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본능
<달이 지는 밤><유산><Birth> 한해인
글 차한비 사진 이영진 / Interview / 2022-10-03

몇 해 전 서핑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품에서 보여주려고 연습하다가 취미가 돼버렸다는 말에 참 한해인답다고 생각했지만, 내심 서핑보다는 스킨스쿠버가 어울리지 않나 했다. 파도를 헤치며 햇빛이 잘게 부서지는 수면 위를 유영하기보다는, 숨을 참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그와 더 가까워 보였다. 단편 <나와 당신>(박규리, 2017) <증언>(우경희, 2018) <기일>(정빛아름, 2019)에선 겁도 없이 심해로 잠수하는 사람이었고, 첫 장편 주연작 <밤의 문이 열린다>(유은정, 2019)에선 냉기와 암흑에 잠긴 가운데 심연을 응시하는 유령이었다. 한해인은 너비보다 깊이를 탐구했다. 짐을 내던진 채 가벼운 몸으로 멀리 나아가는 대신, 스스로 추를 매달고 조용히 하강하기를 택했다. 근래 공개한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달이 지는 밤>(김종관·장건재, 2022)에서는 공무원 시험에 오래 매진했으나 더는 생에 미련이 없는 경윤으로, 옴니버스 영화 <기기묘묘>로 개봉한 <유산>(남순아, 2021)에서는 죽은 엄마에게서 벗어나려 안간힘 쓰는 효은으로 분한다. 다가오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창작과 임신 사이에서 지독하게 갈등하는 소설가 재이 역을 맡아 열연한 <Birth>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 영화 속에서 한해인은 지하보다 캄캄한 곳에 다녀온 얼굴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목소리로 속삭이는데, 이상하게도 보호나 연민을 기다리는 기색이 없다. 곧잘 겁에 질리지만, 그를 두렵게 하는 눈앞의 상대보다 끝내 그가 더 강하다. 한해인이 대체 무엇을 보고 겪었는지, 어디까지 내려갔다가 어떻게 올라왔는지 궁금했다. 해변에서 발견한 소라고둥에 귀를 갖다 대듯, 곁에 앉아 긴 대화를 청했다. 바다처럼 깊고, 뜻밖에도 바다만큼 넓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해인은 이제 알겠다고 했다. 아주 깊은 곳은 그만큼 광활하며, 먼 곳을 체험한 이는 되돌아온 자리에 오래 머무른다는 사실을.

 

 

보라카이에 다녀왔죠?

오랜 친구가 4년 전쯤 필리핀으로 떠났어요.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다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요. 그러다 코로나19로 필리핀이 봉쇄됐어요. 한동안 못 만났는데, 어느 날부터 친구가 너무 그리워졌어요. 어떻게든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갔죠. 짧게 다녀왔어요. 3박 4일을 지냈는데, 그냥 친구랑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어요.

 

좋네요.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그렇게 멀리까지. 서핑도 했어요?

네, 하긴 했어요. 하루. (웃음)

 

실력은 여전한가요?

녹슬었어요. 파도 타는 것도 일인데, 일단 파도를 탈 수 있는 위치까지 가야 하거든요. 스스로 파도를 넘고 또 잡아서 타는 거예요. 그걸 패들링이라고 하는데, 팔힘이 중요해요. 최근에는 서핑을 안 하다 보니, 제 팔힘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결국 파도가 오면, 친구가 대신 보드를 밀어줬어요.

 

요새는 서핑이 아니라, 그림에 푹 빠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그림들을 보면서 놀랐어요. 색을 아주 풍부하게 쓰더라고요. ‘이 사람은 꿈도 컬러로 꾸겠다’ 싶던데요.

맞아요, 항상 컬러예요. 꿈을 진짜 다양하게 꾸는데, 색깔이 특이한 편이에요. 어느 때는 환각 속에 있나 싶어요. 꿈속 장면이 갑자기 이차원에서 삼차원으로 변형되기도 해요. 3D 애니메이션처럼요. 그림은 보통 밤이나 새벽에 그려요. 잠이 안 오면, 괜히 좀 불안해지잖아요. 그때 떠오르는 대로 그리는 거예요.

 

혼자 노는 데 능숙한 사람처럼 보여요.

