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독립영화 보기. 얼핏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 일이 고단해진 지 오래다. 각종 영화제를 돌며 입소문 난 영화는 어쩐 일인지 개봉 소식을 알리지 않고, 이미 개봉했다는 영화는 상영하는 극장을 찾는 데만 한세월이다. 일정을 조율하다 보면, 보고 싶던 그 영화는 시간표에서 조용히 사라진 상태다. 독립영화는 영화관에 충분히 머무르지 못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궁금한 작품뿐만 아니라, 극장에서 우연히 마주칠 다른 영화들과의 만남도 기대하기 어렵다.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며, 상영하는 이들도 이러한 상황이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늘날 독립영화의 배급 환경은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쫓기듯 개봉하고, 짧은 기간 극장에 걸려 있다가 떠밀리듯 내려간다. 지난해 9월 첫걸음을 떼고 3차까지 이어진 ‘8주간의 약속’ 캠페인은 그러한 환경을 바꿔보고자 마음을 모은 이들이 만든 출발선이다. 참여 작품들의 개봉 시기와 맞물려 진행됐지만, 캠페인 내용은 사뭇 광대하다. ‘한국 독립영화 개봉 스크린 독점을 지양하고, 8주간의 장기상영을 지지하며, 한국 영화의 건강한 배급 환경 개선에 동참’한다는 세 가지 약속은 당장의 목표보다 더 큰 지향점을 보여준다.
‘8주간의 약속’ 캠페인은 “1%가 먼저 시작합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이는 1%대에 머무는 국내 독립예술영화관 스크린 점유율과 한국 독립영화 관객 점유율을 상징하는 표현이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금과는 다른 배급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갈급한 외침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스크린 수는 3,450개, 그중 독립예술영화관 스크린은 50여 개에 불과하다. 1%대의 관객 점유율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립영화의 극장 상영을 8주까지 유지해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고, 긴 시간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자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다. 함께 목소리를 낸 작품은 총 12편. 지난해 9월에 개봉한 <딸에 대하여>(이미랑), <장손>(오정민), <그녀에게>(이상철), <해야 할 일>(박홍준)을 시작으로, 2차에는 10월 개봉작인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한제이), <공작새>(변성빈), <럭키, 아파트>(강유가람), <최소한의 선의>(김현정)가, 3차에는 11월과 12월 개봉작인 <한 채>(정범, 허장), <딜리버리>(장민준), <아침바다 갈매기는>(박이웅), <세입자>(윤은경)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또한 다양한 지역의 22개 극장이 함께했다. 세 번째 캠페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제작, 배급, 극장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이 모인 평가 회의가 인디그라운드에서 열렸다. 캠페인 진행 상황과 개선 방안부터 현재 독립영화계의 조건을 짚는 이야기까지, 여러 논의가 오간 현장을 찾았다.


<딸에 대하여>를 제작한 아토의 제정주 대표는 1차 캠페인에 참여한 네 영화의 개봉 일정이 비슷하게 조율된 것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출발점이 됐다고 짚었다. 여기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지원 사업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상, 하반기 2차로 나뉘어 진행됐던 기존의 지원사업은 지난해 상반기 1회로 통합됐다. 결과는 6월 중순에 발표됐지만 연내에 정산을 마무리해야 했으니, 지원금을 받은 작품은 하반기에 급하게 개봉을 준비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자연스레 개봉작이 몰렸다. 열악한 조건은 제작사, 배급사, 홍보사가 각자 고심하던 바를 공유하게 했다. “좋은 영화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개봉하고, 극장에서 몇 주 상영한 뒤 부가 시장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패턴이 아쉬웠다. 다른 방식은 없을까? 그 패턴을 바꿔볼 수 없을까? 홀드백 문제, 스크린 상한선 문제 등을 두루 포함하는 시장의 문제를 우리가 껴안고 갈 방법은 없을까?”(제정주 대표) 그 과정에서 떠오른 건 2001년의 ‘와라나고’ 상영 운동. 개봉 당시 상영 기회가 적었던 4편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임순례), <라이방>(장현수), <나비>(문승욱), ,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를 스크린에 다시 부른 관객 주도 캠페인이다.
