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듣고, 골똘히 생각하고, 천천히 연기하는 배우” <식물카페, 온정>으로 김우겸과 첫 호흡을 맞춘 최창환 감독은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감독의 의도와 배우의 해석은 차분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접점을 넓혀갔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을 보며 감독은 여러 번 감탄했다. “집중해서 하나하나 새기고 똑똑하게 표현했다”는 말은 김우겸이 종종 이야기한 것처럼 소심하거나 수동적인 면모와는 분명 다르게 들린다. 눈 밝은 감독이 콕 짚어준 특징은 소심을 세심으로, 수동을 포용으로 고쳐 보게 한다. 김우겸은 캐릭터와 본인의 교점을 찾고, 목소리를 합쳐가는 과정을 즐겁게 여길 줄 아는 배우다. 그간 그렇게 우리를 찾아온 인물들은 청년 세대의 사랑, 거주, 노동과 같은 고민을 맑은 얼굴로 하나씩 꺼내놓았다. <식물카페, 온정>의 진우(김우겸)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좋은 회사를 때려 쳤지만, 연인 인혁(서석규)과 그 행복을 나누는 건 어렵기만 하다. 퇴사를 나무라는 인혁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연인과 키우던 식물이 죽어 울상 짓는 진우는 왠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힘껏 응원하고픈 인물이다. 진우 곁에 선 배우 김우겸은 이제 막 응원과 칭찬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최근 오렌지필름 기획으로 ‘김우겸 배우전’이 열렸다. 상영작은 직접 골랐나.
그건 아니다. 원래는 작년 겨울쯤에 이야기가 나왔고, 코로나 상황이 심해지면서 한번 무산됐다. 다음 기회를 노려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금세 하게 됐다.
키워드가 청춘이더라. 포스터도 화사하고 예쁘던데. 청춘이라는 말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학교 캠퍼스를 지나며 대학생들을 볼 때면, 청춘이 이런 거구나 한다. 재밌게 학교 다니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고, 연애하고, 모든 게 좋아 보이니까. 그런 단어가 내게 어떻게 적용될지는 잘 몰랐었다. 그런데 어쩌면 내 망설이고 머뭇대는 모습이 청춘의 이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차려입고 벚꽃을 구경하는 화사함 뒤편에는 자취방에서 혼자 끙끙대거나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는 시간이 있을 텐데, 그동안 영화에서 내가 그런 이미지를 많이 비춰온 것 같다. 작품을 대할 때 캐릭터와 가까워지는 지점을 찾으려 하고, 캐릭터의 문제가 내 문제로 느껴지는 순간을 좋아한다. 아마 그런 모습이 드러나는 지점에 청춘이라는 주제를 붙여주신 게 아닐까 한다.
배우전을 통해 부산, 대구, 서울의 관객을 만났다. 관객과 만나는 자리를 즐기는 편인가.
처음엔 무서워했다. (웃음) 평가받는 자리라고 느낀 적도 있고.
경험은 많을 텐데.
그래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힐링 되는 순간을 만난 기억이 있다. 그날도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럽다는 생각으로 GV를 하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 관객이 본인 감상을 이야기하면서 엄청 좋았다고 나중에 가족들과 다시 보고 싶다고 해주시더라. 그 순간에 뭔가를 느꼈다. 완성되어 내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남긴 감상평이 내게 또 다른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한편으론 그런 자리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기획전 상영 외엔 어떻게 지냈나.
혼자 걷고, 카페 가서 책 읽고, 다시 나와서 걷고 그렇게 지낸다.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요즘은 그런 게 즐겁다.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왔나 보다.
이렇게 생각한 지 얼마 안 됐다. 괴로워하며 나를 평가하고 채찍질하는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이 안 들더라. 지금은 잘 쉬고 나를 돌볼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며 산다. (웃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장편 부문의 <식물카페, 온정>과 장편 경쟁 부문의 <낫아웃>(연출 이정곤) 두 작품에 출연했다. 2018년에 <백일>(연출 오정민)로 처음 전주를 방문했다고.
당시에 관객으로서 영화제를 한껏 즐겼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가맥집도 가고 싶고,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슬쩍 빠져나와서 혼자 영화 보러 가고 싶기도 하고. (웃음)
그간 단편영화를 주로 찍었는데, 두 작품을 통해 장편의 감각을 익힐 기회를 얻었겠다.
장편의 긴 호흡을 끌고 가는 건 확실히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두 작품의 주연 배우들을 곁에서 지켜보니, 때로는 영리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어 보이기도 하더라. 약간의 동경도 생겨났고. <낫아웃>에서는 주인공 옆에서 영향을 주는 친구로, <식물카페, 온정>에서는 본인만의 사연을 가지고 잠시 등장하는 인물로 나온다.
<식물카페, 온정>에서는 카페에 드나드는 인물 중 위기를 맞은 커플을 연기했다.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최창환 감독님과는 제주도에서 찍은 <불편한 사람>(오수진, 2020)에서 촬영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그때는 나중에 한번 보자는 식으로 가볍게 얘기했는데, 어느 날 영화를 같이 하자며 먼저 연락하셨다. “우겸 씨 저예요. 할 거죠?” 하시더라. (웃음)
최창환 감독은 영화를 어떻게 설명하던가.