사람들과 만나서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야 해요. 그래야 충전이 돼요. 그림 그리면서 마음을 달래요. 자가 치유라고 해야 할까요. 정식으로 미술을 배워본 적 없이 혼자 그리기 시작했고, 일기 쓰듯 감정을 풀어내는 용도로 꾸준히 그리고 있어요. 정확하게 스케치하거나 구도를 잡는 게 아니라, 일단 손이 가는 대로 그리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가는 편이에요.

<달이 지는 밤>
<유산>

작업실이 있어요?

아니요, 작업실 너무 갖고 싶어요. 제 방에서 그리는데, 꼭 난장판이 돼요. 자주 생각해요. 바닥에 물감 묻는 거 신경 안 쓰고 싶다, 큰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 지금은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만 그리거든요.

 

그러면 실제 그림 사이즈는 어느 정도예요?

보통 8절 도화지에 그려요. 예전에는 캔버스에 그리기도 했는데, 유화물감이나 아크릴물감을 다루기엔 아직 능숙하지 못해서요. 게다가 저는 빠르게 그리고 싶거든요. 그림으로 감정을 풀어낸다고 했잖아요. 일단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쭉 그려요. 빨리 끝내버리고 싶어서요. 유화를 그릴 때는 중간중간 시간을 두고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 또한 제게는 아직 어려운 일이에요.

 

바쁘게 지내는군요. 어제도 촬영했다면서요.

다행히 내일은 휴차예요. 정해일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을 찍고 있어요. 박예영 배우가 주연이고, 저는 조연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실은 올해 작품을 거의 안 했어요. 드라마를 하나 찍었고, 영화로는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에요. 올 초에 마음이 좋지 않았거든요. 연기와 한 발 떨어져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마음부터 건강하게 만들자, 그게 2022년의 목표였어요.

 

좀 자유로워졌어요?

네, 이제 감사해요. 아팠던 시간 덕분에, 이전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거든요. 삶이 좀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시간이라는 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내 상태와 관계없이 착실하게 흘러가잖아요. 참 야속한데, 어느 때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싶기도 해요.

그러니까요. 너무 짜증 나는 말인데, 받아들여야만 하나. 일단 한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는? 진짜 여러 생각이 들어요. 살면서 수많은 고비가 찾아올 텐데, 도대체 난 얼마나 더 깊어져야 하는 걸까. 오죽하면 신에게 물어봤다니까요. “신이시여, 저를 어디까지 성장시키려는 건가요? 남은 인생 내내 이 괴로움을 계속 감당해야 한다는 건가요?” (웃음)

 

요새 기분이 묘하겠네요. 소란스럽고 힘든 시기에서 빠져나온 후, 과거에 작업했던 영화를 하나둘씩 마주하는 중이잖아요.

그때는 왜 그렇게 안달 냈을까 싶죠. 나를 좀 내려놓고 나니,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역시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나 봐요.

한해인 ⓒ이영진

인터뷰하다가 종종 취미를 물어보는데, 요가나 명상이라고 답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명상해요. 잠들기 전이나 산책하면서요. 12월에는 명상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근래 사진 찍는 분을 알게 됐어요.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셔서 만났는데, 작업 스타일이 독특해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도록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눠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는 순간에 슬쩍 찍는 거예요. 그분이 명상을 꽤 오래 하셨고, 이번에 센터를 소개 받았어요. 고민하다가 10일 코스를 신청했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묵언 수행하며 종일 명상을 하는 거예요. 핸드폰도 못 쓰고, 담배도 못 피워요. 되게 두렵더라고요. 가만히 앉아서 내 내면에만 집중하면, 무의식에 쌓인 불안이 마구 터져버릴 것 같은 거예요. 그래도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봤어요. 더는 미루지 말자고 다짐하며, 용기를 냈죠.

 

그곳에서 열흘을 보낸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하필 프로그램 종료일이 크리스마스예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떨지 상상하면, 이상한 기분도 들어요. 지난 겨울을 힘들게 났어요. 원래 참 좋아하는 계절인데, 한 차례 고생하고 나니 가을 접어들 때부터 좀 무섭더라고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구나. 다시 우울함이 찾아오면 어떡하지.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류시화 시인이 올 초에 페이스북에 올린 ‘새해 결심’을 되새기고 있어요. 목록이 여러 개인데, 그중 하나가 “올해의 마지막이 그다지 나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을 것”이에요. 저도 믿으려고요. 괜찮다고,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갈 것이며 그 끝이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고.

