영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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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은 거꾸로 흐른다
<어른 김장하> 김현지·김주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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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書)
<나의 피투성이 연인> 한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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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가려면
<너를 줍다> 김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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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두 스푼, 세 컵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김주령(with 장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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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구나
<버텨내고 존재하기> 최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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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죄로
<붉은 장미의 추억> 김영민·유다온·이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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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배꼽의 은총
<믿을 수 있는 사람> 오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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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뚜벅뚜벅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박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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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억겁
<절해고도> 이연(with 김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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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보스
<킴스 비디오> 김용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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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보러 가자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김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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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와 뱀파이어
<그녀의 취미생활> 정이서·김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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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이젠 우리
<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송강원·강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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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블루스
<다섯 번째 흉추> 박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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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아니라 존재
<작은정원> 이마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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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진짜로
<비밀의 언덕> 장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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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연서
<수라> 황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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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혹은 피아노
<드림팰리스> 김선영·이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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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아지랑이
<물안에서> 김승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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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 아래 광맥
<라이스보이 슬립스> 앤서니 심·최승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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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경과 몸서리
<사랑의 고고학> 옥자연(with 이완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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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구족(福德具足)
<오늘 출가합니다> 양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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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연한 모험
<흐르다> 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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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과 투영
<컨버세이션> 조은지·박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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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맴돌고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형슬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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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의 기도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박재범·이윤지·김예빈·손형주·김보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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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맞추기
<희망의 요소> 이승훈·박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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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동, 따뜻한 눈빛
<희수> <이어지는 땅> 공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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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편지, 교환 일기
<만인의 연인> 한인미·황보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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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게 없다고?
<그 겨울, 나는> 권소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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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수리 마하수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양말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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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한 땀 한 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원향라·박송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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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엔 불안, 입가엔 능청
<옆집사람><첫번째 아이> 오동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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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본능
<달이 지는 밤><유산><Birth> 한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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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모양
<둠둠> 김용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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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말라
<파로호> 이중옥·김대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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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 피어난 꽃
<녹턴> 정관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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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언제든지
<모퉁이> 신선·박봉준·하성국·이택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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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가 뜰 때까지
<초록밤> 추경엽·신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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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물고 버틴 시간
<모어> 모지민·이일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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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야 그림, 달라야 세상
<니얼굴> 서동일·장차현실(with 정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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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어서 좋은
<경아의 딸> 김정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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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동굴, 요술 램프
<윤시내가 사라졌다> 김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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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동의 비명
<봉명주공> 김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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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진 날에 빛나던 별
<아치의 노래, 정태춘> 정태춘·고영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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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척, 없는 척
<평평남녀> 이태경 ·이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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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복지식당> 정재익·서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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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가 부릅니다
<태어나길 잘했어> 강진아·박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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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그래봐라
<재춘언니> 임재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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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드라마티쿠스
<역할들> 윤종구·연송하·김원정·김범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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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세상
<뜨거운 피> 천명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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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오뚝이
<2차 송환> 김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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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고 싶어서
<고양이들의 아파트> 정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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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소피의 세계> 김새벽·곽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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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버리면
<축복의 집> 안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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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습
<온 세상이 하얗다> 강길우·박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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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엔 무슨 꿈을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김동령·박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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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불빛, 새하얀 얼굴
<미싱타는 여자들> 김정영·이혁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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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우울할 때면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박소현·송영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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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똑바로
<드라이브 마이 카> 박유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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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드림
<라임크라임> 이민우·장유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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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뛸까요?
