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금순과 오민애의 신작 개봉 시기에 맞춰 인터뷰를 두 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새해 초입에 관객을 찾는 <울산의 별>과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딸에 대하여>는 중년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 외에도 나이 듦, 노동, 돌봄, 가족 등 주제 면에서 다양한 연결고리를 지닌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다수의 단편영화에 출연했던 김금순과 오민애는 최근 장편영화 주연을 연달아 맡으며 역량을 발휘했고, 드라마와 상업영화로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울산의 별>에서 김금순은 남편을 잃고 두 자녀를 홀로 키운 조선소 용접공 윤화로 분한다. 삶에 구멍이 뚫릴 때마다 기를 쓰고 막았는데 어느 순간 땜질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한편, <딸에 대하여>에서 오민애가 연기한 주희의 직업은 요양보호사다. 늙고 아픈 이를 돌보던 주희는 딸이 동성 연인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자 혼란에 빠진다. 동시대 활약하는 배우들이지만 작품에서는 연이 좀처럼 닿지 않던 두 사람. 알고 보니 평소 집을 왕래할 만큼 친한 사이다. 서로 만나자마자 오민애는 “바쁘지? 뭐 좀 먹고 왔어?”라며 곧장 김금순의 끼니를 챙겼고, 김금순은 슬쩍 발밑을 보더니 “선배랑 나랑 오늘 커플 신발”이라며 흐뭇해했다. 막힘없이 흘러가는 둘의 수다는 결국 삶을 향한다. 작품도 연기도 삶과 떼어 놓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워서다. 고민과 욕심을 꼭꼭 씹어 삼켜 제 얼굴에 더 풍성한 무늬를 새기겠다는 두 배우와 마주 앉았다. 대화를 마칠 무렵, 오민애와 김금순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미래를 예고하며 말을 맺었다. 인생에 전성기가 딱 한 번뿐이라면 자신들에게 가장 빛나는 시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듯이.
얼마 전에 혼자 베트남 여행을 갔더라.
오민애_ 하노이에 사는 친구도 만날 겸해서 3박 4일 다녀왔다. 혼자 해외에 나가기는 처음이었다. 이참에 비행기 티켓 사는 법을 배워 놓자 싶더라. 그걸 할 줄 알면 앞으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경계를 넘는다는 긴장 때문인지 여행 첫날엔 복통에 시달렸다.
지난 인터뷰에서 연기를 차원 이동이라고 표현했다. 한 작품 마치고 나면 여독이 쌓인다고 했는데 이번엔 비유가 아닌 실제 여독을 느꼈겠다.
오민애_ 근데 돌아오자마자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몸은 피곤해도 ‘내가 여기에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더라. 말했던 대로 영화 속에서 여행을 많이 한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여러 관문을 거치지. 후배들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알고 힘든 것과 모르고 방황하는 것은 다르거든. 알면 ‘이게 그거구나’ 하며 얼른 털어버린다. 자연스레 외로움과 불안이 줄어든다. 근데 난 하도 털어버리다 보니 자동화가 됐는지 요새 너무 잊는다. 최근 정보만 남기고 기억에서 다 지운다니까.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둘은 만나면 주로 무슨 얘기하나.
오민애_ 삶에 대하여. (웃음)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가 둘 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영화제나 행사에서 오며 가며 마주쳤을 듯한데 언제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가.
오민애_ 비교적 최근이다. 금순 배우가 <정순>(정지혜, 2021)으로, 내가 <윤시내가 사라졌다>(김진화, 2021)로 전주국제영화제에 갔던 해에 만났다. 영화제 행사에 함께 참여하며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나야 연극판에서는 아웃사이더였고, 영화로 보면 금순 배우보다 후발주자다.
김금순_ 실은 우리가 단편 <수요기도회>(김인선, 2016)를 같이 찍었는데 민애 선배는 기억 못 하더라.
한 현장에서 만난 유일한 작품 아닌가?
김금순_ 지금까지는 그렇지. 근데 얼마 전에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나긴 했다.
오민애_ 우리는 일이 생겨야 얼굴을 보는구나. 인터뷰하자고 연락해 줘서 고맙다. 금순이나 나나 워낙 바쁘다 보니 이렇게밖에 못 만나네.
그래도 대화는 자주 한다고 들었는데.
