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성큼
<최선의 삶> 심달기
글 정지혜 사진 이영진 / Feature / 2020-11-19

배우의 강렬한 얼굴로 기억되는 영화들이 있다. 새침하고 뽀로통한 표정 너머로 소녀의 외로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던 <동아>(권예지, 2018), 제 부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과 마주하며 두려움이 분노와 괴로움으로 번져가던 <미나>(박우건, 2018). 심달기는 좀처럼 잊기 힘든 선연한 얼굴을 하고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와 배우로서의 존재를 증명했다.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온 듯했다가, 여기에 있으면서도 다른 세계를 꿈꾸는 <키스가 죄>(전고운, 2018)의 해복,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더스트맨>(김나경, 2020)의 모아 역시 심달기가 빚어낸 흥미진진한 얼굴들이다. 틀에 갇히지 않는 분방한 에너지, 장난기와 심술궂음과 당돌함 그 사이에서 묘하게 빛나는 눈빛, 그리고 자청해 위태롭고자 하는 과격하고 무모한 몸짓이 심달기가 빚어낸 인물들에게서 감지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상영된 <최선의 삶>(이우정, 2020)에서도 심달기는 특유의 기운으로 종잡을 수 없는 아람이 되었다. 절친인 강이(방민아), 소영(한성민)과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아람은 파국의 한가운데서 누구에게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자기 생존과 욕망을 향해 내달린다. 배우 심달기를 만났다. 배우 본연의 에너지와 그 기운으로 완성된 영화 속 인물들에 관해 물었다.

 

 

<최선의 삶>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난 소감부터 듣고 싶다.

첫 부산국제영화제였다. 출연작이 상영한 것도 처음이고 관객으로서도 처음 가봤다. 코로나 상황으로 상영 회차가 줄어서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그래도 관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더라. 나도 그렇고 내 팬분들도 그렇고 서로 쑥스러워서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눴다. 나중에야 SNS로 연락을 주고받고는 어찌나 반갑던지. 다음에는 만나면 꼭 같이 인사 나누자고 했다. (웃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첫인상을 떠올려보자. 또 처음부터 아람 역을 제안받았나.

아람 역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건 2018년. <배심원들>(홍승완, 2018) 촬영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강이와 소영이 함께 보내는 여름 밤 장면이나 정말 끝까지 가보는 영화의 엔딩이 특히 인상적으로 남았다. 반면에 내가 연기해야 하는 아람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 무렵 내가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그랬을 거다. 그때 내게 크고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오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태도로 사람들을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아람은 되게 장난기 많고 밝은 에너지의 사람인데 어둡다면 어두운 상태의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이 가장 컸다.

<최선의 삶>
<최선의 삶>

<동아>로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연기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후로 동료 창작자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을 텐데 그게 어떤 이유로 혼란과 고민으로 이어진 건가.

당연히 상과 관심은 너무너무 좋았다. 그런데 내가 과대평가를 받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공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고 그렇다고 거만해서도 안 될 것 같았다. 그 양쪽을 경계하면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고 싶었다.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다. (웃음) 이런 얘기를 주변의 배우 선배들이나 언니들과 이야기하는데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더라.

 

배우로서의 고민을 주변 동료들과 곧잘 나누나 보다.

고민을 얘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내 안의 어려운 부분을 내놓을 수 있어야 나도 좀 가벼워진다. 동료들과 공유하고 다른 의견을 들을 때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고민거리를 내 안에 꽁꽁 감춰두지 않는다.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많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이영진

그런 동료에는 누가 있나.

아무래도 작업을 함께한 <최선의 삶>의 민아 언니와 성민을 말해야겠다. 정말 잘 통했다. 특히 민아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활동해 내 고민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내가 조금만 말해도 그게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금세 알더라. 촬영 때 대전 숙소에 모여서 다 같이 지냈는데 그때 많은 얘기를 나눴다. 따지고 보면 만난 지는 얼마 안 됐는데 우리가 나눈 대화의 깊이와 너비는 깊고 넓었다. 작품의 분위기라는 것도 한몫하더라. 영화가 마냥 유쾌하고 밝지만은 않다 보니 배우들의 대화 분위기도 진중해지고. 서로 터놓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현장에 있었다는 게 좋았다.

 

이우정 감독은 극 중 아람을 두고 “특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캐릭터인데 달기 씨가 그 느낌을 자유롭게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아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인물인가’라고 했을 때 그 캐릭터가 처한 상황 정도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물의 성향이나 기질은 정의하기가 어렵더라. 오디션 볼 때 특히 그렇다.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연기해야 할 인물을 누구나 단박에 이해되게끔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 그때마다 인물을 너무 단순화해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 인물에게 미안해진다. 내 생각에 아람은 본인이 처한 폭력에는 무딘 사람, 그렇게 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아람이 본인보다 약하거나 한눈에 보기에도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연약한 존재를 향해 눈길을 주고 몰입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그건 어쩌면 아람 식의 도피법일 수 있다. 과거의 나도 아람처럼 현실에서 도망친 경험이 있다. 이 시나리오를 받기 전이 마침 과거의 나에 관해 고민하던 때였다. 아람을 만나 과거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 셈이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본인보다 유약한 존재에게 마음을 준다는 해석은 어떻게 하게 됐나.

