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솔직한 마음, 적극적인 구애 공세 그리고 영화 만들기. 정가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밤치기>를 이루는 요소들이다. 가영(정가영)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자료 조사가 필요하다며 진혁(박종환)을 술자리에 불러내고, 사랑과 성에 대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밤이 깊어가면서 가영의 질문들은 점차 진혁을 향한 구애로 변모한다.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 여자친구가 있는 진혁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가영이 아니다. 가영의 구애와 아직 만들지 못한 영화의 끝은 어떻게 될까. 그렇게 술자리에서 술자리로, 노래방에서 밤거리로 이어지는 영화의 풍경 속에 가영의 ‘밤치기’가 있다.
<극장에서 한 생각.>,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등의 단편과 <밤치기>에 이은 세 번째 장편영화까지,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정가영 감독에게 만남을 청했다. 그리고 역시 <못, 함께하는>, <쓰리룸>, 올해 부산국제영화에서 공개된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까지 가족을 화두로 꾸준히 영화작업을 하는 이나연 감독이 ‘가영’의 자리에서 질문을 해주었다. 연애와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간 이 날의 대화는 웃음과 솔직함 그리고 맥주 한 잔(?)이 함께했다.
이나연 _ 영화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
정가영 _ 감사하다. 작년에 서울독립영화제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이나연 _ 인디포럼 송년회에서도 한 번 봤다.
정가영 _ 혹시 인디포럼 상임작가인가.
이나연 _ 그렇다. 최근에 새로 또 영화를 찍었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장소가 꽤 많다고 들었다. <밤치기>는 장소가 그리 많지는 않다. 뚝심 있게 한 장소에서 찍었는데.
정가영 _ 지금 제작사인 레진엔터테인먼트를 만나기 전에는 전작인 <비치온더비치>처럼 내 돈으로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장소를 한정했다. 다음 작품 제목이 <하트>인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게 됐다. 그래서 여러 공간을 섭외할 수 있었고, 아마 보는 재미가 좀 더 있을 거다.
이나연 _ <밤치기>의 장소가 한정적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그건 아니네.
정가영 _ 자본 문제 때문이지.
이나연 _ 나도 최근에 만든 영화를 내 집에서 찍었다. 자본 문제 때문에. (웃음)
정가영 _ 로케이션도 그렇지만 이제는 좀 더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나 내 돈으로 찍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나연 _ 맞다. 자꾸 자기를 갉아먹으면서 영화를 만들게 되니까 지치는 것 같다. 그렇게 찍고 나면 다음 작품을 할 용기도 쉽게 안생기고. 그래도 굉장히 활발하게 작업하는 편이지 않나. 어떻게 그렇게 지치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정가영 _ 욕망이 엄청 강렬한 것 같다. 그런데 금방 식는다. (웃음)
이나연 _ 이 작품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열망 같은 게 있는 건가.
정가영 _ 그런 편인데, 이제 좀 진득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나연 _ 나도 그게 제일 어렵다. 제작 기간이 3개월이 넘는 영화가 없었다. 영화과 학생들을 보면 2~3년씩 시나리오를 쓰고 하는데 난 그걸 정말 못한다.
정가영 _ 어떻게 보면 그게 우리의 살아남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빨리 써서 빨리 찍고 이런 방식이.
이나연 _ 시간을 많이 들인 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까봐 두렵기도 하고.
정가영 _ 맞다. 정말.
이나연 _ 그래도 이제 농사짓듯이 씨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요즘 하게 된다.
정가영 _ 그러려면 정말 멘탈이 좋아야 하는 것 같다.
이나연 _ 맞다. 그런데 생각보다 끈기가 없고 게으르고 일부터 일단 저지르고 그런 편이다. (웃음)
정가영 _ 혹시 연애방식도 그런 편인가?
이나연 _ 나는 오래 사귀는 편이다. 3~4년씩.
정가영 _ 아 그건 또 나와 다르다. 나는 긴 연애는 못한다.
이나연 _ 그것도 의외인데.
