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부력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 <숨 참고 다이브> 이현빈·권민성
글 차한비 사진 이영진 / Festival / 2023-12-08

열아홉, 바닷가, 입맞춤. <숨 참고 다이브>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를 화면 가득 펼쳐 놓는다. 하지만 여름밤의 용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영화는 악몽에 신음하며 괴로워하는 얼굴을 비좁은 정사각형 속에 담는다. 동호(문의진)는 비밀을 감당하기 벅찬 탓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 수영선수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인데 그가 뛰어들어야 하는 물속은 이제 안개처럼 뿌옇기만 하다. 과연 동호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이브’할 수 있을까? 영화는 현실과 환상, 그리고 기억까지 수시로 넘나든 끝에 기어코 수면의 반짝임을 되살린다. 권민성, 이현빈 감독은 벌써 여러 편의 작업을 함께한 사이다. 연출, 각본, 제작, 촬영, 연기 등 다각도로 협업했고, 영화 현장 안팎에서 역할 구분도 명료하다. <숨 참고 다이브>는 기존에 만든 작품들과 달리, 개연성에 얽매이지 않고 아름다운 순간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범상치 않은 콤비라는 생각에 두 감독을 나란히 초대했다.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움츠러든 기색은 없었다. 둘에게 <숨 참고 다이브>는 마지막 결과가 아니라 다음 장으로 헤엄치기 위한 ‘다이브’다.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 수상작은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 indieground.kr/indie/selectOnlineList.do에서 볼 수 있다)

 

 

둘 다 아이브 팬인가. (웃음) 

이현빈_ 난 아니다. 뉴진스 좋아한다. (웃음)

권민성_ 팬은 아닌데 제목에 노래 가사가 들어가다 보니 그렇게 보는 분이 많더라. 이 친구보다 나이가 좀 있어선지 난 아직도 1세대 아이돌이 좋다. 핑클 팬이다. 

 

본래 가사는 ‘숨 참고 러브 다이브’인데 여기서 하필 ‘러브’를 뺐다. 인물의 상황을 빗댄 표현인가. 

권민성_ 극복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은 제목이다. 동호는 지난 일에 시달리는 탓에 숨을 깊게 쉬지 못한다. 물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수영도 못하고. 결국 불편한 상황과 사람을 스스로 마주하고 나서야 두려움을 딛고 물속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된다. 한편, 시선을 끌 만한 제목을 짓자는 의도도 있었다. 최근 영화제에 제목부터 딱 꽂히는 작품이 많더라. 시나리오 쓸 무렵에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서지환, 2021)라는 단편을 봤다.

 

이전에 <파란>(2021) <사이렌>(2021) <어딘가에 있는 어디에도 없는>(2022) 등을 같이 만들었더라. 같은 학교 출신은 아닌 듯한데 둘은 어떤 인연인가.

권민성_ 사촌이다. 내가 현빈이를 가르치기도 했다. 대학 입시 과외를 10년 정도 했는데, 현빈이가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엔 영화 내러티브를 배워두면 영상 디자인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 현빈이가 학교에 진학해 서울로 오면서 같이 살게 됐다.

 

이현빈 감독은 모든 연출작을 권민성 감독과 함께했는데 동료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현빈_ 본래 디자인과를 희망했다가 영화과에 입학했다. 결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고 계속 트러블이 생겼다. 평소 다른 사람과 작업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학교에선 같이 해야 하고. 결국 형한테 도움을 요청했고 자연스레 협업을 시작했다. 형과의 작업에 매우 만족한다. 콕 집어서 뭐가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생각해 보면 형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이만큼 한 것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다 집어던지고 싶을 때마다 형이 잡아주거든. 

<숨 참고 다이브>
<숨 참고 다이브>

권민성 감독이 육아 중인 것처럼 들리는데?

권민성_ 비슷한 느낌이다. (웃음) 한집에 산지 3~4년쯤 됐다. 얘를 포함해서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 모두 나보다 어리다. 언젠가부터 내가 엄마처럼 애들을 챙기고 있더라. 밥도 먹이고, 고민도 들어주고.

