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없다고?
<그 겨울, 나는> 권소현
글 차한비 사진 이영진 / Interview / 2022-11-27

서른도 안 됐는데 카메라 앞에서 보낸 시간이 인생 절반을 넘는다. <대장금><파리의 연인>에서 활약한 아역 배우 권소현은 초등학생 걸그룹 ‘오렌지’와 2010년대를 주름잡은 아이돌 ‘포미닛’을 거쳐 끝내 배우로 돌아왔다. 손쉽게 되찾은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은 고투로 일군 성과다. 간판이나 다름없던 울타리가 사라지자 기회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갈채와 환호가 아닌 의심의 눈초리, 그러나 권소현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생하자” 다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 겨울, 나는>(오성호, 2022)에서 권소현은 취업과 연애로 고민하는 스물아홉 혜진을 연기한다. 혜진은 밝고 의연하다. 한집에 사는 애인 경학(권다함)과 가계부를 정리하며 “남는 게 없잖아” 한탄하다가도 곧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젊은 연인에게 닥친 현실은 기어코 혜진의 얼굴에도 커다란 음영을 드리운다. 권소현은 혜진을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 또한 설렘과 좌절을 번갈아 겪으며 단단해졌다. 혼자 남아 불안했던 시간은 새로운 세계를 위한 디딤돌이었고 징검다리였다. 이제야 나를 좀 알겠다는 권소현과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어떤 질문에도 시선을 피하는 법이 없는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올 날에 대한 기대의 마음도 전했다.

 

 

지난여름,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에 배드민턴 선수로 출연했다.

촬영 전에 4개월 정도 연습했다. 운동하다 보니 동료 배우들과 금방 친해졌고 확실히 에너지도 생기더라. 서사가 조금 더 풍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간 안 해본 역할이라 새로웠다. 주로 착하고 아픈 구석이 있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요즘에는 다르다. 자꾸 투덜대면서 누구 괴롭히고. 최근 촬영을 마친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지금도 촬영하느라 바쁘다고. 개봉과 촬영 일정이 겹칠 텐데 괜찮나.

블랙 코미디 영화를 찍고 있다. 11월이 정말 숨 가쁘게 돌아간다. 한 7년 만에 아이돌 스케줄 소화하는 느낌이다. 24시간을 쪼개서 나눠 쓰는 중이다. 내가 알게 모르게 열심히 산다. (웃음)

 

<그 겨울, 나는>에선 전작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디션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영화에 관심이 많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을 계속 지켜봤고 오디션이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소속사에 부탁했다. <그 겨울, 나는>은 오디션 대본부터 마음에 들었다. 오성호 감독님이 일상적 언어를 풍부하게 사용해선지 대사가 입에 잘 붙더라. 최종 심사에 혜진 역 2명, 경학 역 2명이 올라갔다. 배우들은 각자 상대 배우를 따로 만났다. 대본도 읽고 즉흥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 겨울, 나는>
<그 겨울, 나는>

경우의 수를 다 맞춰봤네. 

근데 권다함 배우도 나도 각자 누구와 경쟁했는지 모른다. 누구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전혀 다른 인물로 느껴질 만큼 연기 톤이 달랐다. 캐스팅 확정됐다고 알려주시면서 피디님이 넌지시 물어보셨다. 두 배우 중 누가 됐으면 좋겠냐고. 다함 오빠랑 연기할 때 좀 더 편안했다고 답했는데 알고 보니 오빠도 날 선택했다고 하더라. 다행히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웃음)

 

오디션을 3차까지 봤다고. 감독은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내가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선입견을 품었구나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캐스팅 확정까지 나름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기다림은 항상 힘들다. 그래도 별수 없지. 기다리고 선택받는 것이 일이니까. 전체 시나리오를 읽지 못한 상황에서도 작품에 욕심이 났다. 사랑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거든. 한편으로는 나도 나한테 선입견이 있어서 ‘내가 멜로를 할 수 있는 배우인가?’ 의심스러웠다.

 

왜 그랬을까.