<너에게 가는 길> 비비안·나비·변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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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최희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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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르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신동민·신정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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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의 드라마
<그대 너머에> 오민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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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걷히면
<최선의 삶> 방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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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과 에너지
<캐논볼> 김해나·김현목 |
Interview |
지하보다 더 지하
<언더그라운드> 김정근 |
Interview |
캔디의 맛
<생각의 여름> 김예은 |
Interview |
복어와 랍스터
<갈매기> 김미조·정애화 |
Interview |
사랑, 끈질긴 모험
<액션히어로> 이주영 |
Interview |
다시 그림
<평평남녀> <순자와 이슬이> 이태경 |
Interview |
함께 부른 시간
<우리는 매일매일> 강유가람·손경화·남순아 |
Interview |
갈증, 허기, 영화
<식물카페, 온정> 최창환 |
Interview |
서로가 씨앗, 서로가 우주
<식물카페, 온정> 강길우·박수연·김우겸·서석규·이가경 |
Interview |
더없는 더블링
<메이드 인 루프탑> 정휘·이홍내 |
Interview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흩어진 밤> 이지형·김솔 |
Interview |
로프와 탯줄
<클라이밍> 김혜미 |
Interview |
아무래도 좋다고?
<낫아웃> 이정곤 |
Interview |
불안은 속이지 않는다
<까치발> 권우정 |
Interview |
그대로 그렇게
<인트로덕션> 신석호·박미소 |
Interview |
여기서부터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
Interview |
올드 파트너, 뉴 프렌즈
<아이들은 즐겁다> 이지원·손진용 |
Interview |
우리가 진짜 가족!
<으랏파파> 백현주·문혜인·강다현·이반지하·김일란·빼갈 |
Interview |
돌이킬 수 없는 길
<불어라 검풍아> 이민지 |
Interview |
있는 그대로, 가진 전부를
<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이유미 |
Interview |
끝나지 않은, 끝낼 수 없는
<비밀의 정원> 전석호·한우연 |
Interview |
씨 뿌리고 자맥질
<자산어보> 이준익 |
Interview |
모두가 그곳에 있었다
<당신의 사월> 주현숙 |
Interview |
어떤 동행, 이런 우정
<더스트맨> 우지현·강길우 |
Interview |
상실과 위로
<아무도 없는 곳> 연우진 |
Interview |
고도를 기다리며
<정말 먼 곳> 기주봉·기도영 |
Interview |
판타스틱 미러볼을 찾아서
<파이터> 임성미·윤재호 |
Interview |
돌고 돌아, 비로소
<소울메이트> 민용근 |
Interview |
영화라는 희망
제3회 독립영화비평상 수상자 박동수·오진우 |
Interview |
누구의 시선도
<고백> 하윤경 |
Interview |
영원한 찰나
<밤빛> 김무영·지대한 |
Interview |
너는 왜 내게 거짓말을 하니?
<빛과 철> 박지후 |
Interview |
욕망의 불문율
<빛과 철> 김시은 |
Interview |
즐거운 지옥
<1승> 신연식 |
Interview |
카메라가 일러준 대로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이인의 |
Interview |
누구냐, 넌!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은해성·오하늬·이서윤 |
Interview |
표정과 풍경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 |
Interview |
중력에 맞서는 법
<요요현상> 고두현(with 양주연) |
Interview |
청평 기행, 환상 모험
<겨울밤에> 장우진·이상희 |
Interview |
통속, 그 너머
<조제> <달이 지는 밤> 김종관 |
Interview |
진짜 할 수 있겠어?