이현빈_ 가족, 선후배, 동료 등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 형이 옆에서 잡아주지 않았다면 훨씬 힘들었을 거다. 그걸 깨닫고 나선 군말 없이 따른다. 형이 입력값을 넣으면 바로 결과를 내놓지.

 

권민성 감독은 이력이 독특하다. 영화뿐만 아니라 다수 공연을 기획했고, 현재 전주국제영화제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관심사와 일의 영역이 넓은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권민성_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를 나왔는데 본래 연기 전공으로 들어갔다. 연기에 큰 뜻은 없었고 당시 꿈은 무대 미술가였다. 교내 커리큘럼상 연출보다는 연기, 영화보다는 연극 중심으로 공부했다. 그러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 몇 편에 출연하면서 에이전시 소속 배우가 됐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기회일 텐데 사실 내가 원했던 길은 아니었고, 결국 도망치듯 에이전시를 나왔다.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정한 후, 공연 기획과 연출을 공부하며 차츰 활동 반경을 넓혔다. 학부 시절 교수님한테 들었던 말이 떠오르더라. “넌 영화 만들어야 해.” 갓 입학한 내게 왜 그렇게 말씀하실까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옳았다. 어느새 내 관심사도 공연에서 영화와 영상으로 옮겨 갔다. 현빈이와 난 사촌이지만 비슷한 가정 형편을 공유한다. 둘 다 어린 시절에 여러 문제를 겪었고, 그 경험이 영화에 영향을 줬다. 우리가 만든 작품을 모아 보면 ‘학교 시리즈’라고 칭할 만하다.

 

대부분 작품에서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더라.

권민성_ 폭력을 경험한 아이, 자립하지 못한 아이, 쫓겨난 아이 등 십 대의 이야기를 썼다. <숨 참고 다이브>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작품을 만들다 보니 내 영역을 좁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박사 과정에 진학하려 했는데, 좋은 기회를 얻어 전주국제영화제에 입사했다.

 

직장 생활하며 창작 활동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권민성_ <숨 참고 다이브> 마친 후 단편을 또 하나 찍었다. 대학원에서 논문으로 쓰려고 했던 내용을 그 영화에 담았다. 예술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지 않나.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 불안한 정체성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 역시 오래 버텨 왔는데 더는 못하겠더라. 창작이든 예술이든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여러 고민 끝에 취직을 결심했다.

 

최근에 만들었다는 단편은 어떤 작품인가? 제목은?

권민성_ 의도한 바는 아닌데 여기도 노래가 들어간다. <X 같아도 파이팅 해야지>. 다들 세븐틴 유닛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를 얘기하더라. (웃음) 배우가 주인공이다. 얼굴을 조금씩 알리는 중이지만 애초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배우. 실제 배우로 활동하는 내 동기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기하는 친구들은 특히 힘들다. 잘하는 사람도 워낙 많고, 그중 누군가는 갑자기 뜨기도 한다. 친구들은 10년 넘게 연기했는데도 라이징 스타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막막할 수밖에 없다. 같이 술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나누는데 친구 한 명이 “에이, 뭐 X 같아도 파이팅 해야지!”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시나리오를 썼다. 퇴근 후에 리딩하고 주말에 촬영하며 틈틈이 만들었다. 

<숨 참고 다이브>
<숨 참고 다이브>

주로 권민성 배우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쪽인 것 같은데 각본을 쓰는 과정은 어땠나. 

