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욕창> 강애심·김도영·강말금·심혜정
글 차한비 사진 이영진 / Interview / 2020-06-28

<욕창>은 제목과 달리 끝내 환부를 보여주지 않는 영화다. 썩어 들어간 신체부위보다 중요한 것은 곪아 들어가는 마음과 서로를 갉아먹는 관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다. 여느 집이 그렇듯 지수(김도영) 가족도 각자 말 못할 사정을 하나씩 품는다. 자식들이 떠나간 집에는 나이든 아버지 창식(김종구)과 아픈 엄마 길순(전국향), 엄마를 간호하며 살림을 꾸리는 재중동포 아주머니 수옥(강애심)이 함께 산다. 두 오빠가 집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동안 부모를 챙기는 일은 고스란히 지수의 몫으로 돌아오는데, 어느 날 길순에게 욕창이 생기면서 묵혀둔 갈등이 하나 둘씩 불거지기 시작한다.

심혜정은 미술과 영화를 넘나들며 극, 실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작가다. 장편 데뷔작인 <욕창>은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인데, 배우들이 이뤄내는 호흡이 단연 돋보인다. 감독의 절친한 친구이자 <82년생 김지영>(2019)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도영 감독, 연극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입지를 다져온 강애심 배우,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2020)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거머쥔 강말금 배우까지 합세하며 극에 긴장과 재미를 더한다. 

김도영 감독의 단편 <자유연기>(2018)에서 강말금 배우가 보여준 놀라운 연기와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정유미)의 할머니로 출연했던 강애심 배우의 얼굴을 기억한다면, 네 사람을 잇는 끈끈하고 두터운 신뢰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욕창> 개봉을 기념해서 오랜 벗이자 든든한 동료, 서로가 서로에게 페르소나인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쁜 네 분을 초대했다. 말하자면 감독 심혜정의 페르소나 특집 인터뷰인데, 내 멋대로 “친애하는 나의 여자친구들”이라고 부제를 붙였다.

심혜정_ 너무 좋다. 바라만 봐도 든든하네. (웃음)

<욕창>
<욕창>

일단 수상과 개봉 축하한다. 겹경사가 일어난 느낌일 거 같다. 네 분은 ‘네가 잘 되면 나도 좋다’는 마음을 공유하지 않을까 싶었다.

심혜정_ 밥숟가락 하나씩 들고 모인 거지.

김도영_ 서로 얹어보려고. (웃음)

강애심_ 사실 개봉은 상상하지도 못하다가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참 이상하게도 요즘 내가 희망하면 일이 좀 되더라. (웃음) 나는 주로 연극을 하는 사람인데, 연극은 영화에 비해 연습 기간이 훨씬 길다. 길게는 5개월, 짧게는 2개월 정도 지지고 볶으며 준비하고 무대에 선다. 근데 무대 공연은 순간 예술이거든. 연기하는 그 순간 실체가 사라진다. 반면에 영화는 의외로 아주 짧게 만나잖아. 물론 연출과 스태프들이 사전 작업을 엄청나게 하지만, <욕창>도 찍기는 한 열흘 정도 찍었거든. 근데 촬영으로 끝이 아니더라. 편집을 거쳐 완성되고, 조금 있다가 영화제에 가고, 이렇게 개봉까지 하면서 영화라는 실체가 계속 보이는 거다. 2년 전에 촬영한 작품이 이토록 오랫동안 존재를 새로 드러낸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심혜정_ 난 이제 욕창이 생기려고 한다. (웃음) 드디어 떠나보내는 구나 싶다. 처음에는 다들 개봉하니까 나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만만치가 않더라. 영화는 만드는 게 반, 개봉해서 관객을 만나는 게 또 반이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 산을 하나씩 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도와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김도영_ 되게 감격스럽다. 그동안 혜정 감독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켜봤거든. 찍기도 고생해서 찍고, 이후에 편집도 몇 번 고쳤다. 이제 개봉하는구나 싶었는데 코로나19 소식이 들려왔다.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개봉 시기가 재차 미뤄졌다.

