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 마음 알겠어요
<담쟁이> 김사월
글 차한비 사진 이영진 / Interview / 2020-10-24

김사월. 자칭 ‘지옥에서 온 포크 전사’이자 타칭 ‘치정 포크의 장인’이다. 세 장의 정규 앨범 《수잔》《로맨스》《헤븐》을 발표했고 ‘김사월X김해원’으로 발매한 EP 앨범 《비밀》을 시작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5관왕을 달성하며 실력을 입증해온 뮤지션이다.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는 너무 늦은 밤이나 너무 이른 새벽에 썼을 법한 문장들을 속삭이고, 종종 듣는 이를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으로 데려간다.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김사월은 최근 음악감독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얻었다. 데뷔작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화제작 <담쟁이>(한제이, 2020)다.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내밀한 과정을 거치며 작업해왔던 김사월에게 영화음악은 새롭고 낯선 세계였다. 다만 “불확실한 나에게 이미 정해진 것은 방황 하나뿐이라는 걸(‘세상에게’)”이라고 노래했던 그답게, 옆을 두리번거리고 뒤를 돌아보면서도 자기만의 속도로 걸었다. <담쟁이> 개봉을 앞두고 김사월 음악감독을 만났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성적에 앞서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을 만나서 포근한 시간을 보냈다는 그에게 작업 뒷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이고 산문집 『사랑하는 미움들』을 펴낸 작가이기도 해요. 이제 직함이 하나 더 늘었네요. 음악감독으로 초대할 수 있어서 기뻐요.

아이쿠. (웃음)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 졸업 작품에 참여한 걸 제외하면 <담쟁이>가 첫 영화음악 작업이에요. 부족하다는 걸 잘 알아서 ‘자격이 될까?’ 하며 조심스러웠는데, 그런 식으로 자격을 따지면 할 수 없는 일이 없겠더라고요. 부족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나왔어요.

 

작년 말에 책을 펴내고 지난 9월에는 세 번째 정규앨범 《헤븐》을 발표하면서 한동안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그사이에 공연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영화 <담쟁이>의 음악 작업도 진행했던 거죠.

맞아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공연자로서 일도 많이 하고 사랑도 듬뿍 받았어요. 여러 제안이 들어오는 시기이기도 해서 2019년부터는 매체 음악이나 피처링 작업도 많이 했고요. 제이 감독님이 처음 연락해온 때가 2018년 말이었을 거예요. 작업을 결정하기까지 그리 오래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한창 열정적이었고 뭐든 해볼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도 느끼던 때였거든요. 이번 작업을 기회 삼아 열심히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수락했고 2019년 겨울에 작업을 끝냈어요. 그러니까 과장을 좀 보태면 <담쟁이> 작업을 마친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 거죠. 이후에는 《헤븐》을 만드느라 한동안 또 잊고 살았어요.

 

한제이 감독이 음악감독으로 섭외하기 위해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그때 받은 편지 내용을 기억하나요.

당연히 기억나죠! (웃음) 처음에는 “공연 보고 좋아서 연락드려요”라면서 메일이 왔어요. 독립장편영화를 준비하는 중인데 영화음악을 부탁드려도 되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관심이 있다고 하니 시나리오와 작업에 관련한 세부 사항을 정리해서 보내주셨어요. 대략적인 기간과 비용, 수량 같은 거요. 그러고 나서 홍대 근처 카페에서 첫 미팅을 했어요. 사적으로 영화감독을 만날 일이 없다 보니 막연하게 ‘무섭지 않을까?’ 하며 긴장했는데 동네 언니 만난 느낌이더라고요.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그러다 가끔은 깨지기도 하는 보통의 프리랜서였어요. 그날 만나서 수다를 꽤 오래 떨었어요. 영화와 음악에 관해서도 말했지만 주로 사는 이야기였죠. 대화를 마치고 집에 가면서 이 작업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헤븐》
<담쟁이> OST

예원을 연기한 이연 배우도 첫 미팅 때 오래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라고요. 한제이 감독에게 그런 매력이 있나 봐요.