이전까지는 나를 혼자서도 잘하는, 자수성가한 여자애 같은 느낌으로 봐주는 분들이 많았다. <그 겨울, 나는> 찍으면서 되게 뿌듯했다. 이제 나도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에 접어들었구나. 그만한 힘을 갖게 됐구나. 나중에 감독님 붙잡고 물어봤다. 왜 나를 캐스팅했냐고. 감독님은 연기만큼 성향을 중요하게 봤다고 하더라. 본인이 배우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란 걸 안다면서. (웃음) 예민하고 엄격한 분이다. 테이크를 여러 번 갈 때는 스무 번을 훌쩍 넘겼는데 현장에 있는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다들 남 탓하지 않고 자신을 재촉하는 성격이더라. “이거 망하면 우리 망한다”라는 절실함을 공유하면서 똘똘 뭉쳤다. 게다가 재작년 겨울에 얼마나 추웠나. 한 손에 펜과 대본을 든 채 달달 떨면서 디렉팅했던 감독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야외 촬영이 많은 편이라 모두 고생했다.

 

<그 겨울, 나는>은 기본적으로 경학을 따라가는 흐름이지만, 혜진은 영화 전체에 걸쳐 등장하며 긴장과 여유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중요한 인물이다. 혜진을 어떤 사람이라고 봤나.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라고 봤다. 지하철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람. 겉보기엔 다들 평범한데 실은 성격이나 욕구가 저마다 다르지 않나. 혜진이도 그래 보였다. 평소에는 나서는 일 없이 사람들 속에 묻혀 있지만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성깔도 있고 콤플렉스도 있다. 때때로 경학이에게 의지하는 모습도 보이고.

권소현 ⓒ이영진

권다함 배우는 경학이 지나치게 나빠 보일까 봐 고민했다더라. 경학이 악인으로 보이지 않는 데는 혜진의 역할도 컸다.

내 과제는 경학과 정반대였다. 혜진이 너무 착해 보이면 안 됐다. 다함 오빠 연기를 관찰하면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 혜진에게 경학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누군가는 왜 저런 남자를 만나냐고 묻겠지만 혜진은 내심 경학을 믿음직스럽게 여긴다. 자신과 다르게 친구도 많고 욕심도 크니까. 혜진 역시 꿈과 목표를 가진 인물이지만 경학에 비하면 내성적이다. 혜진에게 경학은 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상대구나 싶더라.

 

둘은 오래된 연인이고 한집에 산다. 영화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친밀한 관계, 무르익은 애정을 표현해야 했는데.

처음 다함 오빠를 만났을 때는 엄청나게 어색했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냥 현장에서 만난 배우로 다가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날 보면 예전 활동과 경력이 자연스레 떠오르나 보더라. 촬영 준비하는 동안 최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싶었다. 소속사 직원과 동행하는 대신 혼자 버스 타고 다녔다. 리딩 마친 후에는 밥 먹고 술도 한잔 마시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상형, 연애 스타일, 이별 사유 등 별별 얘기 다 하고. 툭 터놓고 대화한 덕분에 호흡 맞추는 데 필요한 시간을 많이 단축했다. 리딩을 거의 한 달 내내 했다. 시간이 안 맞으면 화상 채팅으로라도 만났다. 오빠나 나나 욕심이 컸다. “우리 제대로 하자. 난 가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런 다짐을 재차 나눴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지였구나. 관계에도 연기에서도 대화가 힘을 발휘했다.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했다. 리딩하면서 끊임없이 물어보셨다. 불편한 대사는 없는지, 나라면 이 상황에 뭐라고 말할 것 같은지. 배우를 섬세하게 살핀다고 느꼈다. 배우의 평소 말투, 경험담, 쉬는 시간에 수다 떨다가 나온 아이디어 등을 잘 기억했다가 대본에 반영하시더라. 그게 영화에 생동감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경학이 오토바이 중고 거래하는 장면이라든지 혜진이 회사 동료들과 결혼을 주제로 대화하는 장면은 배우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며 전체 대사를 완성했다.

 

영화 초반, 경학이 혜진에게 요다를 닮았다며 놀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겼는데 이것도 리딩 과정에서 나온 대사인가.

감독님이 많이 고민하셨다고 들었다. 하루는 스태프들 모인 자리에서 ‘권소현 닮은꼴 찾기’를 진행했단다. 다람쥐부터 이것저것 나왔는데 감독님 귀에 요다가 딱 꽂힌 거다. 나한테 괜찮겠냐고 묻기에 상관없다고 했다. 아직도 그 운동장 신이 기억난다. 진짜 추웠거든. 첫 테이크 끝나고 모니터링할 때 감독님이 “지금도 괜찮긴 한데 왠지 드라마에 나오는 커플 같아요”라고 했다. 결국 테이크를 열아홉 번 정도 갔다.