심혜정_ 성미 급한 나로서는 쉽지 않았지. (웃음)

김도영_ 촬영 자체는 <82년생 김지영>보다 <욕창>이 먼저였으니까. 아마 <82년생 김지영>을 준비하던 무렵이었던 거 같은데.

강말금_ 아니, <자유연기>를 공개하기도 전이었다.

김도영_ 정말?

강말금_ 2018년 2월에 <욕창>을 찍었고, 그해 5월에 <자유연기>를 영화제에서 상영했지.

김도영_ 와, 시간이 그렇게 갔구나. 새삼 좋네. (웃음)

김도영 ⓒ이영진

말한 대로 <욕창>, <82년생 김지영>, <찬실이는 복도 많지>, <자유연기>까지 네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보물찾기하듯 영화가 주렁주렁 나온다.

김도영_ 혜정 언니와 이전부터 친했다. <욕창> 촬영 마치고 <82년생 김지영>을 준비할 때 애심 선배님이 떠올라서 연락드렸다. 선배님이야 연극 무대에서 워낙 유명하시고, <욕창> 캐스팅 때도 혜정 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뵙고서 또 다시 느꼈는데 선배님이 정말 우리 할머니랑 닮았다. 그러니까 나랑 선배님이 좀 닮았을 수도 있다.

강애심_ 그래? 어디가?

김도영_ 뭐랄까, 안동 김씨 느낌이 좀 있다. (웃음)

강애심_ 드세고? (웃음)

김도영_ 아니, 할머니가 엄청 고우셨거든. 선배님처럼 눈이 동그랗고 크셨다. 물론 그런 친밀감 때문만은 아니고, 결국은 연기가 마음에 남았던 거 같다. 혜정 언니 영화 덕분에 애심 선배님이 연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82년생 김지영>에도 출연을 부탁드렸다. 말금 씨와는 <자유연기>를 같이 했고.

심혜정_ 김도영의 페르소나지.

김도영_ 그렇지. 혜정 언니가 <자유연기>를 촬영할 때 와서 말금 씨를 봤거든. 이후 <욕창>에 출연을 제안하더라. <자유연기>에 나온 배우들이 전부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데 아쉽게도 말금 씨만 출연하지 못했다. 그때 한창 바쁠 때여서.

강말금_ 당시 드라마를 촬영하던 중이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나도 너무 속상했지.

 

일전에 심 감독은 “도영을 내 페르소나라고 말하기는 미안하다”고 했다. 무슨 뜻이었나.

김도영_ 정말? 왜 그랬어?

심혜정_ 사실 도영한테 페르소나라는 말을 들으면 어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좋다더라. 그래도 나는 뭐랄까, 혹여나 배우를 가두는 말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다른 감독과도 계속 작업해야 하고, 내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으니까. 근데 뭐 이미 내 욕심으로 가둘 수 없을 정도로 다들 활발하게 활동해서. (웃음)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는 민망한데, 속으로는 ‘음, 나의 페르소나 잘하고 있군!’ 한다.

김도영_ 배우로서는 누군가에게 전적인 신뢰를 받는다는 느낌이라서 좋다. 배우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기도 하고. 말금 씨는 어때?

강말금_ 페르소나라는 말은 최고지. 어찌 보면 페르소나가 되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의 얼굴이 되려고 영화를 하는 거 같거든. 물론 연극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영화에서 페르소나가 되는 경험은 각별하다. 최상의 칭찬인 거 같다.

