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재탐색합니다
인디그라운드 퍼스트링크 김진웅·정태원·염문경·이종민·성송이·이혜인·박준호
글 차한비 손시내 사진 이영진 / Feature / 2024-09-30

인디그라운드의 ‘독립영화 매칭 워크숍: 퍼스트링크(FIRST LINK)’가 4회를 맞이했다. 치열하고도 지난한 시간을 거쳐 완성한 영화를 어떻게 세상에 내보내야 할까? 미지의 관객을 만나는 과정은 또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퍼스트링크는 창작자가 낯설고, 설레고, 두렵게 느끼는 배급이라는 관문을 잘 두드리며 용감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넓고 튼튼한 판을 깐다. 케이스 스터디와 네트워킹으로 이루어진 워크숍에선 현실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조언이 오가고, 1:1 배급 미팅에선 창작자와 배급사 간의 진솔한 대화가 이뤄진다. 이 과정의 끝엔 단지 배급 계약의 성사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관점에서 배급을 이해하고 ‘나다운’ 배급에 맞는 조건을 찾아내는 시간이 따라온다. 그 세세한 발걸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지난 9월 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1:1 배급 미팅 현장을 찾았다. <3670>의 박준호 감독과 이혜인 피디, <지구 최후의 여자>의 염문경, 이종민 감독을 만나 퍼스트링크의 경험과 낯선 세계로 진입하는 초심자의 마음을 물었다. 미팅에 참여한 20개의 배급 관계사 중 씨네소파의 성송이 대표, 영화사 진진의 기획배급팀 정태원 부장과 김진웅 과장에게도 대화를 청했다. 동시대 창작자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부침을 거듭하며 흔들리는 지금의 영화계를 어떻게 겪고 있는지 궁금했다. 덧붙여 작품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 <3670>과 영화사 진진의 미팅 현장을 전한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지구 최후의 여자> 이종민·염문경  

 

‘남혐 페미 VS 예술 마초’라는 논란투성이 키워드를 적어 두었으나 염문경 감독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구 최후의 여자>는 “전작 <현피>에 비하면 훨씬 덜 아슬아슬한” 작품이다. 이종민 감독은 그것도 모자랐는지 “오히려 선명한” 영화라고 맞장구친다. 둘의 대답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구 최후의 여자>는 최근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처음 만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객석에 웃음을 뿌리고 질문을 낳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기. 단편 <사람들은 왜 바다를 보러 갈까>에 이어 다시 한번 공동 연출 및 주연으로 염문경 감독과 함께한 이종민은 “미투운동과 페미니즘 리부트, 그다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감상평을 오래 곱씹는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끝내 합심해 영화를 완성한 두 사람이 인디그라운드 퍼스트링크 사업에 지원한 이유는 단순하다. 뭘 몰라서다. 장편영화를 만든 것도, 그걸 개봉하는 상황도 처음이다. 감독이자 배우이며 피디이기도 한 염문경은 첫의 무게에 짓눌리는 대신에 하나씩 배우기로 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면서 두 사람은 <지구 최후의 여자>를 최대한 멀리 보내려고 한다.

 

배급 방향과 마케팅 전략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두 감독이 예상했던 바와 얼추 일치하던가.

염문경_ 세 군데 배급사와 미팅했고 줌으로도 한두 팀을 만날 예정이다. 어떤 곳은 우리 예상과 겹쳤고, 또 어떤 곳은 아예 목표 자체가 다르기도 했다. 보편적인 독립영화 개봉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는 곳도 있었다. 서로 경험이 적다는 사실을 전제한 채, 그래도 영화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PPT까지 활용해서 열정적으로 해주시는 분도 계셨다.

이종민_ 배급사 대부분이 현재 업계의 어려움을 공유해 줬다. 고민하는 과정에서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씀하시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만난 배급사는 PD님 혼자 운영하는 곳인데, 자료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주셨더라. 왠지 팬심을 받는 기분마저 들었다.

 

엣나인필름과의 미팅을 참관하는데 남의 소개팅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계약금이나 수익 배분 같은 구체적 조건을 협의하기보다는 주로 영화 감상을 나누는 데 시간을 할애하더라.

이종민_ 딱 그 정도로 예상했다. 비즈니스 미팅이라고는 해도 결국 첫 만남이니까.

염문경_ 계약 조건을 따져야 한다, 뭘 준비하고 뭘 어필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팅 전에 인디그라운드 담당자분들한테 물어봤다. 진짜로 피칭하듯 자료 만들어서 가야 하냐고. 근데 그냥 대화에 집중하기를 권하더라. 세세한 부분까지 따질 정도로 미팅 시간이 길지도 않고, 말한 대로 첫 만남이니까. 인사 나눈다는 마음으로 왔다. 소개팅이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호의를 갖고 나오긴 했는데 서로 잘 모르다 보니 첫인상을 살핀다고 해야 하나. 영화에 대한 감상과 장단점 등을 나누며 간 보는 느낌이었다. 정중하게 파스타 먹는 분위기. (웃음)

이종민_ 애초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주려고 만들어진 사업 같다. 아무래도 독립영화 창작자들은 배급사 등 비즈니스 상대를 만날 때, 대부분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 제 영화 좀 배급해주세요, 같은 뉘앙스. 근데 퍼스트링크 사업은 그러지 말라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오늘 미팅하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소통하는 자리라고 느꼈다.

