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이 열렸다. 4년 전 결성된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와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가 함께 기획한 자리다. 팬데믹과 함께 여러 시상식과 영화제가 진통을 겪는 동안 단편 영화를 위한 장소는 더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떡볶이 먹고 떠들며 1년을 결산하는” 자리를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사람들은 차라리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들은 올봄 더 늦기 전에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모였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결산의 자리는 환한 조명을 받았다. 4천 표 훨씬 넘게 집계된 관객상 투표만 봐도, 단편 영화가 주목받고 그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자리를 내심 기다려 온 관객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듯하다. 시상식 당일에는 작품상, 심사위원특별상, 감독상, 배우상, 기술상, 관객상 등 여섯 개 부문 시상과 “서로 용기가 돼서 좋은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는 동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황혜인 감독) 같은 뭉클한 소감이 이어졌다. 5편의 최종 수상작은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목,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로 구성된 한국단편영화상 기획단을 만났다. 만남의 장을 준비하는 마음부터 배급하는 사람들의 사정까지, 여러 이야기를 물었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배급 일을 한 지 얼마나 됐는지도 궁금하다.
이솔희_ 인디스토리 국내배급팀에서 일한다. 우연히 단편을 맡게 됐는데 그 매력에 빠져 영화상까지 같이했다. 일한 지 1년 됐다.
백다빈_ 2015년 영화과 학생일 때 취미로 시작한 일이 2017년에 본격적으로 업이 됐으니, 올해로 9년 차다. 단편 배급, 장편 배급, 홍보, 마케팅까지 총괄하고, 지금은 수입, 제작도 한다. 되는 건 다 하는 거다. 회사는 필름다빈이다.
홍성윤_ 센트럴파크에서 국내 업무를 담당한다. 우리는 2010년에 시작했고, 직원은 둘이다. 인디스토리의 절반 나이다.
권소연_ 포스트핀 영화배급팀이다. 회사에서 단편만 배급하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를 같이 담당한다. 올해로 3년 차다.
전윤하_ 독립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배급하는 씨앗에서 일한다. 2년 됐다.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남은 일은 어떤 게 있나.
백다빈_ 정산 업무가 남아있다. 결과 보고서도 써야 한다. (웃음) 시상식 어땠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뒤풀이에 참석하지 못해 감독님들이나 관객분들 피드백을 듣진 못했다. 다른 분들이 이야기 좀 해 달라.
이솔희_ 뒤풀이에서 기술상 후보에 오른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단편 영화 기술상을 시상하는 곳이 없다 보니, 이런 자리에 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 되게 뿌듯했다.
권소연_ 극장에서 진행하니까 좀 형식적으로 느껴지긴 하더라. 또 하게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을 초청해서 네트워킹도 하면서 좀 더 축제나 파티 분위기로 열면 좋을 듯하다.
홍성윤_ 수상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후보로 오른 분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올해는 걱정한 것보다 많이들 좋아해 주셨다. 참석한 분들이 다 즐거워하시더라.
백다빈_ 지금은 단편 영화만을 위한 자리가 거의 없잖나. 그거 자체를 반가워하셨겠다고 생각한다. 꾸준히만 되면 분명히 성장 가능성이 높을 거다. 좀 다른 얘기인데 청룡영화상은 단편상 후보작 영상도 안 틀어준다. 거기 상 받으러 간 감독님들은 항상 뻘쭘해하신다. “기쁜데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모르겠다.”는 느낌의 멘트를 꼭 하기도 하고.
홍성윤_ 예전에는 소개 영상을 띄웠다. 코로나 지나고 장소 바꾸면서 점차 소홀해지는 느낌인데, 우리가 적절한 타이밍에 잘 시작했다고 본다.


지금 시기에 시상식 형태의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있나.
홍성윤_ 2019년에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즐겁게 만나고 교류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1년 결산 느낌으로 어워드 같은 걸 해보자고 했다. 다락스페이스 같은 곳에서 떡볶이 서빙하면서 박수치고 즐기자는 거였다. 그때도 1년 동안 나온 단편 영화를 정리하는 자리가 너무 없다고 판단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했는데 잘 안되긴 했지.
백다빈_ 이제 더 미루지 말고 돈 없으면 없는 대로 시작하자고 했는데, 취지를 좋게 본 인디그라운드에서 중간에 협력을 많이 해주셨다. 시상보다 결산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다. 앞으로 시상식 성격으로 갈 거냐, 영화제 성격으로 갈 거냐를 두고 의견이 갈릴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제 성격을 띠게 되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당장 그런 규모로 운영하긴 어려워서 일단 가능한 선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다.
