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오로라가
BIFF 2019 <초미의 관심사> 남연우
글 정지혜 사진 이영진 / Feature / 2019-10-02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에서 처음 공개되는 배우 겸 감독 남연우의 두 번째 장편 <초미의 관심사>(2019)는 제목 그대로, 놓치면 안 될 올해의 유쾌한 가족 드라마다. 일단,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모녀가 등장한다. 성질부터 내고 보는 철부지 엄마와 그런 엄마를 쌀쌀맞게 대하면서도 실은 마음으로 품을 줄 아는 딸. 이들은 꽤 오랫동안 각자의 삶을 산 듯하다. 그런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딱 붙어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모녀의 막내딸 혹은 동생이 종적을 감췄기 때문. 실종인가? 사고인가? 아니면 돈이라도 갖고 튄 것인가? 

모녀는 이태원 보광동 일대를 누비며 예기치 않게 이태원 사람들을 만난다. 그사이 영화는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볍게 뛰어넘고 신나게 허문다. <초미의 관심사>는 로드무비와 코믹 소동극을 거쳐 임시적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잠깐의 하모니에까지 이른다. 푼수기 가득하고 귀여운 엄마 역은 배우 조민수가, 실력파 뮤지션으로 자립해 사는 딸은 실제 뮤지션이기도 한 치타(김은영)가 연기한다. 이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올해 한국영화 속 최고의 케미스트리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배우로 데뷔한 치타는 직접 만든 곡을 극 중에서 노래하는 데 퍽 인상적이다.

 

 

장편 연출 데뷔작 <분장>(2016) 이후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서 선정된 <내 나이 열네 살>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 그러다 방향을 틀어 <초미의 관심사>로 두 번째 장편을 빠르게 완성했는데 어떻게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내 나이 열네 살>의 시나리오를 직접 써서 완성까지 한 상태였다. 누명으로 성장이 멈춘 14살 소년을 위로하는 이야기인데, 노숙이나 누명과 같은 내용 때문인지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쯤 치타 씨의 소속사인 C9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영화 연출을 제안받았다. 치타 씨가 랩퍼로 잘 알려졌지만 실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고 싶어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 큰 사고가 났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노래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랩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다.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이 돼 노래를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런 사연을 바탕으로 치타 씨가 4곡을 만들었다. 이 노래를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일까를 고민하다가 자연스레 영화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C9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분장>을 본 몇 안 되는 관객 중 한 분이셨다. (웃음) 치타 씨가 쓴 곡의 가사가 편견과 색안경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분장> 역시 그런 내용이다 보니 미팅을 하자고 한 것 같다. 사실 연출을 할 생각보다는 배우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내가 힙합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치타 씨는 잘 모르는 아티스트였다. 그런데 치타 씨가 출연한 영상 등을 찾아보니 연기를 잘 해낼 거 같았고 재능도 많아 보였다. 그렇게 미팅한 다음에 곧바로 진행됐다.

 

시나리오조차 없는 상태로 뛰어든 건데.

그렇다. 일종의 기획 영화다. 강현주 작가님을 섭외해 각본 작업을 하고 내가 각색에 참여했다. 올해 1월쯤 시나리오가 나왔고 3월부터 한 달여간 15회 차로 촬영했다.

 

<레이디>를 비롯해 영화에 나오는 치타 씨가 만든 곡이 시나리오를 써나가는데 모티프가 됐겠다.

편견에 관한 내용의 곡들을 어떻게 녹일까 고민하다가 편견 속에서 살았을 모녀 이야기를 떠올렸다. 제작사인 레진스튜디오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줬다. 하루 동안, 이 모녀가 함께 지낸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져야 재밌을까를 생각했다. 이 모녀는 서로 잘 만나지 않던 사이였는데 누군가로 인해서 둘이 붙어 다니면 좋겠더라. 그렇게 막내딸 혹은 동생 역할이 투입됐다.

<초미의 관심사>

<분장> 때도 그렇고 인물, 캐릭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개성 넘치는 모녀다.

조민수 선배와 치타 씨의 아이디어가 정말 많이 반영됐다. 조민수 선배가 엄마가 딸 같고, 딸이 엄마 같으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그게 정말 좋아서 그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치타 씨는 대본 쓸 때부터 극 중 딸이라면 이런 말을 하고 이런 말투를 쓰지 않겠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줬다.

