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더불어
<작은 빛> 조민재
글 정지혜 사진 이영진 / Feature / 2020-01-30

돌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외면하지도 않은 채 오직 결연한 마음 하나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풀어낸 단단한 데뷔작 한 편이 도착했다. 2018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독불장군상을 받고 지난해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뉴비전상과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한 조민재 감독의 <작은 빛>이다.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뇌수술을 앞둔 진무(곽진무)는 수술 이후 어쩌면 기억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들을 찾아가 본다. 엄마 숙녀(변중희), 누나 현(김현)과 조카 호선(윤성원), 형 정도(신문성)가 사는 공간을 방문할 때면 진무의 손에는 어김없이 캠코더가 들려있다. 가족들이 진무 앞에 멋쩍게 서면 진무는 카메라를 매개 삼아 조심스레 가족의 지난날을 꺼내 보는 것이다. ‘엄마는 좋았던 때가 언제였나, 누나는 한때 소설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형은 춤을 참 잘도 췄는데….’ 정작 본인조차 잊었던 자신의 지난날이 진무의 질문으로 되살아나고 그들 각자의 아련한 기억과 몸의 감각은 진무의 카메라에 차곡차곡 기록된다. 그럼 또 진무는 이렇게 묻는다. ‘지금 당신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잘살고 있는 것 같은가.’ 진무 그리고 때때로 조카 호선이 장난스럽게 찍은 영상을 보며 이들은 적조한 다른 가족의 일상과 변화를 멀리서나마 가늠해본다. 겨울의 초입에 시작된 진무의 방문과 기록이 하나둘 쌓일 때쯤인 어느 볕 좋은 여름날, 이들 가족은 짧은 해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각자 마음속 원망의 대상이었던 진무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말이다. 어쩌면 <작은 빛>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어정쩡하게 묶인 채 마음의 짐을 떠안고 살아가는 통속의 가족 드라마다. 그 속의 인간 군상도 통속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작은 빛>은 그 통속의 시간이야말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며 세속의 격랑 속에서도 끝내 자신의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심상하지 않음을 자신만의 영화적 리듬으로 설득하고, 끝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그리고 평생 묻고 갈 수도 있었을 아픈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진무의 분투와 용기가 이 영화를 미덥게 한다. 진무의 이야기는 곧 조민재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독의 자전 서사에서 출발한 이 영화로 그는 비로소 자기 자신과 가족을 영화 안팎으로 대면한다. 그를 만나 지난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작은 빛>을 더 정확히 보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노동자로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지금도 건설 쪽 일을 하며 영화를 찍는다.” 조민재 감독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영화감독이라는 호칭이 아직 낯설어서만은 아니다. 작업장과 공사장에서 육체노동을 해 온 지난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음을 언제나 상기한다. 초등학교 때 고향 제주도를 떠나온 조민재 감독은 16살 때부터 공단을 떠돌았다. “공단마다 상황이 상당히 달랐다. 부천이나 안성은 10대나 외국인 불법 채용이 성행했던지라 그 틈에 끼어 나도 그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 스무 살 때는 시화공단에서, 그 후에는 경기도 양촌에 있는 공장에서 일했다.”

영화는 노동과 더불어 그가 삶을 긍정하는 방식 중 하나다. “누군가는 내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트처럼 공장에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진짜 삶은 노동에 있고, 영화를 찍는 건 내 노동을 정리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물론 영화를 정말 사랑하기에 영화를 더 잘 알고 싶은 욕심이 크다.” 노동이 삶의 계기이며 영화는 노동의 연장이라고 말하지만, 조민재 감독이 노동과 영화를 나란히 품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과 최소한의 우회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는 다름 아닌 소설이었고, 그 중에서도 신경숙의 『외딴방』이었다.