 

트렌디 드라마 주인공처럼 너무 세련된 느낌이라는 뜻일까.

아마도? 종종 헷갈렸다. 감독님이 보기에 백 퍼센트는 아니란 건 이해했는데 뭘 원하는지 명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더라. 감독님도 미묘한 뉘앙스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을 테고. 결국 계속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도 대사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씀하셨다. 이 대사에서는 여길 살려야 한다든지, 어미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든지. 근데 그 장면, 결국 첫 테이크 쓰셨다고 하더라. (웃음)

권소현 ⓒ이영진

감독이 연기 디렉팅을 꼼꼼하게 했네. 

감독님 동생이자 스태프로 일했던 오세호 감독님이 촬영 끝날 때쯤 농담했다. “형은 애니메이션을 해야 해.” (웃음) 배우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챙겨야 하는 성격인 거다. 초반에 대본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쉬운 점은 없냐고 묻기에 괜찮다고, 이대로 좋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아녜요, 부족한 게 많아요. 더 예민하게 대본을 봐주세요.”라는 거다. 은근히 오기가 생기더라. ‘내가 예민함이 뭔지 제대로 한번 보여줘야겠다!’ 다음날 아쉬운 점을 쭉 정리해서 말씀드렸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인데 감독님은 예상외로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그렇죠? 배우님 눈에도 그 부분이 좀 아쉽죠? 좋습니다. 만나서 얘기해요.” 그렇게 하나씩 채워 나갔다. <그 겨울, 나는>을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연출은 오로지 감독의 영역이라고 여기며 수동적으로 임했던 면이 있는데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다. 나도 의견을 낼 수 있구나.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참 중요하구나.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혜진은 경학보다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이 어른스러워 보인다. 애인이자 보호자 같은 느낌인데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뭐였나.

말한 대로 경학에게 보호자가 되어주고 싶었다. 경학이 자기 편이라고 느끼는, 엄마 같고 누나 같은 사람. 혜진이는 나랑 겹치는 부분이 많다. 나도 친구든 애인이든 일단 내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그를 위해주려고 되게 애쓰거든. 그 마음이 과하면 혜진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내가 맞아. 이게 더 나은 방향이니까 내 말 들어.” 하면서 내 경험과 기준에 상대를 맞추는 거다. 혜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좋은 말을 듣지 못하는 연애 아닌가. 엄마는 어서 정리하라며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혜진 스스로 따져봐도 경학과 결혼을 결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혜진은 조바심을 느낀다. 경학이 지닌 장점과 잠재력을 알기에 자꾸 다그치는 거다. 경학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으니까. ‘나도 이랬나? 같은 상황이라면 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다 보니 좋아하고 아끼는 이에게 물질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힘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내 모습이 보이더라.

 

영화에서 누군가를 챙기는 모습이 불현듯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룹 활동 당시 ‘공식 막내’였으니까. 물론 그때도 애어른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지만.

팀 활동할 때는 곁에 의지할 사람이 있었다. 가수 활동을 마치고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이나 생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 겨울, 나는>은 과거 내 모습과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경학과 혜진처럼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이였는데 어느새 입장과 위치가 조금씩 달라진다든지, 누군가가 돈 때문에 힘들어한다든지. 당시에는 버거웠지만 지금은 괜찮다. 지나고 나니 경험은 다 쓸모가 있구나 싶더라.

 