다들 배급, 제작, 기획 등 다양한 일을 하지만 시상식 개최는 다른 종류의 업무였을 거다.
권소연_ 작품을 리스트업할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제작된 작품 중 영화제에서 한 번이라도 상영된 영화를 대상으로 했다. 심사 회의 때는 각자의 배급사 작품은 가능한 논외로 하고 치열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솔희_ 처음 진행하는 행사여서 아쉬운 점이 꽤 있었다. 대관부터 홍보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걸 미리 스케줄링하지 못하니 항상 급하게 대처하게 되더라. 다들 본업을 하시면서 시상식을 함께 준비해서 힘들었을 거다.
전윤하_ 첫 행사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지 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굉장히 반응이 뜨거웠다. 관객상 투표도 많으면 2천 표 정도 예상했는데 4천 표 훨씬 넘게 나왔다. 단편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자연스레 앞으로 행사가 잘 자리 잡길 바라게 되더라.
홍성윤_ 생각보다 관심 갖고 도움을 주려고 하신 분들이 꽤 있다. 다음에는 빨리빨리 급하게 하지 않고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부대 행사를 따로 분리해서 진행해 볼 수도 있고.
백다빈_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고민할 부분은 분명히 있을 거다. 다들 지치지 않고 가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방식을 잘 찾아야 할 듯하다.
심사 회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바쁜 와중에 후보작을 다 보고 1차 심사를 함께 진행했다고.
홍성윤_ 필름다빈이 출품하는 영화제를 기준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영화제가 96개 정도 되더라. (웃음)
백다빈_ 대부분의 영화제 심사위원은 영화감독, 기자, 평론가 등으로 구성되잖나. 배급사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행사라면 작품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홍성윤_ 배급사는 새로운 영화, 새로운 감독님을 꾸준히 만난다. 단편 영화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감독님들이 어디까지 가 있는지, 관객들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매년 체감할 수 있는 거다.
백다빈_ 배급사 각자의 입장이 다 같은 건 아니다. 6개 회사의 다양한 시선이 합쳐지면 지혜가 모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심사하며 눈에 들어온 경향도 있던가. 전반적으로 어떤 경험이었는지.
홍성윤_ 후보작들이 정말 다양했다. 그게 너무 좋았다. 작품상 후보만 봐도 사회적 이야기와 개인적 이야기가 함께 있고, 호러부터 로맨스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도 골고루 있고.
권소연_ 평소에 일할 땐 우리 회사에서 더 잘 배급할 수 있을 만한 작품 위주로 보게 된다. 이번에 행사를 준비하면서는 기존에 놓쳤던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하게 관람했고 오랜만에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었다.
전윤하_ 나도 평소에는 애니메이션 위주로 보는데 이번 기회에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점차 내러티브가 강조된 작품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극영화 쪽에서는 다양한 이미지에 주목하는 작품이 더 늘고 있는 듯하다.
이솔희_ 아무래도 특정한 경향을 말하기는 어렵겠다. 각각의 영화가 가진 장점이 정말 다 달랐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는데 하나도 아깝지 않고 마냥 재밌었다. (웃음)
백다빈_ 배급하는 사람은 마이클 만과 셀린 시아마를 다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일관성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 배급사가 심지어 여럿 모였으니 정말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본다. 단편 영화다운 작품들의 성과가 좋았던 점도 언급하고 싶다.
홍성윤_ 최근 몇 년 동안 ‘올해는 크게 주목받는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 있었다. 올해도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닌데, 막상 모아놓고 보니 좋은 영화가 너무 많더라. 그냥 우리가 꼰대가 되어가는 것일 뿐이었나 싶었다. (웃음) 확실히 우리에게도 자극이 되는 과정이었다.
제대로 주목할 방법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리스트에 올린 영화제만 100여 개라고 했다. 영화제와 단편 영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한 바가 있나.
홍성윤_ 큰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 감독을 발견하고 발굴한다고 하는데, 그런 표현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우리가 보기엔 이미 5년 전부터, 10년 전부터 성과를 내던 감독들인데 큰 영화제나 상업 쪽에서는 그냥 신인이라고 하는 거지. 우리가 하는 것도 발견이라기보다는 “여기 이 사람이 살아있어요!” 외치는 것에 가까운 것일 듯하다.
수상작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 있을 텐데.