“작가가 공장에서 일하면서 글을 썼다는 걸 알고서 어쩌면 나도 다른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때까지 나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글쓰기가 다른 가능성처럼 보이더라.” 어린 나이부터 생계를 짊어졌던 그에게는 마음껏 숨 쉴 자그마한 둥지가 절실했을 것이다. “흙냄새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그는 잠시 공장 일을 쉬며 습작에 몰두하기도 했다. 흠모한 또 다른 작가 김승옥의 소설 속 배경이기도 한 창신동에 작은 방까지 얻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가 토해낸 건 “저주와 분노” 뿐이었다. 응어리진 마음으로 쓴 글은 “자신을 병들게 한다”는 걸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이영진

빛이 된 영화 

다시, 공장 일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체념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제 멍울을 다르게 보는 방식과 방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때 영화가 슬그머니 말을 건네 왔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인 20, 21살 때였다. 일을 마치고 집에서 영화 한 편씩 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그러면서 영화까지는 아니어도 막연히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제작 수업을 찾아 들었고,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서 편집과 그래픽 관련 학원도 다녔다. 심지어 안산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미디액트에서 하는 수업도 들었다. 그러면서 매달 한두 편의 영상 작업을 이어갔다.”

영화를 배울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좋았다. 배우들과 뒤섞여 연기를 배운 적도 있다. <작은 빛>에서 진무 역을 연기한 배우 곽진무를 만난 것도 제 발로 찾아간 영화 비평 소모임에서였다. 영화적 취향은 다르지만 열린 마음과 진지한 태도로 영화를 대하는 점만큼은 똑같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껏 의지했다. 둘도 없는 동료를 그렇게 얻었다. 유별난 열성, 확고한 결심. 일하고, 영화 보고, 글 쓰는 반복의 시간을 견뎌낸 그는 마침내 오랜 숙제를 풀어보자고 마음먹는다. 그게 2016년 2월이었다. 조민재 감독은 맨 먼저 제주도의 아버지 산소부터 찾았다.

“내 안의 이야기를 좀 더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러려면 가족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나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기에 굉장히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이걸 내가 잘 해내면 뭔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영화가 내게 꼭 필요했다.” 한 달여 만에 <작은 빛>의 초고가 완성됐을 때 그는 제일 먼저 곽진무를 찾아갔다. 주변에서 다들 고개를 저을 때 유일하게 “같이 고민해보자”며 머리를 맞대준 친구였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생각을 이어가며 초고를, 진무와 그 가족의 상황을 구체화했다. <작은 빛>의 각본 크레디트에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가게 된 이유다.

<작은 빛>

이야기를 다듬으면서 더 분명해진 것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괴리감을 크게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내 삶을 대변해주지 않는구나. 실제 내 삶과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이미지의 나열이나 자극과 욕심으로 가득 찬 영화를 처음부터 경계했다.” 단지 의도나 원칙의 문제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영화로 다짐을 실현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화 속 진무처럼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고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을 만나면서 <작은 빛>의 얼개와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애초 초고에서 진무는 사진사였고, 아버지 묘 이장이 이야기의 중심이었지만, 가족을 만난 뒤로 수정이 불가피했다.

“가족 중에서 내가 직장 생활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그래선지 이전까지는 막내인 내 눈엔 형과 누나가 마냥 아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실제로 만나 보니 다들 각자 삶의 터전을 마련했더라. 그걸 지켜보면서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서운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들 각자의 공간을, 지난 시간을 버텨낸 그들을 이 영화 안에 어떻게든 그려보고 싶어졌다. 지금 이들의 삶을 정확히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낼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졌다.” 조민재 감독의 실제 가족사가 영화에 적지 않게 포개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가족과의 만남으로 영화 형식도 뒤따라 변화했다. “처음엔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카메라가 운동성 있게 움직이고 극 중간마다 스틸 사진이 툭툭 들어가는 식이었다. 진무를 사진사로 설정했기에 포토샵으로 가족들 사진을 합성하고 정장 입은 진무에게 아버지의 옛 얼굴을 합치는 걸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가족들을 만나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현재의 그들 삶은 생동감이 넘친다기보다는 고여 있는 시간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들의 현재 시간을 캠코더로 찍어서 운동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전적인 영화에 더 어울려 보였다.”