김금순_ 내가 선배한테 많이 치댄다. (웃음)
오민애 배우 주변에 그런 후배 100명쯤 되지 않을까.
김금순_ 그중에서도 난 좀 특별한 것 같다. 선배가 아끼는 후배 TOP5 안에 들지 않을까.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 아무 때나 괜찮으니 자기 집에 와서 자도 된다고 하고.
오민애_ 난 금순이가 어떻게 사는지, 뭘 고민하는지 그나마 잘 아는 사람에 속하니까. 배우들끼리 그런 게 필요하다. 그냥 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을 얻지 않나. <울산의 별> 보고 나서도 그랬다. 우선 딱 한 마디 하고 싶더라. “금순아, 진짜 고생 많았어.” 말하다 보니 눈물 날 것 같네.
김금순_ 선배는 늘 이렇다. 내 고생을 알아보고 울어 준다.
정기혁 감독이 다른 건 몰라도 배우 캐스팅만큼은 잘했다고 자부하더라. 배우 입장에선 준비할 것도 많고 여러모로 어려운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시나리오는 어떻게 읽었나.
김금순_ 영화를 찍기 4년 전쯤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았다. 당시 주인공은 남자여서 난 속으로 ‘주인공의 아내 역할 정도 하겠구나’ 했다. 알고 보니 감독은 주인공을 여자로 바꿀 생각이었더라. 근데 주인공 성별을 여성으로 확정하고 쓰면 캐릭터가 너무 여성적으로 나올 것 같아서 일단 시나리오엔 남성으로 표현했다고.
오민애_ 금순이니까 감독도 그런 선택을 내릴 수 있던 것 아닐까. 머리 깎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다. 거의 삭발 수준이던데 배우가 그렇게까지 한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거든.
김금순_ 난 괜찮았는데 촬영 당시 드라마 출연이 예정된 상태였다. 가발을 써야 하니 드라마 제작사에서는 아무래도 난감해했지. 머리 깎는 날, 감독이랑 미용실에 같이 갔다. 뒤에 앉아서 지켜보다가 갑자기 자기가 막 울더라. (웃음) 나도 감독도 고생했지만 누구보다 스태프들이 제일 고생했다. 알다시피 현장 상황이 넉넉하지 못한 데다 날도 추웠는데 다들 열심히 해줬다.
인물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듣고 싶다. 우선 이번 작품에서는 직업, 성격, 습관, 취향 등이 골고루 엿보이는 외양이 눈에 띈다.
오민애_ 아무래도 일반 배우보다는 경험이 많다 보니 감을 빨리 잡는 편이다. ‘이런 캐릭터구나’ 파악하고 나면 큰 고민 없이 바로 연기를 준비한다. 근데 <딸에 대하여>의 주희는 신경이 좀 쓰였다. 여러 면에서 나랑 다른 인물이거든. 시나리오 읽다가 ‘이 아줌마 혈액형 A형이네’ 싶더라. 인터넷에 A형 성격을 검색해 보니 꽤 들어맞아서 그 특성을 살리기로 했다. 똑같이 화를 내는 상황이어도 난 에너지가 많으니 10만큼 화를 낼 수 있는데, 이 인물은 5도 안 내는 거다. 그런 부분을 이미랑 감독이 옆에서 제어했다. 그리고 이건 영화를 공개한 후 GV 하면서 되찾은 기억인데, 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마흔쯤 결혼하고 나서 복지 자격증 공부를 했다. 시어머니와 살게 됐는데 내가 노인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거다. 어르신들을 어떻게 돌보는지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하다 보니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아픈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관객에게 질문을 받자 그 기억이 떠오르더라.
어떤 질문이었나.
오민애_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역할을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했냐고. 그걸 의식하며 연기하지는 않았지만, 내게 내재한 경험이 우연히 작품과 잘 만났구나 싶더라.
김금순 배우는 어떤가. 윤화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는데.
김금순_ 일단 외모는 머리 깎는 데서 끝났다. 굳이 더할 게 없는 거다. 눈썹도 안 다듬고 화장도 안 했다. 감독이 메이크업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내가 오히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기다 뭘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오민애_ 근데 영화 후반부에 딸이 윤화에게 화장해 주는 장면 좋더라.