심혜정_ 그럼 앞으로 많이 말해야겠네. (웃음)

<동백꽃이 피면>(2017)
<아라비아인과 낙타>(2013)

사실 <욕창> 이전에 심혜정 감독이 만든 단편 대부분에 김도영 배우가 출연한다. 둘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

심혜정_ 2008년에 미디액트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에서 만났다. 나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영화 문법이나 방식을 작업에 적용해보려는 욕구가 있었고, 도영은 연극영화과를 나오긴 했지만 새롭게 자기 작품을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왔지. 넷이 한 팀을 이루는 방식이었는데 선생님이 우리를 같은 조에 넣더라. 나이든 여자들끼리 모은 건가? (웃음) 그렇게 서로 품앗이하며 작품을 만들다가 친해졌다.

김도영_ 수업이 끝나고도 계속 만났다. 첫 단편을 찍을 때 언니가 집도 빌려줬다. 그렇게 망가뜨릴 줄은 모르고 선뜻 내어줬지. 언니 집에서 사나흘 정도 찍었는데, 그때 내가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가 “까짓 거 나도 하겠네!” 했던 거다. (웃음) 다음에 바로 <김치>(2013)를 찍더라. 아무래도 혜정 언니는 미술 쪽에 있다 보니 배우를 잘 모르지 않나. 자연스레 내가 배우를 추천하기도 하고 직접 출연도 했다.

심혜정_ 주연배우이자 캐스팅 디렉터였던 셈이지. (웃음) 작업하면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참 소중하고, 공연 소식이 들려오면 자주 보러 간다. 참여하는 작품들이 워낙 좋거든. <82년생 김지영>에서는 김팀장 역할로 활약한 박성연 배우와는 <물구나무 서는 여자>(2015)라는 단편을 같이 찍었다. 몇 해 전 성연 배우가 출연한 연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보러 갔다가 무대에서 딱 애심 선배님을 본 거다. 연극 <애국가-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에서도 너무 멋지셨고. 그때부터 언젠가 꼭 같이 작업할 거라고 마음먹었다.

 

강애심 배우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배우에게 직접 찾아가서 출연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캐스팅한 이유와 연기에서 특별히 기대했던 부분은 뭐였는지 듣고 싶다.

심혜정_ 사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여배우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프러포즈했다. 역할이 작든 크든 처음부터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들에게 연락했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수락해줬다. 말금 씨도 중요도를 떠나서 어쨌든 작은 역이고, 심지어 전국향 선배님은 대사조차 없지 않나. 함께하자고 말하기가 너무 미안하면서도, 지금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아서 어렵게 부탁드렸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남성 캐릭터를 그릴 때나 남배우를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다. 내 잘못으로 캐릭터가 납작하게 보일까 봐 걱정이 컸던 거다. 여성 캐릭터는 화를 내더라도 밑바닥에 깔린 마음이 뭔지, 어떤 감정이 층층이 쌓였는지 알겠거든. 남성 캐릭터를 단순히 나쁘게만, 비난하듯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자연스레 배우와 자주 소통하며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리허설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따로 만나서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심혜정 ⓒ이영진

<욕창>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반영된 작품이고, <동백꽃이 피면>(2017)이나 <아라비아인과 낙타>(2013) 같은 전작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배우들은 어떤 부분에 집중하며 연기했나.

김도영_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아무래도 혜정 언니가 떠올랐다. 지수라는 역할에 언니가 투영되었겠구나 싶은 지점이 보이기도 했고. 다만 연기할 때는 매 장면마다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에 더 집중했다. 예전에 이숙경 감독님의 <어떤 개인 날>(2008)에 출연했을 때는 감독님을 많이 관찰했고, 실제 감독님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근데 혜정 언니는 워낙 가까운 사람인 데다 결이 비슷해선지 그냥 알 거 같더라. 평소에도 서로 일상에 관해 자주 나누거든. 지수가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다 보니 공감하기도 쉬웠다.

강애심_ 촬영하다가 둘이 울었던 거 생각나네.

심혜정_ 그랬지. 우린 너무 눈물이 많아.

