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왕성에 가다
SIFF 2019 <여름날> 오정석
글 차한비 사진 이영진 / Feature / 2019-11-29

<여름날>(연출 오정석, 2019)은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간이 세지 않아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음식 같다. 영화는 이렇다 할 사건이나 구태여 의미를 부여할 만한 장식 없이 천천히 흘러가는데, 덕분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시간이 주어진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거제도로 내려온 승희(김유라)는 엄마의 흔적이 남은 컨테이너에 머물며 한여름을 보낸다. 영화는 승희의 과거와 감정을 파헤치는 대신 한자리에 멈추어 가만히 바라보는 쪽을 선택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무슨 일 때문에 내려왔느냐며 채근하고 삼촌은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올라가라고 조언하지만, 승희는 대답을 얼버무린 채 그저 낮과 밤을 오가며 서성인다. 카메라 또한 승희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움직이며 거리를 유지한다. 승희는 할머니의 밭일을 돕고 이따금 홀로 낚시를 나가며, 낯선 이와 함께 산에 오르기도 한다. 다만 이 모든 일상과 우연은 고요하게 만났다가 억지 없이 헤어지는 과정이기에,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멀리서 지켜본 풍경으로 담긴다. 조선소가 보이는 넓은 바다와 녹음이 우거진 숲을 따라가다 보면, 울지 않지만 무너진 마음이 보인다. 결국 승희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외로운지, 상실에서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짐작할 수 있다. 오정석 감독의 첫 장편 <여름날>은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경쟁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한다.

 

 

첫 상영 축하한다. 올해 영화제에서 공개되며 호평받은 <흩어진 밤>(연출 김솔‧이지형, 2019), <에듀케이션>(연출 김덕중, 2019), <남매의 여름밤>(연출 윤단비, 2019)에 이어 <여름날>까지 전부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이더라. 모두 장편 데뷔작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동기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축하하며 독려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만들었고 과정을 지켜본 사이이다 보니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에듀케이션>의 경우 촬영감독으로 함께하기도 했다. 사실 상반기에 영화제 상영 기회가 없어서 ‘내 작품은 아닌가 보다’ 싶었는데, 연말에 좋은 자리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여름날>

시나리오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미리 계획하지 않은 상황도 그대로 담은 듯 보이고, 대사 역시 현장에서 만들어간 부분이 있겠다고 예상했다.

시나리오 없이 찍었다. (웃음) 원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지원에 응시했는데 탈락했다. 이미 안 된다고 평가받은 느낌이라서 그때 시나리오로 작업할 마음이 안 생기더라. 한편으로는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 온전히 구현해내기는 어렵지 않나. 배우를 만나면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부분이 또 생기니까. 이번에는 구체적인 대사는 비운 채, 구성안 정도만 짜놓고 촬영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이나 상황 설정은 짚어주었지만, 대사와 대화 호흡은 배우가 직접 만들어낸 부분이 크다. 프리 단계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현장에서도 토론하는 과정이 길었다.

 

배우의 역량이 중요했던 작품이다. 어떻게 만났나.

거제 청년으로 나오는 김록경 배우와는 이전에 단편 <출장>(2016)을 같이 작업한 경험이 있다. 김진홍 배우와 이진서 배우는 거제도에서 활동하는 극단 예도 배우들이다. 그곳에서 연극을 본 다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연을 부탁했다. 주인공 승희 역의 김유라 배우만 오디션을 통해 찾았다. 작업 성격과 방향이 결정된 다음이었기 때문에, 오디션에서도 연기를 테스트한다기보다는 배우가 지닌 본래 모습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가 살아온 과정이랄까, 실제 인생에서 경험했던 순간을 영화에 반영하고 싶었다.

<여름날>

그럼 오디션에서 최소 요건은 무엇이었나.

거제도가 배경이기 때문에 사투리가 가능한 경남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을 내자면 경남 출신인데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래야 좀 더 승희라는 인물을 가깝게 느끼며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김유라 배우를 만났고, 처음 만났을 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이미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어…” 하며 말을 고르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표정이나 어조가 승희와 어울렸다. 김유라 배우는 연기를 못하는 사람처럼 비춰질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즉흥적으로 대사를 이어가다 보니 실제 말투나 습관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 본인 입장에서는 매끄럽지 않아 보이면 어쩌나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실제로 대화할 때 모든 말에 준비된 상태일 수 없으니, 말을 멈추고 삼키기도 하지 않나.

 

승희 할머니나 낚시가게 주인 등은 배우가 아니라, 원래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맞다. 분식집 아주머니도 그렇고. (웃음) 할머니는 실제 내 외할머니이고, 삼촌이나 고등학교 동창처럼 그전부터 알던 분들이 많이 출연한다. 애초 계획으로는 할머니가 아니라 할아버지를 등장시키려고 했다. 오래 편찮으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카메라에 담고 싶었거든. 영화에서 승희와 거제 청년이 방문하는 폐왕성도 할아버지가 생전에 나를 데려갔던 곳이다. 할아버지는 촬영을 한 달 앞두고 돌아가셨다.

