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드림
<라임크라임> 이민우·장유상
글 손시내 사진 이영진 / Interview / 2021-11-20

가정형편, 성적, 주변 친구들, 부모와의 관계, 모든 것이 다른 두 소년이 있다. 둘의 공통점이라곤 힙합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인데, 그게 제법 강력하다. 결코 어울릴 일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팀을 결성해 음악을 만들고, 같이 무대에 오르며,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만큼. <라임크라임>은 유재욱, 이승환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로, 소년 시절의 거친 에너지와 힙합의 역동적 리듬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이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선 랩과 연기가 동시에 가능한 배우가 반드시 필요했다. 뻔한 성장 영화나 미국 힙합 영화를 답습하지 않으면서, “한국지형에 맞는 힙합 영화의 좋은 선례가 되겠다는 마음”을 펼치고 싶었던 두 감독은 부지런히 배우를 찾았고, 운명처럼 이민우와 장유상을 만났다.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은 래퍼 이민우는 송주가 됐고, 어렸을 때 랩을 했던 배우 장유상은 주연이 됐다. 팀 ‘라임크라임’에서 송주와 주연이 따로 또 같이 써 내려간 시간 속엔 정돈하기 어려운 감정이 빼곡하다. 각자의 이유로 억압을 느끼고, 대책 없이 빛나는 내일을 꿈꾸는 청춘의 노래를 두 배우는 어떻게 만들어갔을까. 개봉을 앞두고 이민우와 장유상을 초대해 힙합과 영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악영화이자 성장 영화로서 활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몇몇 사건이 일어나지만, 무거워지기보다는 계속 음악으로 나아가려는 점도 독특하고. 지난해 부산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텐데, 어땠나.

장유상_ 일단 너무 재밌었다. (웃음) 말한 대로 음악이 계속 나오고, 음악으로 풀어가려는 게 좋더라. 화면 구성에서도 템포감이 느껴졌다. 예전에 찍었던 장면들이 반갑기도 했다.

이민우_ 나를 스크린에서 보는 게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같이 하는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촬영 초반엔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그러다 점차 긴장이 풀어져서 재밌게 찍었는데, 완성본을 보는 느낌은 또 다르더라. 초반 10분 정도는 그냥 창피했다. “쟤 왜 저래, 왜 자꾸 나와서 뭘 해.” 싶고. 그런데 점점 영화에 집중하게 되면서, 나랑 별개의 작품을 대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보게 됐다. 다 보고 나서는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만하겠다고 생각했지. (웃음)

장유상_ 민우가 원래 음악을 하다가 처음으로 연기를 한 거잖나. 근데 화면에 보이는 얼굴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영화에 나오는 또래 배우들끼리 친한데, 다들 민우가 느낌이 좋고 잘한다며 한마디씩 했다.

이민우_ 다른 분들이 워낙 잘하시니까 누가 되기 싫었다. 촬영이 길어지면서 중간에 잠깐 쉬는 기간이 있었다. 그때 일부러 다른 작품 오디션 보러 다니고, 단역이나 바이럴 영상 촬영 등을 경험했다. 아무래도 다른 걸 해봐야 연기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더라. 그런 경험을 거친 다음에 다시 촬영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나름 뿌듯해했던 게 기억난다.

 

<라임크라임>은 동네 영화기도 하다. 송주와 ‘피를 나눈 형제들’은 나쁜 짓을 하긴 해도 서로 의리를 지키려는 동네 친구들이고, 동네를 보는 영화의 시선에 기본적으로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 두 감독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성내동, 둔촌동 등지에서 주로 촬영이 이뤄졌다. 우연이지만 장유상 배우도 같은 동네에 살았다고.

장유상_ 나랑 감독님들은 다닌 학교도, 살았던 아파트 단지도 같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았다. 둔촌주공아파트가 재건축 들어가기 직전에 영화를 찍었다. 워낙 오래된 주공아파트 단지라 그곳이 고향인 사람이 많고, 나도 거기서 유년 시절,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공간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그 공간과 그곳의 정서를 영화에 담을 수 있다는 게 내겐 큰 의미였다. 감독님들한테도 그럴 거다. 여담이지만, 지금도 그 동네에 살아서 촬영 땐 집에서 촬영장까지 걸어 다녔다. (웃음)