 

가을을 잘 넘겨야겠네요.

네,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을아,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했는데, 지금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인정했어요. 가을은 와야지. 다들 오는데, 너도 와야지. (웃음)

 

분주한 계절이 될 듯한데요. 곧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가야 하고요.

이십 대 중반에 한 번 놀러 갔던 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방문하는 거예요. 레드카펫에 입장할 생각하니, 낯간지러워요. 그곳에는 저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잖아요. 웃으면서 손 흔들기가 너무 쑥스러운데, 그래야 자연스러워 보이겠죠?

 

장편 주연작으로 영화제에 가는 일도 오랜만이네요. <birth> 공개 앞두고 기분은 어때요?

아직 영화를 못 봤어요. 너무너무 궁금해요. 작년 이맘때, 그러니까 한창 불안에 휩쓸리던 시기에 찍은 작품이에요. 그래서 작품과 인물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렵지는 않았어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Birth>에서는 오직 저로서 연기하고 싶었어요.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해온 터라, 어떤 틀에 갇히기 쉬웠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연기, 말하자면 화술이나 호흡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연기에 집중했던 거예요. 문득 그런 기준을 다 깨부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 기계는 되고 싶지 않다. 내가 익힌 기술을 하나씩 버려보자. 그렇게 마음먹을 무렵, <Birth>를 제안받았어요. 새롭게 도전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만난 작품인 셈이죠. 재이라는 인물의 예민함을 살리고 싶어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어요. 본래 목소리도 큰 편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평소보다 더 작게 말했던 것 같아요. 영화 속 저를 보고 싶어요. 예전에 비해 뭐가 달라졌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해요. 감독님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도 기대되고요.

한해인 ⓒ이영진

유지영 감독과는 첫 작업이죠?

네, 감독님은 정말 명쾌한 분이에요. 머릿속에 전체 흐름과 장면 구성을 확고하게 그려놓으셨더라고요. 현장에서 테이크를 별로 안 갔어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케이 사인을 안 하는 분인데, 오케이를 너무 잘 외쳐주시는 거예요. 조금 불안했어요. ‘더 해도 될 것 같은데? 더 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근데 감독님을 알아갈수록 신뢰가 생겼어요. 영화를 보면, 또 뒤늦게 이해하는 부분이 생기겠죠. 이래서 오케이라고 하셨구나,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은 이거였구나.

 

최근 참여한 세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니, 배우로서 해내야 할 몫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어요. <Birth>는 셋 중 가장 긴 시간을 담아요. 인물의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을 다루고요.

시나리오를 볼 때,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글이 지닌 영화적인 면을 최대한 들여다보려 하고, 글이 좀 투박하더라도 끌리는 데가 있으면 감독님을 만나봐요. 근데 <Birth>는 달랐어요. 글을 떠나서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능적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고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감독님의 아픔이 많이 느껴졌거든요. 저한테 재이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조금이라도 힘을 주고 싶다. 재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연기해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야심 넘치고 집요한 소설가 재이를 연기하면서 여성 예술가가 통과하는 수많은 감정을 표현했어요. 절망, 분노, 조바심, 공포 등 대개 격렬한 감정들이에요.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집중을 유지했을까 싶더라고요.

촬영 준비하면서 혼자 ‘씬 바이 씬’을 계속했어요. 일단 책상에 딱 앉아서 그날 정해 놓은 분량만큼 시나리오를 읽어요. 담배에 자꾸 손이 갈 정도로 속에서 불안이 막 올라와요. 마음을 다잡으면서 대사를 읽고 또 읽었어요. 그렇게 혼자 런을 도는 거예요. 현장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쭉 해보고, 그다음엔 전체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리고. 촬영하기 전에 인물과 대사를 완전히 체화하고 싶었어요. 앞뒤 장면만 체크하고 촬영장에 들어가도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인지 현장에서는 ‘이때는 이런 걸 보여줘야 해’라는 마음 없이, 그냥 몸을 내던지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재이만큼이나 집요했네요.