제작사와 배급사가 합심해서 추진한 ‘8주간의 약속’과 20여 년 전 관객이 주축이 된 상영 운동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기엔 물론 무리가 있다. 다만 호명된 영화들뿐 아니라 다양한 독립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그 작품들이 극장에서 빨리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배경에 있다는 점은 비슷할 것이다. 선언적인 캐치프레이즈와 캠페인의 세 가지 항목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지점 역시 취지와 의미에 대한 공감이다. <딜리버리>를 배급한 마노엔터테인먼트의 오미선 대표는 ‘8주간의 약속’에 “독립예술영화는 적어도 8주 정도는 극장에 머물러있는 게 좋겠구나, 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지점이 있다”며 관객의 인식 제고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세 번의 캠페인에 모두 참여한 인디스페이스의 원승환 관장은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분들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사회적, 산업적 이슈를 내걸고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 거로 생각한다.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8주간의 약속’이 선명하게 불러낸 이슈가 의미를 지니는 것과 별개로 구체적인 실행은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개별 작품의 개봉과 캠페인 준비가 맞물린 탓에 실무를 진행할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는 단 컷 이미지 제작과 공유, 관람작 적립 쿠폰과 ‘독립영화하세요’ 티셔츠 제작 및 배포, 각 작품의 감독들이 참여하는 콜라보 인디토크 등 다양한 이벤트 진행은 관객의 이목을 끌었지만, 보다 적극적인 설명과 홍보가 선행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 지점으로 꼽혔다. <그녀에게>, <해야 할 일>,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의 홍보를 담당한 로스크의 김태주 실장은 “영화를 보고 만족한 관객이 다른 영화까지 찾아보도록 유도한 지점은 좋았으나, 2차와 3차가 진행될 때도 이벤트나 굿즈가 동일하게 유지되다 보니 영화 팬들에게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캠페인을 주도하고 집행할 수 있는 주체와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을 위한 개선 방안으로 언급했다. <아침바다 갈매기는>과 <최소한의 선의>를 제작한 고집스튜디오의 안병래 대표 역시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을 지목하며, “다들 바쁜 상황이니 월 단위보다 더 빨리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주라는 상영 기간에 얽힌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1, 2차 캠페인에 참여한 아트나인의 주희 이사는 “지지하고 응원하는 좋은 캠페인이지만, 현실적으로 극장에서 8주 상영을 약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캠페인의 실행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구조적 현실과 맞부딪쳐 있는” 현 상황을 언급했다. 대부분의 독립예술영화관은 단관 혹은 두 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예술영화, 한국 영화, 독립영화의 스크린쿼터가 있어 프로그램 편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승환 관장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는 124편이다. 9월에 14편, 10월에 7편, 11월과 12월에는 각 14편이 개봉했다. “이 영화들을 편성하고 끌고 가는 게 극장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다양한 독립영화를 극장에서 두루 보자는 게 캠페인의 취지인데, 스크린 수가 부족하다 보니 극장 프로그래밍에 난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시기별로 극장을 선별하는 방안”(오미선 대표)이나 “시즌제로 운영하며 편성 프로그램에 자율성을 주자는 의견”(제정주 대표) 등이 대안으로 언급됐다.


