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10대에 한국 챔피언이었다. 그토록 바랐던 세계 대회도 출전했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TV에 출연한 ‘내’가 식탁의 화제였다. 그러나 거기까지, 그 뿐이었다. 화려한 이력으로 촉망받던 요요 선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스포츠 스타로 올라설 순 없었다. 지름 3m의 공간에서 무한한 우주를 꿈꿨던 그는 또래와 마찬가지로 불안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다. 고두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요요현상>은 20대 중반 청년들의 후일담으로 시작한다. 테크노마트에서 요요와 접신하고, 대학로에서 비기를 연마하던 곽동건, 문현웅, 이대열, 이종훈, 윤종기가 주인공. 한때 ‘요요왕’을 꿈꿨지만, 지금은 “놀면 뭐 하니?”라는 주위의 눈총과 가족의 타박을 먹고 산다. 처지를 위로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에게서 한국 최고의 요요 공연팀, ‘요요현상’의 멤버라는 자부는 찾기 어렵다. 골치 아픈 애물단지로 전락한 다섯 청년은 비상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혹시나 했던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벌인 공연은 성황리에 마쳤지만, ‘마지막 공연’이라고 작정했으니 아쉬워도 별수 없었다. <요요현상>은 한여름 밤의 꿈을 뒤로하고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을 찾아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대학원에 진학한 동건은 부족한 실력에 대한 걱정으로 첫 학기를 보내고 있다. 동훈은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 요요 판매점을 차린 종기는 의욕이 넘쳐 보이지만 실은 임대료를 메꾸느라 정신없다. 대열과 현웅은 ‘요요현상’을 유지하며 전국의 무대를 도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것을 세상에 뺏길지 모른다고 초조해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던 놀이였던 요요는 이제 자신을 지켜내는 싸움이다. 하지만 다섯 친구가 한데 뭉치기란 요원하다. 카메라는 제 갈 길을 택한 순간, 이들의 사이마저 벌어졌음을 슬쩍 드러낸다.

<요요현상>은 꿈과 현실의 시소게임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현실이 곧 꿈이었던 1막과 현실 앞에서 꿈을 유예한 2막, 현실과 꿈이 수시로 부딪치는 3막이 끝난 뒤에도 영화는 섣불리 판단하는 대신 질문을 거듭한다. 누군가는 요요를 그만뒀고, 누군가는 요요를 지속한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꿈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꿈에 붙들렸나. 미리 말하지만, 후반부에서 요요는 더는 꿈의 대명사가 아니다. 이들 중 누구도 요요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요요가 삶이었던 그들은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삶이 거대한 요요임을 다들 알고 있다. 대열의 선택에 대해 현웅이 긍정하는 것도 그래서다. 요요에서 등 돌린 동건의 함성과 요요를 놓지 못하는 현웅의 침묵 모두 삶의 거리에 있지 않은가. 다섯 친구는 그렇게 멀어질수록 더더욱 가까워진다. <요요현상>은 꿈과 현실이라는 익숙한 대립 구도에 따라 인물들의 삶을 줄 세우지 않고, 작은 우주를 지켜내려는 그들의 안간힘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요요현상 Loop Dreams 제작 영화사 금요일 감독 고두현 출연 곽동건, 문현웅, 윤종기, 이동훈, 이대열 배급 씨네소파 제작연도 2019년 상영시간 92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1년 1월 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