본질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연기했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연기했나?’라는 질문을 품으려고요.

 

유지영 감독도 배우의 집중력에 감탄했다고 했어요. “담대한 배우”라고 하던데요.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면 신기해요. 뭔가를 꾸준히 못 하거든요. 근데 연기는 계속하는 거예요. 어느 순간에는 ‘내가 왜 여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했어요. 저는 끼도 별로 없고, 예민한 사람이에요. 지나칠 정도로 세심하게 파고드는 걸 좋아해요. 배우에게는 좀 뻔뻔한 면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죠. 배우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아닌가. 종종 그런 생각해요. 근데 제가 대사를 잘 외워요. 노래 가사는 하나도 못 외우면서. (웃음) 현장 가기 전까지 힘들고 불안하다가도, 막상 도착하면 딱 집중하고요. 그런 저를 발견할 때마다 ‘얘 진짜 뭐지?’ 싶은 거죠.

한해인 ⓒ이영진

낯설겠어요. 연기에 발목 잡힌 기분도 들고. (웃음)

그래서 많은 분이 저를 강하게 바라봐주시는 것 같아요. 서핑도 영화 <폭설>(윤수익)에 출연하면서 배우기 시작했잖아요. 사실 저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정말 싫어해요. 귀찮게 뭐 그런 고생을 사서 하나 생각하는 쪽이에요. 근데 그때는 한 달 내내 겨울 바다에 입수했어요. 어떻게든 해내고 싶어서요. <birth>를 찍을 때도 그런 면이 발동했나 봐요. 여성 예술가 역할을 꼭 한번 맡아보고 싶었어요.

 

“본능적 선택”이라고 표현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배우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일 거라 생각했어요. 직접 연출하고 출연한 단편 <우리의 실수>가 임신 중단을 선택한 여성의 이야기잖아요. 별개의 작품이지만, 배우 안에서는 어떤 맥락이 생기겠구나 싶었어요.

그러게요. 좋은 일이에요. 제 가치관과 연결되는 지점을 작품에서 발견하는 것. 그런 작품과 만나는 것. 어쩌면 그때가 가장 좋은 순간 같아요.

 

앞서 여성 예술가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했어요. 이어지는 질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문득 어떤 배우를 보면 ‘언젠가는 연출을 하겠구나’ 할 때가 있어요. 나에게 보여준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연기가 아쉽다는 뜻이 아녜요. 연기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목소리를 내는 행위에 갈증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 속 인물처럼 보이면서도, 불현듯 저항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방금 들으면서 소름 돋았어요. (웃음) 사실 연출이 너무 어렵잖아요. <우리의 실수>는 친구들과 가볍게 찍은 작품이고, 완성하고 나서는 “난 절대 못 해. 이제 연출은 안 해.”라고 했어요. 근데 최근에 갑자기 찍고 싶은 게 생겼어요. 올해 끝나기 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하자고 목표를 세웠어요. 제가 보라카이에서 만났다는 친구요, 원래 연기를 했어요. 영화에 그 친구를 담고 싶어요. 완성도를 떠나서, 그냥 친구한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한편으로는 요즘 안 그래도 정체성에 관해 한참 고민했거든요. 저는 오랜 시간 배우라는 정체성 안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어요. 오디션을 볼 때마다 이전과 다르게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거예요. 너무 불안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상태까지 갔어요. 그러다 올해 초에 ‘나는 뭐가 되고 싶을까?’ 다시 질문하게 됐어요. 물론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해요. 계속 배우로 살고 싶고, 정말이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요, 그 이상이 되고 싶어요.