이민우_ 나는 바로 옆 동네에 살았다. 상일동. 거기도 주공아파트가 있다. 영화랑 거의 비슷한 분위기였다. 나도 송주랑 비슷하게 빌라촌에 사는 애들 집에 놀러 가면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 감정에 친숙하고 공감도 많이 된다. 아마 내가 주연 역을 맡았으면 표현을 잘 못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영화에 나오듯이 친구들끼리 무리 지어 다니지 않나. 촬영하면서 그런 게 새록새록 기억났다. 나쁜 짓을 했다는 건 아니고, 애들이 찾아와서 “너 힙합 좋아한다며, 뭐 듣냐?”고 물어보던 그런 거. (웃음) 진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라임크라임>
<라임크라임>

이민우 배우는 래퍼로 활동 중이고, 장유상 배우는 고등학교 때 팀을 이뤄 홍대에서 힙합 공연을 했다고 들었다. 둘 다 청소년기엔 힙합을 좋아하고 래퍼를 꿈꾸던 아이들이었나.

장유상_ 어렸을 때부터 꿈은 배우였지만, 힙합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컸다. 그러다 보니까 민우가 얘기한 것처럼 친구들이 “너 랩 좋아한다며, 같이 해볼래? 어디 크루에 같이 들어가 볼래? 녹음해볼래?” 이러면서 다가왔다. (웃음) 송주와 주연이 ‘라임크라임’ 결성하듯이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다. 함께 곡을 만들고 공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연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점점 멀어졌다. 어떻게 보면 영화 속 주연과 비슷하지.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었는데, 이 영화를 만나서 그 마음을 좀 푼 것 같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예전에 같이 음악 했던 친구들한테 이 영화를 꼭 보여주고 싶다.

이민우_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던 때가 아니라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곡을 듣는 애들이 별로 없었다.

장유상_ 그때는 힙합 좋아하는 애가 반에 한 명 정도 있었다. 그러니까 소문 듣고 찾아가는 거다. “너 힙합 좋아해?” 하면서. (웃음)

이민우_ 나도 소소하게 힙합 좋아하던 아이였다. 학창 시절에 래퍼를 꿈꿨던 건 아닌데, 고등학교 축제 때 무대에 한 번 서보고 완전히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 연예인이 된 것처럼 괜히 으쓱해지더라. (웃음) 그때부터 홍대 주변에서 하는 싸이퍼를 찾아다니고, 영화에 나오는 ‘밀림’ 같은 커뮤니티도 들락날락했다. ‘힙앤랩’이라는 네이버 카페로 기억한다. 음악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도 내 음악을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느꼈던 랩의 매력은 뭐였나.

이민우_ 마이크에 대고 자기 얘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멋있었다. 물론 글이나 영화로도 자전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랩은 훨씬 직관적이고 솔직하다. 처음엔 그렇게 서슴없이 자기 얘기를 한다는 게 약간은 창피하기도 했는데, 나도 내 얘기를 쓰다 보니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

장유상_ 연기하다 보면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다. 연기도 물론 본인의 이야기와 감정을 풀어내는 예술이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가지고 하는 거니까 간접적인 데가 있다. 음악은 그보다 직접적이고, 특히 랩은 가사가 엄청나게 많잖나.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테고, 일기나 SNS를 통해서 표현하기도 할 텐데, 그걸 예술로서 할 수 있다는 게 랩의 매력 같다.

 

두 감독이 이민우 배우의 <쇼미더머니> 지원 영상을 보고 먼저 연락했다고 들었다. 뜬금없는 제안일 수도 있었을 텐데, 당시엔 어땠나.

이민우_ 그때는 약간 의무적으로 SNS를 했다. 아티스트니까 활동한 게 있으면 하나씩 올려두자는 식이었다. 별로 반응은 없었지만. (웃음) <쇼미더머니> 지원 영상은 엄청 오래전에 올린 거다. 시즌 3, 4쯤? 감독님들이 그걸 보고 SNS로 연락을 하셨다. 영상 잘 봤고, 우리가 이런 영화를 할 거다, 이런 내용이 길게 적혀있었다. 읽으면서 살짝 두근거렸다. (웃음) 이게 진짠가, 사기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연기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기회가 닿았으니 한 번은 해봐야지 싶더라. 오디션 보러 가서는 엄청나게 떨었다. 심지어 같이 오디션 본 사람이 연극배우였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오디션을 봤는데, 나중에 연락이 왔다.

이민우 ⓒ이영진

감독들이 이민우 배우는 본능적이고 감이 좋은 훌륭한 원석이라고 하더라. 첫 연기였는데, 어떻게 적응해나갔나.

