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 열차. 늘 영화로 괴이한 여행을 했던 정재훈 감독의 신작 제목으로, 이동의 감각을 고스란히 구현하려 한 영화에 썩 어울리는 표현이다. 영화는 밴드 유기농맥주의 앨범 「TCR(Trans-Continental Railway)」(이하 「TCR」)의 뮤직비디오로 제작됐다. 지난해 발매돼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음반 부문에 오른 이 앨범에 수록된 건 단 두 곡. Part 1은 31분 26초, Part 2는 20분 8초로 둘 다 연주곡이다. 이는 두 대의 기타와 베이스, 퍼커션이 즉흥연주를 시작하고 변주하며 흐름을 이어나가는 과정을 원테이크로 녹음한 결과물로, 사이키델릭하며 한편으론 파괴적인 분위기를 낸다. 한편 앨범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뮤직비디오 <Trans-Continental-Railway>(이하 <TCR>)은 다소 초현실적인 풍경들로 구성돼있다. 카메라는 30분 동안 한 곳을 물끄러미 응시하는가 하면, 물고기처럼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이리저리 유영한다. 화면엔 노이즈가 가득하고, 조도는 마구 변한다. 이 뮤직비디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극장에서의 상영만을 목표로 제작되었다.”는 소개 글을 따라 좌석에 몸을 맡기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극장 밖에서 음악과 영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손님을 초대했다. 앨범과 영화의 제작자이자, 노이즈 뮤지션, 공연기획자, DJ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온 박다함, 유기농맥주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고우, 영화를 만든 정재훈과 나눈 한낮의 대화를 옮긴다.
밴드 소개를 부탁한다. 기타, 베이스, 퍼커션으로 구성된 4인조 록밴드로, 아랍 전통 북악기인 밴디르를 쓰는 게 특이사항이더라. 록의 근원을 찾아가는 밴드라고 설명하기도 하던데.
고우_ 유기농맥주는 특정 장르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음악을 추구해온 밴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정신 나갈 수 있는 음악이 가능할지 찾아 나가다 사이키델릭 록 쪽에 가까워졌지만, 노이즈를 사용하거나 이상한 사운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그 안에서 계속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손에 익은 악기를 사용해서 사이키델릭 록을 우리 식으로 해석해봤다고 할 수 있겠다.
박다함 씨는 <환호성>(2011)과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2017)에 음악으로 참여했고, 헬리콥터 레코즈 대표로서 유기농맥주의 음반을 제작했다. 각각은 어떻게 만났고, 그 인연이 ‘TCR’ 프로젝트로 모인 계기는 무엇인가.
박다함_ <호수길>(2009)을 좋아해서 상영할 때 여러 번 보러 갔고, 우연히 정재훈 감독을 만나게 됐다. 그러다 갑자기 다음 영화에 음악 해달라고 요청했지?
정재훈_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박다함 씨가 자기 음악 활동을 하던 시기였다. 공연을 한다기에 보러 갔는데 너무 좋았다. 그즈음 <호수길> 다음 영화를 준비하면서 음악이 필요했고, 공연이 좋았던 게 생각나 작업을 요청했다.
박다함_ 이후엔 기획 등 다른 활동을 많이 하면서 점점 개인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다. 어쨌든 헬리콥터 레코즈는 국내밴드의 음반을 주로 제작하던 레이블은 아닌데, 유기농맥주와는 「One Take Brewing; Settlement」를 같이 냈고 이후 「TCR」도 발매하게 됐다. 이전에 뮤직비디오를 만든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있었으면 싶었고, 이 음악의 긴 호흡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정재훈 감독이란 생각에 작업을 제안했다.
정재훈_ 처음엔 작년 11월에 열린 앨범 발매 공연에 쓰일만한 배경 영상을 의뢰받았다. 이후 조금 다르게 편집해서 영화 버전을 만들었다. 편하고 재밌게 작업했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좋더라.
박다함_ 생각보다 상영도 많았고.
앨범 소개 글에는 박다함 씨가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를 탄 게 전체 프로젝트의 시작인 것처럼 쓰여 있다.
박다함_ 전혀 아니다. (웃음)
정재훈_ 우리 중에 아무도 안 타봤다. 심지어 밴드 멤버 중에도. 일종의 가상 경험인 셈이다.