강애심_ 지수가 엄마 앞에서 우는 장면이 있다. 그때 둘이 연기하면서 울고, 모니터 보면서 울고 그러더라.

심혜정_ 선배님은 <아라비아인과 낙타>를 보고 나서 어땠나.

강애심_ 영화에 나오는 정씨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분이 지닌 생명력과 적극성, 쾌활한 면모를 보면서 ‘이거구나!’ 싶었지. 감독님이 나한테 특정한 스타일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내 공연을 보면서 에너지에 반했다고 말하기도 했고. 수옥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한 다음에는 나름대로 고민을 거쳤다. 영화에서 지수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들은 앞으로 이 집에 닥칠 일을 걱정하지 않나. 말 그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상황이 될지, 아니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말이다. 그때 수옥의 마음을 상상하다가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꿋꿋하게, 당당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을 계속 품고 연기했다. 촬영은 정말 신나게 했다. 감독님도 늘 웃고.

심혜정_ 이렇게 친애하는 배우들과 작업하다 보니. (웃음)

<욕창>
<욕창>

영화에서 강말금 배우는 유일한 외부인이다. 방문 간호사가 등장하는 순간, 집안을 둘러싼 복잡하고 애매한 공기가 강조된다. 주제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대사를 소화하기도 했다.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가 문제거든요.”

심혜정_ 그 대사가 포스터 문구로 뽑혔잖아. 난 처음에 말금 씨가 등장해서 “안녕하세요, 어르신”이라고 인사할 때도 좋더라.

강말금_ 너무 ‘도를 아십니까?’ 톤이어서. (웃음) 사실 <욕창>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감독님한테 조금이라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배우가 이것도 좀 준비하고 저것도 좀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날 촬영장에 가서 “감독님, 저 이렇게밖에 못 하겠습니다”라고 내놓은 결과가 그 톤이었다.

김도영_ 아직도 말투가 맴돈다. 나도 되게 좋았다.

심혜정_ 기계적 친절함이지. 가족들이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면 좋겠다고 하는데, 딸 입장에서 외부가 위협적이면 엄두를 낼 수가 없지 않나. 간호사는 상냥하되 선은 긋고, 그러면서도 위험해 보이지 않아야 했다. 지수는 숙련된 전문가를 보면서 집보다 밖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말금 씨가 정말 매끈하게 연기해주더라.

 

간호사와 대화하는 주체가 수옥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창식은 옆에서 맞장구를 치는 정도에 그치고, 지수는 침묵한다. 그때 지수는 화가 나고 속상한 상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리적 돌봄의 주체는 아니라는 사실도 명백해진다.

김도영_ 중요한 장면이지. 지수에게는 아버지와 수옥의 관계를 다시 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왜 아빠가 저렇게 아줌마 편을 들지?’ 싶으니까. 기본적으로 지수가 어떤 인물인지 알겠더라. 겉으로는 부족함 없이 잘 사는 듯 보이지만, 안으로는 상처가 곪아가는 거다. 어머니는 돌봐야겠는데 자기 힘으로는 역부족이고, 수옥은 필요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고. 사실 지수가 수옥에게 베푸는 호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나를 대신해서 엄마를 돌보는 사람을 거슬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계산에 가깝다. 동시에 자신이 지위상 수옥보다 위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암시하기도 한다. 상황과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드는 거다.

강애심 ⓒ이영진

수옥은 늘 같은 풍경처럼 보이던 집을 흔들어 놓는 존재다. 길순뿐만 아니라 창식이나 지수와도 대조적인 활기를 지녔다. 큰 눈, 말재주, 부지런한 몸놀림 같은 특징이 눈에 들어오는데, 배우가 본래 지닌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끌어오지 않았나 싶다.

강애심_ 실제 강애심은 되게 게으르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하는데, 조금이라도 싫은 건 죽어도 안 한다. 집에 마냥 퍼져 있고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욕창>은 마음에 드니까 열심히 했겠지. 좋아하면 최선을 다하니까. (웃음)

 

의상과 헤어 등은 어떻게 준비했고 각각 포인트가 뭐였는지 궁금하다.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자 사회적 신분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했는데.