권소연_ 아무래도 기술상 부문이 계속 떠오른다. 배급할 때는 주로 감독님과 소통하기도 하고, 영화를 볼 때도 기술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기술상을 염두에 두고 여러 작품을 보니까 많은 게 보이더라. ‘조명 감독님이 여기서 치트 키를 쓰셨네’ 하면서. (웃음) <나니까 미에루!>(장재우, 2023)처럼 처음엔 독특한 지점만 보였던 작품도 심사 회의를 하면서 조명이나 촬영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보게 됐다.
전윤하_ 확실히 기술상에 주목을 많이 하게 되더라. <악몽>(한승원, 2023)의 경우엔 무술 스태프가 기술상 후보에 올랐다. 단편 영화에서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제대로 느끼게 된 계기였다.
홍성윤_ 편집상이나 음악상은 왜 없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웃음) 기술상이 단편 영화 쪽에서 활동하는 여러 창작자한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됐다고 느꼈다.
백다빈_ 조금 더 세분화해 보면 좋을 듯하다.
이솔희_ 단편 애니메이션 이야기도 하고 싶다. 기술상을 수상한 <건전지 엄마>(전승배, 2023)의 강인숙 미술감독님 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되게 오랜 시간 작업을 해오셨다고 하셨거든.
백다빈_ 나도 애니메이션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스위밍>(서새롬, 2023), <유령이 떠난 자리>(여은아, 2023), <건전지 엄마>를 심사 회의 때 많이 이야기했다. 단편의 경우, 극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비해 해외에서 꾸준히 성과가 좋은 게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애초에 상업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런지, 작품에 딱 집중해서 만들고 작품 자체로 승부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감독이 보이는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한 듯하다. 후보에 오르진 않았지만 <메아리>(임유리, 2023)도 되게 좋았다.
홍성윤_ 사실 바로 생각나는 영화는 감독상을 받은 황혜인 감독님의 <홀>이다. 유일하게 관객상을 제외한 전 부문 후보에 올랐다. 거의 <타이타닉> 수준이다. (웃음) 좋은 영화인데 국내 영화제에서 거의 상영이 안 됐다. 너무 주목을 못 받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많은 부문에 올라서 그래도 영화의 성취를 좀 알릴 수 있었던 듯하다. 황혜인 감독님 이전 작품에 도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정말 한 우물 파는 장인이다. 이번엔 더 딥해지고 더 다크해졌다.


단편 영화가 왜 중요한가, 단편 영화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에 대해 지금 시점에 다들 어떤 답을 가지고 있나.
백다빈_ 제작비 회수를 생각하지 않고 작품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서 만드는 게 단편이기 때문에, 여기서 창작자의 실력이 진짜 선명하게 보인다. 또 배급하는 입장에서 얻는 성취가 있다. 영화제에서 단편을 상영할 때 어떤 섹션에서 어떤 순서로 상영하는지에 따라 감상의 차이가 크지 않나. 기획하는 사람의 역량에 영향을 받는 거다. 배급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배급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영화를 보는 지금 내 실력과 수준이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기획전, 옴니버스 개봉, 큐레이팅 등 여러 실험도 해볼 수 있고, 여러모로 재창조하는 재미가 있다.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이점이 있다. (웃음) 공포 스릴러 옴니버스 <기기묘묘>(2022)의 경우 꾸준히 VOD 매출이 나온다. 해외 세일즈도 됐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능성이 열리는 거다.
권소연_ 영화제에서 프로그램 이벤트 관련 일을 많이 했다. 단편은 확실히 상영 이후에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극장이 아닌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감독님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찾아주는 관객분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런데 배급을 하다 보니까, 단편 영화는 영화제 말고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게 아쉽더라. 어려운 작업을 해낸 창작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솔희_ 지금의 사회와 우리의 모습을 가장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단편 영화 아닐까. 그래서 단편 보러 영화제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랬고.
전윤하_ 단편 영화는 모든 작품의 뿌리가 된다고 본다. 단편을 기반으로 다른 작품으로 뻗어나가고,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되니까.
홍성윤_ 영화 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일을 단편 영화가 하고 있다. 단편에서 보여준 새로운 미학과 방법들이 장편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 점차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돈이 안 되니까 지원하지 말자는 논리가 많은데, 단편은 사실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거다. 정말 작아 보이지만 단편 영화가 없으면 결국 장편 영화도 정체되고 고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년에는 제2회 한국단편영화상이 열리나.
백다빈_ 조금 힘들어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번 공백이 생기면 다시 하기 정말 어렵잖나. 정말 사정이 안 좋아져서 온라인으로 시상 발표만 하더라도 해야 한다.