김금순_ 그것도 난 자느라 모르지 않나. 일어난 다음에도 거울을 안 보니 얼굴이 어떤지 모르다가 나중에 담배 피우며 알아챈다. 담배 끝에 묻어난 립스틱 자국 보고. 그러니까 윤화는 아주 무감각한 상태인 거다. 거칠게 사는 윤화만큼 영화도 거칠다. 반면 <딸에 대하여>는 ‘보덜보덜’하다. 인물만 놓고 비교해도 자식 문제로 속상한 건 둘 다 마찬가지인데 민애 선배가 맡은 역은 철학적 고민에 빠지지 않나. 근데 윤화는 영화 내내 다쳐서 피 나고, 술 마시다가 욕하고, 사람들한테 소리치고 그런다.
오민애_ 화가 나면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여자다. 자기 안에 쌓인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지. 표현이 거칠 수밖에 없는 인물인데 진짜 동물적으로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윤화가 본인을 방어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둘 다 자신과 먼 인물을 연기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민애 배우는 낯선 대상이나 주제를 마주하면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느끼는 편인데 <딸에 대하여>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눌러야 했고, 김금순 배우는 윤화와 달리 화나거나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쪽에 가깝지 않나.
김금순_ 실은 내가 아들을 둘 가진 엄마라서 평소에도 많이 지르긴 한다. 하루는 큰 애가 그러더라. “엄마, 조용히 좀 하세요. 작게 말해도 다 들려요.” (웃음) 윤화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경상도 출신이라선지 특유의 욱하는 성질도 있고, 그런 엄마를 겪으며 자라기도 했다. 윤화는 참 팍팍한 삶을 살아가지 않나. <울산의 별>을 찍을 당시, 내 삶도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다.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집안마다 사연 하나쯤 있기 마련이고, 가족이기에 때로는 아프고 모난 구석을 안고 가기도 하니까.
작품에서 두 배우를 보면 인물이 거쳐 온 경로가 자연스레 그려진다. 영화가 설명하지 않는 부분까지 채워 넣는다는 뜻인데, 관련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오민애_ 초반에는 하나하나 따지고 분석하는데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저절로 굴러간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울산의 별>이 시스템 얘기를 여러 번 하는데. (웃음) 아무튼 우리 정도 경험이 쌓인 배우들은 그냥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여기는 이렇게 해야지, 저기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건 별로 없다. 장면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품을 부위별로 쪼갠다기보다는 통째로 이해한다는 의미 같다.
오민애_ 그렇지. 물론 이해는 정확히 해야 한다. 현장에 투입되어 바로바로 호흡하려면 감독의 생각을 알아야, 감독과 내 방향을 일치해야 하거든. 감독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모른 채 작품에 들어가면 중구난방으로 연기하게 된다. 그래서 작업하기 전에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음엔 현장에 날 살아있는 상태로 내버려둘 수 있어야 하고.
김금순_ 난 아직 자동화 시스템까지는 아니다. (웃음) 늘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살아가듯 연기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그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타인을 대하는 품이 넓어질 수밖에 없겠다. 곱든 밉든 인물을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오민애_ 인정할 수 없어도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고 나면 그 세계가 내 것이 된다. 후배들에게 작품 따지지 말라고 말한다. 단편영화든 뭐든 기회가 오면 일단 가서 경험하라고. 그곳에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데 왜 기회를 놓치나. 감독의 세계관을 접하며 더 많은 세상을 알게 되고, 지식과 지혜를 터득하고, 현장에서 새로운 이들과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만든다. 그게 전부 자기 재산이다. 촬영장을 학습 현장으로 여기라고 조언한다. 설사 그 작품에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도 경험은 널 분명히 살찌운다고. 배우에게 경험처럼 중요한 것이 또 있겠나. 작품을 꾸준히 하다 보면 연기 영역은 넓어진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젊은 배우의 무게감은 중년 배우의 그것을 따라잡기 어렵다. 관록은 어떻게 꾸며낼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작품을 잡고 있는 힘, 화면에 드러나는 질감. 커피로 치면 바디감이 다르다. 삶의 풍부한 무늬와 결을 지닌 얼굴을 보는 순간, 굳이 말로 소개하지 않아도 관객은 그 인물에게 신뢰를 보낸다. 배우는 삶을 이야기하는 존재이고 그 삶을 가득 담아서 온 이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든 드라마든 카메라 뒤에 선 사람들은 배우에게 늘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둘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오민애_ 현장에서 그냥 그 인물이 된다.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또 하나의 삶을 펼치는 거다. 내 안에서 피어나는 모든 감정, 내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이 자연스레 나오도록 현장에 날 던진다.