 

시나리오 완성 이전에 치타 씨뿐만 아니라 조민수 배우도 캐스팅이 완료됐던 모양이다.

조민수 선배는 <분장>이 처음 공개됐던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올해의 배우상’의 심사위원이었다. 그때 선배와 첫 인연을 맺었다. 캐스팅 과정에서는 제작사인 레진스튜디오 대표님과 조민수 선배가 인연이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조민수 선배가 평소에 아티스트 치타에 호감을 느끼고 계셨다고 하더라.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이 될 거 같다며 합류를 결정해주셨다. 나로서는 그저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무명 감독의 영화에, 연기 경험이 없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을 조민수 선배의 어깨가 무거웠을 텐데. 그런 내색 하나 없이 촬영 때도 어찌나 파이팅이 넘치시던지. 큰 힘이 됐다.

 

조민수 배우가 <분장>을 보고 해 준 이야기가 있었나.

연기에 관해 말해주셨다. ‘좋았다, 또 가능성도 있다. 다만 마지막 부분의 연기가 좀 아쉬웠다’고. 그래도 다행히 흥미롭게 보셨다고 하셨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 같이 작업하지는 않으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웃음)

 

치타 씨는 연기가 처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역할을 소화하더라. 신인 배우의 발견이랄까. (웃음)

감사한 일이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짧게 연기하는 것만 봐도 연기를 잘할 거 같았다. 나의 바람이 있다면 <초미의 관심사>가 개봉한 후에 그해 연말 시상식 등에서 치타 씨가 올해의 신인배우 후보에 오르는 거다.

<초미의 관심사>

배우로서 봤을 때 어떤 면을 긍정적으로 봤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연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배우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다.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부분도 있다.

 

연기에 관해 조언하거나 디렉션을 준 게 있다면.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이런 감정 상태에 있는 인물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지를 고민해달라고 했다. 예컨대 ‘슬프다, 짜증 난다’와 같은 감정이라면 그걸 표현하려고 하지 말고 이 인물이 슬픈데 그럼 어떤 생각을 할까, 짜증이 나는데 지금 어떤 상황일까를 계속 생각해보는 거다. 치타 씨가 그 작업을 잘 해줘서 영화 속 딸이 만족스럽게 나온 거 같다.

 

본인도 연기할 때 그런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읽고 준비하나.

그렇다. 생각을 계속해보고 직접 대사를 만들어서 속으로 되뇌어 보거나 직접 써본다.

 

조민수 배우, 치타 씨의 아이디어가 각각 어떻게 영화 속 모녀 캐릭터에 들어갔는지 좀 더 들어보고 싶다.

실제로 치타 씨가 어머니와 둘이서 사는데 엄마와의 갈등이나 오해로 짜증이 나고 서로 안 볼 거처럼 하다가도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며 그런 일상을 영화에 녹이면 좋겠다고 얘기해줬다. 말투나 대사 같은 것도 많이 들어왔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전혀 다른 인물을 구축하기보다는 최대한 배우들이 갖고 있거나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가는 쪽을 택했다. 조민수 선배는 그간 연기한 인물들이 워낙 센 이미지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소녀 같고 여리고 장난기도 많으시더라. 또 워낙 경험이 많은 분이니까 내가 어떻게든 엄마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선배가 그 이상을 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선배님이 합류하신다고 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연출자로서는 어떤 방식으로 배우와 소통했나.

디렉팅이라고 할 게 없다. 시나리오 리딩 날, ‘아,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확신이 들었다. 두 분이 한 앵글에 담기는 걸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엄마와 딸을 비롯해 배우들 모두 내가 생각하는 큰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또 다르게 연기한다고 해도 나는 그런 게 더 좋은 결과를 낸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더 자유롭게 진행하면 좋겠다 싶었다.

<초미의 관심사>

이태원, 보광동 일대가 영화의 주 무대다. 이때 이태원, 보광동은 단순히 공간적 배경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공간 고유의 특징인 다양한 국적, 인종, 직업,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모녀의 하루에 등장하고 결국 서로 얽히고설키며 웃음을 유발한다.