혜진이 노력에 못 미치는 결과, 진심을 쏟아도 메울 수 없는 거리와 맞닥뜨린다는 점에서 배우 자신을 투영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삶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단체 생활은 물론이고 혼자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따금 무력감에 시달렸다. 나는 원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구나. 난 유지하고 싶은데 상황은 이미 달라졌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혜진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누구나 살면서 자잘한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나. 혜진은 경학처럼 극적인 순간을 마주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고된 여정을 통과한다.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20대 청춘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상을 바라보지만 현실에 부딪히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꿈과 인연을 만들어가려 노력한다. 내게는 그 모습이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방식으로 다가왔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욱현(이한주)과 길을 걷다가 일본어로 대화하는 롱테이크 장면에 관해 듣고 싶다. 로맨틱하고 비밀스러운 순간이고 혜진 또한 경학과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나도 좋아하는 신이다. 자막 없이 둘만의 속삭임으로 담겨서 더 좋다. 문득 경학이랑 만나기 시작했을 무렵 혜진이 그런 모습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시나리오에는 그 뒤에 대사가 또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혜진이 욱현에게 좀 더 걷자고 말했던 것 같다. 혜진의 마음을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서 끊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둘이 스킨십을 하네 마네 얘기도 하고. 혜진을 마냥 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나치게 나쁜 인물로 그려서도 안 됐다. 다들 머리 맞대고 거듭 질문했다. 어떻게 해야 다음 신으로 넘어가는 원동력이 생길까? 경학과 욱현 사이에서 흔들리는 혜진의 마음을 얼마만큼 노출해야 할까?

<그 겨울, 나는>
<그 겨울, 나는>

일본어가 능숙하던데.

조금 한다. 포미닛에서 내가 일본어 담당이었거든. 일본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오랜만에 연락드렸다. 그 장면에서 욱현과 혜진이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에 관해 말하는데 실제로 내가 도라에몽을 좋아한다. 어릴 적에 도라에몽이 되고 싶었다는 말도 진짜다. (웃음) 한주 배우와 내가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감독님이 “오, 좋은데요!” 하면서 바로 대사를 쓰더라. 일본어 선생님이 대사를 번역해주면 한주 배우랑 계속 맞춰보면서 연습했다.

 

그 장면 직후에 혜진은 혼자 버스에 앉아 있다. 대사 없이도 인물을 스쳐 지나가는 조바심, 외로움, 죄책감을 풍성하게 전달하더라. 이를 포함해 몇몇 장면에서 아주 쓸쓸한 표정을 보여준다. 노래방에서 경학을 다정하게 바라보다가 일순 웃음기를 거두기도 하고.

그래서 영화를 좋아한다. 순간을 잡아내니까. 노래방 촬영할 때는 되게 슬펐다. 경학이가 예뻐서, 행복해 보여서. 말로는 네가 하자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지만 혜진은 마지막을 생각했을 것 같더라. 감정이 쭉 쌓였던 터라 노래하는 경학이를 봤을 때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이 나왔다. 노래가 주는 영향도 컸다. 젝스키스 ‘커플’이 가사는 밝은데 멜로디가 은근히 슬프거든.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선 어땠나. 혜진이 모르는 경학의 시간까지 담겨 있기에 왠지 배우가 아닌 전 애인의 심정으로 봤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최근에 다함 배우랑 영화 이야기할 때도 거의 ‘구남친-구여친’ 모드였다. “네가 뭘 좋아했더라?” “오빠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웃음) 시간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공개할 당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전까지 편집본을 진짜 많이 봤거든. 오히려 두 달 지나서 서울독립영화제에 갔을 때 놀랐다. 그제야 영화를 영화 자체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인물 한 명 한 명이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관객들이 이래서 우리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여럿인데 우선 “경학이는 눈이 참 예뻐”라고 말하는 장면. 혜진과 경학의 따뜻하고 내밀한 순간을 포착해서 좋아한다. 두 사람이 싸움 끝에 이별을 고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애써 외면하고 억눌러왔던 갈등이 폭발하는 지점이고 그때 스크린을 채우는 에너지가 마음에 든다. 우리는 ‘대낮에 한 이별’ 신이라고 부르는데 잘 보면 빛의 변화가 의미심장하다. 경학을 따라 반지하 집을 보러 갈 때는 골목에 햇빛이 쫙 들거든. 근데 집을 나와서 걸을 때는 해가 구름에 가려서 약간 울적한 분위기가 난다. 그런 변화가 둘의 감정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말하다 보니 영화가 더 애틋해진다. <그 겨울, 나는>은 내게 응원 같은 작품이다. 연기를 계속해도 되나? 이걸로 먹고살 수 있나? 좋아서 시작하긴 했는데 지금 잘 가고 있는 건가? 불안했던 시기에 이 영화를 만났다. “괜찮으니까 좀 더 해봐”라고 격려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촬영하면서 아니면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나면서 아닐까. 칭찬을 곧이곧대로 못 받아들이는 성격이다. 누가 칭찬하면 ‘에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해주는 말이겠지’ 하며 자리를 피한다. 근데 영화 보신 분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힘이 나더라. 특히 독립영화 좋아하는 분들은 감상평을 무척 정성스레 써주시거든. 그냥 좋다 혹은 나쁘다가 아니라 본인이 느낀 바를 길고 진솔하게 풀어주신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생각과 감정을 갖게 했다는, 그럴 수 있는 뭔가를 해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앞서 말했듯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에는 감독님께 먼저 대화를 청한다. 우리 왜 안 만나냐고, 이야기 좀 하자고. (웃음)