고우_ 애초에 앨범을 낼 생각으로 만든 음악은 아니었다. 카바 라이프(CAVA LIFE)라는 아트 커머스 브랜드가 뉴욕에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우리 음악을 배경으로 쓰고 싶어 했다. 곡을 새로 만들기로 하고, 길게 즉흥연주를 해서 좋은 부분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렇게 두 곡이 나왔다. 총 길이는 51분. 이걸 하나의 앨범으로 가정하고 제목을 정하면서 한국에서 뉴욕까지 갈 수 있는 경로를 찾았는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같은 걸 더 이어보면 재밌겠더라. 유럽까지 철도가 잘 연결돼 있잖나. 거기에 가상의 노선을 더 짜서 뉴욕까지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목이 나왔다.


원테이크 녹음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에 작업한 앨범도 원테이크로 녹음한 경우가 많은 거로 안다.
고우_ 처음부터 원테이크 방식을 고집했던 건 아니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녹음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은 결과다. 노래는 계속 스스로 발전할 거고 녹음은 사진처럼 어느 순간을 포착한 것일 뿐이라는, 그러니까 앨범에 들어가는 녹음본이 그 곡의 최종형태가 아니라는 생각을 멤버들끼리 은연중에 공유했던 것 같다. 대화하며 확인한 적은 없지만, 다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원테이크 녹음을 편하게 여긴 게 아닐까. 즉흥 합주로 곡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다함_ 원래는 곡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냥 한번 들어보라고 준 파일을 새벽에 틀어봤는데, 그대로 버려지기엔 아깝더라. 기타의 함석영 씨가 믹싱한 Part 1과 고우 씨가 믹싱한 Part 2 사이의 차이도 너무 재밌었고. 유기농맥주의 이전 앨범과 다른 점이 많이 보여서, 음반으로 발매해 사람들한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전과 다르게 느낀 지점은 뭐였나.
박다함_ 「TCR」에 수록된 곡은 라이브현장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 난 가능한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더라. 다시 연주하려면 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고. 이전에도 유기농맥주의 공연에서는 멤버들의 에너지가 어떻게 부딪히느냐에 따라 같은 곡도 매번 다르게 연주되곤 했다. 하지만 이전 곡들엔 정해진 토대가 있고, 이번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르지 않나 싶다.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단 한 차례 했다. 애초에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라고 공지했는데, 방금 말한 것처럼 다시 재현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나. 그 공연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고우_ 곡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걸 목표로 삼진 않았다. 말한 대로 우리는 라이브 공연장에서 항상 상황과 기분에 맞춰 자유롭게 곡에 변화를 주는데, 이번에도 그 방식으로 가면서 곡에 또 다른 베리에이션을 주려고 했다. 그리고 그걸 온라인으로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들여 공연장에 오고, 그 안에서 함께 경험하고, 다시 밖에 나갔을 때 펼쳐질 새로운 풍경을 사람들이 보길 바랐다. 기존 곡들로 하는 공연이 아니니, 한 번만으로 충분할 거로 생각했고.

정재훈 감독은 「TCR」 어떻게 들었나.
정재훈_ 처음엔 듣다가 잠들었다. (웃음) 졸음보다는 멀미 같은 느낌이었고, 되게 성공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했다.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게 사실 희한한 경험이니까. 시공간을 뚫고 지나가는 운동이라고 할까. 그게 잘 구현됐다고 생각해서, 그 감각을 가지고 어떻게 영상을 만들지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봤을 때, 네 멤버가 싸우는 혹은 대화하는 것 같은 지점이 많았다. 영상도 또 하나의 멤버가 돼서 싸우고 대화하듯 진행되면 좋겠더라. 통상적인 뮤직비디오처럼 음이나 리듬에 맞춰 편집하기보다는 엇박의 느낌을 주면서 긴장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기차를 타는 건 너무 단순한 해석인 것 같아서, 이동할 때 시공간이 휘어지듯이 움직이는 형태로 영상을 구성하려고 했다. 멀미가 느껴지길 바라면서.
영화엔 없지만, 앨범 티저 영상에는 기차 이미지가 등장한다. 한편 연출 의도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1897년 최초로 운행했다. 영화가 아직 기계장치라면 여전히 관객의 몸은 영화를 통해 멀리까지 갈 수 있다.”라는 문구를 써뒀다.
정재훈_ 공연 때 쓰인 영상에 기차가 조금 나오는데, 기차 자체보다는 기차의 움직임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영화엔 쓰지 않았다. 음반의 설정이 픽션화돼있으니까, 현실의 시공간을 그대로 가져와서 영상을 구성하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또 어딘가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만들고자 했다.