내가 보광동에 사는데 진짜 이태원은 미친 곳이다. (웃음) 예측불허의 공간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한편에는 재개발을 앞둔 보광동이 있고 길 하나만 건너면 부유한 사람들, 소위 말하는 회장님들이 사는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있다. 얼마나 재밌나. 마치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은 세계 같다. 크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여기, 이태원이다 싶었다.

 

‘미친’ 이태원을 누비는 모녀가 만나는 인물들을 보자. 싱글맘, 타투이스트, 드랙 퍼포머, 게이 커플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다. 영화는 이들을 통해 우리 안의 고정관념을 쾌속으로 건드리고 신나고 발랄하게 깨뜨린다.

우리가 가진 생각이 실은 편견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게 이번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정복이라는 극 중 인물도 외형으로만 보면 당연히 영어를 쓸 거 같지만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트랜스젠더나 드랙을 하는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타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여전히 편견을 갖고 그들을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으로 낯설게 생각했던 인물들을 항상 만나는 친구처럼, 내 주변 사람처럼 느끼고 보길 바랐다.

 

편견이라는 주제는 <분장>과도 이어진다. <분장>의 주인공은 자신이 동성애를 당연히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동성애 연기를 하는 배우이지만 막상 친동생이 동성애자라고 하자 혐오를 드러낸다.

<분장>을 찍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주제를 내 삶 가까이에 두고 고민하지 않았다. <분장>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 영화제 뒤풀이 자리였다. 옆 테이블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고 동성애는 당연히 이해돼야 할 것이라는 대답이 오가더라.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정말 사람들은 동성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걸까? 그 마음이 진심일까?’ 싶더라. ‘이해한다’는 말이 무섭게 느껴졌다. 게이 친구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니까 ‘앞에서만 이해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자신도 친한 친구가 뒤에서 다른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상당히 마음 아팠다’고 얘기하더라. 흔히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게 뭘까를 생각하며 <분장>을 만들었다. 영화를 찍고 관객을 만나면서 내 생각도 많이 달라졌고 기존의 생각도 많이 깨져나갔다.

ⓒ이영진

<분장>에는 연기에 임하는 배우의 태도나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에 관해 말해 볼 지점도 있다.

연기에 관한 평소의 생각을 투영했다. 배우가 그 인물을 어떻게 느끼느냐보다 관객이 어떻게 그 인물을 받아들이고 느낄 것인가가 내게는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뷔페에 가서 10접시를 먹고 온 인물을 연기한다고 하면 배우가 꼭 10접시를 먹어야 그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런 비슷한 상태의 사람의 행동, 움직임 등을 잘 관찰해 보여주는 쪽을 택한다. 인물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인물은 어떤 생각을 할까를 더 많이 고민한다.

 

중고교 시절 비보잉을 했다고 들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고등학생 때 비보이 역할이 필요한 독립영화에 지원해 출연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체대 진학을 준비하다 연기로 방향을 트니 입시가 쉽지 않더라. 군대를 다녀와 <점프> 무대에 섰다. 배우가 되는데 대학에 꼭 갈 필요가 있나 싶은 오기도 생겼다. 한동안 재밌게 무대에 섰는데 어느 날 관객들이 무서워지더라. 그때 선배가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줘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들어갔다.

 

연기하고 싶은데 막상 기회가 많지 않고 또 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되고 마는 데서 오는 갈증이 커 직접 영화를 만들어 출연한 것으로 안다.

연출은 연기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무명 배우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하는데 우리끼리 이렇게 연습하는 게 맞는 건가, 잘 하고 있나 싶더라. 그럼 서로 한번 찍어보면서 해보자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연기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연출에도 조금씩 재미가 붙었고. 그 스터디 그룹에 언제나 함께했던 멤버가 <가시꽃>(2012), <팡파레>(2019) 등을 연출한 이돈구 감독이다. (남연우는 <가시꽃>으로 제1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가시꽃>

이태원의 좁고 비탈진 골목에서 추격과 소동이 펼쳐지는데 고속촬영으로 다른 속도감을 만들어내며 유머러스하게 연출했다.

‘촬영 콘셉트를 잡지 말자’가 콘셉트였다. 촬영 파트를 내가 잘 몰라 촬영감독에 많이 의존했다. 다만 이런 건 있었다. 한국영화의 많은 추격신이 하나같이 엄청난 속도감으로 내달리잖나. 내가 그 스피드를 못 당할 거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장 느린 추격 신을 만들자 싶었다. 그래서 나온 게 고속촬영이다.