권민성_ 개인적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했던 작품이다. 당시 현빈이와 작업하며 알게 된 친구들을 데리고 독립영화 제작 집단을 만들려고 했다. 4개월 가까이 준비했는데 도중에 몇 명이 우르르 모임을 나갔다. 뭐랄까, 처음으로 괘씸함을 느꼈다. 조금만 날 믿고 기다려주면 같이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여태 보모 역할을 자처하며 밥 먹이고 술 먹이고 했던 애들인데. 배신감이 컸다. 특히 한 친구가 날 무례하게 대했다. 거의 열변을 토하듯 불만을 열거하더라. 다른 친구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그날 이후 사건에서 거리를 두고 당시 상황을 냉정하게 돌이켜 봤다. 그 친구가 싫다기보다는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친구여선지 모든 책임과 잘못을 내게 돌리더라. 나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언젠가는 내 과오와 마주할 수밖에 없구나.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구나. 그 친구와 같은 입장이 되어 보자는 생각으로 <숨 참고 다이브>의 골격을 만들었다. 불안한 상태를 상상하다 보니 숨이 가빠진 모습이 떠올랐고, 이를 캐릭터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호흡을 중시하는 수영 선수가 생각났다. 하필 그 당시에 <시멘틱 에러>라는 BL 작품이 큰 인기를 얻었다. 대학원에서 수용자 연구하며 관련 논문을 썼는데, <숨 참고 다이브>에 퀴어 프레임을 넣어 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가 얽히면서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고, 현빈이한테 이미지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워 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초반에 틀을 잡으면 현빈이가 나머지를 맡는 식이다. 현장에서도 난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현장에서 역할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궁금했다.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권민성_ 확실히 나보다 이 친구들이 감각이 좋더라. 특유의 키치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 색깔을 영화에 입히고 싶었다. 나 때만 해도 틀을 깨기가 어려웠다. 무조건 ‘오버 더 숄더’로 찍고, 클로즈업 쓰라고 배웠다. 근데 친구들에게 맡기자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더라. 현장에서 난 대부분 뒤로 물러나 로케이션 관리, 배우 케어 등 피디 역할을 맡는 편이다. 편집도 현빈이가 진행하는데 내가 지켜보면서 수정 방향에 관해 계속 조언한다. 그러다 싸워서 며칠 얘기 안 하고, 다시 편집본 확인하면서 싸우고. (웃음)

 

이현빈 감독은 초고를 읽고 어땠나.

이현빈_ 지금까지 해 왔던 작품과 많이 달라서 당황스럽긴 했다. 이전까지는 서사 중심이었다. 인물마다 목적이 뚜렷하고 그에 맞춰 사건을 빌드업하는 식이었다. <숨 참고 다이브>는 그런 요소가 거의 없었다. 순간순간 발생하는 감정과 이미지 중심이라 의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단편답고 재밌게 작업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을 듯한데.

이현빈_ 가급적 다른 영화를 안 보려고 했다. 오히려 뮤직비디오, 럭셔리 브랜드 캠페인 영상, 매거진 홍보 영상 등 이미지 중심의 레퍼런스를 찾았다. 

권민성_ 이럴 때마다 난 반대로 영화를 보여준다. 추천작 중 하나가 <마미>(자비에 돌란, 2014)였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숨 참고 다이브> 감상평을 발견했다. 5점 만점에 2.5점을 준다면서 ‘개연성은 없고 이미지만 신경 쓴 영화’라는 식으로 평했더라. <레퀴엠>(대런 아로노프스키, 2002)을 참고해서 만든 것 같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 영화를 본 적도 없다. 그리 좋아하는 결의 작품도 아니고. 기분이 상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렇게도 해석하는구나 싶어 고마웠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도 있잖나. (웃음) <숨 참고 다이브>를 만든 목적은 세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예쁜 거 한번 찍자!’였다. 촬영장에서 컷을 찍기 바쁜 탓에 이따금 배우들을 예쁘게 찍지 못했다. 그간 미안한 마음이 쌓였던 거다. 

 

다른 두 가지 목적은?

권민성_ 감정과 느낌 중심으로 가기,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기. 

이현빈 ⓒ이영진

블로그에 적힌 평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알겠다. <숨 참고 다이브>는 서사나 구조보다 비주얼과 스타일에 비중을 둔다.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는 어떤 실험의 중간 결과처럼 보이는데 향후 다른 방식으로 확장할 생각이 있나. 