지속 가능한 캠페인을 위한 논의는 참여에 대한 동기부여부터 다양한 지원의 필요성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그녀에게>를 연출한 이상철 감독은 캠페인이 작품 홍보에 도움이 된 경험을 공유하며 “지속을 위해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캠페인의 메리트가 확실하게 보여야 될 테고, 그게 관객과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고, 오미선 대표는 “극장도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장기 상영에 동참할 거다. 부금 정산 같은 베네핏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손>, <럭키, 아파트>, <세입자>를 배급하며 세 차례의 캠페인에 모두 참여한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는 지난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원승환 관장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배급 지원, 극장에 대한 지원과 함께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방식의 지원 역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관객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독립예술영화관에서 매월 독립예술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회원제 같은 방식”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원의 방식, 대상, 규모를 바꿔 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비슷한 예시로 인디그라운드에서 2021년부터 진행했던 독립예술영화 붐업 캠페인 ‘인디플렉스’가 호명되기도 했다. 국내 독립예술영화와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캠페인은 전국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서 사용 가능한 관람권을 패키지로 판매해 관객이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고, 패키지 판매 금액을 극장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희 이사는 ‘인디플렉스’가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영화를 보게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며 캠페인의 성과를 짚었다. 다만 독립영화 통합예매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 캠페인 지속에 제동을 걸었다. 적절한 지원과 시스템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립영화를 만들고,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각개전투를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8주간의 약속’은 오늘의 독립영화계가 처한 현실을 또렷이 비춘 거울인지도 모른다. 캠페인 내용에 담긴 여러 지향은 그 자체로 지금의 문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여전히 ‘영화’를 매개로 모인다. “각자도생의 시대이긴 하지만 연대의 힘이 필요한 시절”이 아니겠냐는 곽용수 대표의 말처럼, 출발선을 성큼 넘어가는 그 힘이 절실해 보인다.
-----Interview 1------------------------------------------------------------------------------------------------------------
"영화를 소비? 영화로 소통!"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송환>(김동원, 2004), <워낭소리>(이충렬, 2009), <다섯 번째 흉추>(박세영, 2023) 등 다양한 독립영화를 배급해 온 인디스토리는 올해로 27주년을 맞았다. 그 역사의 산증인인 곽용수 대표가 여러 인터뷰에서 자주 하는 말은 “버티기”다. 언뜻 고단함이 묻어나는 표현 같지만, 그간의 산전수전이 만든 단단한 태도로도 보인다. 상황은 항상 나쁘다지만, 구체적인 양상은 매번 달라진다. 지원 제도는 널뛰듯 변하고, 관객을 모으는 일은 다양한 이유로 어렵다. 어쩌면 버틴다는 건 유연함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곽용수 대표에게는 “건강한 독립영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변치 않는 목표와 유동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기민한 자세가 동시에 엿보인다. 그는 지금 무엇을 보고,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지원 사업 변화로 여러 작품이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다시 연 2회 지원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여전히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연 1회 지원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셈이다. 아직 정책을 잘 모르는 배급사들도 있더라. 주변에 알리고 있다. 지금은 배급사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외되는 작품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 작품을 지원할 수 있는 다른 트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현재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니즈도 갖고 있고. 내년 사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지원 제도의 변화가 크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급 시장의 누적된 문제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코로나19를 거치며 독립영화를 보는 관객층이 많이 줄었다. 부가 시장에서의 매출 점유율도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다른 파트에 비해 회복 탄력성이 더디다고 느낀다.
부가 시장이 유의미한 창구가 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을까.
OTT 소비량이 커지면서 IPTV나 VOD를 서비스하는 곳에서 매출 타격을 입는 것 같더라. 그 안에서도 독립영화는 더욱 어렵고.
‘8주간의 약속’이 내건 ‘한국 영화의 건강한 배급 환경 개선에 동참’한다는 내용은 인디스토리를 만들 때부터 꾸준히 이야기했던 지점이다.
관객들이 좀 돌아와야 하는데, 그에 대한 대안이나 모범적인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만의 자구책이라면 이번 캠페인처럼 되도록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기간을 만드는 거다. 홀드백 기간을 늘려서 작품이 부가 서비스로 넘어가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 변화가 있으리라고 본다. 물론 회사마다 상황과 전략이 달라서 통일된 유통 질서를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원상회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극장에서 긴 호흡으로 영화를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왜 이 내용으로 관객에게 말을 걸고자 하는지.