누군가 선한 행동을 할 때 그 마음이 꼭 선한 것일까. 어쩌면 그 행동을 함으로써 얻는 자기만족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선함은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닌가. 그런 게 더 사실적인 이야기 아닌가. 내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싶을 때 그 욕망을 들여다보면 실은 내 안의 이기적 욕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더라. 영화 속 인물들을 마주했을 때도 나는 그런 내밀한 부분을 파악하는 게 재밌다. 아람이 갖는 선한 마음, 연약한 존재를 향한 저 동정심은 도대체 뭘까,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런데 정작 아람은 본인이 이기적 욕망을 갖고 있다는 걸 잘 모를 것 같다. 어릴 땐 나 역시 내 욕망의 실체를 잘 몰랐다. 아람을 통해서, 아람을 만나면서, 나는 선한 마음이 이타심에서만 오는 게 아닐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이영진

아람은 절친했던 강이와 소영 사이의 관계가 뒤틀린 뒤에도 그 이유를 따져 묻거나 관계의 회복을 시도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 같다.

친구 간의 서열에서 제일 아랫단에 있는 강이는 그 생태계에서 생존하는 게 제일 중요했을 거다. 그건 그 서열의 가장 위에 있는 소영도 마찬가지다. 반면 아람에게는 친구 관계보다 말 그대로의 생존이 더 크고 절박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되레 친구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아람은 본인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건 또 얼마나 위험한 길인가. 앞서 아람을 통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말했는데, 처음에는 그때의 내가 강이와 아람 그 중간쯤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아람을 연기하면서는 과거의 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의 나는 강이처럼 고뇌했지만, 아람처럼 행동한 것 같다. ‘그 시절의 내가 마냥 (관계나 시스템에) 복종하지만은 않았구나’ 싶어 스스로 조금은 위안이 되더라. 아람이 나를 다시 발견하게 해준 거고 그만큼 내겐 소중하고 중요한 인물이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감정 상태를 보이는 인물들을 연기한 경우가 많다.

내 안에 그런 성향이 있어서일까.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인물들이 처한 그런 감정 상태나 상황을 더 많이 보고 또 그렇게 해석하는 것 같다. 반대로 내게 그런 역할을 제안하는 분들 눈에 내 불안감이 엿보였다는 얘기일 수 있겠다.

 

맡은 인물 중에는 자신의 필요와 감정에 따라 상대에게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구애하는 경우도 있다. 인물의 이런 과감함 혹은 도발이 과격하고 위태로운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것이야말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연기한 인물들의 욕망은 단지 눈앞에 있는 연애 상대로만 향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좋더라.

<동아>
<미나>
<키스가 죄>

연기할 때 보면 눈빛, 몸짓에 힘이 느껴진다.

어릴 때는 진짜 에너지가 넘쳤다. 시끄럽다는 얘기를 항상 들었다. 어릴 때 나는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걸 통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사랑이 있었으니까. 그 사랑을 잃을까 무서웠다. 성인이 되고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발산하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배우라는 일이 그 기회가 돼줬겠다.

맞다.

 

그렇다면 연기하면서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땐 언제인가.

내 노력에 대한 인정보다는 결과물로서 인정받고 싶다. 좋은 결과를 내는 배우라는 칭찬이 좋고 그런 말을 듣고 싶다. 노력을 경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나라는 사람이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 하는 편이다.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 것 같다. 관심사가 계속 바뀐다. 그런 면에서 계속 다른 작품을 만나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내게 딱 맞는 것 같다.

 

‘직업 배우’라는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전문적인 직업 배우에 요구되는 일이 많고 또 그것에 응답하다 보니 그 생각이 확실해진 것 같다. ‘직업 배우.’ 그 말 자체가 되게 마음에 든다. (웃음)

ⓒ이영진

연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학교 다닐 때 연극을 했는데 되게 재밌었고 또 잘했다. 담임선생님께서 영화를 하셨던 경험이 있어서 ‘필름 메이커스’라는 곳을 알려주셨다. 배우 프로필을 올렸고 그걸 통해 <동아>와 <흉>(최정연, 2018)을 하게 됐다. 연극을 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연기와 무대는 내게 언제나 가까운 세계였다. 그럼에도 확실하고 확고한 계획이 있어서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다. 그저 영화를 좋아해서 한 명의 영화인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우연히 연이 닿아 배우가 됐다. 연기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알겠더라.

 

부모님은 딸의 연기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나.

요즘은 덜하지만, 예전에는 자식이 연기한다고 하면 반대하는 부모님들이 꽤 많았다고 하잖나. 내 경우는 부모님이 정말 반겨주셨다. 내 연기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응원해주신 분들도 부모님이다. 처음에는 그런 응원이 그저 딸이라서 좋게 봐주셨겠지 싶었다. 그런데 부모님이야말로 연기를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해온 직업 배우들이다. 마냥 칭찬하지는 않으셨을 거라 생각되자 되게 감사했다. 부모님의 말씀이 내가 자신감을 느끼는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 부모님께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경미, 2020)까지 다 챙겨보셨을 정도다. 아직 <최선의 삶>은 못 보셨지만 이미 원작 소설까지 챙겨 읽으셨더라. (웃음)

 

첫 출연작이라고 하면?