고우_ Part 2를 믹싱할 때 귀를 괴롭히는 것들이 중요하게 느껴졌는데, 뮤직비디오에도 눈을 괴롭히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웃음) 화면이 엄청나게 어둡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밝아진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재훈_ 괴롭히기보다는 내가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느꼈던 멀미나 착란 같은 작용이 일어나길 바라며 작업했다. 인간이 본래 걸음걸이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면 그럴 수 있잖나. 기이한 경험을 하거나 감각적으로 오인될 수도 있고. 그래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있었다는 일을 전해 듣고 재밌었다. 오랜만에 관객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화제 측에 왜 이런 영화를 틀었냐고 항의했다는….
정재훈_ 우린 현장에 없었고 듣기만 해서 정확히 모른다. 영화제에서 일하는 분께 물어봤는데 그분은 또 전혀 알지 못하시더라. 그래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어쨌든 관객이 없으면 영화가 성립 불가능하고, 창작자뿐만 아니라 관객도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주는 게 이런 경험 아닐까.
시놉시스에 ‘극장에서의 상영만을 목표로 제작되었다.’고 쓰기도 했다.
정재훈_ 지금은 영화나 음악에 대한 경험이 워낙 파편화돼있는데, 그걸 하나로 좁히고 싶었다. 이 영화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극장에서 틀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고 들을 수 있으니까. 일단 탑승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도 마찬가지다.
유기농맥주의 앨범 발매 공연과 비슷한 맥락 같다. 박다함 씨는 제작자로서 그동안 앨범을 테이프 방식으로 발매해온 거로 안다. 유기농맥주의 앨범도 마찬가지인데, 그에 대해 접근이 불편하길 바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다함_ <TCR>을 극장에서만 상영한다는 말이 좋았는데, 시간을 내서 극장에 가는 게 되게 적극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테이프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직접 판매처를 알아내고 그곳에 가서 사야 하잖나. 사람들이 시간을 들이고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음악을 듣길 바랐다. 한편으론 내게 맞는 매체를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테이프는 보관하기에 편하고, CD나 LP보다 제작하기에도 수월하다.
정재훈_ 하지만 유기농맥주의 「TCR」은 애플뮤직과 다운로드 코드로도 감상할 수 있죠? (웃음)
박다함_ 유튜브에도 올라가 있다. (웃음) 앨범에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많았으면 해서.
고우_ 전에는 디지털 유통을 하지 않았는데, 멤버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앨범 내는 김에 디지털 음원도 한번 내보기로 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전주에서 영화를 관람한 친구가 이어폰 꽂고 기차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고 하더라. 앞 좌석 누군가는 졸고 있고, 화면에는 계속 풍경이 나오니까. 아까 그 일화 외에 기억에 남는 감상평 있나.
고우_ 전주에 같이 못 간 멤버가 실험영화제에서 영화를 스크린으로 처음 봤다. 계속 힘들어하다가 후반부엔 눈 감고 잤다고 하더라. 또 다른 멤버는 전주에서 봤는데, 낮에 술을 좀 마시고 들어가서 어지러워하다가 잤다.
박다함_ 이게 좀 특이했다.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그랬다는 게 신기하더라.
영화의 전반부는 고정된 카메라에 담긴 바다 풍경으로 채워져 있다. 날이 밝아오는 평범한 모습인가 싶었는데, 점점 색이 날아가더라.
정재훈_ 촬영감독이랑 둘이 가서 찍었다. 해 뜨는 건 원래 찍고 싶었는데, 촬영지가 조수간만이 있는 곳이라 더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바닷물이 조금씩 변하면서 생기는 리드미컬한 부분이나, 빛이 밝아지고 풍성해지는 부분이 음악과 잘 어울리면서 묘한 긴장을 형성할 수 있겠더라. 빛을 날린 건 실제로 잡아놓은 노출이 날아가서 그렇게 된 거다.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를 어드벤처 영화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TCR> 역시 Part 2에 해당하는 부분이 기이한 여행처럼 느껴진다. 해저 혹은 낯선 행성을 탐사하는 것 같다.
정재훈_ 물 빠진 자리에 들어가서 찍은 거다. 어차피 시간적 오인, 시간적 멀미를 만드는 작업이라 멀리 가서 여러 가지 풍경을 찍고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냥 한 장소에서 쭉 찍었다. 오래 안 걸렸다. 하루 반 정도? 새벽에 찍다가 밥 먹고 좀 자다가 다시 찍고, 기다렸다가 밤에 또 찍고. (웃음) 해 뜨는 데서 시작하고 밤에 끝난다는 구성은 처음부터 있었다. 어떤 구간에서 빨라지고, 잠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밤으로 점핑할 것인가도 어느 정도 미리 정해놓고 촬영했다.