권소현 ⓒ이영진

기억에 남는 칭찬이 궁금하다. 오성호 감독은 칭찬을 잘하는 편인가.

감독님도 나만큼 칭찬을 쑥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아, 촬영 막바지에 감독님께 부탁했다. “딱 한 번만 오케이 사인을 시원하게 외쳐주시면 안 될까요?” 오케이를 받아도 찝찝했거든. 감독님 속을 모르겠더라. 진짜 잘해서 통과한 건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건지. 다만, 감독님의 눈을 의심한 적은 없다. 연기를 대충 보는 분은 아니라고 확신했던 순간이 있다. 혜진이 우는 장면을 찍을 땐데, 내가 진짜 울기 전에 빌드업으로 호흡을 잠깐 썼다. 그걸 기가 막히게 잡아내시더라. 마음에 걸리는 게 없으면 반박했을 텐데 그러기엔 양심에 찔려서 곧바로 “네, 다시 하겠습니다” 했다. (웃음)

 

관객에게 받은 칭찬 중 되새기고 싶은 말은?

“권소현이 이제 배우로 보인다.” 그 짧은 문장이 나한테는 아주 커다랗게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자신이 없었다. 내 입으로 날 배우라고 소개해도 되나? 아이돌 출신이니까 사람들이 좀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늘 염려가 많았는데 이제 날 한 명의 배우로 바라봐주는구나 싶어 벅찼다.

 

유년 시절부터 카메라 앞에 섰으니 지칠 법도 한데 참 꾸준하다. 쉬는 해 없이 매년 새 작품을 선보인다.

아이돌 활동할 때나 지금이나 기본 마인드는 변함없다. 내 눈에 비친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만족할 수 없고 만족해서도 안 된다. 불안과 결핍을 원동력 삼아 성장한 듯하다. 이전에는 내가 부족해도 팀이 잘 되니 묻어가는 느낌이었고 그러면서도 팀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애를 썼다. 그러다 팀 활동을 마치고 오롯이 혼자 남았을 때 자문했다. 앞으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사실 아이돌 출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당연하지 않나. 유명세를 이용해서 작품에 들어가거나 신인이 차지하기 어려운 배역을 맡는 경우가 없지도 않고. 근데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으로 부딪혔다. 자존감이 낮은 면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해야 할까.

 

편한 길을 제쳐두고 일부러 고된 길을 택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게 현실이기도 했다. 활동하면서 생긴 이미지를 단시간에 없애기란 불가능했다. 게다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어떤 배우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 아닌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생하자고 다독이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고비의 연속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지쳐서 무너질 때쯤 누군가 기회를 주더라.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오디션에 합격하고. 인생 참 얄궂게 흘러간다 싶었지. 꾸준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기보다는 그냥 버티다 보니 꾸준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생일>(이종언, 2019)에 합류했을 때 너무 행복했다. 오디션을 4차까지 봤는데 캐스팅 확정 소식 들으면서 생각했다. 간절히 바라면 하나는 이뤄지는구나. 그 말이 영 거짓은 아니구나. 전도연 선배님과 처음 촬영하는 날에 받은 일일 촬영계획표를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영화 볼 때는 ‘포미닛의 권소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무대와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꽤 다르더라.

조금씩 내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할 무렵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그거였다. “얘가 걔야?” (웃음) 팀을 앞세우거나 다른 수식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나로서 대중에게 다가가기를 바랐다. 이제 시작점에 선 기분이다.

권소현 ⓒ이영진

2017년 연기 활동을 본격화하고 나서 5년이 흘렀다. ‘포미닛’ 활동 종료 후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싶다고 말했더라. 권소현의 홀로서기, 스스로 중간 점검해본다면.

