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데이빗(존 조)은 외동딸 마고(사라 손)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든 딸은 아빠의 연락에 종종 늦게 답하지만, 데이빗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느 날 친구 집에 숙제를 하러 간 마고가 돌아오지 않고, 데이빗은 주위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다들 모른다는 얘기뿐이다. 결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데이빗은 메일, 페이스북, 텀블러, 마고의 노트북 등을 하나씩 살펴보며 혼자서 딸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러던 중 데이빗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마고의 또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큰 화제를 모았던 아니시 샤간티 감독의 장편 데뷔작 <서치>는 노트북, 핸드폰, TV 등의 디스플레이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흥미로운 형식의 스릴러 영화다. 특정 매체의 화면, 또는 2차 다큐멘트로 화면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출은 <파라노말 액티비티>(오렌 펠리, 2007)나 <리댁티드>(브라이언 드 팔마, 2007), <크로니클>(조쉬 트랭크, 2012)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형식이며, 핸드폰 메시지 창이나 영상 통화 화면 등을 활용한 영화도 <언프렌디드: 친구 삭제>(레반 가브리아제, 2014) 같은 예가 있다. 여기에 아니시 샤간티 감독은 인터넷 매체와 SNS 문화에 녹아 있는 익명성과 공격성을 스릴러의 중요한 동력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연출 방법이 단순한 트릭이 아닌, 필연적인 서사 장치임을 입증한다.

이를 통해 <서치>는 두 가지 주목할 결과를 만들어낸다. 첫 번째는 동시대 인터넷 문화에 대한 사실적 묘사다. 영화는 페이스북이나 텀블러, 인스타그램 등의 인터페이스와 메시지를 자세하게 보여주며 동시대 도시인들, 특히 청소년이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짚어본다. <서치>에 따르면 현재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지나친 관심을 쏟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정작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하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또한 채울 수 없는 허무함을 보상받기 위해 가상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거나 익명으로 타인을 공격하며 비뚤어진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물론 현대 사회에 대한 이런 진단은 그 자체로는 전혀 새롭지 않으나 나쁜 댓글의 ‘좋아요’ 수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모습이나 인터넷 방송의 노골적인 채팅이 스크린에 클로즈업으로 등장할 때는 알면서도 피하고 싶었던 현실을 직접 마주하는 것 같은 당혹스런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서치>에서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관음증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모든 영화는 매체 특징상 관음증이란 혐의를 벗을 수 없지만, <서치>는 타인의 SNS 계정, 노트북, 심지어 몰래카메라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함으로써 훔쳐보기의 은밀한 즐거움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이를테면 아버지 데이빗은 딸의 지메일 계정에 몰래 들어가 그녀의 사생활을 파악하고 익명 텀블러 계정까지 찾아내 딸의 비밀을 찾아내려 한다. 여기엔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추리물의 재미가 녹아 있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즉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르는 위반의 짜릿한 쾌감도 함께 있다. 사랑하는 딸을 찾아야 한다는 대의가 죄책감을 막아주는 방패로 기능하기는 하지만 <서치>란 영화 자체가 훔쳐보기를 위한 벽에 뚫린 구멍 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감독은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노력과 관음증 환자의 시선이 겹치는 지점을 절묘하게 포착하며 마음 편히 즐기기엔 아슬아슬한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비록 <서치>가 인터넷상의 이미지를 콜라주한 것 같은 화법을 통해 사실적 묘사를 강조하지만 여기엔 영화적 연출이 생각보다 더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면에 등장한 정보보다 반 박자 빠르게 감정을 먼저 조성하는 음악의 과도한 사용도 그렇고, 빽빽한 정보들 속에서 관객이 어디를 보아야 할지 친절하게 지시하는 줌인-클로즈업도 그렇다. 무엇보다 절정의 순간에서 딸의 행보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플래시백처럼 제시하는 연출이 그렇다. 즉, 지금까지 시간 순서에 따라 하나의 화면을 한 번에 보여주던 흐름(보기에 따라선 관객과 맺은 무언의 약속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을 깨뜨리고 더 큰 긴장을 위해 스토리텔링 방식의 일관성을 바꾼 것이다. 이는 언뜻 현실의 한 부분을 날 것 그대로 제시하는 기록 영상 같은 외양을 택하고 있는 이 영화가 사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극적인 긴장을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순도 높은 장르 영화란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서치>는 분명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이며, 지금까지 설명한 <서치>의 성과를 억지로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새롭고 어떤 점이 관습적인지 꼼꼼히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서치 Searching 감독 아니시 샤간티 출연 존 조, 데브라 메싱, 죠셉 리, 미셸 라, 사라 손 수입·배급 소니픽쳐스 제작연도 2017년 상영시간 102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8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