 

어떤 시간을 통과한 끝에 나온 말인지 궁금해지네요. 올해가 전환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이제 조금 더 자유롭게 제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로서 존재하되, 제가 지닌 기질과 욕구를 제한하지는 말자는 마음이에요.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은 후, 소속사에서 나왔어요. 애초 바라보는 방향이 서로 다르니까요. 그때부터 생각이 서서히 정리됐어요. ‘이건 멀리 보고 가야 하는 길이구나. 그러면 당장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일단 에너지를 충전하며, 스스로 힘을 길러야겠더라고요. 근데 신기한 게 뭔 줄 아세요? 그렇게 마음먹은 다음부터 새로운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10년 넘게 연기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리다가 사진, 패션, 그림 등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생긴 거예요. 대화하다 보면, 시각 자체가 다르구나 싶어요. 세상과 공간,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저와는 너무 다르고, 그런 차이를 발견할 때마다 무척 기뻐요. 난 여전히 뭔가를 배우고 싶구나. 더 넓어지고 싶구나. 그런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껴요. 연기 외에도 관심 있는 일을 꾸준히 해보려고요. 나중에 그림을 모아서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능력은 부족하지만, 연출이나 각본에도 도전하고요.

 

반가운 소식이에요. 연기하는 마음가짐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겠구나 싶어요.

최근에 백현진 배우를 보면서 큰 영감과 용기를 얻었어요. 배우이자, 화가이자, 뮤지션이잖아요. ‘아, 저렇게도 배우를 할 수 있구나!’ 했어요. 저는 무엇보다 영혼 없이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연기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 찍을 때, 마음이 썩어 들어가는 듯했어요.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작품도 좋은데, 저 혼자 죽겠는 거예요. 당시에는 연기에 정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엄마한테 처음으로 연기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바닥을 찍고 나니까, 나라는 사람을 찾게 되더라고요. 생존 본능처럼. 그 과정에서 비로소 연기를 향한 사랑을 확인했어요.

<birth>
<밤의 문이 열린다>

배우이자 예술가로서 테두리를 점차 늘려가고 있군요.

예술이라고 하면, 괜히 거창하고 어려워 보이잖아요. 소위 ‘예술병’ 걸렸다는 말도 하고요. 근데 저는 아이 같은 마음이 핵심이라고 봐요. 예술이 펼쳐놓은 세계는 아이가 바라보는 세계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이처럼 열린 마음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예술가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근사하네요. 그러면 자신에 대한 평가는 어때요?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수월해지나요, 아니면 더 어려워지나요?

어려워서 수렁에 빠질 때도 잦은데, 때로는 아주 정확하게 보이기도 해요. 예전에는 대본을 받으면, ‘이 캐릭터는 작품에서 이런 기능을 하는구나. 그럼 이런 면을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으로 인물에게 접근했어요. 근데 이것도 다 부수기로 했어요. 어떤 연기를 하든 ‘나’여야 한다.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나만 할 수 있는 것, 나다움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다는 뜻 아닐까요.

 

명상을 할 수밖에 없구나 싶어요. 배우로 사는 동안, ‘보이는 나’와 ‘보여주고 싶은 나’ 사이에서 갈등을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맞아요, 제가 요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많이 올려요. 예전에는 남들이 보는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SNS에 뭔가를 업로드할 때도 ‘배우 피드다워야 하는데’ 생각했죠. 지금은 반대로 시도해보고 있어요. ‘난 이런 사람이야. 신비감 깨져도 어쩔 수 없어.’ 그걸 보면서 누군가는 제게 실망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저와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을 좋아해요? 일상에서든 작업할 때든, 좀 더 편안하게 느끼는 상대가 있다면요.

열려 있는, 맑은 사람이요. 혹은 탁하더라도 뭔가에 미쳐 있는 사람이 좋아요. 관계에는 서로 알아봐주는 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군가의 드러나지 않는 면을 봐준다는 건, 그가 아파본 적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사람의 아픔은 이런 색이구나. 저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빛나는구나. 서로 그걸 알아차릴 때, 희열을 느끼죠. 힘도 얻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계속 돌보고 아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안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렇죠. 저는 비슷한 생각했을 때, 나이를 좀 먹었구나 싶었어요. (웃음) 불행은 종종 자랑이자 매력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제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것 같아요. 불행뿐만 아니라, 불행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작품 속 모습과 겹쳐 보여요. <밤의 문이 열린다> <유산> <달이 지는 밤> 등 생사의 어스름한 경계에 설 때가 잦아요. 유령이 되거나, 유령과 만나는 일에 일가견이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확실히 일가견이 있죠. (웃음)

한해인 ⓒ이영진

<유산>을 생각하면, 클로즈업한 얼굴과 충혈된 눈이 단번에 떠올라요. 배우에게도 생경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나요.

