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1일,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해온 부산의 국도예술관이 휴관에 들어갔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폐관이라고 말했다.) <잔인한 계절>(2010), <깨어난 침묵>(2016)으로 환경미화원과 생탁 노동자 이야기를, <밀양전>(2013), <밀양 아리랑>(2014), <소성리>(2018)로 밀양 송전탑과 사드 배치 반대 투쟁에 나선 여성들을 주목해온 감독 박배일은 국도예술관의 열정적인 관객이었다. 그는 특별한 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어떤 긴급함과 다급함을 느낀 듯하다. 박배일은 마지막 상영을 준비하는 국도예술관의 상영 활동가와 관객, 극장의 이곳저곳을 기록해 나간다. <라스트 씬>(2019)의 시작이었다.
<라스트 씬>에서도 그간 박배일이 즐겨 사용해온 인터뷰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인터뷰와 이미지 사이의 구성적 격차로 미학적 시도를 거듭하던 연출자로서의 야심은 뒷전으로 미뤄둔다. 카메라는 상영 활동가들이 오랫동안 반복해 익힌 업무를 보여주고, 그들의 동선을 따르면서 알게 되거나 듣게 된 것들을 적극적으로 담아낸다. 상영 활동가들은 카메라 너머의 감독을 믿음직한 동료 혹은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친구처럼 대하는데, 이는 극장을 매개로 맺어온 관계의 역사 덕분에 가능한 상황이고, 장면일 것이다. 영화는 다른 지역 독립예술극장들의 형편과 사정도 함께 전한다. 2016년 2월 29일 잠정 폐관한 강릉의 독립예술극장 신영부터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서울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그리고 1935년 개관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쇠락한 광주극장까지. 극장의 풍경 위로 각 극장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이 공간의 의미와 역사, 개인적 경험 등을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전하는데, 이들의 발언에 <라스트 씬>의 진의가 담겨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관객을 향한 복잡한 심경, 애증의 감정이다. “(극장이 문을 닫는다고 했을 때) 관객이 나보다 더 섭섭하고 억울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더 억울해하는 것 같다. 이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슬픈 것과는 다른 거 같다.” 대개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운영의 어려움에 관해 언급할 때 정부 기관을 문제 삼는데, <라스트 씬>은 외려 “수동적인 관객”의 무관심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발언을 경청한다. “내가 가진 무기는 관객”이라고 여겼던 극장 활동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독립영화전용관, 영원히 있어주세요’라고 하는데 왜 그런 분들이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가.” 관객을 향한 이들의 항변 앞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사명도, 그간 애썼고 고생했다는 위로도, 극장을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는 마음도 무색하고 무용하다.
<라스트 씬>이 2017년 3월에 재개관한 신영극장에 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극장 문이 다시 열렸다는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극장 문이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는 점이다. <라스트 씬>에는 ‘다시 만나자’는 기약과 ‘다시 만났다’는 안도 보다 매번 ‘라스트’가 될지 모른다는 회의와 피로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상영 활동가와 관객, 창작자는 어떤 형태의 상영 공간을 새로이 상상하고 만들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이렇다 할 출구를 모색하지는 못했으나 <라스트 씬>은 또 다른 접점이 돼 줄 것이다. 일반적인 극장 개봉이 아니라 박배일은 그가 속한 제작 공동체 오지필름, 국도의 프로그래머와 함께 <라스트 씬>을 들고 전국의 독립영화예술관을 직접 찾아가는 상영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관객들에게 함께 극장의 미래를 얘기해보자고 제안하는 이 적극적 실천은 영화감독이자 미디어 활동가로서 영화의 쓸모를 고심하는 박배일 다운 시도다.

라스트 씬 Last Scene 제작 오지필름, 국도예술관 감독 박배일 배급 시네마달 제작연도 2018년 상영시간 90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2019년 12월 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