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
SIFF 2021 <피아노 프리즘> 오재형
글 손시내 사진 이영진 / Festival / 2021-11-27

숲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그림을 그렸고, 세상을 알아가며 영화를 만들었다. 지금은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 프리즘>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오재형은 그림과 영상을 피아노 연주와 함께 발표하는 사람이다.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배웠는데, 지금은 본인을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한다. 수줍어하지만 행복해 보인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재밌는 일이 생긴다!” <피아노 프리즘>은 새내기 피아니스트의 일상으로 채워진 다큐멘터리이자,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창작자의 에세이다. 한쪽에는 피아노를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며, 거리를 걷는 감독의 모습이, 다른 한쪽에는 그의 연출작 <강정 오이군>(2015), <덩어리>(2016) <블라인드 필름>(2016), <보이지 않는 도시들>(2018), <봄날>(2018) 등을 피아노 연주와 함께 공연하는 ‘오디오비쥬얼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웃집 피아니스트의 다정하고 친밀한 작업기라고 할까. 한편, <피아노 프리즘>은 배리어프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음향·음성자막과 화면해설이 한 편의 영화에 통합돼있고, 이는 제작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관객을 초대하고 싶어서. 오재형에게 배리어프리는 실천이자 실험의 영역이다. 다양한 신체를 상상하며 만드는 영화는 보다 폭넓은 표현을 고민케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마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나는 그를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못다 한 말이 있냐고 묻자 그는 외쳤다. “Let's barrier free!”

 

 

지난해와 올해 한 차례씩 공연을 했다. 피아노 연주자로 무대에 서는 건 익숙해졌나.

2016년부터 섰으니까 햇수로 6년째다. 그동안 많이는 아니어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계속 공연을 해왔다. 설레발치는 거에 비해 엄청나게 두렵진 않다. (웃음) 그래도 이전에 무대에 서봤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떨린다. 피아니스트라고 뻔뻔하게 소개하고 다니긴 하는데, 한편으론 어색하기도 하고. 물론 재밌다. 그림이나 영화는 발표할 때 딱히 내가 할 일이 없는데, 공연은 당일까지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그걸 해내야 하니까 훨씬 자극적이다. 확실히 관객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피아노를 처음 접한 건 언제였나.

고3 때 집에 피아노가 있었다. 누나가 가끔 쳤는데, 소리가 참 좋게 들렸다. 고3이니까 뭐든 재밌게 느껴졌겠지만. (웃음) 대학 합격하면 취미활동을 가져야지, 그건 무조건 피아노다, 하고 있었다. 미대 합격하고 나서 제일 먼저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부담 없이 시작했으니까, 더 빠져들 수 있었다.

 

지금도 즐거움이 더 큰가.

공연하는 사람으로서 직업을 갖게 됐지만, 지금도 즐거움이 크다. 공연 오시는 분들도 연주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웃음) “생각보다 잘 치시네요.” 하는데, 그 말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취미와 직업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불리할 땐 취미라고 하고 조금 잘하면 피아니스트라고 하는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피아노 프리즘>을 배리어프리로 상영했다. 앞서 6월에 열었던 <블라인드 피아노> 공연 또한 배리어프리에 관한 고민이 느껴지는 구성이더라. ‘청각 중심의 미술 경험’을 제공하는 공연이었고, 점자 리플렛도 만들어서 배치했다고.

최근에 장애 이슈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내가 공황장애를 겪은 것과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신체장애인이 된 일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사회적 문제보다는 어떻게 극복해볼까, 우리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를 주로 생각했다. 그러다 책이나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차츰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다루는지 고민하게 되더라.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고, 지금은 국회의원인 장혜영 감독의 <어른이 되면>(2018),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박수 소리>(2014), 돌아가신 박종필 감독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 - 버스를 타자!>(2002) 같은 영화를 보며 관심을 넓혀갔다. 그 관심을 작업에 적용해보는 게 다음 단계였다. 나는 원래 미술을 하던 사람이라, 극장보다는 갤러리가 익숙하다. 미술을 당연히 시각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갤러리는 예전부터 사운드 아트, 퍼포먼스 등 모든 감각을 이용할 수 있는 온갖 실험의 장이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시각 중심의 미술을 해왔다고 생각하게 됐고, 피아노가 있으니 청각으로만 가능한 전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배리어프리는 아니고, 검은 화면에 내레이션과 피아노 연주로 구성된 공연이었다. 컴컴한 공간에서 소리를 통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피아노 프리즘>
<피아노 프리즘>