요즘은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잖나. 그걸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화는 먼저 극장에서 소비되어야 하는 콘텐츠라고 인식하게끔 만들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궁금한 영화가 개봉했는데, OTT에서도 두 달 후에나 볼 수 있다면 극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배급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와 관객이 만나는 순간이 중요하다. 요즘은 소규모로 영화를 함께 보는 그룹들이 생기고 있는데, 영화를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그처럼 소통하며 영화를 보는 방식이 일차적으로 의미 있고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인디스토리는 세 차례의 캠페인에 모두 참여했다. 곽용수 대표는 평가 회의를 진행하느라 별다른 소감을 말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일회성이 아닌 캠페인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런 의지로 모였던 건데 결국 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연속성에 대한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게 좀 아쉽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서로 공유하고 상영을 길게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들이 인디그라운드나 영화진흥위원회의 다음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와라나고’ 운동처럼 기억에 남거나, 모델로 삼을만한 배급, 상영 캠페인이 있나.
이번에 시작할 땐 ‘와라나고’ 같은 방식을 고민했다. 여러 편을 묶었던 예전 사례가 있으니 단순하게 시작한 거다. 한편으로는 <워낭소리>나 <똥파리>(양익준, 2009)처럼 흥행이 된 작품들이 상반기에 몰렸던 시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때의 분위기처럼 좋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독립영화가 띄워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지금은 다른 모델,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계속 이것저것 해봐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영화에 따라 배급과 홍보의 방향도 달라질 테고. 요즘은 해외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층이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층과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 보게 되더라.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제작, 배급, 극장 등 여러 단위를 가로지르는 논의가 오갔다. 일종의 네트워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던데.
그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각 단위가 소속된 단체가 이미 있고, 우리는 작품을 통해 개별적으로 만난 거니까. 오히려 캠페인이 확대돼서 각각의 단체가 문제의식을 받아 안고, 영진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이 의미 있지 않을까. 큰 그림을 함께 그리며 구체적인 고민을 이어가야 할 거다.
인디스토리는 창립 30주년을 향해 가는 중이다. 2025년을 지나는 마음은?
2023년에 25주년 지나면서 결국 30주년까지 가는구나, 그때까지는 잘 버텨야 되는데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여전히 쉽지 않다. 어떻게 버텨야 할지 그림이 잘 안 그려져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일단 앞에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야지. (웃음)

-----Interview 2------------------------------------------------------------------------------------------------------------
"왜라고 물어야 길이 생긴다"
영화사 아토 제정주 대표
“왜 이럴까?” ‘8주간의 약속’의 취지와 출발점을 설명하는 제정주 대표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배어난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독립영화는 이곳저곳에서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여줄 창구는 너무 적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지원 문턱을 넘어도 극장에 오래 머물긴 어렵다. 제정주 대표가 발 빠르게 다른 방법을 찾고, 뜻을 모을 이들을 만난 이유다. 그는 <딸에 대하여>의 제작자로 1차 캠페인의 문을 열었고, 이후의 과정을 챙기며 캠페인의 전반적인 마무리를 지켜봤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용순>(신준, 2017),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2017), <우리집>(윤가은, 2019) 등 굵직한 독립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아토의 멤버로서, 제정주 대표는 “왜?”라고 묻고 절망하는 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조그마한 틈새를 만든다.
지금의 배급 방식이 비슷하다는 지점을 문제로 짚었다.