염문경_ 오히려 워크숍 초반에는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많았다. 배급사 만나면 물어볼 내용을 정리하고, 어떻게든 빨리 어필해서 계약하려고 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애프터를 꼭 받고 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소개팅에 임하지는 않았던 거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도, 배급사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당장 여기서 뭔가를 진행할 수는 없으니 대화를 잘 나눠보려 했다. 솔직히 창작자 입장에서는 “영화 재밌게 봤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힘을 얻는다.

<사람들은 왜 바다를 보러 갈까>
<지구 최후의 여자>

작품마다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들었다. <지구 최후의 여자> 셀링 포인트는 뭐라고 적었나.

염문경_ 카메오 출연한 유명 연예인 사진을 크게 넣었다. 스타성을 최대치로 보여주겠다면서. (웃음) ‘비장의 무기’도 썼다. 웬만해선 내가 내 입으로 “저는 펭수 작가입니다”라고 말하지 않거든. 그래도 선정되려면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마케팅적으로 접근하려 했다.

이종민_ 어떻게 쓰면 눈길을 끌지 고민했다. 우리가 영화를 몇 편 같이 만들다 보니 제2의 이옥섭X구교환 커플이냐는 얘기도 많이 듣거든. (웃음)

 

그래서 인터뷰를 청했다. 공동 연출 및 주연으로 <지구 최후의 여자>를 완성했으니 만든 사람이 곧 셀링 포인트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하면서 피로감을 느끼지는 않나.

이종민_ 실은 오늘 둘 다 긴장을 많이 한 채로 왔는데, 첫 미팅으로 엣나인필름을 만나서 영화 얘기 신나게 했더니 긴장이 풀렸다.

염문경_ 내심 막막했다. 겁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도 축소되고, 관객 수도 줄어들고, 영화 말고도 볼 콘텐츠는 차고 넘치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급사 입장에서는 국내 독립영화를 선택하지 않으려고 한다더라. 진짜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런 말을 하도 듣다 보니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적으로 개봉지원을 받지 못하면 개봉이 어려운데, 그건 무슨 기준으로 결정되는지도 모르겠고. 어느 때는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겸허한 자세로 하나씩 알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배급사들이 미팅에서 제작비 규모와 출처를 종종 묻더라. 제작비 회수를 염두에 둔 질문인가.

염문경_ 나도 그걸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 퍼스트링크 워크숍에서 배급사가 순제작비 규모에 비례해 P&A 비용을 정한다고 들었다. 사실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다. 워크숍 때도 이해하기 어려웠거든. ‘그럼 제작비 규모가 작은 영화는 작게 개봉하고 큰 영화는 크게 하는 건가? 적은 돈으로 찍었다고 말하면 불리해지는 거 아니야?’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이종민_ 근데 대화의 맥락상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 같기는 했다. 대체 얼마로 이 영화를 찍었을까, 궁금해하는 느낌. (웃음)

이종민 ⓒ이영진

오늘 만난 배급사 중 가장 믿음이 가는 곳은 어디였나.

염문경_ 우리 영화를 좋아해 주느냐, 우리와 비슷한 시각으로 영화를 보느냐.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회사랑 같이하고 싶다.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겠구나 싶다. 다만,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 배급사가 현실적으로 극장 개봉이 가능한 인프라와 역량을 갖춘 곳인지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 아니라면?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보고 좋아해 주는 곳이 나타난다면 ‘함께 모험을 해볼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확신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개봉이 처음 아닌가. 아무래도 유통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배급사에 의지할 거다. 어쨌거나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이 영화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게 목표다 보니 여러 요소를 고민하게 된다.

 

배급사는 내년 라인업을 구상하며 퍼스트링크에 참여하더라. 둘은 개봉 시기와 규모를 어떻게 예상하나.

이종민_ 내년 하반기쯤 아닐까. 상반기까지는 영화제를 돌고 그 이후 개봉하려고 한다.

염문경_ 다들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 사업에 엮인 상황 같다. 거기서 지원받으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이 몰려서 각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한다더라. 개인으로 지원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 오늘 여유가 좀 있으면 개인 지원이 가능한 사업은 없는지 좀 물어보고 싶었는데. 어쨌든 개봉지원을 위해서라도 배급사를 만나야 하는 것 같다. 목표 관객 수는, 글쎄. 이종민 감독은 어떤가?

이종민_ 내 대표작 <족구왕>(우문기, 2014)의 스코어는 넘어야 하지 않을까? (웃음)

염문경_ 요새는 1만 명만 봐도 엄청나게 흥행한 거다.

이종민_ <족구왕>이 4.7만 명이니까 우리도 뭐 그 정도로 목표를 잡자.

염문경_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니까. (웃음)

 

거의 모든 배급사가 독립예술영화 시장 축소, 관객 성질 변화 등 개봉이 어려운 이유를 이야기했다. 그것이 창작자를 겁주거나 가르치려는 의도는 아닐 텐데, 듣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듣고 싶다.