많은 분이 고생했을 거라고 말씀하지만, 저는 너무 재밌게 촬영했어요. 물론 에너지를 많이 쓰긴 했죠. 그래도 시나리오 읽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감독님께 바로 문자 보냈어요. 꼭 하고 싶다고. 촬영할 때도 감독님과 합이 좋다고 느꼈어요. 연기하고 나서 좀 아쉬운데 싶으면, 감독님이 다가와요. 이 부분은 한 번 더 해보자고. 속으로 ‘좋아!’ 외쳤죠. 인물이 느끼는 감정 자체가 워낙 세다 보니, 어느 정도로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캐릭터가 안 보이거나, 관객을 밀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힘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현장에서 대기할 때는 일부러 멍하니 돌아다니고요. 효은은 다른 세계를 맴도는 사람이니, 그와 비슷한 텐션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달이 지는 밤>에서도 놀라운 클로즈업이 나오죠. 초반에 짧게 등장하는데, 그 이미지와 대사가 영화 전체에 영향을 줘요. 이름도 “그리고 한해인”으로 나오던데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커요. “그리고 한해인”이라고 써주신 감독님께 고맙고 죄송하고요. “항상 될 거로 생각했어. 근데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게 보여. 다른 걸 생각하는 거지, 내 인생에서.” 당시에는 이 대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연기가 지긋지긋하기도 했지만, 간절함이 더 컸어요. 정말로 바닥까지 가봤던 상태는 아니어서 충분했는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제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지금은 더 잘 할 수 있는데 아쉽다고.

 

감독은 뭐라고 답하던가요?

정중하게 “아닙니다”라고 하셨어요. (웃음) 어쨌든 경윤이라는 인물을 무척 매력적으로 담아주셨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전작에 이어, 유령에 가까운 인물을 반복해서 연기하게 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런 경험이 배우에게 무엇을 남기는지는 물어보고 싶었어요. 공통점이 보이거든요. 외로움과 유약함을 지닌 인물인데, 그런 한계를 뚫고 어디론가 뚜벅뚜벅 걸어가요. 유령과 만났거나 유령이어서 끝내 타인과 접속하고요.

일단 제가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저 되게 약하거든요. 쉽게 부서지고 무너지고 다쳐요. 근데, 그래서 또 강해요. 너무 약해서 죽음에 가까운 세계에 발을 잘 담그는데, 죽음에 근접할수록 살고 싶은 욕망이 거세게 일어나요. 어둠 속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예요. 와르르 무너졌다가도, 일어나서 보면 조금 강해져 있어요. 한때는 생각했어요. 내가 어둠이 아니라, 빛의 영역에 가 있어야 하나. 그래야 지금과는 다른 결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려나. 근데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한국에 이런 배우 한 명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냐고요. 아주 깊은 곳으로 가는 배우,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그러다 제가 변하면, 자연스레 다른 역할도 만날 수도 있을 테고요. ‘나를 왜 이렇게만 봐주지?’라는 생각은 불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히려 더 깊이 가고 싶어요. 가늠하기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곳까지.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을 하나씩 말해본다면요.

그 둘이 똑같아요. 깊다. 제 장점이자 단점이죠. 어쩔 수 없이 타고난 부분이기도 하고요. 다만, 요새는 이 깊이를 부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깊음 속에서도 넓어질 수 있다고, 유연하게 움직이다 보면 특별한 색을 만들어낼 거라고 믿거든요. 마치 외계인 같은 느낌? (웃음)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는 것, 예전에는 그게 너무 막막하고 불안했어요. 근데 반대로 생각하니,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이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깊이, 또 멀리 가는 사람이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그렇게 “반대로 생각하니”라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상실감을 느꼈을까 싶어요. 깊은 사람이라 깊이 슬퍼했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그걸 혼자 다 채웠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진짜 집 안에만 있었어요.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면서 타인의 중요성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얘기해주신 것처럼 작품 속에서도 결국엔 타인과 만나잖아요. 그 순간을, 타인이 건네주는 힘을 잊지 말자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유명해지고 싶었어요. 누가 봐도 잘 나가는 배우가 돼서 돈도 많이 벌고 싶었죠. 지금은 단 한 명에게라도 영감을 주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제가 진짜 원하는 제 모습은 그거 같아요.