ⓒ이영진

촬영은 전부 거제도에서 진행했나. 가족이 출연한 걸 보니 고향인 듯한데, 왜 그곳에 끌렸는지 궁금하다.

9회차 모두 거제도에서 촬영했다. 가족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불합격’의 순간에 떠오르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몇 해 전에 거제도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와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는데 한 차례 떨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고 더는 의지할 데가 없는 느낌이더라. 부모님 뵙기도 죄송하고, 딱히 비빌 구석도 없어서 막막했다. 결국 시나리오를 쓴다는 핑계를 대며 거제도로 내려갔다. 영화에 나오는 집이 할머니와 삼촌이 사는 곳인데, 당시 실제 밭 한가운데 컨테이너가 지어졌다.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사는 동안 나로서는 치유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결국 추가합격으로 대학원에 붙고 나서 그 공간을 떠났다가, 이번에 제작지원에 탈락했을 때 다시 거제도가 떠오르더라. 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시기, 그때 그곳에 머물렀던 날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거제라는 섬, 승희가 생활하는 컨테이너, 폐왕성(廢王城)이라고 불리는 둔덕기성 모두 고립을 가리키는 공간이다.

사실 거제도 자체가 유배의 땅 아닌가. (웃음) 특히 폐왕성은 말 그대로 폐위된 왕이 갇혀 지내던 곳인데, 거기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그렇게 근사할 수가 없다. 내 상황과 맞물리며 이상하게 정서가 통하는 느낌이었고, 승희도 비슷하리라 여겼다. 가족에게라도 잠시 기대보려고 내려왔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거다. 인물의 현재 처지가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바랐다.

<여름날>

전반적으로 인물보다 공간과 풍경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클로즈업은 물론 바스트 샷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반면, 집 안에 있는 인물을 보여줄 때조차 창밖의 나무를 한 화면에 담더라.

공간은 장면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었고, 영화를 준비할 때도 공간이 먼저 떠올랐다. 세상에 없는 공간을 상상하기보다는, 실제로 잘 아는 공간을 쭉 늘어놓고 여기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갈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오래 찍은 장면 중에 승희가 논둑을 걸어가는 장면이 있다. 푸른 논을 지나면 바다가 펼쳐지고, 바다 한쪽에는 조선소가 들어선 풍경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모호한 경계처럼 느껴졌는데, 그 사이에서 어디론가 걸어가는 인물을 담을 때 풍경 자체가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을 직접 했다. 카메라는 대개 일정 간격을 둔 채 고정되어 있는데 어떤 의도였나.

카메라가 인물에 가까이 다가가서 감정을 이해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거리를 두며 지켜보게끔 만들고 싶었다. 승희는 울거나 소 리 지르지 않는다. 실제로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매순간 슬퍼하고 괴로워하지는 않지 않나. 일상에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감정을 담아내기를 원했고, 멀리 떨어져서 볼 때 오히려 그가 지닌 감정에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배우들이 대사뿐만 아니라 움직임 역시 즉흥적으로 소화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카메라는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위치를 잡았던 이유도 있다.

<여름날>

승희가 편의점에서 식사할 때 카메라는 전에 없이 움직이고 흔들린다. 말하자면 원칙에 어긋나는 장면인데 드러내지 않고 사용한 이유가 있나.

되게 고민했던 부분이다. 편집을 포함한 후반 작업 과정에서 한경훈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선생님께서 현재 장면을 제안하셨다. 이어지는 장면을 고려할 때, 카메라가 거칠게 흔들리는 느낌이 승희를 더 선명하게 반영한다는 의견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촬영 실수처럼 느껴지는 장면이라 쓰고 싶지 않았고, 사실 카메라 워킹이 더 나은 장면이 따로 있기도 했다. 그 장면을 놓고 선생님과 꽤 오래 옥신각신했다. (웃음) 계속 들여다보니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어느 순간 나 역시 화면이 주는 느낌에 동의할 수 있겠더라. 무척 길게 찍은 장면인데, 나중에 봤을 때는 그 시간 자체가 중요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도 인상 깊었다. 삼촌이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고향생각’과 엔딩에 삽입한 이랑의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정한 곡인가.