 

촬영도 편견을 깨는 방식으로 진행된 셈이다. (웃음)

말하고 보니 그런 거 같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편견’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지배했나 보다. (웃음)

 

특히 추격 신 가운데 외국인 배낭 여행객이 모녀를 돕겠다며 파쿠루를 하는데 그게 또 압권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추격 신을 각색하는데 갑자기 외국인이 파쿠루를 하면 어떨까 싶더라. 주변에서 너무 말이 안 되는 게 아니냐고도 했지만 이 캐릭터를 끝까지 넣고 싶었다. 뭔가를 뛰어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연출부 스태프가 무작정 SNS를 검색해 찾아낸 분이다.

 

그런 추격과 소동 끝에 모녀를 비롯해 세상의 잣대로 손쉽게 재단된 이태원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로라 신’이랄까. 선명하게 색이 구분되고 각각의 색에 이름이 붙는 게 아니라 많은 색이 섞여 있고 경계가 어딘지 구분되지 않은 채로 어우러진 상태다. 그러니까 <초미의 관심사>는 오로라의 빛을 띤 영화라고 할까. (웃음)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편견 어린 시선과 말을 하는 인물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처단한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방을 날렸으면 좋겠다.

<초미의 관심사>

영화가 시종 유쾌하고 코믹하며 귀엽다.

개그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뜬금없는 방식을. <분장>은 심리 드라마라 유머를 해보일 수 없었는데 여기서는 좀 더 도전할 수 있었다.

 

제목이 좋다.

<챔피언>(2018)의 김용완 감독이 오랜 영화 친구다. 그 형이 갖고 있던 제목인데 이번 영화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그 제목이 떠올라 써도 될지 물었다. 기꺼이 써도 좋다고 허락해줘 감사할 따름이다.

 

<분장>에 이어 두 번째 장편으로 이제 곧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랑합니다! (웃음) 치타 씨 고향이 부산이다. 적극적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지인을 만나서 치타 씨가 그런다. “부산(영화제) 간다”고. 엄청나게 설레고 들떠 있는 거 같다.

 

연기하는 치타 씨를 계속 볼 수 있을까.

계속했으면 좋겠다. 본인 의지도 있고. 이번 작업 굉장히 즐거웠다고 하더라. 선배님들과의 작업이 굉장히 좋았던 거 같다. 원래 첫 경험이 되게 중요하잖나. 연극도 처음 봤는데 재미없으면 다시 공연장에 가기 어려운 것처럼.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연출만 하고 직접 연기에 참여하진 않았다.

이번 영화에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워낙 인물이 많은 영화다보니 나도 하나 해볼까 싶었는데 연출만으로도 벅차더라.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과감히 연기를 하지 않았다.

<분장>

연기할 때와 연출할 때 각각 어떤 즐거움과 괴로움이 있나.

연출할 땐 하루에 쓸 수 있는 뇌를 최대로 쓰는 거 같다.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낸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기도 하고. ‘힘들다, 즐겁다, 괴롭다’ 같은 생각조차 할 틈이 없다. 어떤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 배우는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로 해냈다는 성취감이 정말 크다.

 

<분장>은 어머니의 지원으로 초기 자본을 마련해 찍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레진스튜디오의 첫 번째 제작 작품으로 전혀 다른 방식의 시스템을 경험했다.

맷집을 키웠다. 그간은 나와 친한 동료들이 크루처럼 일했고 그런 만큼 내가 누군가를 크게 설득할 일이 많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감독으로서 내가 누군가를 설득하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내가 그 능력이 정말 부족하더라. 한 발 나아가려면 내 생각을 잘 정리해두고 영화에 관한 이해도를 더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말을 잘하고 싶다.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내년 상반기에 <초미의 관심사>를 개봉하는 게 목표다. 10월부터는 내년 2월 tvN에서 방영 예정인 김용완 감독의 연출작 <방법>의 사전 제작에 들어간다. 앞서 준비하던 <내 나이 열네 살>도 어떻게든 꼭 진행하고 싶다. <초미의 관심사>가 빠르게 개봉해서 잘 돼야 한다. (웃음)

ⓒ이영진

 

초미의 관심사 | 2019 | 89분 | 1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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