이종민_ 우스갯소리로 <족구왕>은 이겨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는데, 사실 난 그런 수치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여태 배우로 살면서도 그랬다. 물론 영화가 잘 돼서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우리가 몇백억을 투자받아서 상업영화를 찍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나도 현재 시장 상황에 엄청나게 신경 쓸 것 같다. 근데 우리가 만든 영화는 그렇지 않거든. ‘상황이 어렵다’는 말이 내게 두려움을 주거나 무력감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오히려 한 명의 영화 소비자로서는 요즘 극장 상황이 좋을 때도 있다. 소위 대작이 없는 기간엔 독립영화가 자주 상영관에 걸리는 느낌이거든. 관객 수는 보장할 수 없어도 독립영화를 개봉하기에 나쁜 시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해 보면 일단 우리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기쁠 듯하다. 당연히 어떤 위기를 감각하고는 있지만 무섭지는 않다.

염문경_ 나도 흥행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근데 종민 감독보다는 내가 좀 더 현실적 혹은 세속적 야망을 갖고 있는 편이다. 나는 감독이자 배우인 동시에, 제작자 아닌가. 영화가 아예 묻힐까 봐 두렵긴 하다. 전작과 비교하면 꽤 많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재밌어 할 거라는 확신은 있는데, 그들이 보기도 전에 묻혀버리면 어쩌나 싶은 거다. 워크숍 참여하면서 독립영화계가 출판계랑 비슷한 데가 있다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 출판계도 고정 독자가 딱 있거든. 책을 사는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고 그들의 취향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된다. 책이 나온 다음 북토크를, 영화가 나온 다음 무대인사와 GV를 많이 여는 이유도 연결된다. 그래야 판매 부수가 올라가고 관객이 드니까. 수익을 나누는 구조도 엇비슷하다. 출판사는 계약 시 작가에게 선인세를 지급한다. 이후 선인세만큼 도서 판매 수익이 난 다음에야 작가는 진짜 수익을 나눠 받는다. 『내향형 인간의 농담』을 펴낸 후, 선인세 이상을 받지 못했다. 책이 잘 안됐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시기였고 북토크도 전혀 못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엔 ‘출판사 분들이 나보다 훨씬 잘 알겠지’ 하며 출판사가 택한 길을 따랐는데, 돌이켜보니 내가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 같아서 후회됐다. 딴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출판사 분들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여겼는데. 그래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련히 알아서 해주시겠지’라며 모든 일을 배급사에 미루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함께 욕심과 열심을 내볼 생각이다.

염문경 ⓒ이영진

 

 

“같이 잘 되면 더 좋다.

<3670> 박준호·이혜인 

 

“탈북자 게이 철준이 남한 게이 커뮤니티에 처음 발걸음을 내디디며 일어나는 우여곡절을 그린 퀴어영화.” <3670>의 짤막한 로그라인은 모험과 역경을 동시에 예고한다. 영화는 얼마나 많은 경계선을 넘나들까. 철준이 걸음마다 부딪쳐야 할 벽은 또 얼마나 높을까. 단편 <변성기>(2017) <은서>(2019) 등 안정적 연출력을 보여준 박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3670>은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력적인 소재와 탄탄한 서사, 신선하면서도 조화로운 배우들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독립영화의 개봉 경로는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배급사와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박준호 감독과 이혜인 피디는 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 매칭 워크숍 ‘퍼스트링크’를 통해 한발 앞서 나가기로 했다. 본인의 작품과 개봉 환경에 관해 좀 더 현실적 시각을 갖추고 싶어서다. 부지런한 창작자에게 환호하듯 <3670>은 올해 퍼스트링크에서 가장 많은 배급사의 선택을 받았다. 감독과 피디는 미팅 과정에서 개봉에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후반작업에 대한 힌트, 영화를 세상에 내놓을 힘까지 고루 챙겼다.

 

 

미팅은 전체적으로 어땠나.

박준호_ 오늘 총 6개 배급사를 만났고, 2개 배급사와는 온라인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미팅은 대부분 처음 인사 나누는 자리 정도의 느낌으로 진행됐다. 우리 영화는 영화제 프리미어도 깨지지 않은 상태다. 물론 차근차근 준비하면 좋지만 당장 개봉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 배급사들도 당분간은 좀 지켜보자고 하더라.

 

영화제 출품이 먼저일 텐데 개봉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한 이유는?

박준호_ 나중에 본격적으로 개봉을 준비하게 됐을 때 퍼스트링크를 신청한다는 분도 주변에 있더라. 근데 난 개봉이 처음이다 보니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실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기대했기에 시기상 적절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개봉을 일찍 준비하게 됐는데 오히려 좋다. 배급사도 미리 만나고. 무엇보다 지금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수정할 기회거든. 미팅에서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수정 방향을 잡을 수 있으니 잘됐다.

 

후반 작업에 필요한 힌트를 얻었나 보다.

박준호_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듣긴 어려워도 오늘 미팅하면서 감은 좀 잡았거든. 대화하다 보면 우리 영화의 어떤 부분이 관객에게 어필하는지 느껴지더라. 마지막 편집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예를 들면 ‘역시 배우를 향한 호감도가 높네. 그 부분을 더 살려야겠다.’ 하는 식으로 계획할 수 있게 됐다.

 

배급사에서는 주로 배급팀과 마케팅팀이 참석했더라. 업계 의견을 들어본 셈인데 어땠나.

이혜인_ 작품 홍보 전략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 듣다 보니 결국 선택의 문제구나 싶더라. 현재로선 한 10퍼센트 구체화한 느낌? 그래도 영화에 대한 감상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에게 <3670>은 우리 새끼나 마찬가지니까 마냥 예쁘다, 예쁘다 하는데 솔직히 다른 사람이 봤을 때도 예쁜지는 확신하기 어려웠거든. 그걸 명확하게 알게 돼서 다행이다.