정가영 _ 긴 연애가 해보고 싶어서 오래 사귄 커플들에게 비결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오래 사귀는 이유가 헤어지기 싫어서인 것 같더라. 난 헤어지는데 부담감이 하나도 없다. (웃음)
이나연 _ 개봉하고 해외 영화제도 다녀왔다고 들었다.
정가영 _ 런던한국영화제에 다녀왔다. 그런데 내가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재밌지는 않았다.
이나연 _ 왜 안 좋아하나.
정가영 _ 시차적응도 잘 못하고 영어도 못하고 걷는 것도 안 좋아한다.
이나연 _ 영어 못하는 게 정말 스트레스가 되지 않나.
정가영 _ 외국인 남자친구 사귀는 게 짱이다. (웃음)
이나연 _ 맞다. 지금은 연애 안하고 있나.
정가영 _ 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연하다.
이나연 _ 구애가 중요한 소재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정가영 _ 일단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작업할 때 스트레스가 없고, 또 지금까지 좋아했던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멜로영화가 되게 많았다.
이나연 _ 사랑, 연애가 중요한 화두인 건가.
정가영 _ 그런 것 같다. 그런 감정이.
이나연 _ '밤치기'라는 말이 원래 있는 말인지 궁금했다.
정가영 _ 구애를 하게끔 만드는, 밤을 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를 밤치게 만들었던 남자들을 GV게스트로 섭외할까도 생각했었다. (웃음)
이나연 _ 재미있을 것 같다. (웃음)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정가영 _ 내가 좀 센 편이고 적극적으로 구애 공세를 펼치다보니 수줍어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나연 _ 나도 그렇다. 마초랑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정가영 _ 나도. 나는 폭력적인 사람은 소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참고 있다가 다른 걸로 분풀이하고. 그런 사람은 만날 생각이 아예 없다.
이나연 _ 영화에 대한 평을 보면 연애에서의 권력관계를 전복시키는 부분이 좋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전복만은 아닌 것 같다. <밤치기>에서도 가영이 남자에게 계속 구애를 하지 않나. 남자는 애인이 있는 자신에게 계속 구애를 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여자애가 도발적으로 고백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현한다. 사실 연애에도 권력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젠더역할을 수행하면서 일상적으로 로맨스를 형성하게 되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의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서 봐온 구애의 방식과 다르다고 느꼈다.
정가영 _ 살아오면서 그렇게 거침없이 고백하고 구애하고 그런 과정이 건강했고 나다웠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그런 게 불편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밤치기>에서 진혁이 하는 대사들을 쓴 데에는, 그런 식으로만 하면 안 된다고,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는 식으로만 살면 너한테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옴니버스 영화 <너와 극장에서>에 있는 내 단편 <극장에서 한 생각.>에서는 한 관객이 극 중의 정가영 감독을 혼내기도 한다. 그렇게 너를 갉아먹는 방식으로만 독특함을 뽑아내는 게 과연 옳을까 하면서.
이나연 _ 시나리오 쓰는 걸 굉장히 재미있어한다고 들었다. 나는 오히려 현장에서는 너무 재미있고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시나리오 쓸 때는 정말 힘들어한다.
정가영 _ 나는 시나리오 쓸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약간 그분이 오신 것처럼 쓰는 편이다.
이나연 _ 그리고 빨리 쓰는 편일 것 같다.
정가영 _ 맞다. 그런데 이제 좀 진득하게 써야지.
이나연 _ 그게 잘 안 된다.
정가영 _ 그리고 누구 보여줬는데 별로라고 하면 아예 접어버린다. 끈기 있게 해야 하는데.
이나연 _ 푸른 정액이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처럼 가영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처럼 말하는 부분들이 재미있었다.
정가영 _ 각본 작업을 하면서 그렇게 이야기의 큰 흐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을 덧붙일 때가 있는데 그런 게 묘미라고 생각한다. <밤치기>처럼 한정된 인물들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특히 그런 이야기들을 자주 넣게 된다. 재밌게 봐주시더라.
이나연 _ 큰 서사나 사건 위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 보다는 인물들의 관계를 따라가는 방식인 것 같다.
정가영 _ 맞다. 공상 같은 느낌이 있다.