나를 찾았다. 옛날에는 자아가 없었거든. 언니들이 좋다고 하면 따라서 좋다고 했다. 목소리 큰 사람 말이 옳은 줄 알았고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상대에게 맞추려고 했다. 밖에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나름대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제야 내 색깔이 생긴 듯하다. 나를 알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멘탈이 흔들릴 때는 무엇으로 극복하나.

취미.

 

‘취미 부자’답다. 승마, 인테리어, 필름 사진, 가죽공예, 뜨개질 등 매번 새로운 취미를 소개하더라. 부지런한 성격은 어디 안 가는구나 싶다.

휴식을 어려워한다. 과거에는 일이 행복의 척도였다. 일해야 행복하고 일하지 않으면 불행했다. 팀 활동 종료 후, 행복의 우선순위를 바꿔보자 결심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도 즐겁게 보냈으면 해서 다양한 취미를 접했다. 여전히 쉬면 불안하긴 한데 예전만큼은 아니다. 취미 활동을 통해 소소한 성취를 느끼면서 그 시간을 잘 넘기는 것 같다. 한창 힘들 때는 매일 서점에 갔다. 눈에 띄는 책을 발견하면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앉아서 몇 시간씩 읽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기도 하고. 하루하루를 그렇게 버티는 거다.

 

내 손으로 결과물을 생산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나 보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기를 좋아하고 잘하기도 한다. 요즘엔 그림을 그린다. 피사체는 주로 반려견 권총이. 내 페르소나거든. (웃음) 쉬는 날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같이 그림 그리며 논다.

 

좋은 동료도 만났나. 일에 관한 걱정거리나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곁에 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팀 활동할 때는 친구가 없었다. 인맥이라고 할 게 없는 느낌? 활동 기간에 비하면 생각보다 연예인 친구가 없다는 소리도 듣고. 지금은 작품에서 만난 배우와 회사 식구 등 든든한 동료가 여럿 생겼다. 대본 읽다가 가끔 머리 싸매고 끙끙댄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으면 같은 회사 소속 배우인 연제욱 선배에게 대본 들고 찾아간다. “제가 A도 생각해보고 B도 생각해봤는데 정리가 안 돼요. 도와주세요.” 그때 오빠가 객관적으로 해주는 이야기에 힌트를 얻는다. 정경호 오빠도 자주 길잡이 역할을 해주신다. 어떤 작품을 보면 좋겠다면서 내가 몰랐던 영화도 추천해주시고 연기에 관해서도 세심하게 조언해주신다. 덕분에 힘을 얻는다.

<그 겨울, 나는>
<그 겨울, 나는>

예전 인터뷰에서 어떤 색깔의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베이지색이라고 답했더라. 튀지 않지만 따뜻한 색이라서 좋다고. 지금은 어떤가. 사람은 계속 달라지기 마련이니 꿈의 방향도 조금은 바뀌었을 듯한데.

<그 겨울, 나는> 이후 확실히 변했다. 옛날에는 그냥 스며들고 싶었다. 튀지 않고 무난한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한 영화를 치열하게 통과하고 나니 앞으로는 좀 더 존재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빨간색처럼 눈에 확 띄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작품에 존재하는 인물로서 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제 몫을 해내는 배우’라는 꿈은 그대로인데 실현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이제 베이지색보다는 깊은 색깔을 내고 싶다. 짙은 녹색?

 

언제나 포용력 있는 색깔을 고른다. 혼자 돋보이기보다는 잘 섞이는 색깔.

평소 좋아하는 색깔도 그렇다. 지나치게 강렬한 색깔은 불편하더라. 오래 볼 수도 없고. 내가 끌리고 나한테 위로를 주는 건 넉넉한 색깔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이거구나 싶다.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난 스타가 될 수 없다.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래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자 남모르게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해하려고 한다. 살다 보면 ‘왜 저럴까?’ 하며 물음표가 뜨는 사람을 종종 만나지 않나. 그때 상대를 차단하기보다는 가까이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어째서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을까? 뭐가 필요해서 이러는 걸까?’ 혼자 상상하고 질문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거다. 그러다 보면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가 뭐든 생기더라.

 

일상에서도 연기 훈련하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속으로 삭이겠구나 싶고.