 

배급사에 개봉 시기와 예상 관객 수를 묻던데, 관련한 계획이 있나.

박준호_ 어렴풋한 목표야 있지만 계획은 미정이다. 관객 수를 물어본 이유는 내 영화의 상업성을 가늠하고 싶어서다. 경험과 통계를 지닌 업계 종사자 눈에 이 아이템이 어떻게 비칠지 궁금했다. 매니악한 영화로 볼지 아니면 어느 정도 대중성을 지녔다고 판단할지. 근데 모든 배급사가 대답을 안 해주더라. 본인들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고, 이렇게 말해 봤자 별 의미 없으니 나름의 목표를 정해서 가면 된다고.

<은서>
<3670>

퍼스트링크는 어쩌다 참여하게 됐나. ‘이것만은 해결하겠다’라는 목표를 갖고 왔다면.

박준호_ 처음에는 사업 자체를 잘 몰랐는데 <공작새>의 변성빈 감독님이 홈페이지 링크를 보내줬다. 곧 마감이니 신청해 보라고. 정확한 목표가 있기보다는 뭐든 하면 도움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이혜인_ 근데 이렇게까지 프로그램이 세세하게 마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박준호_ 단순히 감독과 배급사를 매칭해주는 사업이 아니라, 그전에 강의와 네트워킹 파티 등을 제공한다. 스스로 배급 과정을 이해하고 고민하게 됐다는 점이 내겐 커다란 변화다. 이 영화에 걸맞은 배급 방식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전략도 세울 수 있고.

이혜인_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막연하게 짐작만 해오던 영역을 구체적으로 맞닥뜨렸던 거다. 마치 학원에서 단기 속성반을 수강한 느낌이다.

박준호_ 그러니까 처음에는 뭘 기대해야 할지도 모르고 왔던 것 같다. 아는 것이 없으니 그저 ‘매칭 되면 땡큐’ 정도로 생각했다. 미팅하고 싶은 배급사를 고르면서도 어리둥절했다. 유명하고 좋은 작품을 배급했던 회사들이 쭉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다행히도 미팅 전에 진행된 두 번의 강의를 통해 내가 무엇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에 초점을 맞췄나.

박준호_ 초반엔 성적만 봤다. 그 배급사에서 개봉한 영화가 잘 됐는지, 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 근데 모든 영화가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없거니와 영화마다 특성이 다르지 않나.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야 물론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내 영화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소개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 작품을 가장 잘 소개해 줄 배급사가 어디인지 고민하려 한다.

 

말하자면 파트너십을 결정하는 최소 요건이 생겼다는 뜻이다. 어떤 것이 합의돼야 한다고 보나.

이혜인_ 원래는 아니었다. ‘그냥 우리 영화 사랑해 주시면 되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계속 대화하다 보니 감수성이나 이해도가 중요하구나 싶더라. <3670>은 탈북민과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주요하게 다루는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공동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대화의 톤과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정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씀하셨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은근히 티가 났다. 이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전에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정말 관심 있는지 등등. 사실 이 부분이 소통되지 않으면 아무리 배급을 잘해주셔도 어렵지 않을까 한다.

박준호_ 들으면서 놀랐다. 이번 미팅에 관해 아직 혜인 피디랑 얘기를 못 나눴는데 나랑 생각이 똑같아서. 성소수자와 탈북민을 바라보고 소개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영화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뿐더러 관객에게 다가가는 태도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그러한 가치적 영역에서 신뢰가 안 생기면 우리나 배급사나 서로 어려울 것 같다. 당장은 뭔가를 결정하기보다는 고민해볼 생각이다. 근데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을 신청하려면 배급사가 필요하다 보니 시간이 아주 넉넉하지만은 않다.

박준호 ⓒ이영진

그러면 배급 계약 이후에 개봉지원 공모에 참여하는 건가.

박준호_ 경우마다 다르다고 들었다. 일단 개봉지원을 신청했다가 떨어지면 계약을 무효화하기도 하더라.

이혜인_ 조건부 계약인 셈인데 어쩔 수 없다. 영화도 결국 상품이니까. 그래도 우리 잘될 거다! (웃음)

 

퍼스트링크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인기작이다.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박준호_ 기분이 좋긴 했다. 난 자신에게 박한 편이라 내내 마음 한구석에선 의심했거든. 재밌을까? 남들 보기에도 좋을까?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작 발표 이후, 실망감이 크게 찾아왔다. 근데 이렇게 우리 영화의 가능성을 봐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자존감을 회복했다. 남은 작업을 자신감 있게 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이혜인_ 나도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개봉까지 힘내야지. 욕심으로는 같은 자리가 한 번 더 열리면 좋겠다. 오늘 미팅은 첫 만남인 데다 30분 제한이 있다 보니 아쉬웠다. 좀 더 딥한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배급사를 서너 군데로 압축해서 만나고 싶다. 자세한 질문을 주고받으면 서로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재 가장 신뢰가 가는 배급사는 어떤 곳인가.

이혜인_ 회사명을 밝히기는 어려운데, 앞서 말했던 대로 이해도가 높은 곳에 마음이 간다. 성소수자와 탈북민 커뮤니티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생각했다는 게 대화에서 드러났다.