처음 받은 대본을 기준으로 말하면, <동아>다.

 

전문적인 연기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연기를 시작해 <동아>로 배우상을 받았다.

그때는 연기에 대한 기준이나 안목이 전혀 없다 보니 칭찬을 들어도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더라. 2017년에 <동아>를 촬영하고 그로부터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조금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때의 나를 보게 됐는데 그래도 잘한 거 같다. 지금의 나로서는 할 수 없을 것 같고. 그건 매 작품 마찬가지다. 연기하는 그 순간이 최선이 아닐까.

ⓒ이영진

단편 <아무개의 잠재의식과 영역>(2016)을 연출하기도 했다. 종종 독립영화의 스태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던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같이 만든 영화다. 연출작이라고 하니 쑥스럽다. (웃음) 원래는 연출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욕심이 많이 사라졌다. 동료들이 영화 만들 때 스태프로 참여하며 대리만족한다. 근래에 이준섭 감독의 단편 <신김치>(2020), <갓건담>(2019)을 함께 했다. <갓건담>에서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분이 실제 감독님의 아버지다.(이준섭 감독은 <메기>(2018)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과 남매지간이다.) 심지어 그 영화에 우리 엄마도 나온다. (웃음)

 

이옥섭 감독과도 친분이 두텁다고 들었다. 단편 <세마리>(2018)뿐 아니라 <메기> 때도 병원 환자, 재개발 반대 시위대 일원으로 깜짝 출연했고 현장 스태프로도 이름을 올렸다.

<메기> 때 특별히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즐겁게 현장에 있다 온 것 같다. 옥섭 감독님 현장에 가면 늘 갈비 만두가 있는데 그때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웃음) 옥섭 감독님은 에너지가 정말 좋고 재밌는 분이다. 그 점은 준섭 감독도 마찬가지다. 두 분은 누군가는 부끄러워서 잘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정말 솔직하고 가감 없이 얘기한다. 그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대안 학교를 다녔다. 그러고 보면 학창 시절에는 입을 일 없었을 교복을 영화에서 유독 많이 입어왔다.

작품 하면서 교복은 다 입어 본 듯하다. (웃음)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일반 학교에 다니다가 이후 대안 학교에 갔다. 친오빠가 먼저 대안 학교에 다녔는데 오빠는 주말에 학교에 안 가는데 나는 ‘노는 토요일’이 있어 격주로 학교에 가야 했다. 학교에서 ‘자세를 바르게 하라’고 지적 받기도 했다. 그런 게 꽤 싫었던 모양이다.

 

손재주가 좋아 만들기가 취미인 걸로 아는데 요즘은 무엇을 만드나.

그 취미가 모두 사라졌다. 쉴 때 즐겁게 지내려고 하는 게 취미 생활인데 내가 만들기를 마치 일하듯 너무 열심히 하더라. ‘결과물이 좋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크다. (웃음) 예전에는 잠시도 가만히 안 있는 성격이라 이것저것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에너지가 좀 줄었다. 대신 평온해졌다. 지금의 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느껴지고 좋다.

<흉>
<세마리>
<인서트>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맨날 운이 좋아 ‘럭키’라고 불리는 목련고 학생 허완수가 됐다.

그동안 내가 맡은 인물들과 비교하면 완수는 반항적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할지 몰라도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완수는 감정적으로 동요될 만한 사건을 직접 맞닥뜨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완수는 굉장히 속 편한 사람, 어딘가에 얽매이거나 매달리지 않는 사람, 그야말로 자유로운 인물이다. 평소 내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연기할 때면 맡은 배역으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완수에게 받은 영향이 정말 좋았다. 실은 내가 이경미 감독님의 팬이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때 감독님을 처음 뵀는데 어떻게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감독님 앞에 앉았다. 직접 뵙고 보니 감독님이 너무너무 재밌고 귀여우시더라. (웃음)

 

좋아하는 배우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베니치오 델 토로, 안도 사쿠라, 플로렌스 퓨 등을 꼽은 적 있다. 단단하고 강인한 육체성과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배우들이다.

본인의 모습을 잃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를 좋아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배우들도 있겠으나 내게는 그런 건 흥미롭지 않다. 기존의 익숙했던 것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배우가 나타났을 때 관객으로서도 반가움이 크다.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욕심나는 배역이나 장르가 있나. 배우로서의 목표하는 바가 궁금하다.

일단 착한 역할은 맡고 싶지 않다. (웃음) 내가 거짓말을 잘 못 하는 편이라 연기할 때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이해가 되지 않는 동선이나 대사는 그게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액션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운동 신경이 좋다. 요즘 내 몸이 너무 발산하지 않고 쉬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겁이 없다는 얘길 많이 들었고 뭔가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용기 있게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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