처음 통화했을 때, <심야식당> 이야기를 하셨다.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카페에 드나들고, 또 나름의 고민을 하는 주인 현재(강길우)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전체적인 구성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힘냅시다!’ 하고 말하는 대신, 식물처럼 무던하게 견디고 문제가 풀리기를 충분히 기다리려는 느낌이 좋았다.
식물 좋아하나.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집에도 식물들이 있는데, 전에는 물도 잘 안 주고 그랬다. 그런데 요새는 새삼 식물이 숨 쉬고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강길우 배우가 영화 준비하면서 식물 공부도 많이 하고 교육도 받아서, 쉬는 시간마다 식물에 관해 설명해 주곤 했다. “우겸 씨, 이거 봐요. 이게 이런 거래요.” 하면서.
다른 인물들처럼 진우도 자기 삶을 살다가 잠시 카페에 들른 인물이라, 연기할 때도 보다 현실적인 톤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상상력이 필요하고, 시나리오 외적으로 구체화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래야 내가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계속 깨면서 인물과 마주하게 된다. 연기하면서는 진우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도, 진우가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인혁을 연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그 사람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졌는지가 중요했다.
둘의 다툼은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행복해지고 싶다는 바람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부딪치는 거니까.
맞다. 연인 사이에 특히 더 그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이나 친구들은 서로를 이해할 여지가 많은데, 연인처럼 가까이 붙어 생활을 공유할수록 납득하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 누구보다도 나를 잘 이해해줬으면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큰 편견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진우는 햇빛 받으면서 둘이 차 한 잔 마시고 기분 좋게 얘기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데, 인혁은 계속 돈 걱정을 하지 않나. 그때 석규 배우의 표정이 정말 얄미웠다. (웃음) 전사를 따로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그간 둘 사이에 있었을 크고 작은 순간들이 다 스쳐 지나가더라. 나와 함께 지내는 지금보다는 항상 훨씬 먼 미래를 걱정했겠지. 결국엔 진우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인혁의 모습이 싫어 보였을 거다. 지금은 이렇게 둘을 나눠서 얘기했는데, 살면서 그사이의 밸런스를 계속 찾아 나가야 하는 것 같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촬영지가 대구다. 나들이하듯이 다녀오지 않았을까.
그런 느낌이 있었다. 숙소와 촬영지가 가까웠고, 촬영지 근처도 전부 카페였다. 예쁜 공간이 많았고 날씨도 정말 좋았다. 대기하는 게 휴식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영화를 촬영한 카페는 원래 식물이 그렇게 많은 곳이 아니라서, 하나씩 공간을 채워가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봤던 게 기억에 남는다. 대사도 대구 거리를 걸어 다니며 외우곤 했고.
<낫아웃>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았나.
주인공 광호(정재광)처럼 고3 야구부원인데, 광호보다는 약간 재능이 떨어지는 친구 성태를 연기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타협해야 하는 지점도 있는 인물이다. 그건 입시 때 느꼈던 보편적인 마음이기도 해서, 무척 빨려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영화 찍고 나서 질투라는 감정에서 좀 자유로워진 것 같다. 그 마음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할까. 야구장에서 촬영할 때, 성태가 서 있는 자리가 너무도 분명하고 명확하게 느껴진 순간이 있었다. 지금 내가 정확한 자리에 서 있다는 그 감각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애정을 많이 느꼈던 캐릭터다.
지난해엔 출연한 작품 수도 많았고,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우리의 낮과 밤>(김소형, 2020)으로 배우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은 어떤 경험으로 남았나.
용기 내서 내 생각을 말해도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나 혼자만의 발칙한 생각이면 어떡하나 싶어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말하기까지 늘 두려움이 있었다. 입 밖으로 말하기엔 부끄럽고 얼굴이 빨개지는 의견이라고 여긴 것들이 많은데, 그게 보편적인 생각이고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전보다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저는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하면서 마냥 물러서기보다는 그런 반응을 긍정적으로 또 세련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의 벽 앞에 힘들지만 이겨내고 극복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 또 비겁하게 숨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청춘의 나약함을 공감하고 설득시키는 이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다”는 시상 평을 들었는데, 방금 말해준 ‘나만의 생각’은 이와 연관되는 건가.
맞다. 그 말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연기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친구들과 평소에도 그런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눠왔다. 연기할 때나 살아갈 때, 너무 괜찮은 척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나약한 부분을 드러내자는 얘기를 자주 했다. 하지만 막상 확인할 길이 없었다. 영화 찍고 나서는 소심해서 그런 게 잘 표현됐는지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했고. 그런데 그런 평을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 그게 보이는구나, 누군가 알아봐 주는구나 싶었다.
배우로서 든든함을 느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얼굴, 다양한 배역에 대해 생각해볼 시기이기도 할 텐데.