박준호_ 강의에서 개봉을 경험했던 감독님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배급사와 만나야 한다”고 조언하더라. 감사하게도 이번에 많은 배급사에서 우리 작품에 관심을 보여줬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유도 알게 됐다. 이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가 내게 와닿거나 나와 잘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이혜인_ 솔직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우리만큼, 우리처럼 이 영화를 좋아해 준다고? 근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오늘 대화 중간중간 감동했다.

 

치유와 감동의 퍼스트링크네. (웃음)

이혜인_ 안 끝났으면 좋겠다. 이 사업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박준호_ 참가자로서 만족한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네트워킹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다른 분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 인사하고 연락처 주고받은 분도 있긴 한데, 모두와 대화하기엔 일정이 빠듯하다. 한때는 다른 감독들을 경쟁자로 여겼다. 이제는 진짜 아니다. 누구든 잘 되면 좋고, 같이 잘 되면 더 좋다. 경쟁자가 아니라, 이 판을 같이 키워 나가야 할 동료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끼리 의지하며 대화 나누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는 장이 생기면 좋겠다.

이혜인 ⓒ이영진

 

  • <3670>의 박준호 감독과 이혜인 피디는 세 개 배급사에 미팅을 신청했고, 해당 배급사 모두 수락했다. 이후 세 배급사가 추가 미팅을 요청하면서 총 여섯 번의 미팅이 성사됐다. 첫 번째 미팅은 최근 안양FC 서포터즈를 다룬 다큐멘터리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을 개봉한 영화사 진진. 기획배급팀 정태원 부장과 김진웅 과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둘은 먼저 회사에 관한 간략한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영화사 진진은 2006년부터 다양한 영화를 수입 및 배급했으며, 최근 몇 년간 편수가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국내 독립영화 개봉작은 연평균 2~3편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후 배급사는 제작비 규모와 조달 과정을 질문했다. 박준호 감독은 2023년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제작사를 차렸다.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금 3억과 서울영상위원회 제작지원금 2천만 원, 여기에 각종 현물 지원을 포함하면 총제작비 규모는 약 3억 5천만 원이다. 본격적으로 계약 조건을 논의하지는 않았으나, 박준호 감독과 이혜인 피디는 개봉 시기와 예상 관객 수 등 향후 유통 과정에서 지표가 될 만한 수치를 문의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3670>의 대중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탈북민과 성소수자를 다룬다는 점에서 배급사와 창작자 양측 모두 시장의 진입 장벽을 예상했다. 영화는 인물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탈북민과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조명하는데, 김진웅 과장은 여기에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정태원 부장은 퀴어영화 관객과 BL 콘텐츠 소비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짚었다. 전자는 후자로 이동해도 후자가 전자로 넘어오는 경우는 드무니, 타깃 관객을 보다 세밀하고 보수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편, 배우를 향한 호감도는 고르게 높았다. 주연을 맡은 조유현은 영화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신선한 마스크를 지닌 동시에,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김현목 배우의 자연스럽고 능청맞은 연기 역시 화제였다. 배급사는 이처럼 연기, 대사, 미술 등을 바탕으로 <3670>의 강점이 치밀한 고증과 짜임새 있는 연출이라고 가리켰다. 대화 말미, 이혜인 피디는 현실적 개봉 스코어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겠노라 밝혔다. 기대하는 만큼 걱정과 염려도 크지만, 우선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 놓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3670>은 국내 배급을 준비하는 동시에, 2025년 1월 선댄스영화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도전할 계획이다. 진진 또한 해외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추천하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과연 <3670>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첫 관객을 맞이할까? 남북을 가로지르고 사랑과 우정 사이를 배회하며, 영화는 다종다양한 정체성의 교차점에 다다른다. 관객을 만나러 가는 길도 그저 쉽고 뻔하지는 않을 듯했다.

 

 

족쇄와 열쇠

영화사 진진 정태원·김진웅

 

2006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국내외에서 제작된 여러 영화를 꾸준히 수입, 배급하며 작품과 관객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온 영화사 진진. ‘관객들과 취향을 공유하고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영화 전문 배급사’답게 그동안 선보인 영화도 무척 다양하다. <우리 학교>(김명준, 2007), <걸어도 걸어도>(고레에다 히로카즈, 2008), <문라이즈 킹덤>(웨스 앤더슨, 2013),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2016), <나는 보리>(김진유, 2020) 등 여러 주제와 장르, 국적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진진이 추구하는 ‘다양성’ 안에 넉넉히 묶인다. 그런데 배급이 든든한 라인업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진진에서 각각 19년, 7년을 보낸 기획배급팀 정태원 부장과 김진웅 과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배급은 작품을 가장 잘 환대해 줄 관객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그들이 영화를 잘 만날 수 있도록 좋은 자리를 마련하는 일로 느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 매칭 워크숍 ‘퍼스트링크’의 배급 매칭 프로젝트는 두 사람에게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한 만남의 장이 된 듯했다.

 

이틀간 7개 작품과 미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미팅은 익숙한 일일 텐데, 어떤 기대를 하며 참여했나.

정태원_ 다양한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신인 감독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여서, 배급사 입장에서는 지금 새로운 목소리와 경향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오게 된다.