김금순_ 난 역할과 소통을 많이 한다. 시나리오 보며 상상하든, 감독에게 질문하든, 따로 자료를 찾아보든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인물이 살아온 환경을 곱씹고, 그를 표현해야 하는 나의 인생을 옆에 놓는다. 인물과 나의 교집합을 구하는 과정이다. “윤화야, 넌 어때? 윤화씨, 괜찮으세요?” 그렇게 대화를 시도하며 인물과 접점을 찾아간다. 소통이 잘 돼서 교집합을 딱 잡고 있으면 편하다. 마음이 편안하고, 방금 민애 선배가 말한대로 현장에서 자신을 믿고 내버려둘 수 있다. 그러면 상대 배우가 날 엄마라고 부를 수도, 수십 년을 알고 지낸 친구로 볼 수도 있다.
그 편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순간은 없나.
김금순_ 당연히 있지. 교집합을 단단하게 구하지 못한 상태에선 몸이 아닌 머리가 자꾸 움직인다. ‘왜 이게 안 되지? 지금 어떤 감정이지?’ 그러면 자연스럽기보다는 조금 만들어진 연기가 나온다.
오민애_ <딸에 대하여>를 찍다가 헤맨 적이 있다. 도무지 감정을 모르겠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 NG를 몇 차례 냈다. 테이크를 거듭할수록 격앙되다 보니 나중엔 눈물이 확 쏟아졌다. 근데 감독은 극적인 걸 바라지 않았다. 감정 표현을 절제하길 원했고, 나는 그 선을 맞춰야 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다. 몸이 고생해야지.
김금순_ 될 때까지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울산의 별>과 <딸에 대하여>의 공통점 중 하나는 두 인물 모두 싸운다는 점이다. 한쪽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가, 다른 쪽엔 변화를 아무리 노력하고 요구해도 끝내 요지부동일 것만 같은 사회가 있다. 윤화와 주희는 두 사회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원래 다 그렇다”는 말과 싸우는 사람들이다.
오민애_ 두 여성 모두 늙음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 <딸에 대하여>의 엄마는 그 두려움을 이타적으로 풀려고 한다. 한편, 윤화는 그럴 힘이 없다. 자신조차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 <울산의 별>을 보며 생각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 윤화처럼 살지 말라는 건가?’ 윤화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인물이다. 남편을 사고로 잃은 후 힘들었겠지.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억척스럽게 버텼을 거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돌보지 못한다. 자식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곁에서 도와주려는 이들조차 믿지 않는다. 관계를 차단하고 이기적으로 판단하는 사람. 윤화는 성장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보호하며 건강을 지키는 일, 자신을 단련하여 성장하는 일을 뒤로 한 채 오직 먹고살기에 매달린다.
김금순_ 그게 나였다. 금순이도 그랬다. (웃음) 윤화가 안쓰럽더라. 하늘 아래 혼자인 사람.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애들 먹이고 키울 텐데 처음엔 할 줄 아는 일도 없었을 테고, 집에 돌아오면 그새 일거리는 또 쌓여 있고. 상황이 빤히 그려졌다. 무엇보다 윤화가 이토록 팍팍한 사람이 된 데는 계기가 있을 거라 봤다. 큰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런 대사가 나온다. 자기가 너무 힘들어서 집안 땅을 팔려고 했을 땐 “남편 잡아먹은 년이네, 집안 말아먹게 생겼네” 하며 다들 욕하지 않았느냐고. 근데 왜 큰아버지 본인 아들이 돈 필요하다니까 그 땅을 내놓으라고 하냐고. 도움이 절실한 순간, 윤화에겐 기댈 곳이 없었다는 말로 들렸다. 그때마다 윤화가 어떻게 혼자 고비를 넘겼을까 싶더라.
오민애_ “집이 내고 땅이 내고 용접이 낸데 왜 다 뺏어가려고 하나.” 그 대사 기억난다.