이나연 _ 그런 게 좋았다. 영화과에서 영화를 배울 때는 사건에 대한 강박도 있고 시나리오의 기승전결이나 플롯 구성을 중요하게 배우지 않나.
정가영 _ 나는 영화과는 아니었고 방송영상과를 다녔다.
이나연 _ 그럼 혹시 다큐멘터리 작업도 했었나.
정가영 _ 한 번 찍었다. 전 남자친구 세 명을 찾아가서 우리 연애가 어땠는지 묻는 작품이었다. 영화제에도 내고 그랬었는데 다 떨어졌다. 그런데 그게 첫 장편인 <비치온더비치>를 쓰는 토양이 되었던 것 같다.
이나연 _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궁금하다.
정가영 _ 독립단편이나 장편들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쓸 때 떠오르는 편이다. 다음 영화인 <하트>의 남자주연도 <꿈의 제인>에서 가출팸의 아빠 역할로 나왔던 이석형 배우다. 거기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이나연 _ <밤치기>에 동네 형으로 나오는 형슬우 감독은 여기서 처음 연기를 하지 않았나.
정가영 _ 맞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어떤 술자리에서 만났는데 다음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영찬 역할이 아직 캐스팅이 안 된 상황이었고, 감독님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나 즐거운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같이 하게 됐다.
이나연 _ 그 역할이랑 되게 잘 어울렸다.
정가영 _ 진혁을 연기한 박종환 배우도 함께 하면서 너무 좋았다. 최고다.
이나연 _ 어떤 면에서 그런가.
정가영 _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그 캐릭터에 대한 가영의 마음에 공감이 되어야 하지 않나. ‘저 남자가 뭐가 그렇게 멋있다고 가영이 저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 안 되는데, 그런 은은한 매력들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 꼭 다시 같이 작업 하고 싶다.
이나연 _ 박종환 배우의 연기가 가장 좋았던 작품이 <밤치기>였던 것 같다. 진짜 매력 있어 보이고. 감독님은 영화에서 직접 연기를 하기도 하고 구애하는 내용에도 성격이 많이 반영되어 있지 않나. 그런 것들로 인해 자신이 판단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인가.
정가영 _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이나연 _ 다음 영화에서도 직접 연기하나.
정가영 _ 그렇다. 그런데 장편에서는 정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모니터 뒤를 신경 쓰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연기 하는 것도 이제는 힘들어서. 그래도 단편에서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나연 _ 그러고 보니 유튜브 채널에서 단편들을 다 볼 수 있다. 구독하고 있다. (웃음)
정가영 _ 요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올려서 구독자가 늘었다.
이나연 _ 유튜브 채널을 보면 감독님이 노래하는 영상도 있다. <밤치기>에서도 노래 잘하시던데.
정가영 _ <밤치기>가 또 노래가 중요한 영화다. 마지막에 파파야의 <사랑만들기>가 나오지 않나. 작곡가가 조규만씨인데 영화 보시면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나연 _ 요즘은 어떤 노래를 자주 듣나.
정가영 _ 아이유의 ‘삐삐’랑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좋아한다.
이나연 _ 나도 ‘삐삐’ 자주 듣는다.
이나연 _ 개봉하고서 힘든 점은 없나.
정가영 _ 신경은 쓰인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계속 들어가게 된다.
이나연 _ 난 개봉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개봉한 감독들이 많이 힘들어하더라.
정가영 _ 당장 아쉬운 것도 있지만 예전과 비교해서도 독립영화에 점차 관객 수가 줄고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나연 _ 상업영화도 생각이 있는 건가.
정가영 _ 상업영화에 대한 욕망이 있다. 언젠가 이준익 감독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천만 영화도 찍으셨고 다작하시는 분이지 않나. 제작도 하시고 연출도 하시고. 그런데 인터뷰에서 실패하기 싫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되게 와 닿았다. 실패가 큰 자양분이 되고 실패도 해볼만하다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다. 실패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 싫다.
이나연 _ 그걸 딛고 일어나서 다음 작품 쓰는 게 정말 힘들지 않나.
정가영 _ 아마 나이 들면 더 힘들지 않을까.