색소폰 연주는 구성안을 보여주었을 때 배우들도 무척 궁금해 하던 장면이다. 내가 컨테이너에서 살던 시절에 종종 삼촌이 부는 색소폰 소리를 듣고는 했다. 시골 풍경과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묘한 음악이었는데, 오두막에 누워 가만히 듣다 보면 조용한 동네에 울려 퍼지는 연주 소리가 괜히 울적하게 느껴지더라. 그때 생각이 나서 영화에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는 삼촌이 부르는 색소폰 소리를 녹음해서 영화에 삽입했다. 엔딩 곡은 저작권료 문제로 몇 차례 변경한 끝에 겨우 정했다. 듣는 순간 마음에 들었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제목도 영화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평범한 사람이 나는 좋아요. 지나가는 길에 그 집에 들어가 보고 싶어요.”라는 마지막 가사가 극 중 승희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영진

전작을 살펴보니 대개 부산을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왔더라. 영화는 어떻게 시작했나.

10대 시절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주 갔는데, 그때 어떤 영화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 (웃음) 집에 가서 부모님께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무슨 말이냐면서 “너처럼 공부 못하는 애는 힘들어”라는 거다. 눈앞에서 안 된다는 소리를 듣자 오기가 생기더라. 열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에 자리 잡은 무언가를 풀어내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다. 나를 표현할 방법과 창구를 찾다가 영화를 발견했던 셈이다. 내성적인 편이라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나를 드러내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터뷰를 하며 이렇게 눈을 맞추기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다. (웃음) 부모님이 “너 같은 아이는 힘들어”라고 말씀하신 배경에는 성적보다도 성격이 크지 않았을까.

맞다. 부모님이 생각하기에 감독은 촬영장에서 여러 사람을 지휘하는 리더인데, 나는 통솔력 있는 타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아시니까. 이번에도 촬영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너 말고 피디가 감독인 것 같다”고 하시더라. (웃음) 실제로 현장을 어려워하는 쪽이기는 하다. 특히 배우에게 뭔가를 요구하기가 참 쉽지 않더라. 주로 전미연 피디가 대신 악역을 맡는데, 워낙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사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준다. 서로 좋고 나쁨을 보는 눈도 비슷하다. 이번 현장에서는 오케이나 엔지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가 아쉬웠어도 일단 내색하지 않았는데, 내가 괜찮다고 하면 피디가 슬쩍 다가와서 진짜 괜찮은 거 맞느냐고 되묻더라. (웃음) 자기가 보기에는 다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피디가 중간에서 배우와 소통해준 덕분에 아쉬움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여름날>

장편 데뷔작을 공개한 시점에서 과거 작업을 되돌아본다면.

전작마다 계속 이전 작품과 다르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던 편이다. <사랑에 관한 비디오>(2013)를 만들었을 때 잔잔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리드미컬하고 박자가 빠른 영화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역전>(2015)을 구상했고, <출장>(2016)을 만들 때는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에 관해 고민했다. 첫 장편인 <여름날>은 앞서 말했듯 기존에 영화를 만들기 위해 꼭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에서 벗어나며, 현장에서 우연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했던 작업이다. 솔직히 현장에서 이렇게 재밌던 적은 처음이다. 상상하고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장면이 계속 나오다 보니 긴장하기도 했지만 즐거움이 훨씬 크더라.

 

앞으로도 비슷한 실험을 지속해나갈 계획인가.

사실 <여름날> 같은 영화는 이런 방식으로만 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는 스태프와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했던 이번 작업에서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규모를 키우기에는 어렵다는 판단도 확실히 들었다. 서로 잘 알고 이해하는 소수 제작진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다. 내년에 부산에서 새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인데, 아마도 <여름날>과는 다른 결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여름날>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인가.

허진호 감독을 좋아한다. 특히 <봄날은 간다>(2001)와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여러 번 봤다. 사랑이 고파선지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멜로영화를 봤다. (웃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도 매력적이다.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화 리듬과 호흡이 자연스러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무척 다르긴 한데 홍상수 감독과 다르덴 형제의 작품도 좋아한다. 압축적이고 시적인 영화를 볼 때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들의 작품을 볼 때 가장 탐나는 재능은?

역시 홍상수 감독의 연출력. (웃음) 어떻게 하면 영화를 저렇게 뚝딱 만들어낼까 싶다. 재밌고, 재치 있고, 제목마저 잘 짓는다. 타고난 사람 같아서 부럽다.

 

<여름날>이라는 제목은 정말 어렵게 지은 느낌이다. 단순해 보일수록 돌고 돌아온 경우가 많더라.

맞다. 제목을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주변 반응이 늘 미지근했다. (웃음) 처음엔 가제로 ‘거제 집’이라고 했다가 다들 별로라고 해서 바꾸고 바꾼 끝에 최종적으로 <여름날>이 되었다. 주인공 이름인 ‘승희’나 엔딩에 삽입된 노래 제목 ‘평범한 사람’을 빌려와서 쓸까 싶기도 했다. 영화를 본 유운성 평론가에게 물었더니 ‘여름날’도 괜찮다며 “연작으로 가을날, 겨울날, 봄날 쭉 만들면 되겠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말 그렇게 찍을지는 모르겠지만 속으로 ‘나쁘지 않은데?’ 싶더라. (웃음)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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