둘은 나이 먹는 것이 무섭지 않나. 윤화와 주희를 보며 ‘가진 것 없이 홀로 늙어가는 여자’에 관해 생각하게 되더라. 불안을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김금순_ 선배는 두렵지 않지? 난 선배를 롤모델로 삼으며 ‘나도 저기쯤 다다르면 나아지겠지’ 한다. 당장은 두려움이 없을 수 없다. ‘시스템’이 그렇다. (웃음)
오민애_ 독립영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그중 하나는 독립성을 고민하게 됐다는 거다. 사람이 바로 서는 일에 관해 생각한 끝에 나도 독립을 결심했다. 지금은 혼자 산다. 이전에 남편에게 말하곤 했다. 당신은 조선시대 사람이고, 우리 시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사신 분이니 내가 어쩌겠냐고. 밖에서 종일 일하고 돌아왔는데 집에서 또 노동하는 상황이었다. 근데 아무도 날 돕거나 같이 노력할 마음이 없는 거다. 그들에겐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익숙한데 그 삶을 왜 포기하겠나. 처음엔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설거지해달라, 뭐 좀 도와달라 요청도 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더라. 결국 난 독립을 선언했다. 자세히 보면 그 두려움의 정체는 외로움이다. 평범한 사람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까 봐, 무리에서 왕따당할까 봐 무서운 거다. 노화를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늙어서 체력이 떨어지면 어쩌지? 혼자 사는데 아프거나 돈을 못 벌면?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무능력자가 되는 건가? 고립에 대한 불안과 염려는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공포에 잠식되지 말아야 한다. 나 또한 마음을 다잡으며 저항하는 상태다.
흔히 긴 삶을 살려면 바라보고 믿을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둘은 그것을 마련했나.
오민애_ 먼저 자신을 사랑해 줘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면 남한테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애인을 찾거나 다른 이에게 인정받으려고 안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여유가 생긴다. 내가 나한테 이미 사랑을 받으니 굳이 날 사랑해 줄 사람을 밖에서 찾아다닐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러면서 자신을 믿게 된다. 나라는 중심이 딱 버티고 있으면 외부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포용력이 생긴다. 덜 왜곡하고 덜 오해한다.
김금순_ 난 늙어 간다는 것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근데 요즘엔 나이 먹는 것이 좋다. 우선 일하면서 느낀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한계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오히려 재미가 늘더라. 더 공부하고 싶고, 인물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탐구하려고 한다. 좋은 동료와 친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민애 선배와 자주 대화하는데 꼭 작품 얘기가 아니더라도 듣다 보면 힘이 된다. 더 나이 먹고 경험이 많아지면 나도 후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30대, 40대 배우 중에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거든.
오민애_ 내가 김금순이라는 배우를 처음 인지한 건 단편 <돌아오는 길엔>(강동완, 2019)을 보면서다. “저 배우 누구지? 진짜 존재감 있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영화 속에서 금순이의 진정성을 느꼈다. 이번에 드라마 현장에서 이유를 알았다. 금순이가 주변 사람을 일일이 챙기더라. 윤화와 달리 이타적이다. (웃음)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그릇이 다르다. 금순이도 큰 배우 되겠구나 싶었다.
근데 때마다 원동력을 스스로 생산하기란 어렵지 않나. 어떻게 나를 유연한 상태로, 둔감해진 몸과 마음을 다시 예민하게 되돌려 놓나.
오민애_ 그래서 나이 먹으면 둘 중 하나라고 하지 않나. 현자가 되거나, 괴물이 되거나. 기본적으로 인간은 인정 욕구를 갖는다. 그걸 잘 컨트롤하면서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중심을 못 잡으면 인정 욕구가 권위적으로 치닫는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대우해 주지 않으면 기분 나빠하고, 권위와 존경을 강요하다가 결국 꼰대가 되는 거다.
김금순_ 다 이어지는 말이다. 본인을 사랑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 계속 사랑을 바라는 것 아닌가. 눈빛 한 번, 인사 한 번 따뜻하게 받지 못하면 상심하고. 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선배에 비하면 ‘아기 돌싱’인데 근래 갱년기까지 오면서 힘들었다. 둔감해지기보다는 너무 예민해져서 문제였다. 자칫하면 일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구나 싶어 스트레스 해소할 방법을 계속 찾았다. 혼자 시간을 보내니 그나마 낫더라. 돌싱들은 또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스스로 뭔가를 찾지 않나. 나도 그 과정을 통과 중인 것 같다. 혼자인 시간엔 철저하게 혼자 있으려고 한다. 책 읽을 시간이 적었는데 이제 책도 많이 보고, 극장도 자주 간다. 애들한테도 우리 3시간 이상은 같이 있지 말자고 했다. 이러다 터지겠다고. (웃음) 누구나 그렇지만 날 포함해 엄마들은 진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본인이 맡은 역할과 지금 하는 일을 소화할 수 있다.