<작은 빛>

기어이 찍어야 했던 시간 

<작은 빛>의 독특한 리듬과 운동은 영화 중간에 삽입된 캠코더 영상의 다른 질감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그 이질적 영상들이 어느 시점에 어떤 이유로 들어가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영화의 캠코더 영상은 일종의 플래시백처럼 기능한다. 과거 한순간이 갑작스럽게 개입해 들어오는 것 같은 구조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영화를 찍는 내내 ‘플래시백, 플래시백’을 되뇌었다.” 이는 특정 장면의 효과로 한정되지 않는다. “숙녀의 집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건 진무가 아버지의 카메라 셔터를 눌러서라기보다는 먼 옛날 아버지가 카메라로 뭔가를 찍으면서 터져 나온 빛이 아닐까.”

시간의 변칙적인 개입, 그 중에서 조민재 감독이 각별히 여기는 장면이 있다. “극 중에서 진무가 보는 가족사진은 실제 내 가족사진이다. 오랜만에 만난 형이 아버지 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아버지 얼굴을 10여 년 만에 처음 봤다. 사진을 보는데 아버지가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영화에도 과거가 현재로 날아오는 듯한 느낌으로 컷을 배치했다. 내가 직접 사진을 넘겼고 그걸 캠코더로 찍었다.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가 영화에 드러나는 셈이다.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고, 그걸 찍은 뒤에야 이 영화를 정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작은 빛>에서 진무는 어머니의 채근에 아버지의 양복을 꺼내 입는다. 캠코더 앞에 앉은 그는 외면하고 침묵했던 아버지에 관해 입을 뗀다. 폭력을 행사한 아버지, 가족을 파괴한 아버지, 만약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아들은 뭐라 물을 것인가, 아들의 추궁에 아버지는 뭐라 답할 것인가. “<작은 빛>으로 아버지에 관해서, 더 정확히는 그의 죽음에 관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말해야만 한다는 것, 막막하고 난처한 이 상황은 조민재 감독에겐 한편으론 끔찍하고 가혹한 일이었다.

ⓒ이영진

“돌아가시기 며칠 전 아버지가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나를 제주의 숲속으로 데려가 해준 말(아마도 유언)이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누나에게 ‘아버지가 어디 가나 봐’라고 했다. 그날 일이 모두 꿈처럼 느껴지는데, 몇 가지 말들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때 아버지에게 ‘죽지 말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더더욱 아버지가 미웠다. 나는 노동자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생활이 지옥 같을 때도 많았다.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원망이 쌓였고 그 화살은 전부 아버지로 향했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너한테는 잘해줬다’고 하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

쉽지 않은 촬영을 앞두고 이번에도 곽진무가 큰 힘이 돼줬다. “사실 진무 형도 나와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 같았던 내 마음을 다 알더라. 그 장면을 찍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형이 정말 잘 버텨줬다.” 내밀한 맨살을 드러내며 완성한 영화였지만 가편집본을 본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고 넘어야 할 벽이 상당히 크고 단단하다는 걸 느끼며 자신감을 잃었다.” 2018년 2월, 그는 그간 함께해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작은 빛>의 상영회를 열었고 그것으로 이 영화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그때 뜻밖의 만남이 <작은 빛>의 불씨를 되살렸다. 김동령, 박경태 감독이 연출한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2019)에 옷 만드는 작업자로 잠깐 등장한 조민재 감독의 어머니가 이 영화의 배급사인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에게 <작은 빛>이라는 영화를 한 번 봐줄 것을 청한 것이다. 영화의 가능성을 본 김 대표가 엔딩 신까지 잘 마무리한다면 배급하겠다는 피드백을 준 것이다. 준비해뒀던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를 추려 조민재는 가족들이 아버지 산소를 찾고 진무가 직접 아버지의 유골을 수습하는 엔딩을 찍으며 그제야 진짜 <작은 빛>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은 빛>