심혜정_ 우선 애심 선배님은 빡빡이였지. (웃음)

강애심_ 촬영 직전에 <가벼운 스님들>이라는 공연을 했다. 비구니 역을 맡고 머리카락을 전부 밀었다. 가발을 쓰고 촬영했는데, 잘 보면 앞머리가 조금씩 올라간 장면이 있다. (웃음)

심혜정_ 사실 배우들에게 늘 미안함이 남는다. 예산 규모가 작다 보니 양해를 구하는 순간이 생기거든. 당시에도 의상을 전부 구입하기는 어려워서 배우들에게 갖고 있는 옷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의상 감독님과 함께 사진을 보면서 고르고, 추가로 필요한 의상이나 소품은 구입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의상 감독님이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인물에 맞게 이미지가 나온 거 같다. 지수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세미정장을 주로 입었고, 수옥은 평범한 실내복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화려한 소품을 더해서 ‘엣지’를 줬다.

강애심_ 춤추는 장면에서 입은 치마는 미술 감독님 옷이다. 그날 즉석에서 갈아입었지?

심혜정_ 맞다, 그때 치마를 준비했는데 촬영해보니 느낌이 안 나는 거다. 수옥이 회전할 때 치마가 차르르 퍼지는 그림을 예상했거든. 어떡하지 싶어서 고민하는데 미술 감독님이 딱 보이더라. 죄송한데 잠깐 치마 좀 빌려달라고 했지. (웃음)

<욕창>

캐릭터 구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인물마다 무엇을 참는지, 왜 폭발하지 않으려고 애쓰는지 들여다보게 되더라.

심혜정_ 동료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김도영_ 극 중 지수의 올케로 나오는 권미아 배우도 함께였다. 미아 배우도 연극을 오래했고 나도 마찬가지다 보니 다들 캐릭터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은 거지.

심혜정_ 희곡을 워낙 많이 본 배우들이니까.

김도영_ 소통을 거듭한 덕분에 혜정 언니가 바랐던 것처럼 인물이 납작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권미아 배우가 연기한 역할도 너무 재밌더라.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피와 살이 된 조언이 있다면.

심혜정_ 아무래도 강창식 캐릭터는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구했다. 내가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웃음)

김도영_ 정말 큰 장점이다. 좋은 건 빨리 흡수하고, 나쁜 건 빨리 버린다.

심혜정_ 나는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서 시나리오를 100퍼센트로 완성한 다음에 짜잔! 하고 나타나는 사람이 아니다. 한 6-70퍼센트만 되면 얘기하고 싶어 죽겠거든. (웃음) 그걸 들고 나와서 친구들을 찾아가는 거지. 대화하다 보면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빠지고 살이 붙어야 할 곳에 붙기 시작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점차 완성도가 올라가는 거 같다. 연기도 비슷하다. 배우들과 리딩하면서 대사를 수정하고 톤을 조절한다. 배우에게 편한 몸짓과 말이 분명히 있거든. 함께 고치고 다듬으며 단단하게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좋아한다.

강말금 ⓒ이영진

김도영, 강애심, 강말금 세 배우의 공통점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디서 저런 귀한 배우를 찾았지?’ 싶을 텐데, 알고 보면 다들 베테랑 무대인이다. 영화를 시작했을 무렵의 고민과 욕구는 뭐였나.