이번에도 그렇고 이전에도 영화에 지표와 정보가 불분명한 풍경 이미지를 담곤 했다. 이런 선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나.
정재훈_ 영화를 틀고 스크리닝하는 동안은 그곳이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상은 우리 현실과 교집합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지표가 너무 명확하면 재미가 없다고 할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그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작업하겠지만, <TCR>의 경우 시베리아를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주어진 환경과 조건 안에서 어떻게 더 잘 만들어볼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다. 늘 그렇게 작업하기도 하고.
혹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탈 계획이 있나.
박다함_ 2년 전인가 이탈리아에서 독일 갈 때 기차로 이동한 적이 있다. 그때 정말 기차로 동유럽이나 그 너머까지 가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얼마나 힘들지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기차로 여행해보고 싶긴 하다.
고우_ 작년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는데, 유라시아 횡단을 오토바이로 해보고 싶어졌다.
정재훈_ 난 없다. 이 작업의 목표도 어딜 가지 않으면서 어딜 가는 거였다. (웃음)


뮤직비디오는 보통 가사나 음악의 리듬에 맞춰 화면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TCR>은 음악과 영상의 다른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뮤직비디오라는 형식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고우_ 뮤직비디오의 경우 영상이 음악을 밀어주는 역할을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영상이 음악을 잡아먹는 케이스도 많다. 예전부터 그 균형이 잘 맞춰지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많이 고민했는데, <TCR>에서는 영상과 음악이 서로 다투고 충돌하고 완화되면서 같이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정재훈_ 영화도 비슷한 것 같다. 대사나 극의 지배를 받거나, 배우를 계속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다양성의 측면에서 <TCR> 같은 작업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웃음)
「TCR」 소개 글에 이전의 두 앨범보다 멀리 온 것 같다는 문구가 있다. 유기농맥주에게 이 앨범은 어떤 의미를 갖나.
고우_ 이전 앨범을 내고 나서 계속 곡을 만들었고, 그중엔 발표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 과정이 생략된 상태에서 새로운 앨범이 나왔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색깔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박다함_ 그 문구는 내가 썼는데, 거기 “녹음은 미래를 만든다. 즉 현재가 과거에 녹음된 것에 반영될 수 있다.”라는 일본의 전자음악가 Phew의 말도 함께 적었다. 하나의 시점을 만드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우리는 당연히 그걸 놔둔 채 미래로 나아가겠지만, 그렇게 포인트를 만들고 계속 갱신해나가는 건 중요하고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TCR」이 나온 지도 이제 1년이 됐는데, 계속 이 얘기를 하고 있어도 되나 싶다. (웃음)
최근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물으며 마무리하자. 고우 씨는 <캐쉬백>(2019), <Godspeed>(2020) 등 박세영 감독의 단편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다.
고우_ 박세영 감독이 자꾸 부탁해서 한 건데, 음악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몰입하는 게 재밌긴 하더라. (웃음) 밴드 멤버들이나 박세영 감독처럼 편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한다면 또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다른 친구와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음악과 앨범을 만드는, 엉망진창 재밌는 프로젝트다.
박다함 씨는 코로나 이후 공연의 형태를 새로 상상하는 일 등으로 고민이 많았을 거라 짐작한다.
박다함_ 한동안 깜깜하다가 올해 들어서야 이 시기를 잘 넘어갈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국내 음악가들의 앨범도 내고, 해외 음악가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다른 형식을 생각해보기도 하는 중이다. 난 원래 아시아를 주로 돌아다니면서 음악가들을 만나고 데려오는 활동을 계속했는데, 지금은 물리적으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파티나 공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음악을 풀어내 보려고 이것저것 고민 중이다.
정재훈 감독은 청소년 기획의 일환으로 두 편의 영화를 작업 중인 거로 안다. <괴력난신>과 <E.S.P.>의 근황은 어떤가.
정재훈_ <괴력난신>은 펀딩이 안 돼서 중단된 상태다. <E.S.P.>는 펀딩하면서 작업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 판타지 장르 영화이면서 다큐멘터리다. 청소년들이 현실이나 온라인상에서 했던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 작업이고, 에피소드가 여러 개인데 그중 하나를 찍었다. 나머지 분량을 찍기 위해 노력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