홍성윤_ 지금 이렇게 주목받는 게 계속하라는 무언의 압박 아닐까. (웃음)
한국단편영화배급사네트워크가 결성되고 4년이 지났다. 그간 체감한 환경의 변화가 있다면.
백다빈_ 단편 영화는 특히 공공 영역에서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중간에 인디그라운드가 생기면서 많은 역할을 해주었다고 본다. 한편으론 많은 영화제가 사라진 게 위기라면 위기인 듯하다. 신기한 건 단편 영화 배급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홍성윤_ 단편 영화 감독님들은 영화계나 영화제에서 약자인 경우가 많다. 틀어주는 걸로 감사하라는 분위기도 없잖아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네트워크 이름으로 같이 움직이다 보니, 나름대로 단편 영화 창작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었다. 약간의 노조 역할도 좀 했던 것 같다. (웃음) 감독님들과 미팅할 때 “감독님은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억울한 일 있으면 편히 얘기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온라인 공개 및 배급에 관한 논의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포스트핀에서 운영하던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이 최근 종료되기도 했다.
권소연_ 온피프엔은 코로나로 인해 영화제가 많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시기에 시작됐다. 관객들이 단편 영화를 볼 수 있는 창구를 온라인에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상영하면 유출 등 보안 측면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온피프엔 종료는 코로나가 끝나면서 여러 고민을 거쳐 결정하게 됐다. 유지에 관한 어려움도 있었고.
홍성윤_ 다들 언젠가 대세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온라인이 코로나 이후로 갑자기 전면 시작됐다. 그때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단편 영화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봐야 하는 창작물이라는 인식이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거였다. 온라인에서 그냥 무료로 보면 되는데 왜 영화관에 가서 봐야 하냐고 생각할까 봐 고민스러웠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여긴 측면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다양한 논의와 고민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네.
백다빈_ 코로나 시작할 때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한 건데, 온라인에 영화를 위한 공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내어 영화 보러 가는 문화가 바뀌었다? 그렇게 보기엔 공연이나 팝업 스토어가 너무나 잘되지 않나. 그 안에 뭘 채워 넣느냐에 따라 다른 거다. 그 고민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회복이 안 되는 게 아닐까. 어쨌든 지금은 온라인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할 때는 아닌 듯하다.
홍성윤_ 온라인의 문화 경험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에 관한 고민이 너무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 한 영화제에서 온라인 상영을 하면서 채팅장을 열어둔 적이 있다. 20분 동안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데 너무 재밌었다. 끝날 때는 다음 상영 때 또 만나자고 인사하며 헤어지더라. 어쩌면 그게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한 온라인만의 경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도들 자체가 많지 않았다.
온라인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배급하는 입장에서 지금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걸까.
권소연_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우리는 이번 가을에 해방촌 국제단편영화제를 열었다. 극장이 없는 동네에서 프로젝터를 설치해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동네 구경 왔다가 영화도 보고 가는 관객이 되게 많았다. 꼭 극장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틀 수 있는 공간은 있다. 당장 내년에 어떤 영화제가 남아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끼리라도 그런 기획을 더 많이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자연스럽게 내년 계획을 듣는 걸로 마무리하자.
전윤하_ 감독님들이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배급사로서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새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에 관해 변화가 많은 상황이다. 나는 배급팀이기도 하지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감독님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
홍성윤_ 14년 동안 매년 버티기였다. 지금까지는 회사도 굴리고 나도 먹고 살기 위해 버텨왔다면, 내년에는 의미가 좀 다를 것 같다. 내년에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안 좋을 거라는 전망을 다들 하고 있을 거다. 우리라도 버텨야 잠시 쉬다가 돌아올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이정표가 보이지 않을까. 최근 2~3년 사이에 버티다가 떠나는 분들을 꽤 많이 봤다. 그분들이 돌아올 수 있게 버티고, 더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백다빈_ 영화학교도 걱정이다. 인구 감소로 학교가 줄면 영화학과는 당연히 없어질 거다. 영화는 다른 예술에 비해 공동 작업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료를 만나는 학교라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결국 편수가 줄 거라는 얘기다. 그러면 양과 질이 함께 떨어지는 상황이 되겠지. 창작에 흥미를 느끼는 젊은 재능들이 예전처럼 영화 쪽으로 가지 않을 거다. 여기서 내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솔희_ 인디스토리는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그만큼 고민도 많다. 예상되는 어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년 목표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계속 함께 이야기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