<피아노 프리즘>은 처음부터 배리어프리로 제작됐다. 배리어프리가 옵션이 아니라, 전체 제작과정에 포함돼있다는 뜻이다.

원래 배리어프리라는 단어조차 몰랐다. 주변에 영화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더라. 전공 과정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듣거나 배울 데가 거의 없다. 나는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우연히 이런 형식을 알게 된 거고. 개인으로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큰일은 못 해도, 내 작품 안에서는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배리어프리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다양한 몸을 가진 다양한 관객을 내 영화에 초대하고 싶었다. 보통 영화들처럼 업체에 맡겨 사후제작하지 않은 이유는 궁금해서다. 귀로 보는 영화, 눈으로 듣는 영화가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장애 당사자의 감상도 들었나.

청각장애인 관객의 피드백을 받았다. 다음 상영도 보러 오겠다고 하시더라. (웃음) 화면해설 대본을 쓰는 작가님들한테도 보여드렸는데, 배리어프리로 잘 구현됐다고 평가해주셨다.

 

화면해설의 경우, 객관적 정보와 해설자의 주관 사이에 고민이 생길 수 있겠더라. 자칫하면 의미를 고정하고 감상을 제한할 수도 있을 텐데.

미술 작가들이 쓰는 작가 노트의 딜레마와 비슷하다.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지는 언제나 고민의 영역이다. 일부러 모호하게 쓴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명료한 설명이 방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이미지를 어떻게 해설할 것인가는 예술의 근본 문제다. 배리어프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가능성이 있다. <피아노 프리즘>은 중반부까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화면해설을 한다. “피아노를 옮긴다. 악보를 넘긴다. 물을 마신다.” 그런데 후반부에 미술이나 영상 작품이 나올 땐 더 주관적으로 들어간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의 미술 접근성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동선과 문턱, 화장실 형태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 접근성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그때 영국 미술관에서 활동하는 음성해설 전문가의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존 컨스터블의 그림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예시를 들어줬는데, 묘사와 더불어 제작 의도와 배경까지 해설해주는 방식이었다. 너무 재밌었고 그림을 훨씬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추상화는 어떻게 하는지 질문했더니, 작가의 의도나 그림이 주는 느낌 위주로 설명한다고 하더라.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그걸 내 영화에도 적용해보려고 했다.

 

<피아노 프리즘>은 재밌고 다정한 자기소개 같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과 현재의 일상을 모은 일종의 가내수공업 영화인데,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

영화가 다정하다는 얘기는 전에도 들었다. (웃음)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지만, 가상의 관객을 상정하고 작업했으니까 아무래도 편지 같은 느낌으로 다가갔으리라 생각한다. 피아노 배우고 치는 게 너무 신기하니까 계속 촬영했던 게 작업의 시작이다. 어쩌면 영화가 될 수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고, 그냥 브이로그를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중에 편집을 하려다 보니까, <비디오 리사이틀>(2019) 공연 때 쓰려고 재편집해둔 단편들이 떠올랐다. 내가 연출한 영화들은 전부 형식과 소재가 다른데, 피아노를 매개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더라. 근데 확신은 없었다. 너무 내 얘기고, 과연 남들한테 보여줄 만한 것인가 싶어서.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서 했다. (웃음) 보통 피아노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거장이 나오잖나. 근데 나 같은 사람이 레슨받는 장면을 보여주면 재밌을 테니까. 그러다 갑자기 공연까지 하고 말이다.