믿음을 주는 사람이에요. 상대를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알고 칭찬도 많이 해줘요. 자기 주변을 밝히는 힘이 있어요. 전기장판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전기장판 켜놓으면 고양이들이 그 위에 하나둘씩 눕잖아요. 저도 그렇게 따뜻함을 받으려고 찾아간 고양이 중 하나인 거죠. (웃음) 이제 작업을 떠나서 편하게 커피 마시면서 일상을 나누는 사이예요.

 

감독이 작업을 제안할 당시에는 3곡을 의뢰했는데 결국 13곡이나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감독님은 감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연하게 들어가는 음악을 바라셨고, 마지막에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도전하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어요. 근데 하다 보니 곡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감독님이 요구하신 게 아니라, 이후 가편집본을 보고 나서 제가 먼저 음악을 늘리자고 말씀드린 거예요.

 

어떤 이유였나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톤이 밝았어요. 어둡고 느린 호흡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건 전개 자체는 빠르더라고요. 그럼 음악도 더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없이 볼 때도 감정이 좋았지만, 이걸 좀 더 온전하게 보여주려면 그때그때 음악이 들어가 주는 편이 좋겠더라고요.

 

엔딩 곡 ‘Take me home’ 가사를 감독과 함께 썼어요. 어떤 식으로 협업이 이뤄졌나요.

제이 감독님이 <아가씨>(2016)의 박찬욱 감독처럼 가사를 써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저도 그렇거든요. 능력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일단 기회가 생기면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자고 마음먹는 타입이요. “좋아요!” 하고 같이 쓰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수민이가 쓰는 일기라고 상상했어요. 영화에도 수민이가 쓴 편지가 잠깐 등장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수민이가 쓸 법한 문장을 떠올리다가 “엄마, 여기가 어디예요?”라는 가사가 나왔어요. 간단한 문장이다 보니 영어로 번역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처음에는 수민이가 하는 말이라고 여기며 불렀는데,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감정으로 가닿을 수 있겠다 싶어요.

김사월 ⓒ이영진

Mom, 하고 엄마를 부르며 시작하는 노래예요. 가사도 가사이지만, 엄마에게 질문하는 아이를 화자로 삼은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팝에는 어머니나 아버지를 찾는 전통적인 문법이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존 레넌이나 프레디 머큐리가 만든 곡들처럼요. 고전적인 사고방식이기는 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질문하는 노래에서 어머니나 아버지를 부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나를 탓할 수도 없고 세상을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근원적인 대상을 향해 절박하게 묻는 거죠. 그러다 보니 저도 이 노래를 들으면 어느 순간 ‘이 영화 속 인물들은 과연 누구를 또는 무엇을 탓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사월이라고 하면 단번에 기타를 치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번 영화음악에서는 대개 피아노를 사용했어요. 악기를 선택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사실 감독님은 기타를 쳐주길 바라신 것도 같은데. (웃음) 우선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악기를 열어두고 시작했어요. 장면을 보면서 하나씩 스케치하는데 아무래도 피아노가 제일 익숙하더라고요. 기타를 쳐야겠다고 생각하면 건반으로 악보를 만든 다음 기타로 바꾸는 식이니까요. 사실 피아노를 잘 치는 건 아닌데, 당시에는 뻔뻔한 마음으로 했어요. (웃음)

 

작곡 역시 평소와는 상당히 다른 과정을 거쳤을 듯해요.

레퍼런스를 조사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감독님에게 어떤 음악이 들어올 거 같으냐고 물어보기도 했고요. 레퍼런스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감독님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차분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해도 막상 감독님이 가져온 레퍼런스 음악을 들어보면 제가 생각하는 차분함과 다를 수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구조를 세운 다음에는 약간 제 마음대로 해버렸어요. (웃음) 등장인물이 어떤 감정일지,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보고 그 결에 맞춰 작곡했죠. 은근히 사심을 채우면서 재밌게 작업했던 거 같아요.

 

안 그래도 곡을 만들며 등장인물에 이입했던 순간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예원에게 무척 많이 이입했어요. 은수를 볼 때마다 복잡 미묘해지는 기분이었고요. 사랑하면서도 너무 밉고. 근데 얼마 전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은수에게 확 마음이 가더라고요. 이제는 은수 편입니다. 은수의 마음을 알겠어요. (웃음)

<담쟁이>
<담쟁이>

예원과 은수, 그리고 수민이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 유난히 밝은 음악이 나와요.