김진웅_ 퍼스트링크에 매번 참여하고 있는데, 올 때마다 제작하는 분들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 연출 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의 추세를 미리 보는 듯하다. 국내외 영화제에 진출할 영화들을 먼저 보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자리다.

정태원_ 창작자들의 관심이나 이에 반응하는 관객들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올해는 무엇을 보았나.

정태원_ 경향을 판단하기는 조심스럽다. 다만 최근에 패기 있는 야심 찬 프로젝트가 줄어들지 않았는지 고민했는데, 이번에 작품들을 보며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했지. (웃음) 지금은 다양성이 워낙 중요하고 그만큼 시장도 세분돼 있다. 관객층도 굉장히 달라지고.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보니, 이런 작품을 시장에 어떻게 포지셔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이 됐다.

김진웅_ <3670>(박준호, 2024)이 기억에 남는다. 과감하면서 섬세한 영화라 인상적이었고,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면 관객들에게도 또 새로운 느낌의 독립영화로 다가갈 수 있겠더라. 회사 의견은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이다. (웃음)

 

배급사에서 주목하는 변화가 비단 영화의 주제나 스타일만은 아닌 듯하다.

정태원_ 우리 둘이 기존의 누적된 시장 지표를 보고 가늠하면서 예측하는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오래 한 만큼 족쇄가 되기도 한다. 기존 사례의 결과치를 모으면 모을수록 부정적인 부분도 많이 보이니까. 그런데 시장이 많이 바뀐 지금, 다양한 대화와 피드백을 통해 반례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듯하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식으로 옛날 생각에 굳어지면 안 되고, 더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괴인>
<미망>

창작자들과의 대화에서 열쇠를 찾기도 하겠다.

정태원_ 왜 이 작품을 하게 됐는지, 어떤 형태로 취재했는지, 어떤 제작 협력을 받았는지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미팅했던 <K-Number>(조세영, 2024)의 경우 입양과 관련된 내용인데, 감독님이 제작하며 만났던 커뮤니티에 대해 들어보니 우리가 과거에 알고 있던 정보와 다르더라. 창작자들은 정말 최근까지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보고 있다.

 

어쩌면 어려운 모험일 수도 있겠다. 답을 모르는 상태로 부딪쳐나가는 거니까.

정태원_ 그렇기는 하지만 기획 의도 자체가 방향성을 가지고 출발하기 때문에 제작사와 과거보다 더 소통하려고 한다. 영화제에서 상영할 경우,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서 반응도 다 확인하고.

김진웅_ 참석한 관객들의 성별이나 나이도 중요하다.

 

이번 미팅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김진웅_ 창작자분들은 유통하는 입장에서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주로 궁금해하시고, 우리는 영화 제작의 배경이나 가장 열렬하게 지지해 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알아보려고 한다. 총제작비 등을 가늠하기 위해 예산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정태원_ 사전 교육과 질문 가이드가 확실해서 굉장히 알차게 30분을 보낼 수 있었다.

 

퍼스트링크만의 남다른 점이 있는지.

정태원_ 영화제에서 미팅하려면 서로 바쁘게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 자리에서 작품을 쭉 볼 수 있어 좋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데, 시장 전망이 좋지 않아 우리로서도 당장 욕심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후속 미팅을 하며 논의가 진전될 것 같다. 11월에 개봉하는 <미망>(김태양, 2023)의 경우 작년 퍼스트링크에서 만난 작품이다. 인디그라운드와 서울독립영화제가 진행하는 독립영화 매칭 프로젝트 ‘넥스트링크’에서 만난 <괴인>(이정홍, 2023)도 개봉했고. 나름 우수 배급사다. (웃음)

 

배급이란 게 영화와 참 깊게 만나는 작업인 듯하다.

정태원_ 정말 몇 개월 동안 푹 빠져서 한다. 그런데 배급사로서는 또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니, 들어가는 만큼 나오는 시기가 중요하다. 한 작품을 오래 틀면 그만큼 매출도 나오고, 더 많이 알려질 텐데 시장 자체가 그걸 용인할 만큼 여유롭지 않은 듯하다.

정태원 ⓒ이영진

극장 개봉 외에도 관객과 만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창작자들이 많다. ‘어떻게 배급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점차 확장되지 않나. 오래 일한 만큼 체감하는 변화와 쌓이는 고민이 있을 듯한데.

김진웅_ 관객의 콘텐츠 소비 형태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영화 일을 한다고 하면 1년에 3~4편 정도 영화를 보는 친구들이 “요즘은 뭐가 재밌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질문도 안 한다. 영화 자체를 안 본다는 거겠지. 그러다 보니 다양성 영화가 기존의 영화 산업, 극장, 배급사, 제작사가 있는 전통적 구조 안에서 자생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극장만이 주는 강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영화를 검토할 때 영화가 극장에서 관객들과 영화적으로 더 친밀하게 만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물론 관객의 반응을 예측하는 건 점점 어려워진다.