 

20살에 피아노를 처음 배웠다고 했고, 군대에서는 교회 반주자를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다 화가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공백이 생겼는데,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

20대 때 일본의 타카기 마사카츠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됐다. 피아노를 치면서 영상도 만드는 분인데, 둘 다 너무 잘하는 사기 캐릭터다.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 소개됐고, 내한공연도 했다. 가서 봤지. 너무 멋있었다. 영상을 상영하면서 연주하는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된다. 꼭 따라 해 보고 싶었는데, 2016년에 개인전을 하게 되면서 기회가 생겼다. 아무거나 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림 그리는 게 조금씩 지루해지던 시기였고, 악보 정도는 볼 수 있는 상태였으니까 일단 시도해봤다. 그렇게 갑자기 시작하게 됐다. (웃음)

<피아노 프리즘>
<피아노 프리즘>

영화엔 늦깎이 피아니스트의 선택을 응원하고, 그 과정을 즐겁게 같이 겪는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들은 다 기본 텐션이 좋다. (웃음) 어릴 때 다니던 피아노 학원처럼 손가락 때리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흥미 위주의 수업이고, “잘한다, 잘한다.”라고만 해주신다. 공연을 위해 만난 기타리스트분도 너그럽게 하나씩 알려주셨다. 새내기잖나. 뭔가 시작하는 사람이니까, 다들 응원해주려고 했다. 공연할 때 기절 안 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주시고. (웃음)

 

삶의 경로를 바꾸는 게 걱정스럽진 않았나.

최근에 『피아노를 치면서 생각한 것들』이라는 에세이를 냈는데, 거기도 비슷한 내용을 썼다. 큰 고민은 없었다. 그림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작가가 아니었으니까. 딱히 망할 것도 없었다. (웃음) 영화에선 한순간 절필하고 피아노로 옮겨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림과 피아노가 공존하는 기간이 꽤 길었다.

 

에세이 소개 글에 생애주기 이데올로기에 대해 적기도 했다.

뭘 하기에 몇 살은 너무 늦은 나이다, 어떤 나이엔 뭘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많이들 말하곤 하는데, 심지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예술 쪽에도 그런 게 있다. 어디 지원을 하려고 해도 35세 미만은 안 된다는 식으로 나이 제한이 있다. 신진작가는 몇 살까지고, 중견작가는 몇 살부터고, 그 전에 메인스트림에 발을 디뎌놔야 하고, 그런 단계가 다 있는 거다. 물론 직장에서는 더 심하겠지. 게다가 30대가 되면 취미생활 시작하는 게 제법 어렵잖나. 여유도 없어지고. 그런 분들한테 나처럼 늦게 시작한 사람도 이것저것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 실제로 반응이 온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신 분들, 특히 아이 엄마들이 피아노를 사거나 피아노 학원 등록했다고 말씀해주시곤 한다.

 

<피아노 프리즘>은 일종의 메이킹 필름이기도 하다. 영상을 만들거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0부터 10까지 보여준다. 피아노를 옮기고, 공간을 세팅하고, 작곡을 의뢰한다. 재밌는 한편,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든다.

내 고생을 알아달라고 생색내고 싶었다. (웃음) 아는 사람은 알지만, 예술가의 노동은 숨겨져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벽을 도색하고, 피아노를 운반하고, 포장하는 그 모든 작업이 전부 다 만만찮은 일이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더라.

 

그동안 사회 문제에 대한 창작자 나름의 시선과 발언을 담은 단편을 만들어왔다. <피아노 프리즘> 말미에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는데,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돌이켜본다면.