이것도 편집본을 보고 생각했던 부분인데, 전체적인 톤은 밝지만 정작 밝은 장면은 너무 적은 듯했어요. 게다가 예원과 은수는 부부잖아요. 한국에서 법적으로 인정받은 관계는 아니지만, 사실 둘은 부부라는 설정인데 이 전제를 모르고 보면 헷갈릴 듯했어요. 바닷가 장면이나 은수와 예원의 과거를 보여주는 학교 신처럼 로맨틱한 감정이 나오는 순간에는 아주 화사한 음악이 들어가야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두 장면은 멜로디를 공유해요. 학교와 바닷가 테마를 먼저 밝게 만들고 나서 나머지는 좀 더 어둡고 무게감 있는 노래로 만들었어요.

 

《헤븐》에 수록된 ‘확률’을 듣다가 문득 <담쟁이>가 떠올랐어요. “나의 여생을 함께할 확률이 있는 그런 사람, 너를 알게 된 후로 계속 나는 꿈꿨지”라는 가사에서 자꾸 예원이 겹쳐 보이더라고요.

와, 그러고 보면 <담쟁이>가 참 캐릭터에게 애정이 가는 작품인 거 같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마다 다른 감상을 내놓겠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애정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예원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면서 웅크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해하는 사람이잖아요. 예원의 그런 점이 이 영화에서 슬프게 작용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씩씩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여서 힘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켜보는 입장에서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저 사람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걸까 싶어서요.

 

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서울아트시네마나 상상마당 시네마를 자주 찾는다고요.

맞아요. 가을에는 정말 영화 보고 나와서 코트 자락 휘날리며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낭만을 누리기가 어려운 시기네요. 아쉬워요.

김사월 ⓒ이영진

가장 좋아하는 사랑 영화는 뭔가요.

사랑 영화는 아니지만 바로 떠오르는 작품은 <녹색 광선>(에릭 로메르, 1986)이에요. 주인공인 델핀은 늘 외로워하는 인물이잖아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밖에 나가서 울고, 채식한다고 따돌림 당하고, 거리를 걷다가 또 울고. 그게 딱 제 모습이거든요. (웃음) 다른 점이 있다면 델핀은 방황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죠. 녹색 광선을 함께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야 할까요, 발견했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영화를 보면 사랑을 느끼는 거 같아요. 로맨스는 아니지만 로맨스를 꿈꾼다는 점에서 <녹색광선>이 떠오르나 봐요. 

 

연인과 함께 본 영화 중에 기억나는 작품도 있을까요. 연애가 끝나면 항상 노래나 영화 같은 것들이 하나씩은 남잖아요. 사월 씨만의 추억이 덕지덕지 묻은 영화가 있다면요.

아, <라라랜드>(데이미언 셔젤, 2016)요. (웃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상태였죠. 마지막 10분은 정말 심장을 후벼 파는 기분이었어요. <밤의 해변에서 혼자>(홍상수, 2017)는 이별 후에 혼자 봤어요. 극장에서 서너 번 정도 봤는데 옷이 젖을 정도로 펑펑 울었어요. 보통 극장에는 혼자 가는 편이에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딱히 어떤 기분인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근데 최근에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얼마 전에 친구들과 <사물의 형태>를 봤는데 ‘다들 괜찮나?’ 싶을 정도로 난해한 영화였어요. 근데 끝나고 나서 친구들과 조각을 맞추다 보니 우리만의 영화로 완성되더라고요. 영화는 혼자 봐도, 연인이랑 봐도, 또 여러 명의 친구와 봐도 참 좋구나 싶더라고요. 아, 이야기하다 보니 영화 보고 싶네요. (웃음)

 

그동안 영화와 김사월 사이에 연결고리는 꾸준히 있었어요. 처음 기타를 샀던 것도 <장화, 홍련>(김지운, 2003)을 보고 나서였다고요.

대중문화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해준 작품이죠. “여기에 이런 뜻이 있대”라면서 해석하는 재미를 느꼈으니까요. 메인 테마곡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포함해서 삽입된 노래도 너무 좋았고요. 이병우 씨를 음악감독으로서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밴드 ‘어떤날’도 참 좋아해요.