이민우_ 처음에 시나리오 받고 집에서 혼자 연습했는데, 되게 어색하고 민망하더라. 그래서 엄마를 불렀다. (웃음)

장유상_ 어머니 앞에서 한 거야? (웃음)

이민우_ 엄마가 너 뭐 한다더니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냐고, 엄마 앞에서 해야 인정해주겠다고 하셔서. (웃음)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문득 지어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송주는 내 어릴 적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던 것 같다. 만약 어린 내가 송주라면, 이런 말투로 이런 말을 했겠지 하면서. 근데 집에서 하는 거랑 카메라 앞에서 하는 거랑 또 달랐다. 그러다 중간에 한 번 쉬는 기간이 생기면서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됐다. 귀동냥하든 눈동냥을 하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많이 찾아보고, 오디션 보러 다니면서 조금씩 연습해나갔다. 옆에 유상이 형이나 (김최)용준이 형처럼 워낙 훌륭한 배우도 많았고.

장유상_ 나는 그렇지 못한데, 내가 좋아하는 건 틀에 갇히지 않는 연기다. 소위 말하는 날것의 느낌? 연기를 처음 해봐서 그런지, 민우한테서 그런 느낌이 많이 나왔다. 어떤 연기를 따라하기보다 자기가 느끼는 대로 하려는 게 보여서 좋았다.

 

장유상 배우한테 의지도 많이 했겠다.

이민우_ 사실 처음엔 나보다 동생인 줄 알았다. (웃음)

장유상_ 나도 형인가 했지. 농담이다. (웃음)

이민우_ 어쨌든 경험이 많은 분이고,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기에 처음엔 좀 어려워했다.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대놓고 물어보질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라 힘들기도 했고. 그런데 형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줬다. 직접적으로 뭔가 제안하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대로 해볼 수 있게 편하게 이끌어줘서, 동네 형처럼 생각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

 

장유상 배우는 감독들이 생각했던 송주와 딱 맞았다고 하더라. 환호성을 지를 정도였다고. 랩을 좋아했던 배우 입장에서도 꿈의 프로젝트 같은 작품 아닌가.

장유상_ 랩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시 하긴 힘들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만약 내 꿈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랩을 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던 찰나에 딱 이 작품을 만났다. 감독님들이 다른 자리에서 많이 얘기하셨듯이, 연기를 할 수 있는 래퍼 혹은 랩을 할 수 있는 연기자, 두 노선으로 배우를 찾으셨다. 내가 랩을 했던 건 주변에서 다 아니까, 친구가 소개해줘서 감독님들을 만나게 됐다. 처음 만난 날은 수다만 엄청 떨었다. 공감할 거리가 너무 많았다. 어디 살았는지, 어디서 랩을 했는지 얘기하고, 옛날에 녹음했던 거 들려주고 그랬다. (웃음)

 

이승환 감독은 장유상 배우를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연출적인 마인드를 가진 배우라고 평하기도 했다. 연출해볼 생각은 없는지 지나가며 물어본 적도 있다고 하더라.

장유상_ 기억나지 않는다. (웃음) 랩이 그렇듯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 또한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까, 동경 같은 건 있다. 사실 연극영화과 다니면서 연극 연출을 한 경험이 있는데, 성향이 잘 맞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자신이나 계획은 없는 상태다. 감독님이 너무 좋게 얘기해주셨는데, 그건 배우가 당연히 생각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이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영화 전체에서 이 씬이 어떤 위치인지 고민하는 거 말이다. 아마 다른 배우들도 다들 그렇게 하실 거다. <라임크라임>에선 오히려 그런 생각을 좀 덜고, 주어진 상황을 느끼려고 했던 순간도 많다. 어릴 적에 느꼈던 정서가 들어있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은 작품이었으니까.

ⓒ이영진

가사 작업은 어땠나. 극 중 인물의 입장에서 직접 곡을 써야 했고, 퇴짜도 많이 맞았다고.

이민우_ 겉에서 보이는 이미지도 있지만, 래퍼의 일이란 게 대부분 가사 쓰는 거다. <라임크라임>을 하면서 처음엔 가사를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내가 연기를 계속해왔던 사람이라면 부담이 덜 됐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가사를 써 가면 감독님들이 별로 안 좋아했다. 중학생이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면서. (웃음) 송주는 랩을 처음 해보는, 라임이 뭔지도 모르는 애인데, 내가 그걸 망각하고 있었던 거다. 몇 번 퇴짜 맞고 나서는 어릴 때 동요 가사를 어떤 식으로 지었는지 떠올려보고, 일기 쓰듯이 가사를 써보려고 했다. 비유적 표현을 빼고 직관적인 단어를 쓰려고 했고, 라임도 다 뺐다. 감독님들도 그게 훨씬 낫다고 하시더라. 그러다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랩 실력과 별개로, 송주는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애라는 걸 계속 생각하려고 했다.