<겨울밤에> <더스트맨> 우지현 |
Interview |
서로가 우리에게
<에듀케이션> 문혜인·김준형 |
Interview |
한 뼘이라도 꼭 같이
<담쟁이> 우미화·이연(with 한제이) |
Interview |
글쎄, 우리 엄마는
<웰컴 투 X-월드> 한태의(with 이나연) |
Interview |
이젠 그 마음 알겠어요
<담쟁이> 김사월 |
Interview |
어느새, 저절로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최정운 |
Interview |
믿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욕창> 강애심·김도영·강말금·심혜정 |
Interview |
히스테리, 미스터리
<프랑스여자> 류아벨 |
Interview |
끊임없이 돌아보라
<살기 위하여>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이강길 |
Interview |
미래를 그리는 시간
<이름 없는 다방에서> <2박 3일> 정수지 |
Interview |
영혼의 진공, 운명의 여정
<바람의 언덕> 박석영(with 정하담) |
Interview |
인간극장, 4막 5장
<이장> 장리우·이선희·공민정·윤금선아·곽민규 |
Interview |
누군가는 답해야 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백재호 |
Interview |
한눈팔지 마라
<비행> 홍근택·차지현(feat.조성빈) |
Interview |
필사를 해야겠어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 |
Interview |
마음이 마음을 부를 때
<작은 빛> <기억의 전쟁> 음악 이민휘 |
Interview |
별난 사랑에 흠뻑 취해서
<하트> 정가영·이석형·최태환 |
Interview |
따이한의 베트콩, 베트콩의 따이한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
Interview |
겁먹지 마!
<입문반> 한혜지 |
Interview |
내색 않고, 변치 않기
<작은 빛> 변중희·곽진무·김현·신문성 |
Interview |
'나'는 원자론자다
『투명기계』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김곡 |
Interview |
본능이 말하길
<호흡> 김대건 |
Interview |
꿈꾸는 영화관
<라스트 씬> 박배일·정진아 |
Interview |
시간을 길어서 역사를 채우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임흥순·지윤정·이학민·이성준·신정은 |
Interview |
영혼까지 팔아야지
<속물들> 신아가 |
Interview |
자유는 책임
<애국자게임2 - 지록위마> 경순 |
Interview |
두드린 만큼, 참아낸 만큼
<영하의 바람> 권한솔·옥수분 |
Interview |
만월(滿月)을 기다리며
<윤희에게> 임대형 |
Interview |
예술가의 비밀일기
제8회 스웨덴영화제 한네스 홀름·라스 린드스트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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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뚝딱!
<오늘, 우리> 윤혜리·이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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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이 아니라 본연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
Interview |
있는 힘껏!
<아워 바디> 최희서·한가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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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날 위로해주지?
<메기> 이옥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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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유열의 음악앨범> 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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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살아가기
<벌새> 김새벽 |
Interview |
무지와 편견을 넘어
<동물, 원> 왕민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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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믿으면 된다
<우리집> 윤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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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보내야 했던 편지
<벌새> 김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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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건네는 위로
<밤의 문이 열린다> 유은정·한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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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임무
<려행> 임흥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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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맹신을 경계하라
<주전장> 미키 데자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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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물어요?
<굿바이 썸머> 김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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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환상, 존재의 근원
<산나리> <나르시스의 죽음> 김응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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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세계를 보는 우연의 눈
<아사코> 하마구치 류스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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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때, 멋진 안녕!
<보희와 녹양> 안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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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 초록초록
<보희와 녹양> 안지호·김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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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김군> 주옥·강상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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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방랑자를 찾아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김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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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기요?
<강변호텔> 권해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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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지켜본 마음
<한강에게> 강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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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정애 혹은 복자
<히치하이크> 노정의(feat. 정희재·임성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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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영화찍기
<내가 사는 세상> 곽민규·김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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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이 들려준 계시
<국경의 왕> 임정환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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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월> 조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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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거처
<이월> 김중현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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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멋쩍은
<얼굴들> 박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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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무의미, 끝없는 진자 운동
<얼굴들> 이강현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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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길어 올린 혼
<인어전설> 오멸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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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화, 우리의 독백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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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
<1991, 봄> 권경원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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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춘천, 춘천> 장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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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춘천, 춘천> 우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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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이 아니다
<더 블랙> 이마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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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은 적 없으니 드러날 수밖에
<봄이가도> 전신환·장준엽·진청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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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위에서 자유를 걷다
<강변 호텔> 기주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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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액티비스트가 아니다
<카운터스> 이일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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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메라가 쓸모 있기를
<소성리> 박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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