강말금_ <자유연기> 찍던 해에 마음먹고 영화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 단편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결국 그렇게 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이더라. 지금도 영화가 참 어렵거든. 내가 착각하는 걸 수도 있지만, 무대에 설 때는 관객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몸이 안다. 근데 카메라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같은 카메라라도 어떤 감독은 롱테이크로, 또 어떤 영화는 쇼트를 잘게 쪼개서 찍는다. 때마다 어떻게 힘을 분배할지, 카메라와는 어떻게 거리를 조절할지 고민스러운 경우가 많다. <자유연기>나 <찬실이는 복도 많지>처럼 촬영 분량이 많은 작품은 하루 정도 찍다 보면 어느새 편하게 움직이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할 때는 그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조금 더 해봐야겠다 싶다. 2007년에 연극을 시작해서 2012년에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섰으니, 대학로에 이런 배우가 있다고 알려지기까지 5년이 걸린 셈이다. 지금 영화를 시작한지 만 3년 정도가 지났는데, 차분히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김도영_ 배우로서는 아직도 연극배우라고 생각한다. 극을 해석하고 인물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연극에서 많이 경험했다.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생각하고, 그걸 스스로 찾아내며 점점 정교하게 만드니까. 애심 선배님이 말씀하신 대로 순간 사라져버리지만, 그 순간의 즐거움이 어마어마한 거지. 영화에는 클로즈업이 있으니 얼굴이 주는 느낌이 중요다면, 연극에서는 배우가 지닌 에너지 자체가 관객에게 닿는다. 무대에서 에너지를 전부 발화할 때 크나큰 매력을 느낀다. 반면 영화에서는 내가 가진 걸 꺼내 쓰는 기분이 들 때가 잦다. 물론 감독으로서는 영화라는 결과가 남으니 큰 기쁨이지만, <욕창>처럼 배우가 편안하게 개입해서 연기할 수 있는 구조를 이뤄내는 영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강애심_ 연극을 오래, 또 많이 하니까 누구는 묻더라. “영화나 다른 매체는 관심 없으세요?” 왜 관심이 없겠어. 결국 때와 운이 따라줘야 하는 거지. 인연이 좀 늦게 맺어진 감은 있지만. (웃음) 이상하게도 연극에서는 기회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어느 날 선배가 공연을 보러 와서는 갑자기 나한테 그러더라. “내가 한 마디만 충고할게. 그만해.”

심혜정_ 연극을 관두라고?

<자유연기>(2018)

강애심_ 내가 너무 독식한다는 의미였던 거 같아. 예, 하고 넘어가기는 했는데 마음에 남지. 안 그래도 후배들이 농담 삼아 “선배님, 너무 많이 하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 적도 있거든. 내가 남의 것을 뺏어서 한 일도 아니고 할만 해서 한 건데, 지금 상황이 뭘까 싶더라. 그래서 6개월 정도 연극을 안 하고 쉬었더니 나 자신이 잉여인간처럼 느껴졌다. 항상 연습하고 목표를 향해 치달아가는 상태로 살았으니까.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별수 없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더라고. (웃음) 다시 한 번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때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욕창>도 비슷한 시기에 제안이 들어왔다. 영화를 해보니 나름대로 재미는 있는데, 하나 느낀 게 있다. 도영 씨가 말했듯 배우가 자유롭지 못하면 절대 편하게 연기할 수가 없다. 어떤 촬영장에서는 정서적으로 제지당하는 분위기 때문에 연기가 안 나온다. 연극은 배우들끼리 오래 만나고 서로 반응해주며 신뢰를 쌓는다. 순간적으로 흔들려도 극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힘이 있는 거다. 무대에서 관객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도 크고. 근데 영화는 자칫하면 한 큐에 바보가 되겠더라. 촬영장에서 감독이 어떻게 분위기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강말금_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다. 나도 여전히 두려운 게 있다.

강애심_ 결국 감독에게 달린 몫이라는 걸 깨달으니까, 여기서는 스스로 만들어나갈 부분이 적다고 느껴지더라. 그런 두려움이 내 안에 남아 있다. 다행히 <욕창>에서는 긴장감 하나도 없이 너무 즐겁고 편안했지.