<담쟁이>
<담쟁이>

단편 <안부>(진성문, 2019)에는 ‘누군가에게’가 엔딩 곡으로 실렸고 인디포럼2017 개막식에서 공연한 적도 있어요. 영화음악에도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개막 공연 기억나요. 되게 어색할 거 같았는데 이상하게 따뜻한 분위기였어요. 감사하게도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 곡이 쓰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제 노래가 특출해서라기보다는 감독님이 작업하실 때 듣던 노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웃음) 영화음악이라는 분야를 오래전부터 인지하기는 했지만, 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2014년에 ‘김사월X김해원’으로 EP앨범 《비밀》을 만들었는데, 당시 해원 씨는 <셔틀콕>(이유빈) 음악 작업을 병행했어요. 이후에도 <윤희에게>(임대형, 2019)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2017) <피의 연대기>(김보람, 2017) 등 꾸준히 영화음악가로 활동하고 있고요. 해원 씨가 두 작업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이렇게도 음악을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해원 씨는 영화를 전공한 사람이니까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저한테는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여겼던 거죠. 그때부터 4-5년쯤 흐르자 서서히 기회가 찾아오더라고요.

 

실은 싱어송라이터로서 김사월이 갖는 힘을 생각할 때, 영화음악이라는 분야가 과연 잘 어울릴까 싶기도 했어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밀착해서 가사를 쓰고, 노랫말에 밴 마음과 기분을 오롯이 전달하려고 애쓰잖아요.

그 얘길 듣고 나니 영화음악이 참 재밌는 작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저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달리 보면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개인적인 상황을 가사에 많이 쓰잖아요. 그건 괴로운 과정이기도 하고, 솔직히 많이 쑥스러운 일이에요. 저는 자신을 소모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데도, 이야기를 찾고 음악을 만들다 보니 언젠가부터 저를 파고들게 되었어요. 저를 갉아먹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늘 있어요. 영화음악은 오히려 해방감을 주는 영역이었죠. 욕심이 난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부해보고 싶어요.

김사월 ⓒ이영진

에세이를 쓰는 것과 가사를 쓰는 것, 노래를 만드는 것과 영화음악을 만드는 것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매우 다른 에너지와 능력을 요구하는 일 같네요.

본업을 그나마 제일 잘하는 거 같아요. (웃음) 가장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타격도 제일 크죠. 사실 영화음악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해요. 제 속을 들여다봐야 하고, 결국 저로부터 에너지를 길어 올려야 하니까요. 영화음악은 지금까지 해온 일과 확실히 달라요. 주어지는 감정에 공감하면서 일종의 맞춤 제작을 해나가는 과정이에요. 대사 호흡을 살피며 템포와 음역을 구상하고, 어느 시점에 음악이 들어가면 좋을지도 판단해야 하고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에는 ‘악취’가 삽입되기도 했어요. 직접 곡을 만들고 부른 뮤지션으로서는 작품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요.

기존 곡이 다른 매체에 담길 때 되게 두근거리고 신나요. 더는 저만의 노래, 저에게만 일어난 이야기가 아닌 상황이 되는 거잖아요. ‘악취’는 제 죄책감에 관한 지질한 노래인데, 드라마에 삽입되었을 때는 작품의 세계관과 맞물리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기뻐요. 어딘가에 쓰임이 있기를 바라면서 곡을 내놓으니까요.

 

매년 4월에 열던 ‘사월쇼’를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5월에 진행했어요. 연말에 여는 ‘엉엉콘’은 계획대로 준비 중인가요.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예 준비조차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요. 그래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과감히 중단하려고 해요. 물론 마음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관객 분들도 너무 보고 싶고요. 우선 11월에는 《헤븐》 쇼케이스가 열릴 예정이고, 피처링이나 편곡으로 참여한 곡들도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아, 단편 <굿 마더>(2020)를 만든 이유진 감독님의 후속작에 함께하게 됐어요. KBS 단막극 음악 작업도 준비하는 중이에요. 얼마 전 리딩 현장에 다녀왔는데 무척 기대돼요.

 

계속해서 김사월 음악감독을 만날 수 있을까요.

찾아주시면 합니다. 많이 불러주세요. (웃음)

김사월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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