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내놓아라
SIWFF 2019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차한비 / Festival / 2019-08-26

페트루냐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나게 될 가장 기개 넘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마케도니아의 작은 마을 슈티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으로, 제대로 된 직업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아 부모의 걱정을 산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탁월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일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렵게 면접을 보러 간 회사에서는 면접관이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고, 귀가하는 길에는 지나가던 남자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한다. 바로 그 날, 페트루냐는 강물에 뛰어든다. 그리고 십자가를 거머쥔다.

남부 유럽 발칸 반도에 위치한 마케도니아는 전체 인구 중 3분의 2가 동방정교회를 믿는 국가이다. 테오나 스트루가르 미테브스카 감독은 종교를 기반으로 남성 권력을 공고히 해온 마케도니아 사회를 겨냥한다. 영화 속 마을은 전통이라는 가치를 앞세우며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공간이자, 그에 맞서는 격렬한 투쟁 현장이기도 하다. 슈티프에서는 매년 1월 9일이 돌아오면 성직자가 강에 나무 십자가를 던진다. 가장 먼저 십자가를 찾아낸 사람은 축복과 번영을 약속받는다고 믿기에, 수많은 남자들이 일제히 강물 속으로 뛰어든다. 페트루냐는 그들에게 도전한 최초의 여성이며, 기득권을 흔드는 위험하고 발칙한 존재다.

영화는 페트루냐를 화면 중앙에 놓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남성들이 십자가를 내놓으라며 욕설을 퍼부을 때도, 이유 없이 경찰의 불법심문에 시달릴 때도, 클로즈업 된 페트루냐의 얼굴은 단호함을 유지한다. 짙은 눈썹과 일자로 다문 입술에는 어떤 회유와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다. 영화는 제도·문화적 편견과 차별에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흥미진진한 전개를 통해 페트루냐를 새로운 ‘챔피언’으로 그려낸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길드필름상과 에큐메니칼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다.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God Exists, Her Name Is Petrunya

개막작 ㅣ 테오나 스트루가르 미테브스카 ㅣ 마케도니아, 벨기에, 슬로베니아, 프랑스, 크로아티아 ㅣ 2018 ㅣ 101분 ㅣ 12세 이상 ㅣ DCP ㅣ 컬러 ㅣ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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