심혜정_ 사실 우리 영화에 나온 배우들 전부 엄청나게 노력하는 분들이다. 현장에서도 쉬지 않고 대사를 맞춰보고, 애심 선배님은 재중동포 목소리를 녹음해서 계속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하셨다. 솔직히 선배님이 독식을 하셨다고 해도, 어떻게 그만큼 독식하실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겠다. (웃음)

 

<욕창>과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연출자가 배우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기 연출에서는 어떤 점에 집중하는 편인가.

김도영_ 배우의 힘을 믿는다. 배우가 창조적인 상태에 놓일 때 연기를 잘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심혜정_ 나도 특정 장면을 붙잡고 어떻게 연기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캐릭터가 어떤 심정일지, 여기에서는 왜 더 가지 않고 멈추는지에 관해 계속 의견을 나눈다. 그때 배우들이 하는 말을 잘 주워 먹는 스타일이다. (웃음) 다만 촬영할 때는 별다른 변경 없이 계획한 대로 진행한다. 완전히 열어두고 갈 수는 없는 여건이다 보니, 사전에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만나려고 노력하는 거다. 욕심 같아서는 더 많이 하고 싶다. 도영이가 말한 것처럼 나도 배우의 힘을 믿거든.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영역을 넘어서 배우의 창조성이 발휘되기를 바라는 순간이 있다. 어쨌든 배우를 통해서 인물이 만들어지니까. 좋은 배우들은 현장에서 조성되는 공기를 잘 따라가고, 그때 나오는 감정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더라. 수옥이 춤추는 장면도 시나리오에는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 딱 한 줄이었다. 현장에서 온전히 배우들끼리 이뤄낸 거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연기를 보면 너무 기쁘다. 감동이지.

<욕창>
<82년생 김지영>

근래 여성 창작자가 이끌어온 흐름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캐릭터다. 양적으로도 여성 캐릭터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나이·직업·가족관계·결혼여부 등 다양한 조건을 지닌 여성을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욕창>에는 여성, 이주노동자, 노인처럼 그동안 전형적으로 그려지곤 했던 인물이 중심에 선다.

심혜정_ 일단 내 나이가 많다. 감독마다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게 다르지 않나. 내가 중년 여성으로서 겪고 노년 여성의 곁에서 지켜본 것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내가 잘 아는 이야기, 또 나만 아는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상대적으로 중년 혹은 노년 여성에 주목하는 영화가 많이 없기도 하고. 한편, 이번 작업하며 배우라는 존재를 더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언젠가 도영과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쨌든 미술가는 영상이든 캔버스든 도구를 사용하는데, 배우는 제 몸을 통해 캐릭터를 끌어안고 표현한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매체로 쓰는 예술인 거다. 곁에서 보면서 놀랍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런 배우들과 작업해서 즐거웠고 그만큼 긴장하기도 했다. 나를 들킬까 싶어서. 봐봐, 다들 눈이 저렇게 빛나잖아. (웃음)

강애심_ 유수옥이라는 캐릭터를 딱 받았을 때는 솔직히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처음 들어간 극단에서 나더러 하도 키 작고 못생겼다고 하는 통에 나는 내가 진짜 못난 줄 알았다. 그동안 맡은 캐릭터도 하녀나 요술 할머니, 거북이 등이어서 누군가는 나를 비인간계 전문 배우라고 칭할 정도였다. 그래서 수옥이라는 인물을 보면서도 ‘그렇지 뭐, 내가 무슨 부잣집 마나님을 하겠어?’ 싶었던 거다. <연변엄마>라는 작품에서 이미 재중동포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서 익숙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아라비아인과 낙타>를 보고 이 이야기가 탄생한 배경에 관해 들었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점 인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더라. 개인적으로 최근 많은 여성 감독이 작품을 만들고, 다양한 세대의 여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걸 보면 기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참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들고.

심혜정_ 어떤 면에서?