나를 의심해야 하는 시기인 게 아닐까. 요즘은 너무 내 세상 안에서만 작품을 바라본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그렇게 나만의 시선을 가지고 연기하는 게 무기였다면, 지금은 그런 믿음을 내려놓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도전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런 과정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기도 하고.
<우리의 낮과 밤>을 찍기 전, 배우로서의 고민이 깊어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너무 수동적인 게 아닌가 싶었다고. 지금은 중심을 잡았나.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웃음) 그래도 조금씩 단순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전에는 바라는 바나 되고 싶은 모습이 뭉뚱그려져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선명해지는 순간을 종종 마주한다. 강길우 배우와 우지현 배우가 함께한 <리버스> 인터뷰 너무 좋더라. 그분들이 가진 숙제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고, 전부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인데도, 배우에게는 각자 부여된 과제가 있구나 싶었다. 다들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해지기도 하면서 그걸 헤쳐나가는 거구나…. 마찬가지로 내게도 나만의 주어진 과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용기가 난다.
어릴 때는 기타를 쳤다고 했다. 밴드 활동을 한 건가?
맞다. 중학생 때 ‘버즈’를 좋아했다. (웃음)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진취적인 분이셨다. 나를 좀 키워보려고 하셨는지, 이것저것 많이 시키고 밴드부 들어가는 것도 권유하셨다. 믿기지 않겠지만, 보컬이었다. (웃음)
그러다 예고에 진학하면서 연기를 전공했고.
수학에 대한 재능이 없어서 엄마가 예고를 추천하셨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서도 음악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연기 합숙 빼먹고 친구랑 홍대에서 버스킹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고3 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다. 연기를 잘해야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부랴부랴 준비했는데,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연기를 진지하게 대할 수 있었다.
무용도 했다고 들었다.
그 선생님이 무용을 하셨다. (웃음) 너무 멋있어서 막 따라 배우고 싶었다. 원리에 맞춰서 동작을 창조해내는 게 정말 재밌더라. 사실 본격적인 무용이라기보다는 기초적인 움직임이었지만, 거기 굉장히 매료됐다. 선생님이 무용을 통해 연기를 알려주셨고, 멀게만 느껴졌던 연기가 그때부터 가깝게 다가왔다.
연기의 매력을 처음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나.
음, 강렬했던 한순간이 있다. 재수하며 학원에 다닐 때였다. 대학에는 다 떨어졌고, 봄이 오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 그랬는지 연기를 대하는 마음이 이전보다 겸허해졌다. 학원에서 연극의 한 장면을 발표했는데, <왕의 남자>(이준익, 2005) 원작인 연극 <이爾>에서 공길 역을 하게 됐다. 대사도 별로 없는 장면이었다. 학원에서 보통 하는 대로 인물의 전사를 써보고, 분석표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무대 위가 아니라 그때가 더 재밌다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처음에 품었던 독기가 어느새 다 풀어져 있더라. 그러고 나서는 마음에 아무것도 안 남은 것처럼 헛헛했다. 발표할 때는 이상하게 편했고,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겼다. 연산의 대사를 듣는데 아주 큰 파도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게 생각난다.
웃을 때 그야말로 함박웃음을 짓는다. 반대로 입꼬리를 내리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되는데, 시무룩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깊은 낙담이 느껴진다. 큰 입 덕에 별명도 있었을 것 같고.
고등학교 때 별명이 ‘이상해씨’였다. (웃음) 아무래도 내 성향인 것 같다. 한없이 밝을 수도 있지만, 우울할 때는 정말 깊은 곳으로 빠지기도 한다. 입꼬리 내리는 걸 의도한 적은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어린아이들이 울면 눈물이 나기 전에 입이 먼저 내려가지 않나. 내게 아직 그런 면이 남아있는 게 아닐까. 감정이 올 때 서러운 정서가 기반이 되는 것 같다. 슬픔 이전에 서러움이 먼저 밀려온다. 그게 한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계속 신경 쓰고 안 그러려고 노력해봤는데, 잘 되진 않더라. 좀 더 노련해지고 성숙해지면 컨트롤 할 수 있지 않을까.
변성빈 감독과는 <뿔>(2014)부터 <신의 딸은 춤을 춘다>(2020)까지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처음엔 어떻게 만났고, 관계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
학교 다닐 때 <뿔>을 찍었다. 내게 독립영화라는 세계를 알려준 첫 작품이나 다름없다. 성빈 감독님한테는 졸업작품이었는데, 영화를 계속할지 말지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고 하더라. 그런 시기에 만난 좋은 기억 덕에 지금까지 계속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군대도 비슷한 시기에 다녀왔고. 지금은 너무 친하고 편한 동네 형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내 문제를 작품에 녹여내는 걸 넘어서 잘 모르는 다른 세상에 풍덩 빠져드는 경험을 계속해보려고 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도 완벽한 상태,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괜찮은 상태에서만 보려고 하지 않고, 준비가 덜 된 모습으로 만나면서 도움도 청할 수 있는 열린 사람이 되고 싶다. 얼렁뚱땅, 엉망진창, 우당탕탕. (웃음) 아직 스물아홉이니까, 그래도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