오민애 배우가 김금순 배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정하다.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나.
오민애_ 고독하되 외로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고독 속에서 사람은 성찰한다. 자신을 성숙하게 만드는 시간인 거다. 반면 막연한 외로움은 사람을 우울감에 빠뜨린다. 바닥에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주변의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젊은 에너지를 받고, 트렌드가 뭔지도 배우며 내 안의 물을 계속 갈아 줘야지. 그래야 도태하지 않고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겠나. 물론 금순이가 말한 것도 이해한다. 나도 혼자 내 우물만 파던 시기를 분명히 거쳤다. 동굴에 들어가는 때가 있는데, 겨울잠을 푹 자고 일어난 후에는 또 밖으로 나와야 한다. 눈을 반짝이면서 세상을 탐구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지녀야 연기도 계속할 수 있다.
김금순_ 그래서 요즘 바깥 구경을 조금씩 하고 있다. 한동안 TV를 안 봤는데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도 보고 뉴스도 본다. 일에 연관된 작품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고. 선배 말대로 이 시간이 지나면 여러 변화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SNS를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다. 섣불리 시작했다가 사람들 반응에 괜히 움츠러들까 봐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오민애_ 나보고는 뭐라고 하더라? 댓글에 셀카 고자, ‘셀고’라고 적더라. 근데 우리는 어떻게 찍어야 예뻐 보이는지 잘 알지 않나. 메이크업하면 예쁘고, 조명이나 각도에 따라서 달라 보이기도 한다. 다들 예쁜 얼굴을 보고 싶어 하니 내가 그에 맞춰 꾸몄던 것이지, 예쁘게 찍힌 얼굴이 내 전부는 아니다. 게다가 어플 이용해서 만든 얼굴이 자기 거라고 착각하면 큰 오해 아닌가.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난 추한 얼굴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김금순_ 선배는 굴하지 않지. 멋있다.
오민애_ 신비주의를 중시하는 배우도, 배우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대중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가 그러한 패러다임에 꼭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대부분 잘나가고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 반대로 별로인 모습은 어떻게든 감추고.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배우 오민애보다 인간 오민애로 사는 일이 더 중요하다. 못난 모습 좀 보이면 어떤가. 누가 싫어하든지 말든지 상관없다. 사진을 올려서 반응이 오면 나도 거기에 반응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셀카 고자’라는 말도 알게 되고 재밌다. (웃음)
외로움과 괴로움이 누적되다 보면 일에 의지하는 것을 넘어서 의존하게 되기도 한다. 두 배우는 일과 생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나.
김금순_ 윤화야말로 일에 의존하는 인물이다. 줄곧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으니까.
오민애_ 근데 일이라는 건 한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에 열정을 갖고 입지를 다지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애정으로 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일에 끌려가선 안 된다. 자신과 일을 동일시하다 보면 마치 일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거든. 나를 지키며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면 자연스레 행복해진다. 윤화도 돈과 생존에 급급하는 대신에 주변과 소통하면서 살았더라면 훨씬 즐겁지 않았을까.
김금순_ 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장편영화 <정순>을 찍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개인적으로 각별한 애정을 갖는 작품이다. 사실 이전에는 단편을 여러 편 찍으면서도 아르바이트를 관두지 못했다. 다른 일을 해야 먹고 사니까. 생계형 배우로서 아르바이트는 당연했고, 아무리 바빠도 내게 쉬는 시간을 허락하지 못했다. 그러다 <정순>을 기점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일이 나한테 와야지, 내가 일을 좇으면 안 되겠구나 싶더라. 일에 얽매이고 의존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일상에서 나를 잘 세워 놓아야 사랑하는 일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전히 쉬는 날이 생기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 굴뚝처럼 솟는데, 최대한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나를 아끼는 법을 터득하며, 내 안에 작품과 인물을 담을 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 같다.