그게 꿈으로 나온다. 현실에서는 화내거나 소리 지르는 일이 없는데 꿈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린다. 잠 깨면 시원하다. (웃음) 말한 대로 훈련의 의미도 있다. 나와 결이 맞지 않거나 닮은 구석이라곤 없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니까. <그 겨울, 나는>의 혜진처럼 나랑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에게는 접근하기가 수월하지만 늘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다. 꿈이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적이 있는데 처음엔 무척 난감했다. 꿈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어떤 심리 상태를 일컫는 말인지 모르겠더라. 그때 난 유튜브에 들어간다. 내 학습 교재거든. (웃음) 유튜브에서 “꿈이 없어요”를 검색하며 다양한 사연을 접했고 그 과정에서 서서히 실마리를 찾아 나갔다.

 

인물과 나 사이에 접점이 안 보이면 연기하기 힘들겠다. 어떻게든 그 인물을 내가 알고 이해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항상 채워내는 게 일이다. 시나리오에 없는 인물의 전사를 구성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내를 짐작하고. 내가 하도 답답해하니 동료들이 “그냥 하던 대로 해” 하더라. 이미 많이 고민하지 않았냐면서 말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도 해줬다. 그동안 준비한 걸 믿고 행하라는 뜻이다. 최근에 선배에게 강력한 조언을 들었다. 생각 좀 그만하라더라. 내가 걱정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쟤는 왜 아무것도 안 하지?’ 하며 게으르게 본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설명하려고 하지 마. 본론부터 말해. 그다음에 앞뒤를 이야기해도 안 늦어.” 그분이 문장 세 개를 일러주면서 외우라고 했다. 첫째, 내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혼자 전전긍긍하지 말고 모르겠으면 대놓고 물어보자. 셋째,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다. (웃음) 자신감을 가지라는 격려였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헷갈릴 때는 무조건 첫 번째가 정답이라는 얘기도 해줬다. 

권소현 ⓒ이영진

그래서 긴장은 좀 줄었나.

요새 촬영하면서는 훨씬 편안하다. 날 이렇게 환영해주는 현장이 또 있었나 싶기도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눠선지 금세 가까워졌다. 촬영 준비하면서 감독님께 말씀드렸거든. “저 일단 생각나는 대로 다 얘기해볼게요.”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현장이라 적어도 속병 생길 일은 없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자아도 찾고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들이 놀린다. 템플 스테이라도 다녀온 거냐면서. (웃음)

 

그걸 확신한 순간은 언제였나. ‘이제 알겠다!’ 하며 내가 원하는 길을 눈앞에 그렸던 순간.

가깝게 지낸 사람이 다르게 보였다. 무척 멋지게 봤던 지인인데 언제부턴가 의문이 들었다. 그 사람의 어떤 말과 행동이 불편해졌거든. 그가 늘 옳지는 않구나. 오히려 내가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구나. 어릴 적엔 그가 하는 일이 참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심지어 그때 그 사람과 비슷한 나이가 되자 나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몇몇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바로 섰다. 무조건 맞춰줄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 순순히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면서 내가 어떤 가치와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게 됐다. 인생 경험 열심히 쌓는 중이다. (웃음)

 

그럼 편안하게 느끼는 상대는 누구인가. 어떤 동료를 만났을 때 호흡이 좋다고 느끼나.

배려하는 사람. 배우마다 성향이 제각각이다. 나는 주목받으려고 나서는 배우를 만나면 경쟁하기보다는 뒤로 확 빠지는 스타일이다. 근데 서로 배려해주는 현장을 경험하니 되게 편안하더라. 내 말도 지나친 욕심처럼 안 들리고 상대 또한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고자 다 같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 느낀다. 무엇보다 인생에 굴곡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아픔을 겪으며 시야가 넓어진다고 생각하거든. 다만, 바닥을 치고 올라온 상태여야 한다. 어려운 시기를 나름대로 극복한, 살아갈 힘을 스스로 마련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분기점을 맞이한 얼굴이다. 기다리는 작품이 있나.

매번 바뀐다. 한동안 <나의 아저씨>(tvN, 2018)의 이지은 배우처럼 상처도 있고 무게감을 지닌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밝은 역할에도 관심이 있다. ‘맑은 눈의 광인’ 같은 캐릭터? (웃음) 그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지 궁금하고 도전 의식도 생긴다. 난 슬픔이 많은 애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의 면이 꽤 있더라.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권소현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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