이나연 _ 나는 중년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가끔 생각하면 두려울 때가 있다. 전에는 내 역량 같은 것을 스스로 저평가하기도 했었는데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나를 긍정하게 되고 잘 하고 싶은 욕망도 생겼다. 그런데 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나를 돌아보기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혹시 미래를 생각했을 때 어떤 것들이 두려운가.
정가영 _ 즐기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할까봐. 지금처럼 똑같이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않을까봐 그런 게 두렵다.
이나연 _ 맞다. 나도 편안해 보이는 어른들에게 그런 걸 물어보곤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도 중년이 되면 그럴 수 있을지. 지금은 또 먹고사는 것도 그렇고 너무 불안하다.
정가영 _ 안 그래도 어제 강민지 감독님의 <천에 오십 반지하>라는 다큐를 봤다. 자취라는 게 저런 거구나 새삼 생각하게 되더라. 감독님은 자취하나. 난 부모님과 함께 산다.
이나연 _ 자취한다. 저축을 할 수가 없다. 부모님이랑 사는 건 힘들지 않나.
정가영 _ 나는 잘 맞는다.
이나연 _ 부모님도 영화로 성과 내고 하는 것에 뿌듯해 하시겠다.
정가영 _ 하와이 호놀룰루 영화제에 초청받아서 같이 다녀왔다. 갈 때 돈도 해드렸다. 그걸로 이제 10년은 가야한다. 무엇보다 조인성을 캐스팅 했으니. (웃음) 감독님 영화도 궁금하다. 이번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하지 않나.
이나연 _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라는 단편이고 삼남매의 이야기다.
정가영 _ 꼭 보러가야겠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하지 않았나.
이나연 _ 맞다. 부산은 처음 갔는데 좋더라. 작년에 <밤치기>도 부산에서 상영했던 것 같은데.
정가영 _ 맞다. 바다가 있으니까 또 좋았다. 혹시 영화 제작비는 어떻게.
이나연 _ 사비로 찍었다. 인건비는 아직도 나가는 중이다. 영화과에서 인건비가 제대로 책정되어있지 않고 노동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서.
정가영 _ 그리고 또 그렇게 찍지 않으면 나중에 그 스탭들이 자기 영화 찍을 때 감독님이 스탭으로 가야하지 않나. (웃음) 한국 상업영화 중에서 저런 영화 찍어보고 싶다거나 좋아하는 영화가 있나.
이나연 _ <미쓰 홍당무>를 좋아한다.
정가영 _ 이경미 감독님이 팬이 되게 많으시지 않나. <비밀은 없다>도 재밌게 봤나.
이나연 _ 좋아한다. 보면서 울었다.
정가영 _ 난 곧 개봉하는 <스윙키즈>가 기대된다. 어린 북한 군인이 탭댄스하는 내용이라던데 그 소재가 재밌어 보이더라.
이나연 _ <밤치기> 이야기를 좀 더 해야 될 것 같은데 그 다음 영화도 너무 궁금하다. 좀 물어봐도 되나.
정가영 _ 가영이 어떤 유부남 때문에 힘들어서 그걸 다른 유부남에게 상담하는 내용이다. 영화 만들기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 있고. 그런데 조금 더 입체적인 느낌이 있다. 인물도 다양하고 두 막으로 되어 있다. 한 줄로 요약되지는 않는다. (웃음)
이나연 _ 그 다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은 있나.
정가영 _ 그 이후는 상업영화를 하고 싶다.
이나연 _ <밤치기>와 관련해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가영 _ 나와 박종환 배우, 형슬우 감독 셋이서 영화의 내용과 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정말 즐겁게 찍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편하고 즐겁게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마지막 영화였던 것 같아서 행복했고 재밌게 봐주신 관객분들께도 너무 감사하다.
이나연 _ 마지막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다음에는 연기를 하지 않기도 하고 뭔가 좀 더 다르게 해보고 싶은 것들 때문인가.
정가영 _ 긴장을 해야겠지. <하트>를 찍을 때만 해도 정말 긴장했다. <밤치기>는 이상할 정도로 긴장도 안 됐고 너무 편했다. 나중에는 처절하게 그리워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인터뷰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상업영화 시나리오에 버금가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