도망칠 수 없다  

“진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으로 끝맺고 싶었다. 이장 장면은 노동 현장에서 일하며 만났던 어느 장년 노동자의 경험을 옮겨온 것이다. ‘부모님 이장은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더라’는 말씀을 듣고 정말 크게 공감했다. 이장은 버티고 있던 기억을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의미가 크다. 아버지 유골을 가리지 않고 정확히 보여주는 것을 두고도 이견이 많았지만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모든 게 온전히 내가, 영화 속 진무가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 물론 그 순간, 진무의 곁에는 가족들이 있다. 모두가 그 순간을 지켜봐 주는 것이다.”

<작은 빛>이 만든 놀라운 변화도 있다. “영화를 찍고 나서 가족들끼리 가까워졌다. 가족들 모두 영화를 봤는데 하나 같이 ‘돈은 못 벌겠다’고 하더라. (웃음) 얼마 전, 누나의 임신 소식도 들었고 어머니도 형과 연락하며 지낸다. 신기한 변화다.” <작은 빛>에 자신의 많은 걸 쏟아 부은 조민재의 다음 이야기는 무엇이 될까. “가족 이야기는 다시 못하겠다. 뭔가 내 안에 있던 게 쑥 빠져나가 버린 것 같다. 이제는 노동 영화를 찍고 싶다. 노동의 가치, 노동하며 버텨온 사람의 가치. 내가 생각하는 노동은 제 몸을 갈아 넣어 소진되는 쇠락한 몸과 관련된다. 그런 몸의 운동성을 영화에 담고 싶다.”

조민재 감독은 최근 <작은 빛>의 제작자인 이나연 감독(<못, 함께하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과 <실>을 공동연출했다. 그의 어머니가 직접 출연하는 노동 관련 단편이다. “언젠가는 더 정확한 영화적 언어로 노동 영화를 만들겠다.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켄 로치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영국의 노동 시스템이 한국의 그것을 완벽히 대변해주는 게 아닐 테니까. 내가 노동자로서 겪은 것, 내 주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려야지.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터에서 부지런히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 뭐든 급하게 하고 싶지 않다.”

구체적으로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작은 빛>이 공개되고 개봉한 이후 조민재 감독은 여러 곳으로부터 함께 작업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있는 듯했다. 신인 감독으로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조민재 감독은 잘라 말한다. 자기중심을 잡아나가겠다고 거듭해서 말한다. 작업의 규모나 방식에 있어서 불필요하게 몸집을 불리지 않고 언제나 그랬듯이 가뿐히 움직여나갈 계획이다. 치열하게 노동하며, 오랫동안 영화를 사랑하려면, 그게 최선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안다. <작은 빛>이 일러준 더없이 소중한 비밀이다.

ⓒ이영진

 

조민재 감독이 나누고 싶은 영화  

고전 영화부터 B급 영화까지 영화 보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저돌적인 조민재 감독. 그는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영화에 빠져 있을까. “<비디오드롬>(1983), <플라이>(1986) 등을 만들던 시절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영화, 짐 자무시의 초기작들이 먼저 생각난다. 궁금한 감독이 생기면 그의 과거 작품부터 훑는 편이다.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감독들도 어느 순간 자신이 쌓아온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넘어갈 때가 있더라. 그럴 때 관객의 입장에서는 계속 지지할 것이냐 여부를 두고 고민되기도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나름 자기 탈피를 거듭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근래 본 한국영화 중에는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 날>(2008)이 참 좋았다. 영화가 인물의 산책을 조급함 없이 뒤따르며 지켜봐 주고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영화 속 인물의 구체적인 삶의 내음까지 깊이 느끼게 한다. 좋은 영화는 감춰두고 혼자 보는데 이 영화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질 만큼 내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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