맨 처음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어서 숲을 그렸다. 그러다 학교 졸업하고 강정마을에 가게 됐다. 사회적 이슈를 현장에서 처음 접한 거다. 보통 한 현장에 한 가지 이슈만 있는 게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의 다른 문제들도 만나게 됐다. 점차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사람들이 왜 쫓겨나고 왜 억울해지는지 알게 된 거다. 난 고향이 광주고, 어머니가 5.18 유공자다. 결국 이 모든 게 연결돼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국가폭력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는 작품을 만들게 됐다. 지금은 형식으로 보여드렸다시피, 배리어프리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비장애인도 영화를 보고 배리어프리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눴으면 좋겠다. 동료 감독들이나 영화제 측에 잠재적 관객층이 있다는 걸, 그들도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이제 하나 만들었다고 이렇게 주장하는 게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말해보려고. (웃음)

<피아노 프리즘>

장애를 소재로 다루지만, 정작 장애 당사자가 그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휠체어 사용자의 문제를 포함해서 접근성은 분명 중요한 화두다.

영화제에 배리어프리로 출품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상영하더라도 수신기를 앞에 설치해서 글자를 띄우는 방식인데, 불편해 보이더라. 반면 내가 한 것처럼 화면에 다 들어가게 하는 걸 개방형이라고 한다. 한편, 시청각 장애를 고려하는 것 외에 극장에 휠체어가 올 수 있는가, 좌석은 어떤 모양인가를 고민하는 건 당장 내가 해결할 수 없지만, 매우 근본적인 문제다. 교통부터 시작해서 총체적인 도시 디자인의 문제로 옮겨가야 한다.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건,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해서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 명도 배제하지 않는 배리어프리는 사실상 닿을 수 없는 허상의 개념이다. 그보다 한 명이라도 더 품는 영화라는 개념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당연히 시행착오가 많을 거다. 하지만 배리어프리가 실험의 장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여태껏 볼 수 없던 형식이잖나. 만들다 보면, 매 장면마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 고민의 연속이다. 그게 고단하긴 하지만 고통스럽진 않다. 즐거운 작업이다. 다른 사람들의 배리어프리 작업이 너무 궁금하다.

 

<블라인드 필름>과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제목과 내용에서 비가시성에 관한 고민이 느껴진다. <피아노 프리즘>에서 그림 ‘화가의 숲’을 소개할 때 시력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서, 왠지 연결된다는 인상이 들더라.

전에도 그런 얘길 들었던 적이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게 내 작업의 키워드인 것 같다고. 듣고 보니 그렇구나 싶었지만, 유념하면서 작업하진 않았다. 지금은 렌즈를 꼈는데, 그림 그릴 때는 맨눈으로 본다. 그게 내 방법론이었다. <블라인드 필름>과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그것과 관련된 작업은 아니다. 실은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들의 제목을 고스란히 가져왔거든. (웃음) 이루마의 ‘블라인드 필름’이라는 곡,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란 소설에서 따왔다. 후에 생각해보니, 어울리는 것 같긴 하더라. 블라인드 필름은 눈먼 영화라는 역설적 의미고,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강정이나 밀양처럼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을 생각하며 작업한 영화니까.

 

사회적 이슈를 마주하면서 그림에서 영상으로 옮겨간 건가. 시기적으로는 맞물리는 듯 보인다.

해마다 강정마을에 가던 시기가 있었다. 다음엔 무슨 핑계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영상 워크숍을 들었고, 강정에서 발표할 영상을 만들었다. 그게 <강정 오이군>이다. 그냥 재밌게 했는데, 그걸로 영화제에 가게 됐다. 가보니 너무 재밌더라. 정말 페스티벌 같은 느낌이었다. 또 가고 싶어서 하나 더 만들었다. 그건 공황장애 경험을 담은 <덩어리>다. 사회적 이슈의 한복판에서 배우긴 했지만, 뭔가를 고발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영화 속에서도 계속 유머를 시도하려고 하고. (웃음) 그때 강정에서 내게 영화를 처음 알려준 사람이 이번에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에서 <섬이없는지도>를 상영하는 김성은 감독이다.

 

피아노로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아직 극장에서 연주해보지 못했다. 큰 스크린 앞에 그랜드피아노를 두고 단독공연을 해보고 싶다. 지금 방식으로 계속 간다면 셋 리스트를 추가하고 싶다. 본격 애니메이션을 배워서, 진짜 멋있는 작품으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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