장유상_ 난 퇴짜 맞은 적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냥 ‘내가 짱이다!’ 하는 식으로 유치하게 쓰려고 했거든. 생각해보면 내가 수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을 계속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시기에 멈춰 있는 거잖나. 민우는 계속 멋지게 음악을 해왔고, 트렌드를 따라왔으니까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힘들었을 수도 있다. 난 그냥 예전 그 기분으로 쓰려고 했다. 사실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땐 이미 벌스가 다 있었다. 감독님들이 가사를 전부 써두셨는데, 이상했다. (웃음) 남의 가사로 하면 오히려 힘드니까, 내용에 맞춰서 우리가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난 오랜만에 가사 써봐서 좋았다.

이민우_ 훅은 감독님들이 쓴 게 그대로 들어갔다.

 

‘라임크라임’이라는 곡에 쓰인 훅이다. “라임크라임 끝나지 않을 게임, 너와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인생 게임. 라임크라임 끝나지 않을 게임, 힘이 들 땐 우릴 불러 우리가 세상의 메인.” 이민우 배우가 반대했다던데. (웃음)

장유상_ 나도 반대했다. (웃음) 근데 꼭 하고 싶어 하셨다. 실제로 ‘라임크라임’이라는 팀을 결성했던 만큼 두 분한테 의미가 깊은 영화잖나.

이민우_ 그걸 녹여내고 싶으셨을 거다. 결국 균형을 이룬 삼각형처럼 모두가 참여한 곡이 됐다.

장유상_ 또 이게 애들이 하는 거니까 너무 트렌디한 곡이 나오면 안 됐다. 적절하게 촌스러웠다고 할까. (웃음)

 

이민우 배우는 KIS라는 활동명으로 싱글을 꾸준히 발매 중이다. 실제로 작업하는 곡 스타일은 어떤가.

이민우_ 원래는 코즈에 인 서울(Kozue In Seoul)이라는 긴 닉네임을 썼다. 좀 더 쉽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줄여서 약자로 활동 중이다.

장유상_ 나는 예전에 ‘망치’였다. (웃음)

이민우_ 지금은 여섯 곡짜리 앨범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콘셉트가 있다. 좀 오그라들 수도 있는데, 다른 세계에서 온 종족이 인간세계에 동화되면서 모습도 닮아가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지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미래지향적인 하이퍼 스타일과 올드한 스타일을 섞은 앨범이 될 것 같다.

 

송주와 주연은 가정환경부터 성격까지 많은 게 다르지만, 랩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 팀을 결성할 만큼 가까워진다. 이들에게 랩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민우_ 혹자는 래퍼들이 오버로 올라오면서 겉모습에만 신경 쓴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공감을 준다는 음악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쇼미더머니> 클립 영상을 보면, 요즘에는 어린 친구들도 많이 나오더라. 어찌 보면 투박할 수도 있는 주제들로 자기 얘기를 써 내려가는 데 공감을 하고, 또 그걸 멋있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형태와 트렌드가 바뀌어도 깨지지 않는 본질이 거기 있는 것 같다. 송주에게도 랩은 뭔가 분출할 수 있는 창구였을 거다.

장유상_ 주연과 송주의 환경은 물론 다르지만, 랩을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로 여기면서 마음이 딱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 각자를 압박하는 것들 속에서 진짜 하고 싶은 걸 찾고, 자유를 느끼면서 둘이 함께하게 됐을 거라 생각한다.

이민우_ 환경이 달라도 사람이 느끼는 결핍의 감정은 비슷할 테니까.

장유상 ⓒ이영진

극 중 고등학교 선배들의 작업실에 놀러 갔다가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송주와 주연의 캐릭터 차이도 드러나고, 분위기가 전환되는 감각도 재밌다. 실제로 이민우 배우가 프리스타일을 했다고.

장유상_ 감독님들이 가사를 준비해오지 말라고 하셨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퓨어한 느낌을 원하셨다.

이민우_ 어떤 비트가 나올지 모르는 채로 현장에 갔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현장에 올티 님도 있었고.

장유상_ 거기 출연한 분들이 다 음악을 하셔서.

이민우_ 내 얼굴이 빨개진 게 다 보이더라. (웃음)

장유상_ 영화에서 그곳이 보성고 힙합동아리로 설정 돼 있다. 나는 그 옆에 동북고에 다녔는데, 실제로 보성고 힙합동아리 가서 녹음도 하고 그랬다.

 

그즈음을 기점으로 송주와 주연의 길이 갈리기 시작한다. 물론 서로 아쉬움이나 서운함도 느끼지만, 둘은 마지막까지 상대를 존중해주고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지더라.