외부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는 추세라고 평가한다. 실제 작품을 제안받고 그에 참여하는 배우로서 이러한 성장을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김금순_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 단편뿐만 아니라 장편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상업영화로 보면 내게 돌아오는 기회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잠깐 등장해서 치고 빠지는 역이고, 그보다 비중 있는 역은 기존에 해왔던 배우들에게 돌아간다. 더군다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상업영화 제작이 힘든 상황이기에 전체적으로 기회가 축소된 것도 사실이다. 배우로서 아쉽지만 적어도 독립영화는 확실히 변하고 있다. 성별을 떠나서 이야기 자체가 다양해졌고, 시각적으로 기존과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늘어났다. 가장 중요한 건 여성 감독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가 5년, 10년 후에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여성 감독이 찍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마동석 배우에게 대적하는 여성 빌런을 보고 싶다.
오민애_ 여성 배우도 충분히 강하고 거친 질감을 낼 수 있다. 감독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 그걸 우리가 해야지. 양보하지 말자. (웃음)
김금순_ <무빙>이랑 <독전 2>에서 한효주 배우만 보이더라.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분장도 과감하고. 민애 선배도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해를 넘길수록 얼굴에 자리 잡는 주름 하나하나가 귀하게 다가온다. 얼마 전 <웰컴 투 삼달리>를 보다가 유오성 배우가 우는 장면에서 정말 감탄했다. 얼굴에 하회탈처럼 주름이 지는데 ‘와, 저거다!’ 싶더라니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렇게 세월이 묻어나는 얼굴을 보기가 어렵지 않나. 팽팽하고 뽀얀 남자 배우들 가운데서 자신만의 분위기를 내는 유오성 배우가 너무 멋져 보였다. 나도 주름을 사랑하기로 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부심을 느낀다. 아침에 거울 보며 “됐네, 멋있어!” 한다.
오민애_ 이게 젊음과 늙음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는 말이다. 실은 누구나 젊음을 유지하고 싶지.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 싫다. 싫은데 다독이는 거다. “괜찮아. 세상은 내 늙음을 원하고 있어!” (웃음)
두 배우가 투톱으로 출연한 영화를 보고 싶다. 만약 그런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그림이 상상되나.
김금순_ 우리는 액션이지. 운동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언젠가 ‘아줌마 액션’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조금 더 빨리 유명해져야 할 텐데.
오민애_ 그래서 건강해야 하는 거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다.
작년에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하나씩 말해 보자.
오민애_ 당연히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밟고 개막식 참여할 때도 행복했고, 폐막식에서는 많이 떨렸다.
둘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오민애 배우는 <딸에 대하여>로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차지했고, 김금순 배우는 2022년에 <울산의 별>로 같은 상을 받았다. 서로 지켜보며 어땠나.
김금순_ 영화제가 배우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 배우의 잠재력을 인정하며 상업영화 쪽에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닌가. 중년 배우라고 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해준 듯했다. 더 멀리 가보라며 우리 등을 탁 쳐주는 느낌이었다. 감사했다.
오민애_ 2022년에 금순이가 받았으니 사실 주최 측에서는 고민이 컸을 거다. 어쨌든 배우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고 싶지 않겠나. 올해는 영화제가 젊은 배우에게 초점을 맞출 거라고 예상했다. 근데 여성 배우가 중심을 잡고 이끄는 작품이 많지 않더라. 대부분 서포트하는 역할이거나 잠시 등장하는 것이 전부였다. 한편, 중년 배우라고 해도 나 역시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신인 배우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워낙 독립영화 쪽에서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독립영화 많이 보는 분들은 좀 식상한 결과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우리를 눈여겨 봐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금순 배우는 작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김금순_ 나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영화제. 재작년 <정순>으로 산세바스티안영화제를 방문했을 당시 프로그래머와 친구가 됐는데, 작년에 <잠>(유재선, 2023)으로 초청받은 시체스영화제에서 재회했다. 다시 스페인에서 만나니 좋더라. 재작년엔 일정이 빠듯해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엔 아침마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해변을 따라서 산책했다. 아무도 없는, 완전히 내 바다였지. 하루는 비키니 입은 셈 치고 속옷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갔다. 주변은 고요하고, 멀리서 태양이 막 떠오르는데 진짜 미치겠더라. 잊지 못할 장면이다.
올해도 아름다운 순간이 깃들면 좋겠다.
오민애_ 금순아, 곧 너의 시대가 올 거다.
김금순_ 우리의 시대가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