정태원_ 다양성 영화, 독립영화의 경우 아직은 정책적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채널을 통해 홍보, 배급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또 미디어는 변하지만 창작자가 관객의 반응을 체감할 수 있는 건 영화제나 극장 개봉을 통한 대면의 경험이다 보니, 대안적인 배급을 고민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게 되는 듯하다. 다만 과거에는 개봉하고 종영하는 형태로 콘텐츠 수명 주기가 끝난다고 봤는데, 지금은 비극장 상영회든 소규모 공동체 상영회든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소비하려는 분들이 늘고 있다. 배급팀에서는 그런 지점에 상시로 응대하고 있다. 과장님이 특히 열심히 하신다. (웃음)

김진웅_ 시장의 논리에 의해 극장에서는 독립영화의 주기가 어쩔 수 없이 짧아지고, 관객들이 보시려고 할 때는 이미 종영한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형태로 문의를 많이 주시는 편이다.

정태원_ 최근에 붐이라고 할 정도로 재개봉이 많아졌는데, 신작이 적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시간이 축적돼서 영화를 다시 관람하고 싶다는 욕구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배급사 입장에서 영화를 수급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나. 결정의 기준도 궁금하다.

정태원_ 기존에도 영화제나 프로젝트 피칭, 배급사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을 만나왔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김진웅_ 기준이라는 게 참 어렵다. 사람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를 텐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영화를 좋게 보았느냐가 1순위다. 그리고 왜 좋게 보았는지 의심해 보고, 관객들도 좋게 볼지 고민한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때 중간 다리를 잘 놓고 싶다는 거였다. 물론 영화가 회사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정태원_ 회사 구성원이 6명이다. 각자 보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하다 보면 항상 새롭다. 계속 그렇게 상호작용을 하며 해나가고 있다. 아무래도 이 일이 반복적이긴 하지만 그런 과정 때문에 늘 신선하게 다가온다.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일하나.

김진웅_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사회나 플리마켓을 할 때 관객분들이 오셔서 영화 봤는데 좋았다고 피드백을 주실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 힘이 된다. 보람을 느낀다.

 

보람을 찾기 위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 등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정태원_ 공공적인 영역에서 다양성을 지켜가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많은 사람이 다양성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만한 패턴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회사의 중장기적 계획이 있다면.

김진웅_ 우선 4분기에 남은 개봉작들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게 최우선이다. 2024년의 결실을 아름답게 잘 보고 싶다. 한 편 한 편 열심히 하다 보니 벌써 가을이 왔다. (웃음)

정태원_ <위국일기>(세타 나츠키, 2024)와 <미망>을 개봉한다. 내년에 진진이 20주년을 맞는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고, 우리가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을 다른 분들과 나눌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판권도 영구적이지 않고, 결국 남는 건 사람이고 추억이더라.

김진웅 ⓒ이영진

 

 

다 함께 인디샷!

씨네소파 성송이 

 

“배급은 친구가 많이 생기는 일.” 지원금 삭감부터 극장 생태계의 변화까지, 독립영화 배급의 어려움과 그에 따르는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다시금 다다른 결론이다. 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 매칭 워크숍 ‘퍼스트링크’의 배급 매칭 프로젝트에 참여한 씨네소파 성송이 대표는 배급의 매력을 만남에서 찾는다. 함께하고 싶은 영화를 만나고, 창작자와 대화하고, 다양한 협업 주체들과 합심해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관객을 찾아가는 것. 아무 정보도 없이 배급 일을 시작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은 마음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독립예술영화 배급사 씨네소파는 ‘영화배급협동조합’으로 7년 전 첫 발을 내딛었다.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의견을 내고 함께 결정하는 구조는 배급하는 작품의 수가 확연히 늘어난 지금도 여전하다. 그렇게 <파란입이 달린 얼굴>(김수정, 2018), <에듀케이션>(김덕중, 2020),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박소현, 송영윤, 2021), <홈그라운드>(권아람, 2023) 등 다수의 주목받는 독립영화를 배급했다. 많은 것이 변해가는 지형 속에서 씨네소파는 어떤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마녀들의 카니발>(박지선, 2024) 개봉을 앞두고, 다음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나러 서울을 찾은 성송이 대표를 만났다.

 

부산에서 출발해 긴 하루를 보냈겠다. 오늘 오프라인 미팅 7건을 진행했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텐데, 전반적으로 어땠나.

퍼스트링크 같은 기회가 아니고서는 아는 사람들만 만나지, 새로운 사람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좋은 자리인 셈이다. 최대한 많은 분과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 사실 올라올 때 마음이 좀 무거웠다. 영화뿐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가 좋지 않고, 그 속에서 지원금 없이 극장 개봉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 아닌가. 온라인 미팅까지 8편의 작품을 만나서 얘기했지만, 뭐 하나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

 

이야기한 어려움에 관해서는 다들 체감하고 있는 듯한데.

제작자분들이 시장 상황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계셔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른 비즈니스 미팅 경험과 비교할 때 퍼스트링크의 차별점이 있던가.

영화제에서 미팅할 때는 영화제 특유의 성격이 반영되는 데 비해 여기서는 좀 더 포괄적으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미팅 일정만 맞췄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긴 과정을 거치더라. 감독님들이 사전에 교육을 엄청나게 받으셨던데. (웃음) 예전에는 배급이 뭔지 설명하다가 시간이 다 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는 서로 상황과 현실을 아는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대화를 했다.

 

이번에 퍼스트링크 규모가 커졌다. 연출자 경력에 상관없이 모든 창작자의 신작 독립영화가 대상이 됐고, 편수도 기존 15편에서 32편으로 늘었다. 리스트에는 <공순이>(유소영, 2024)처럼 완성됐지만 아직 영화제 등에서 공개되지 않은 영화도 보인다. 앞으로 관객을 만날 신작을 한꺼번에 목격하는 자리인데, 감지되는 경향이 있나.