이민우_ 송주가 무대에 서게 될 때, 주연한테 같이 하자고 말하지 않나. 음악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소망을 갖는 것 같다. 같이 하던 사람이 나 때문에 더 잘 되길 바라는 거 말이다. 송주는 워낙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기도 하니까, 계속 같이하고 싶었을 거다.

장유상_ 초반에 같이 팀을 만들고 할 때는 주연이 힙합 음악도 더 많이 아니까 이것저것 들려주고, 라임이 뭔지 설명도 해주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갈라지고 송주가 잘해나가는 걸 보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을 거다. 질투도 조금 했을 테고, 축하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고. 주연은 음악을 포기하진 않지만, 부모님이나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길을 따라가면서 음악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더 송주를 응원하지 않았을까.

 

송주와 주연은 이센스와 우 탱 클랜을 공통분모로 가까워진다. 그 외에도 영화엔 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힙합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두 사람이 학창 시절에 좋아했고 영향을 받았던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지금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장유상_ 난 초등학생 때부터 랩을 좋아했고, 이후로도 힙합만 들었다.

 

어떻게 접한 건가.

장유상_ 외삼촌을 따라 지누션의 음악을 들었는데, 그게 너무 새로웠다. 정말 신기하고 재밌는 음악 장르였다. 노래방 가면 랩만 할 정도로 빠졌다. (웃음) YG패밀리의 ‘멋쟁이 신사’처럼 10명 가까운 래퍼들이 계속 랩만 하는 곡도 많이 듣고 따라 했다. 이후엔 같이 음악했던 친구들이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많이 소개해줬다. 힙합 레이블 ‘소울 컴퍼니’의 곡도 즐겨 들었고, 예전부터 사이먼 도미닉을 너무 좋아했다. 사이먼 도미닉이나 이센스 같은 래퍼들에게는 지금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이민우_ 나도 랩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생 때였다.

<라임크라임>
<라임크라임>

삼촌이 있었나. (웃음)

이민우_ 친구 MP3플레이어로 들었다. (웃음) 처음 들었던 게 ‘힙합구조대’라고 이현도, 에릭 등 여러 래퍼가 참여한 곡이었다.

장유상_ 그런 단체 곡이 많았다. 기존에 들어보지 못한 정말 새로운 음악이었다.

이민우_ 나는 영향을 받는 아티스트가 워낙 많다. 한 명에 꽂히기보다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계속 바뀌는 스타일이다. 예전엔 MC스나이퍼도 좋아했고, 에미넴이나 50센트 같은 외힙도 많이 들었다.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도 좋아했다. 그러다 빈지노가 멤버로 있는 재지팩트를 처음 접하고, 그 세련됨에 반하기도 했다. 지금 내게 가장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는 아무래도 칸예 웨스트, 트래비스 스캇, 차일디쉬 감비노가 아닐까.

 

장유상 배우는 어느덧 연기 활동 10년 차에 접어들었고, 최근에는 <보도지침>으로 연극무대에도 섰다. 그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는데, 배우로서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나.

장유상_ 최근에 연극이 끝났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연기할 수 있겠다는 힘을 얻은 시간이었다. 연기를 조금씩 일로 받아들이게 되는 시기에 좋은 기회를 만났다. 예전에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질문받으면 그때그때 느꼈던 것들을 얘기했다. 다음엔 남자다운 역할을 하고 싶다든지, 악역을 해보고 싶다든지 하는 식으로. 요새는 그것보다는 내가 애정을 쏟고 공감할 수 있는 인물과 작품을 만나서, 아낌없이 쏟아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민우 배우는 뮤지션으로서, 또 배우로서 어떤 순간을 맞고 있다고 여기는지 궁금하다. 왠지 연기를 계속해나갈 것 같은데.

이민우_ 연기를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다. 타인의 감정을 연기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결국엔 음악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다. 차일디쉬 감비노나 밴드 네이버후드, 양동근 선배님처럼 배우이면서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분들이 많은데,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곧 서른이다 보니, 걱정도 많다. 영화가 개봉하고, 음악이 나온다고 무작정 기뻐하지는 못하는 거지. 

 

마음을 많이 쏟아서 작업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에게 <라임크라임>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민우_ 20대의 기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음악과 <라임크라임> 뿐이다. (웃음) 그만큼 작업도 길었고, 이게 내 얘기인가 착각할 만큼 몰입했다. 20대를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고, 나이가 들어서도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장유상_ 힙합을 좋아했던 기억, 그리고 내가 살았던 동네가 그냥 마음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한 편의 영화로 남았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고, 깊은 애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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