한해인 ⓒ이영진

10대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 꽤 오랜 시간을 배우로 살았어요. 참 어려운 직업 같아요. 일상과 작업을 떼어놓기 힘든 데다, 그 시기 자신의 장단점 모두를 작품에 고스란히 내어놓을 수밖에 없잖아요.

맞아요. <폭설> 봤을 때가 떠올라요. 왜 저렇게 연기했을까 싶어서 한동안 괴로웠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저 연기는 저 때의 나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연기한다면, 더 능숙하게 표현할 수는 있겠죠. 근데 영화에 담긴 에너지와 느낌은 잃어버릴 거예요. 서툴고 모자란 모습을 볼 때마다 좌절하지 말고, 나를 좀 예쁘게 봐주려고 해요. 사실 오래도록 배우라는 단어에 집착했어요. 배우로 불리면서도 배우라는 호칭이 항상 어색했어요. 나는 아직 배우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뭐라고 배우라는 소리를 듣나.

 

기준이 높아서일까요.

그런 면도 있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근데 희한하게 인터뷰하기로 약속하고 혼자 며칠 동안 생각하다 보니, 머릿속이 밝아졌어요. 내가 일을 뜨문뜨문하든 다작하든, 어쨌든 나는 배우다. 그걸 받아들이자. 그토록 그만두고 싶었는데 여전히 이러는 거 보면, 제 의지만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에너지가 있는 것 아닐까요. 삶이 제게 뭔가를 줬다면, 더는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영원히 무명 배우로 살 수도 있고, 조금이나마 이름을 알린 배우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지도나 시선에 상관없이, 제가 배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배우라는 단어에 관해서는 이제 고민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어차피 나는 배우니까, 내 삶을 잘 살아내자고요. 불교에서 무아라는 개념을 사용하더라고요. 나의 없음. 나를 찾으면서 살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 존재 자체가 우주와 연결되는 느낌이에요.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삶에 저를 내맡긴 채 살아가고 싶어요. 삶이 주는 선물을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비워 나가려 해요. 그런 자세가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라 믿어요. 온전히 내려놓은 상태에서 연기하면 얼마나 짜릿할까, 얼마나 자유로울까. 요즘에는 그런 생각에 설레요. 연기하기 전에 술을 마신다거나, 늦게까지 밖에서 놀아본 적이 없는데요.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웃음)

 

진탕 술 마시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네요.

해보고 싶어요. 요새는 ‘록 덕후’ 역할도 끌려요. 음악을 좋아해서 진짜 많이 듣거든요.

 

잘 어울리는데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어떤 예술가에게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지네요.

‘비치 하우스’와 ‘맨 아이 트러스트’ 노래를 자주 들어요. ‘맨 아이 트러스트’의 음악과 보컬 톤을 연기에 써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비치 하우스’ 노래는 참 깊어요. 아름답고, 우주적이고, 자연에 가깝다고 느껴요. 가사도 시적이잖아요. 보컬을 맡은 빅토리아 르그랑의 중저음이 특히 매력적이에요. 노래 들을 때마다 ‘저 언니랑 술 한잔하고 싶다’ 생각해요. 인생에 대해서 쿨하게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최근에 읽은 인터뷰집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도 기억나요.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인터뷰를 보고 엄청난 위로를 받았어요. 인터뷰어가 다양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라고 칭하자, 이자벨 위페르가 이렇게 답해요. “내게 시대를 풍미한 배우보다 더 중요한 건, 막 연기를 시작한 배우 같은 배우라는 사실이에요.” 그 문장에 꽂혔어요. 또 여자에게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미스터리”라고 짧게 답해요. 그때 느낌이 딱 왔어요. 저도 그래요. 하루하루에 오롯이 집중하는 아이처럼, 미스터리를 가진 배우로 살고 싶어요.

 

그런 배우예요. 길게 대화했는데도, 이게 전부가 아닌 느낌이거든요.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돼요.

그런가요. 제가 어떤 사람이 될지 저도 궁금하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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