그런 걸 논하기 애매한 위치인 것 같다. 다만 이번에는 다큐멘터리를 재밌게 봤다. 이번 미팅에서 6편의 다큐멘터리와 2편의 극영화를 만났다. 한동안 본인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사적인 다큐멘터리가 많이 나왔다. 그건 지금도 지속되는 흐름이긴 한데, 이번에 보니 꼭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가는 긴 시간, 큰 호흡의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띄더라. 예전의 활동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작품과 배급사의 1:1 미팅에는 3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첫 만남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서로 어떤 것들을 주로 묻는 편인가.

나도 다른 미팅 자리가 궁금하다. (웃음) 일단 작품 이야기를 한다.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그게 감독님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첫 장편이고 배급 경험이 없는 분들이 많이 오시니까 체계나 절차에 대해서도 궁금하실 텐데, 인디그라운드에서 사전 교육을 진행해서 그런지 좀 더 구체적인 문답이 오갔다. 각 작품의 배급 방향처럼 디테일한 이야기까지 나누지는 못하지만, 아직 후반 단계에 있는 작품의 경우 편집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고 들었다. 영화제 출품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배급을 결정하고 나면 주로 어떤 지점에 집중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최근에 더 그런 것 같은데, 배급으로 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한 부분이 있다. P&A 비용을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괏값, 그러니까 도달할 수 있는 스코어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바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급과 개봉이라는 큰 이벤트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지 같이 논의하려고 한다. 이전에는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더 많이 살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짰다. 지금은 티켓 프로모션처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게 늘어나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쓰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독립영화를 배급한다는 일이 시장성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작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또 다른 측면을 바라보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에듀케이션>
<여름날>

배급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17년에 김영조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배급을 하게 됐다. 감독님이 배급사를 찾지 못해서 지역의 청년들과 함께 해보자며 연락하셨다. 재밌을 것 같아서 친구들을 모아 진행했는데, 한 편이 두 편이 되고, 두 편이 세 편이 됐다.

 

원래 어떤 일을 했기에?

문화 기획 쪽 일을 하고 있었다. 배급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웃음) 어디서 배워서 한 게 아니라 주변에서 귀동냥으로 들어서 시작한 거다. 자급자족 형태였지. 그러다 규모가 커지고 배급 작품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됐다.

 

지속에 대한 고민이 크겠다.

우리가 배급하는 영화를 사람들한테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은가, 그걸 생각하는 게 재밌었다. 그래서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특이한 걸 시도해 보기도 했고. 그런데 이걸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우리는 이제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건가.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독립 장편영화만 국내 개봉 위주로 했다. 배급사에서 제작이나 해외 세일즈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좀 다르긴 하다. 이렇게는 지속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했다. 그래서 커피를 팔아서 돈을 벌자고 했지. (웃음) 카페 이름은 ‘인디샷’이다. 오픈 전에 멤버들과 워크숍을 하면서 각자 바라는 걸 말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1년에 한 편 정도는 자비로 배급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원하는 방향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인 거로 들린다. 즐겁게 작업했던 경험을 들려줄 수 있나.

<여름날>(오정석, 2019)의 경우, 책자를 만들어 펀딩하는 시도를 해봤다. 그 이전에는 배급할 때마다 배급 기록집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 영화를 왜 배급하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배급 과정에서 그런 마음을 전하려고 했다. 감독님과 의견이 맞을 때, 수익과 상관없이 작품을 가지고 노는 느낌으로 작업하는 게 재밌더라.

 

현재 4명의 멤버가 씨네소파를 꾸리고 있다. 배급 대상작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다큐멘터리 배급을 좀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처음 시작할 때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심사표도 만들어보고 다른 시도도 해보고. 그런데 영화라는 게 고정된 틀 안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더라. 우리의 취향으로만 빠지는 것도 경계하고 싶었다. 그러다 혐오나 편견을 조장하지 않는다면 괜찮은 게 아니겠냐며 엄청 넓은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작품이 좋지만 우리가 그 작품에 맞게 잘 배급 할 수 없는 작품도 있기 때문에, 배급이 결정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 지금은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멤버들이 영화를 다 보고 이야기해서 정하는 구조다.

 

왜 계속 배급 일을 하고 있나. 배급의 묘미가 뭘까?

배급은 재밌고 매력적인 일이다. 영화를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궁리하는 과정부터 관객과 직접 만나는 지점까지 전부 그렇다. 또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나니까, 매번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

같이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혼자 했으면 지속해야 할 이유를 못 느꼈을 수도 있을 텐데, 어쨌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배급은 친구가 많이 생기는 일이다. 창작자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홍보사나 디자인사와도 건강한 방식의 파트너십을 맺어가면서 일하는 게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점점 익숙한 관객들도 생겨난다. (웃음)

 

넓은 세상을 만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해외로도 나가고 싶은데, 아직 고민이 많다.

 

배급이란 무엇인가, 극장 개봉이 배급인가 하는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배급을 시작하고부터 많이 해왔던 질문이다. 배급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려고 했던 거다. 우리가 생각하는 배급은 만남이다. 우리의 비전도 ‘사람과 영화의 건강한 만남’이고. 우리도 극장 개봉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면 좋겠다.

성송이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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