권민성_ 기존에 서사 중심의 작품을 찍으면서 스트레스가 컸다. 시나리오 쓸 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액션 매칭이 안 되면 너무 괴롭고. 이번 작품은 자유로웠다. 부족할지언정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X 같아도 파이팅 해야지>에서도 촬영기법이라든지 편집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서사를 버리겠다는 건 아니다. <숨 참고 다이브>를 확장해서 스토리텔링 하기는 힘들겠지만, 이 경험은 어떤 의미로든 다음 작업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이현빈_ 난 애초 꿈꿨던 방향이 크리에이티브한 영상을 만드는 것이라, 이번 작업하면서 원 없이 즐겼다. 예쁘게 담자는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이 재밌더라. 처음 해본 수중 촬영도 흥미로웠다.

 

1:1 화면비에 클로즈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촬영감독과 논의했던 내용은 뭐였나.

이현빈_ 귀가 얇아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확고했다. 무조건 1:1로 찍을 거라고 못 박았다. 4:3으로 찍으려다가 <마미>를 보고 나서 마음을 굳혔다. ‘보는 사람이 좀 불편하더라도 1:1로 가자. 그게 눈에 더 띄겠다.’ 촬영감독도 드라마 위주로 작업하던 친구라서 초반에 어려워했는데, 방향을 설명하면서 내가 좀 끌고 갔다.

 

이현빈 감독은 아직 대학교 재학 중인가?

이현빈_ 내년 3월에 졸업한다. 졸업한 후에도 자의로 영화를 찍을지는 잘 모르겠다. 영상 혹은 디자인 관련 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싶다.

 

사촌 형과 함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야무지게 만들었으니 걱정 없겠다.

이현빈_ 진짜 큰 도움이 된다. 프로덕션 측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와서 현재 일을 시작한 상태다. 당시엔 우연이라고 여겼는데 생각해 보니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울면서 영화 만들기를 잘했다. (웃음)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수상은 그 자체로 기쁘지만 그중에서도 관객상은 특별한 것 같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은지 듣고 싶다.

권민성_ 관객상 받은 이유를 명확하게 안다. 작품이 우수해서가 아니다. 아이돌로 활동했던 장동우 배우, BL 드라마 <초코밀크쉐이크>로 이름을 알린 박승빈 배우의 ‘버프’를 받았다. 시상식에서 우리도 작품을 다 봤는데 어떻게 모르겠나. 다른 영화에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투표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지만 내심 씁쓸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작품성이 좋다면 작품상에도 노미네이트됐을 테니까. 실망했다기보다는 자극을 받았다. 후보작 대부분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이거나 대학원 수준 이상 분들이 만든 작품이었다. 현빈이도 그날 영화를 보기 싫어했는데 내가 말했다. 이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숨 참고 다이브>는 현빈이가 학부 3학년 때 만든 단편이거든. 제1회 한국단편영화상을 배움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그런 자리 아니면 볼 수 없는 작품과 평소 교류하기 어려운 창작자를 만났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 같다.

이현빈_ 그날 시상식 현장에 앉아 있기가 싫었다. 학부생 레포트랑 석박사생의 논문을 나란히 걸어 놓고 평가하는 듯했다. 근데 집에 와서 생각하니 ‘운도 실력 아닌가?’ 싶더라. 내가 좀 뻔뻔하지 못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인데 이번엔 안 그러기로 했다. 그냥 뿌듯함을 느끼자. 좋은 동기 부여로 삼자. 내 몫이 아닌 듯해서 수상이 부담스러웠는데 그날 밤 반신욕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영화를 원해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다. 힘들어도 꾹 참고 노력한 나에게 보상이 돌아왔다고 여기려 한다. 원래 상 받아도 가족조차 모르는데 이번엔 엄마한테 알리고 SNS에도 자랑했다. 엄마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까지 내 소식으로 교체했더라. (웃음) 처음으로 상 받고 제대로 누렸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적어도 하나는 믿을 수 있다. ‘꾸준히 노력하면 뭐라도 얻는다’는 희망이 생겼다.

권민성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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