지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배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배급사에서도 예전처럼 자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 P&A(배급·마케팅) 비용을 자체 소급하는 경우가 줄고 있다. 소극적인 개봉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 거다. 각 배급사들은 성심성의껏 열심히 뛰는데, 방식은 점차 획일화되고 있다. 극장 상영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작품은 바로 부가 시장으로 넘어간다. 생명력이 너무 짧은 거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유연한 지원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개봉지원 사업을 계속 변형하고 있는데 그게 참 불안정하다. 간담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해서 바꿨다고는 하지만, 그 계획들이 너무 일회적으로 느껴진다. 매년 제도가 달라지니, 결국 조그마한 파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경쟁하는 식이 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지원의 기준과 폭이 다양해져야 한다. 모든 영화가 와이드 릴리즈처럼 한날한시에 개봉할 필요는 없다. 극장마다 주차 별로 옮겨갈 수도 있잖나. 작은 규모로 개봉하는 영화에 맞는 트랙도 필요할 거고.
<딸에 대하여>는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 사업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 9월에 개봉했다. 기존에 생각했던 개봉 시기가 있었나.
8월 말 9월 초를 생각하긴 했지만, 원하는 시기를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영화마다 계절과 시기의 영향을 받는 지점이 있을 테고, 바라는 개봉 시기가 있을 거다. 하지만 지원이 없으면 개봉도 어려우니 그러한 시기를 지키기란 힘든 일이다.
캠페인의 시작을 함께하고, 마무리되는 시기까지 중심적 역할을 맡은 듯 보인다. 고충은 없었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회의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듯 캠페인을 끌고 가는 주체가 없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세부 사항을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갑자기 영진위 지원 제도를 뒤집어엎을 수는 없는 거잖나. 지금의 선 안에서 모두가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건 영화를 많이 보자고, 좋은 독립영화가 이렇게 많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걸 오래 하기 위해서는 몇 명의 개인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과 극장, 배급사 등이 모인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캠페인의 취지는 분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다들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긴 기간이 너무 짧다는 데 동의했다. 극장에서도 다양한 영화를 틀고 싶어 한다. 각자의 사정으로 캠페인에 참여하지 못한 회사들이 있지만, 내용에 부정적인 입장인 건 아니었다. 특정한 영화를 밀어주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붐업을 형성하고 극장에서 독립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거였으니까.

평가 회의에서는 대안으로 관객 지원 같은 이야기도 나왔다.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티켓값 보전처럼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여러 극장과 배급사의 이야기를 청취하며, 극장 자체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장 영화관을 짓자는 건 아니다. 멀티플렉스에서 프로그램 편성을 다양하게 하면 관객들도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지 않을까? 좋은 영화를 가까운 동네 극장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지 않으면 좋겠다. 일단은 그런 생각을 해보고 있다.
왜 여전히 극장을 강조해야 한다고 보나.
션 베이커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처럼, 영화관에서의 체험이 너무나 중요하니까. 영화를 볼 수 있는 매체는 많지만, 극장의 체험은 다른 경우와 굉장히 다르다. 영화가 만들어진 의도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공간이잖나. 또 극장에서 생각지 못했던 영화를 발견하고, 전단지를 통해 몰랐던 작품을 알게 되는 사례들도 있다. 물론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동시 개봉하지 않고 주차를 옮겨가며 지역에 투어를 다닐 수도 있을 테고.
제작자 입장에서 지금의 시장이나 지원 제도를 볼 때 눈에 띄는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영진위에서 중저예산 영화에 투자하겠다, 허리를 만들겠다며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좋은 취지이지만 세밀하게 따져보면 빈구석이 너무 많다. 분명히 문제가 될 거로 보이는 허점들이 보이는 거다. 과연 시뮬레이션을 다 돌려보고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건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적절한 공적 지원을 통해 독립영화가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싹도 아직 안 났는데 흙을 파버리지 말고.
아토는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영화와 영화인을 소개하고 발굴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성실하게 해내고 있다.
그건 너무 포장된 말이다. (웃음) 어쨌든 우리는 영화를 만드는 새롭고 다양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독립영화의 장점은 소재와 이야기의 다양성이잖나. 쥐도 새도 모르게 10년이 흘렀는데, 그동안 내가 장편 8편, 옴니버스 1편을 제작했더라. 사람들이 볼만한 좋은 영화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