강애심_ 사실 나는 중년에 접어들며 좋은 역할을 많이 맡았거든. 그러다 보니까 자꾸 중심에 서려는 마음이 생기더라. 더 좋은 역할을 원하고 남보다 가운데 서고 싶은 욕심이 결국 나를 괴롭게 한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면 안 된다고, 이제 뒤에서 받쳐주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해두어야 한다고 여겼지.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던 중인데, 이제 여성 감독이 나오면서 나이 많은 여성 캐릭터가 조금씩 생기는 거다. 운이 좋아도 너무 좋지. 얼마 전에 단편영화를 찍었는데 다섯 자매가 나오거든. 제일 어린 사람이 쉰 살이야. (일동 웃음)

심혜정_ 맞아, 사실 나이든 여자들이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거든.

김도영_ 여성 감독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확실히 그래야 여성 캐릭터가 다양해지고 생생해지는 거 같다.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인데, 여성들은 늘 빤하게 그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감독은 결국 자기 이야기를 먼저 꺼내게 되지 않나. 나와 내 친구, 내 가족과 동료를 둘러보면 사람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이제까지 여성은 한편에 소외되거나 뭉뚱그려졌던 게 사실이다.

강말금_ 여자 감독님들 덕분에 많은 게 달라진다. 애심 선배님도 말씀하셨지만, 실은 나도 오랫동안 할머니 전문배우였다.

심혜정_ 원숭이도 했잖아.

강말금_ 그게 비인간계 쪽이지. (웃음) 난 심혜정 감독님이 쓴 글을 참 좋아한다. 사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감독의 성별이 단순하게 드러나는 글이 아니었거든. 지수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중심은 아니고, 작가가 주인공 편만 들지도 않는다. 아주 강한 사람이 쓴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중에 감독님과 술을 한 잔 하다가 어떤 감독을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마이크 리 감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제야 <비밀과 거짓말>(1996) 같은 작품을 찾아봤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지. <욕창>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지 기대된다. 좋은 글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

심혜정_ 말금 씨가 <욕창> 시나리오 보고 정말 많이 응원해줬다. 열심히 하겠다. (웃음)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긴 시간을 통과했고, 결국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욕창>은 어떤 영화로 기억될 거 같나.

강애심_ 존재는 알았지만 함께 뭔가를 만들어본 적은 없던 사람들과 <욕창>에서 만났다. 영화의 생명력 덕분에 촬영 끝나고 나서도 이렇게 다시 모이고 연결된다. 차츰 친해지는 과정인 거 같고 언젠가 좋은 작품으로 또 만났으면 좋겠다. 내게 <욕창>은 첫 장편이라는 점에서 뜻깊기도 하지만, 촬영장에서 자유롭고 행복했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 이전에도 없었고 어쩌면 이후에도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중한 작품이다.

김도영_ <욕창>은 여러모로 내게 감동이다. 혜정 언니의 첫 장편이라는 것, 거기에 내가 페르소나로 들어가서 역할을 해낸 것 모두 감동스럽다. 어떤 작품에 배우로 계약해서 출연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훨씬 크고 벅찬 마음이다.

강말금_ 나한테 <욕창>은 심혜정이다. 대개 젊은 감독이 데뷔할 때 쓰는 글에는 영화를 공부한 정도가 묻어나는 거 같다. 심 감독님은 그간 살아온 시간과 경험을 갖고 들어왔기에 무게감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작은 역을 맡았는데도 쫑파티며 영화제며 다 초대해주셨다. 단지 감독 대 배우가 아니라, 일종의 공동체라는 느낌으로 계속 같이 한다는 믿음을 줬다. 역시 <욕창>은 심혜정이다! (웃음)

심혜정_ 난 이제 빨리 벗어나야지 싶네. (웃음) 너무나도 만들고 싶은 영화였고, 그만큼 애썼던 작품이다. 관객과 만나는 순간이 기다려지고, 동시에 얼른 새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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